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목으로 붙인 문장은 지금 읽고 있는 장영희선생님의 1주기 유고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 나온 글이다.
[숨겨놓은 눈물을 찾으세요]라는 단문을 읽다가 내 안에 숨겨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바람에 더 이상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장영희선생님이 오래 전에 미국에서 만났던 킹 부인과 있었던 일화이다.
킹 부인이 한국 고아를 입양해 사회복지소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날인데 푸른 눈의 엄마를 처음 상면하는 자리에서 한국말을 해줄 수 있다면 아이의 충격이 훨씬 덜할거란 배려로 장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장 선생님이 킹 부인의 집에 갔다.
그곳에서 입양된 한국아이(제이슨)를 기다리는데
사회복지소 직원이 데리고 온 아이는 심한 뇌성마비로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고 한쪽 눈까지 먼,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
아이를 받아 안고 한참 동안 아이를 내려다보던 킹 부인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당황했다. 아이의 상태로 보아 그녀가 실망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제이슨을 보듬으며 하는 말은 나를 놀라게 했다.
"정말 예쁘군요. 이렇게 예쁜 아기가 어떻게 내 아이가 되었을까요? 내가 운이 너무 좋지요?" p. 52
거의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킹부인과 제이슨을 만난 장선생님이 킹부인에게 처음 제이슨을 보고 우는 모습에 당황했다고 말하자 킹부인이 대답했다.
"제이슨이 지금도 늘 나를 울게 만들지요. 어제도 포크를 여러번 떨어뜨리면서도 혼자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울었답니다. 저는 눈물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이슨은 제게 사랑을 가르쳐줍니다." p. 52
킹부인의 말처럼 사랑이란 결국 아주 쉽고 단순한 감정-불쌍하고 약한 자를 보고 눈물 흘릴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겠지만 , 어쩌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인지도 모른다. p. 53
어제 아침 남편을 졸라서 교회를 가는 대신 우리는 교외로 나가기로 했다.
언젠가 친정 부모님이 오셨을 때 갔었던 '마곡사'가 좋았어서 그리 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해든이 옷 찾아 입혀야 하고, 나도 준비해야 하고, 다 컸지만 다른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등등
그런 와중에 해든이가 우리방 침대에서 방방 뛰면서 내 혼을 빼놓는거다.
막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남편이 해든이를 번쩍 안아 올리면서
"
너는 행복 꾸러미구나!(You are a bundle of happiness.) 너를 꼭 짜면 행복이 나오겠다.(If i squeeze you happiness comes out!)"라는 말을 하는 거다.
소리 지르려다 뻘쭘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그 말에 전염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마곡사 다녀와서 다들 너무 덥고, 많이 걸어서 지치고, 내가 해야하는 숙제도 있고(요즘 배우는) 해서 분주했는데 남편과 딸아이는 티셔츠 디자인을 한다고 분주하고,,,
그래서 잠깐 알라딘에 들어왔더니 마음산책 이벤트를 한다는 페이퍼를 발견, 요네하라 마리여사의 책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흥분에 잠시 눈이 멀어 사진찍고 페이퍼 쓰고,,거까진 좋았는데 마음산책 네이버 블로그에 먼댓글 연결하는걸 몰라서 한참을 헤매고(선착순이라고 하니 마음은 더 급하고),,,완전 머리뚜껑 열리기 일보직전인데
그사이 티셔츠 디자인을 다 마친 남편이 이제 애들 재우고 자자고,,,
엄마, 아빠가 다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그 사이 해든이 녀석은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정신을 빼고,,,
남편이 해든이에게 이빨닦고 세수하자고 하는데도 말 안듣고 누나가 사용하던 긴 붓을 들고 흔들고,,,
붓으로 눈을 찌를지도 모른다는 겁도 들면서 갑자기 해든이에게 짜증이 확 밀려오는거다.
그래서 "너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라고 말하면서 엉덩이 때리는 흉내를 (아니 흉내를 내는 척 하면서 때렸,,;;) 냈더니 남편이 "왜 애한테 화풀이를 하니?"란다.
맞다. 아이에게 화풀이 한거다. 이벤트에 참여하겠다는 열망으로,,,,언제부터 이벤트에 목숨걸었다고,,ㅠㅠ
그리고 나서 해든이 재우고 샤워하고 장영희선생님의 책을 읽은거다.
정상적인 아이를 주셨는데도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마음 한켠에 "저 녀석만 없었더라면,,,"이라는 죄스런 생각을 잠깐이라도 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죄책감이 들어 눈물을 펑펑 쏟아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선생님의 [숨겨놓은 눈물을 찾으세요]라는 글이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운이 좋기는 커녕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