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몰입 - 눈앞의 성취부터 붙잡는 힘
로버트 트위거 지음,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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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략 10년의 기간동안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다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이라는 것이 1만시간의 법칙이다. 지나고보면 10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입장이라면 10년이라는 너무나도 긴 세월처럼 느껴질 것이다. 또 10년을 투자해서 정말로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면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세월 노력으로 전문가가 되는 길보다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마스터하는 것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그 만족감을 발판으로 하여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라고 주문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것을 바로 마이크로마스터리(micromastery)라고 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몰입이라는 단어를 보고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을 떠올렸다. 아니나다를까 책의 본문에서는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의 개념이 간간이 소개되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몰입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몰입의 대상을 최대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범위로 좁히라고 주문한다.


마이크로마스터리를 통해 최소 단위의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그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그 많은 정보를 뇌 속에 억지로 넣지 않아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 p.60


도전 다운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내용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몇일 또는 몇달을 가지 못하고 그만둔 경우가 우리는 얼마나 많았던가.


책의 앞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고 '확 깨는' 내용은 64페이지에 나오는 우리는 대부분 정체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아간다라는 문장 한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수립한 나의 정체성이 사실 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해리의 창'에서 말하는 4가지의 자아상이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알고 있지만 나는 모르는 나(blind self)도 있고, 남도 모르고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모습(unknown self)도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또하나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말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었다.


학창시절 배웠던 수학, 프랑스어, 지리학, 화학을 생각해보라. 이 과목들을 열심히 배웠건만 딱히 써먹을 일이 없어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 p.65


우리나라에서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받아왔던 교육을 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이라고 여러 과목에서 배워왔던 내용들이 실상 지금까지 한번도 써보지 못한 지식이 되어 더이상 기억에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책의 중간 부분에는 저자가 마이크로마스터리를 통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39가지 사례가 담겨 있다. 이 사례로 넘어가기 전에 저자는 '창의적 사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창의성이 언제나 강조되어 왔지만 지금처럼 유치원부터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사회전반을 지배한 적은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곡을 찌르며 비판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창의적 사고가 화두로 떠오른 시점은 창의적 사고를 낳는 다양한 지식, 정보, 관점이 사라지기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 p.82


지금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창의적 사고와 코딩' 교재에서는 창의적 사고를 다양한 관점으로 새로운 질문을 통해 일상 생활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개념정의를 하고 있다. 저자의 시각도 이러한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그동안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제안된 수평적사고, 브레인스토밍 등도 결국 고정관념을 깨고 마음을 열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생각 공유하기'라는 모드를 가져야 한다. 마음을 닫고 내 생각만 고집한다면 브레인스토밍이나 수평적 사고의 개념을 아무리 떠들어도 실제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절대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 p.87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저자가 경험한 39가지의 마이크로마스터리의 사례가 나에게는 실질적으로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도 노력했던 것들 중에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나의 관심 영역 밖이다. 예를 들어 찰흙으로 두개골상 만들기, 라 마르세예즈 부르기, 나무토막으로 정육면체 만들기 같은 건 나는 별로 배우고 싶지 않다. 에스키모 롤, 로프 등반, 스탠딩 서핑, 나뭇가지로 불피우기 같은 것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와이셔츠 만들기는 정말 도전하고 싶지 않다. 저자 입장에서는 마이크로마스터리의 '실천방법'에 대해 본인이 경험했던 현실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39가지의 사례 제시가 끝나고 남은 40여 페이지 동안 저자는 다시 한번 마이크로마스터리를 위한 동기부여로 마무리한다. 무엇이든 흥미를 가지고 시작하라는 조언과 함께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해 가며 하나씩 성취해 가는 작업을 통해 고차원적인 정체성을 찾고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길로 갈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소소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하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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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피플 2 : 레슨 투 #SNS_규제_혹은_감시 - 기업 SNS 실용활극 소셜 피플 2
장경아.임재훈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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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떠도는 악성 루머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그려진 전편에 이어 이번 2편에는 사내 직원들의 SNS 사용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앞선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태민식품의 SNS팀이 주인공이며 SNS팀은 1권 리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홍모대행사에서 스카우트된 정소희 팀장, 전 인터넷신문 기자였던 차석 대리, 그리고 입사 3개월차인 엄공주 사원이다.


