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참 잘 지었다.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라니..

어젯밤 뭔가 영혼을 채워주는 글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정희진 씨의 책은 각성을 가져다주지만, 영혼을 채워주는 듯 따뜻하고 위안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영희 샘의 글을 언제나, 어떤 책의 어떤 부분이든 따뜻하고, 위로가 되며, 내일을 헤쳐나갈, 아니 오늘부터, 책을 읽는 순간부터 헤쳐나갈 용기를 준다.

라디오 방송에서 하셨던 말씀을 추려 발행한 책이라고 해서 그런지, 그분의 육성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더구나 언급하신 시는 장영희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듯 다정하게 들렸다. 그런데도 나는 그분의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난다!ㅠㅠ 유튜브라도 뒤적여 봐야겠다.

극복할 수 없는 장애였지만 늘 밝은 표정을 지어주시고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만 찍으신 것 같은 선생님. 그분의 고행은 감히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래서그분의 글이 더 진솔하게 다가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 아침,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러브스토리를 읽으며, 그 스토리를 쓰실 때 그분의 마음은 어땠을까 짐작해 보지만 불경하다는 생각으로 떨쳐버린다. 

15살 이상 살지 못한다고 선고를 받은 엘리자베스는 56세까지 살게 되는데 장영희 선생님은 그것을 '사랑의 힘'이라고 하신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랑의 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희망도, 믿음도 사랑 앞에서는 부가적인 형태에 불과하다는 생각.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을 살게 한 그 사랑의 힘은 그녀를 통해 시로서 표현된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1806-1861)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부디

"미소 때문에 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그리고 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있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러한 날엔 나에게 느긋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난 저 여인을 사랑한다"고는 정말이지 말하지 마세요

이러한 것들은, 임이여!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위해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처럼 짜여진

사랑은 그처럼 풀려 버리기도 합니다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의

사랑 어린 연민으로도

날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위로를 오래 받았던 사람은 울음을 잊게 되고

그래서 또 당신의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주세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이 누리실수 있도록 사랑의 영원을 통해


측은한 마음이나 연민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해달라는 시인의 감정이 시를 통해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전해졌는지 그 두 사람은 아들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되며, 엘리자베스는 56세의 나이에 남편과 가족이 바라보는 가운데 눈을 감는다. 

사랑은 여러 가지로 정의가 되고 있지만 나도 장영희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논어 12권 10장에 나온다는 愛之欲其生이 가장 좋다. 장영희 선생님께서 이 말과 함께 언급한 글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산다'는 것은 물론 사람답게 제대로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삶을 의미하지만, 생명을 지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일은 남의 생명을 지켜 주는 일이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생명을 지키는 일이 기본 조건입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왜 날 못살게 구느냐고 그렇게 보란 듯이 죽어 버리면,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사랑할 몫도 조금씩 앗아 가는 것입니다. - 여는 글 중-

장영희 선생님의 일기장이나 편지글도 출판되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지만,,,,,계속 바라게 되네.

사랑합니다, 장영희 선생님. 이제 화창한 5월이 되면 벌써 7주기가 되나요? 여전히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5-03-31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장영희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참 따뜻한 글들, 새로운 글들 못 보는 게 늘 아쉽습니다...

라로 2015-03-3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그래서 혹시 편지글 같은 걸 누군가 내어 놓으시진 않을까? 바라게 되네요. ^^;

2015-03-31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