1. 나는 이번 학기에 간호대학 입학 신청에 필요한 선수과목(간호대 가는 사람들이 prerequisite 과목을 이렇게 부르더라.)으로 physiology, organic chemistry, critical thinking, 그리고 human nutrition, 이렇게 4과목을 듣는다. 모두 합쳐서 15학점이니 무리하게 수업을 듣는 건 아니지만, 모든 과목이 기초과목이 아니라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 physiology 수업에서 교수님이 일주일에 20시간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수업을 들으려면 일을 줄이거나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는데 어디 두고보자. 나는 일주일에 24시간 일을 하는 스케쥴인데 우선 일보다는 수업이 우선이니까.
2. 지금은 human nutrition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하는데, 교실에 갔더니 교수님이 아파서 결강이 되었다.어찌나 신나던지. ㅎㅎㅎ 도서관에 와서 critical thinking 수업 숙제를 하다 말고 북플에 왔다.
3. Critical thinking 수업은 영어수업이다. 아무래도 냉철한 사고를 하려면 많은 문학 작품을 읽고,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듯. 첫 수업으로 시를 먼저 배우게끔 교수님이 수업계획을 세우신 것 같다. 오늘 시 4가지를 배웠는데 나머지 3시는 모르는 시인데 하나는 에밀리 디킨슨의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라는 아는 시. 반가왔다. 그녀의 시는 어두운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 긍정적인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 시도 그렇다. 몇 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여러 번 읽고 하니까 시의 리듬감도 느껴지고 지향하는 점이 무엇인지 감이 온다는. 그러기에 시는 우리 심장의 귀로 들어야 하는 것인가? 시를 듣는 심장,,이라...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 Mary Oliver는 시를 쓰는 사람은 아무 소리가 아니라 선택된 소리를 써야 한다고 했다. ˝To make a poem, we must make sounds. Not random sounds, but chosen sounds.˝ 그러면 시인이 선택한 소리를 독자는 가슴으로 듣는 것이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시 읽기를 멀리 했는데, 그 이윤 내가 시인이 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읽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4. 공부가 재밌다. 간호사가 되려고 다시 시작한 공부이지만, 재밌지 않으면 악몽일텐데 너무 재밌어서 미치겠다. 문학은 문학대로, 과학은 과학대로. 영어 교수님은 오늘 시를 설명하시면서, 어떤 사람은 철이 일찍 들고, 어떤 사람은 철이 늦게 들지만, 둘 다 괜찮다고 하셨는데, 철이 늦게늦게 든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평안을 얻었다. 일찍 철이 들었으면,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어리석고 한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5. 수업이 비록 결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할 게 너무 많아서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북플에 글 올리기는 힘들겠지만. Robert Frost가, ˝I have promises to keep.˝ 라고 한 것처럼 나도 내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짬이 생기는대로... ㅎㅎㅎㅎ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