이번 스토리에도 역시나 SNS팀에게 가장 큰 과제 회사 임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좋은 컴퓨팅 도구나 네트워킹 도구가 생겨도 결국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도입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엄공주 사원은 태민식품 입사전에 뷰티 분야 파워블로거였고 이를 인정받아 태민식품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사실 입사하고 나서도 SNS 활동을 하며 관련 업무 스킬을 익히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사내에서 인스타그램 도입 여부를 고민하던 중에 학습 차원에서 엄공주는 '쎄뚜'라는 화장품 브랜드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일전에 악성루머 문제로 관계가 안좋아진 태민그룹이 만든 상품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엄공주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내에서 사실이 퍼지게 되면서 이로 인해 사내에서는 직원의 SNS 사용을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임원회의에서 규제나 감시방법을 알아보라는 과제가 SNS팀에게 주어지며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이번 2편의 주요 스토리인 셈이다.


소통을 전제로 한 SNS를 운영하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소통 대상은 소비자도 대중도 아닌 바로 회사 임원들임을 또 한 번 절감한다.  - p.60


엄공주가 입사 면접을 통해 했던 말이 정소희 팀장을 통해서 다시 언급되면서 먼저 SNS는 어떤 목적과 특징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SNS는 바로 소통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공주 씨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서라고 했어요.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그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어서, 그게 좋아서 하는 거라고 했어요."  (중략)


"저 역시 소셜미디어를 시작한 이유가 공주 씨와 같았어요. SNS와 연관된 기획을 하고 콘텐츠를 작성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이런 여러 일들이 결국은 소통을 통해 진행하는 과정이 좋아서였어요."  pp. 65~66 (정소희 팀장)


SNS는 소통이라는 주제는 정소희 팀장이 허수진 인턴사원과 나눈 대화에서 한번 더 강조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본질은 마케팅이나 광고 채널이 아닌, 소통을 전제로 한 미디어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해요."  - p.75 (정소희 팀장)


정말 소셜 미디어의 본질은 소통이라는 말에 완전 공감한다. 도대체 페이스북 친구 수락하고 나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사람들을 볼 때 소통을 하려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업 광고를 하려고 하든지 아니면 아이디나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의 '감시'에 준바흔 눈팅이나 하려는건지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 많다. 온라인 상에서 한번도 소통이 없던 사람들(페이스북 친구였는지도 잊고 지냈던 사람들)이 실제 만나서는 '재밌게 사는 것 같다'는 등의 개소리나 지껄인다. 그동안 쭉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개빡치는 경험.



82페이지에서 언급된 빅 브라더와 리틀 브라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통해 익히 들어왔었지만 2015년에 모 대학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빅 브라더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차에 ≪리틀 브라더≫라는 소설이 새로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구입해서 읽은 바가 있다.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 이 책에 인용된 것도 반가왔고 또 내용이 진행되면서 SNS 규제나 감시 이야기가 언급될 때 리틀 브라더를 떠올렸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다고나 할까 바로 인용된 부분을 보게 되어 더 반가왔다.


결국 사내에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한 사원을 찾게 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따라서 1편이 외부조직에 의해 퍼진 악성 루머의 대응이 주제라면 2편은 사내 직원들에 의해 퍼지게 된 잘못된 뉴스에 대한 대응이 사내 직원들의 SNS의 규제와 감시라는 주제와 함께 주요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에서 SNS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나 또는 사내 직원들의 SNS 이용 권고안을 만들려고 하는 조직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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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피플 1 : 레슨 원 #위기관리가_콘텐츠다 - 기업 SNS 실용활극 소셜 피플 1
장경아.임재훈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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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식품은 팜유를 넣지 않아 유명세를 타게 된 '노팜라면'을 시판중인 기업이다. 이 책은 태민식품의 SNS팀에 근무하는 3명의 직원들이 인터넷 상에 떠도는 루머에 대응하여 위기관리 상황을 소설 형태로 쓴 책이다.


