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 교사 박소영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의 추천글입니다.


공주가 되고 싶어요

열 살 희진이는 공주가 되고 싶다. 왈가닥 말괄량이 소녀라 말과 행동은 전혀 공주답지 않지만 마냥 공주가 좋다. 공주가 아니라 심각한 공주병일 뿐이라는 친구의 핀잔에도 희진이는 꿋꿋하게 공주를 꿈꾼다. 그러나 늠름한 왕자님의 청혼을 받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달콤한 꿈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은 평범함 그 자체이다. 동화책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 아이의 열 살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누나가 돼 가지고서는, 쯧쯧

희진이에게는 엄마, 아빠, 두 남동생이 있다. 우리 엄마와 아빠가 새엄마, 새아빠가 아닐까 하는 식의 엉뚱한 상상에 빠지곤 하는 희진이. 이런 희진이에게 엄마는 삼 학년 밖에 안 된 애가 별소릴 다 한다고 야단치고, 아빠는 삼 학년이면 어른이나 마찬가지라며 혼낸다. 게다가 어린 두 남동생은 누나를 무시하고 놀리기 바쁜데... 그러나 희진이는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누나가 돼 가지고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 오늘도 꾹 참는다. 아, 누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 참 힘들어!


방귀쟁이 신사와 야속한 친구들

희진이의 학교생활도 좌충우돌이다. 우선, 영화 속에 나오는 신사처럼 잘생기고 친절한 종익이. 그런 종익이와 짝꿍이 된 건 온 여학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종익이에게는 짝꿍 희진이만이 알 수 있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소리는 내지 않고 냄새만 솔솔 나는 방귀를 뀐다는 것! 그리고 친구들은 또 어떤가. 희진이의 말을 오해한 친구들이 희진이네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희진이는 정말 속상하고 억울하다. 악마의 장난인 걸까? 뒤죽박죽, 콩닥콩닥, 오락가락 – 정신없는 내 인생~


누가 열 살을 어리다고 했는가?

엉뚱하고 유쾌한 희진이의 모습에 킥킥거리며,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진지한 희진이의 인생에 놀라기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열 살 - 그 단순하고도 오묘한 인생에 동참하는 동안 참 즐거웠다. 아이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신비한 탐험을 한 기분이기도 하고, 벌써 오래 전 일인 나의 열 살을 추억하는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기도 하다. 벌써 사는 게 뭔지 다 알 것 같다는 희진이처럼, 정말'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가 아닐까? 적어도 이 책의 경우에는'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듯하다. 열 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고민과 행복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중 "솔직히 열 살 정도 아이가 굽이굽이 세상의 깊이와 어려움, 복잡함을 얼마나 알까요? 그러나 그 나이답게 나름대로 고민하고, 아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내 이야기 같아!'라고 미소 짓거나, 위로받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요."라는 부분이 울림을 준다. 아이들 곁에서 나날이 더 지독한 잔소리쟁이가 되어 가는 나 같은 어른들에게는 미로 같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찬찬히 따라갈 수 있는 지도가 되어 주는 책이고, 자기 나름의 세상 속에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 열 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자신과 꼭 닮은 자화상 같은 책이다. - 박소영(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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