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몸이 어찌 생각대로 움직여주던가 말이지. ㅠㅠ 계기가 필요했다. 운동하겠다는 감전이 내 몸을 자극해야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너무 몸을 쓰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 결과는 2월의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왼쪽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었고 많이 아팠다. 그 이후로 팔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잊었다 하면 다시 나타나는 아픔 정도였는데 6월 부터는 팔을 뒤로 돌릴 수 없어서 브라를 입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브라가 빌트인 되어 있는 원피스나 윗도리를 입게 되었고 브라를 입어야 할 때는 남편의 도움을 받거나 앞으로 돌려서 훅을 채운 후 다시 돌린 후 팔을 끼워서 입는 실정이 되었다. 겉옷도 입고 벗는데 불편하게 되었다.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해주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내 팔의 증상을 적어가며 진단을 해보니 두 가지 병명으로 압축이 되었다. 하나는 frozen shoulder라고 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일명 오십견이라 불리는 병과 pinched nerve 라는 것. 두 병 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자세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더구나 오십견은 알려진 대로 나이가 오십 전후에 발생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나는 1월부터 거의 방학이나 마찬가지라 침대에서 책을 읽는 것을 주로 했었다. 거의 같은 자세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다. 그래서 나에게 오십견이 온 것 같다.ㅠㅠ


오십견의 증상은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의 특징은 우선 팔을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해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자세나 뒤로 돌리는 행동을 하면 어깨가 찌르듯 아프다.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을 때, 심지어 밥을 먹기 위해 젓가락질을 할 때도 어깨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 오십견 환자들은 잘 때도 통증이 있기 때문에 수면장애로 생활리듬이 깨지고 체력이 떨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

암튼 다시 의사에게 가서 내가 진단한 병명을 얘기하니까 나보고 “너 직업이 뭐니?”하고 묻더니(너가 뭔데 스스로 진단하고 그러니? 라는 듯) 두 증상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며 orthopedic을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그게 삼주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고 했는데 의료보험 때문에 의사가 가라고 한 정형외과 의사에게 갈 수 있는지 의료보험에 허락을 받아야 해서 기다려야 했고 결국은 보험회사의 허락이 떨어져서 정형외과 의사와 31일 약속이 잡혔다. 사족이지만 평범한 의료보험을 가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미국에서 아프면 기다리다 아파 죽을 거다.ㅠㅠ 


오십견은 거의 대부분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적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일년 이상 걸린다고 하는 데 고통을 참고 꾸준히 팔을 움직여 주면 되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주일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는데 <마녀체력>과 <아무튼, 피트니스>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좋은 운동화도 준비했고,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점검할 수 있는 핏빗(FitBit)도 사서 착용하고 있다. 어제는 운동복도 샀다. 아침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는 것은 올빼밋과인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오십견 덕분에 잠을 잘 잘 수 없어서 그 시간에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된 다.^^;;;; 


처음 걷기 시작하던 지난주 월요일엔 남편과 함께 1마일을 걷고 나 혼자 1.5마일을 더 걸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1마일 이상 걸을 시간이 없어서 수요일부터는 나 혼자 걷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간이 널널한 나는 이제 4마일 정도를 걷는다. 여전히 오십견으로 왼쪽 팔이 불편하고 아프지만, 열심히 걸었더니 땀도 나고 왼쪽 팔과 어깨가 좀 덜 아픈 것 같아 좋다. 더구나 매일 찬물로 샤워하니 날아갈 듯 상쾌하고 피부도 탄력이 생기는 것 같다. 신발은 그직원의 말대로 쿠션이 좋아서 그런가 발목이나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구름위를 걷는 것 같지 않았지만, 확실히 편하다. 


원래 세실님의 리뷰를 읽고 간호대 공부를 하려면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의대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2년 동안 빡세게 공부를 시킨다고 하니 나처럼 나이도 많고 저질 체력인 사람은 뭔가 특별 조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마녀체력>도 읽게 되었다. 마녀체력은 멋진 책이긴 하지만 내가 거기서 찾은 것은 뭐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운동하게 만든 진짜 속사정은 나에게 다가온 오십견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옆에서 아무리 좋다고 해봐야 머리가 이해하는 것으로 끝이 났을 텐데, 몸이 아프니 운동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책이 내 옆에 없어서 자세히 인용할 수 없지만, 요즘 고미숙 작가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에서

중풍을 스스로 고친 사람에 대한 얘기를 생각하면서 운동을 한다.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아마 그럴걸?)가 된 어떤 사람이 매일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질질 끌며 기어서 매일 산을 올랐더니 일 년이 지나 중풍이 감쪽같이 나았다는 이야기.


이제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처음엔 오십견이 찾아왔을 때 황당하고 믿을 수 없다 모드였는데 이제 오십견은 나에게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십견이 아니었다면 운동이 필요하고 나에게 좋다는 것을 알아도 내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지난주에 주문한 물안경이 도착했다. 8월 초에 가족 휴가를 다녀오면 수영장에 등록해서 수영도 시작할 것이다. 달리기는 싫어하지만, 수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와서는 집 안에 있는 수영장에 해든이가 졸라서 들어간 게 딱 두 번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수영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수영장에 가게 되면 나보다 더 나이 많은 노인분들과 수영을 하게 되겠지만 꾸준히 해서 오십견을 물리치고 다시는 내 근처에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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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5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8-07-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운동하겠다고 다짐만 몇 개월째.... 실천은 꽝이에요..^^;;
이제 슬슬 하려고 했더니 폭염이...ㅎㅎ 핑계거린 산더미 입니다

라로 2018-07-25 13:08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랬어요~~~.ㅎㅎㅎㅎㅎ
그러다가 오십견같은 게 온거에요.ㅠㅠ
이제 운동 시작한지 2주가 되어 가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가
아직까지 열심히 하고 있어요~~.^^;;;
폭염은 핑계거리가 아니에요. 폭염에 운동하다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수영은 안 좋아하세요?? 폭염에 실내수영 아주 좋은데요!!^^
근데 수영도 좀 귀찮죠. 수영복 갈아입어야 하고 등등....
저처럼 오십견의 방문을 받기 전에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