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상담팀장 정복동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창밍의 두 번째 설날>의 추천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창밍은 엄마 아빠가 중국인이지만 아일랜드에서 산다. 창밍은 난생 처음 중국 할머니 댁을 방문하여 설날을 보내기로 계획되었지만 학교에서 축구 시합 대표로 나가게 되어 중국 방문을 포기하고만 싶다. 아이가 꿈에 그리던 축구 시합을 포기하게 할 수도, 가족과 함께하는 중요한 여행을 포기할 수도 없는 어려움에 처한 창밍 엄마는 칭밍의 담임선생님을 만나 의논을 한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사진기와 붉은 천으로 된 특별한 공책을 선물하며 반대표 특파원으로 임명한다. 특파원으로서 할 일은 창밍이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보내는 설을 취재하여 학급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창밍은 흔쾌히 중국 할머니 댁에 가서 설 명절을 취재한다. 그러는 동안 창밍은 부모 나라에 대해 하나둘 배우게 되고,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창밍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지만 부모 나라 말인 중국어도 할 줄 안다. 창밍의 부모는 모두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이주민들이다.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자녀들이 영어만 할 줄 알고 한국어를 할 줄 몰라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일을 자주 보았다. 창밍의 부모가 아이에게 이중 언어를 가르치고, 부모 나라를 방문하게 하여 아이의 정체성을 찾게 하고,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은 참으로 훌륭한 모습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다문화센터에서도 엄마 나라 말과 아빠 나라 말 모두 잘하는 언어영재로 키우기 위해 이중 언어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 나라 말로 동화책을 읽어 주고 아빠 나라 말로 동요를 불러주자고 한다. 두 나라 언어를 다 잘해서 두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잇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만 다문화 자녀의 이중 언어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엄마 나라를 방문할 때 외갓집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 아닐까? 엄마 나라 말을 모르면서 엄마 나라에 대해 자긍심과 자존감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며, 엄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지도 걱정이 된다.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지 걱정하는 것은 필자만의 지나친 우려일까?

 

창밍의 엄마가 담임선생님을 믿고 상의하는 모습은 부러운 상황이다. 창밍의 담임선생님처럼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아이의 욕구와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하고 지혜롭게 협상하는지를 아는 선생님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창밍의 선생님처럼 인도인 엄마에게는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카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게 함으로써 엄마도 모국의 문화에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아이도 엄마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한다면, 있는 자원을 이용하여 학생, 부모, 선생님 모두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요즘 우리나라 다문화센터에서도 각 학교의 요청에 따라 이주민 여성들이 다문화 이해 교육을 위해 학교 현장에 나가고 있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주눅 들어 살던 이주민 여성들이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자주 본다. 엄마가 자존감이 높아져야 아이들도 당당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또한 어른들의 시각에서 어른들의 방식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아이들의 언어로 교육하도록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 다문화 이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창밍이 학급 특파원 자격으로 부모 나라를 방문하여 부모 나라의 문화를 보고 배워서 반 아이들과 나눈다면 스스로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길까?  또한 부모 나라에 얼마나 큰 자긍심을 느끼게 될까?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할 때, 짧지만 아름다운 이 책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선생님들이 혜안을 얻기를 바란다. 또한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 책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를 바란다. - 정복동(충북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상담팀장)

 

 

 

 

전문가가 선택한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