SNS팀에는 신입사원인 28세 엄공주와 전 직장인 태민그룹의 내부고발 문제로 회사를 그만 두게 된 전직 인터넷 신문기자인 차석 대리, 그리고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다가 태민식품으로 스카우트 된 정소희 팀장 등 3명이 구성원이다. SNS팀 직원들은 SNS에서 퍼지는 루머가 사실이 아니므로 그다지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임원진들을 상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것부터 어려운 일로 다가왔다.



일단 이야기의 시작은 신입사원 엄공주의 친구인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가 SNS에서 퍼지고 있는 루머가 심각해 보인다며 엄공주에게 전화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인 엄공주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팀장에게 알려주기만 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SNS에선 화산이 팩트를 압선다고. 일단 퍼지고 나면 팩트고 뭐고 다 묻혀 버리는거야. (중략) 확산 게시판물들에 묻히기 전에 얼른 니가 먼저 부검을 해서 팩트를 밝혀내라는 깊은 뜻이란 말이지.  - p.14 (엄공주의 친구,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회사에 도착하고나니 곧바로 임원 회의가 소집되고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은 부서의 차석 대리 역시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찌라시가 팩트냐 아니냐는 우선순위가 아냐. 이게 얼마만큼 퍼지냐가 문제지.  p.20  (차석 대리)


기업SNS는 공격이 아니고 수비야. 골대가 비어 있으면 안돼... p.35 (차석 대리)


자신이 누군지 끝끝내 밝혀주지 않는 Mr. Lee의 제보에 도움을 받아 이야기는 뭔가 범죄수사극처럼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결국 찌라시는 태민그룹에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사의 상황을 태민식품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계략임을 알게 되었고 태민식품측은 이를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온라인취재팀은 팩트 체크보다 이슈 메이킹이 먼저거든.  (중략)  SNS에서 이슈란 건 말야. 기록보다는 기억이야. 결과는 기록되면 그뿐인데, 과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pp.60~61  (차석 대리)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정소희 팀장은 그때그때 과거의 위기관리 사례를 제시하면서 태민식품에서 취해야 할 전략을 영리하게 제시한다. 결국 태민그룹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자는 임원진을 설득하여 사실은 알리되 자사에서 하고 있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이벤트를 SNS에 소개하고 확산시키는 데 주력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SNS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조직, 그리고 매뉴얼 등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준비된 위기관리팀에서 직접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 같고요.  p.128  (정소희 팀장)


첫째는 '신속한 사실 관계 확인', 둘째는 '실시간 여론 동향 파악', 셋째는 '24시간 대응'이라며, 나와 엄공주에게 수시로 여론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139


결국 태민식품은 심각하게 이미지가 추락하고 기업 생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뻔 했던 위기를 잘 극복하고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업 SNS 최신 사례 발표'라는 세미나에서 위기관리 사례를 발표하기에 이르른다.


SNS에서 위기 상황이 마무리될 때, 가장 쉽게 하는 실수가 더 이상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거예요.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해당 이슈는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회자될 수 있죠. 게다가 밝혀 진 사실보다는 사건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잘못된 이슈가 그대로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요.  p.179  (정소희 팀장)


계속 이어지는 2권을 통해서도 흥미진진한 위기극복사례를 전해 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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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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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반가운 신작이 출간되었다. 내가 처음 읽었던 기욤 뮈소의 작품은 <센트럴 파크>였다. 그동안 기욤 뮈소의 이름을 못들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에 읽어야지 하며 미루던 차에 마침내 읽었던 작품이었다. 로맨스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된 이 작품을 읽고나서 기욤 뮈소의 이름을 내 기억 속에 각인시키게 되었다. 그 뒤에 읽었던 작품은 <지금 이 순간>인데 <센트럴 파크>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그래도 획기적인 스토리 구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이후에 세번째 읽은 기욤 뮈소의 소설이 바로 이 <브루클린의 소녀>이다. 이 소설에서는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주인공인 라파엘과 여자주인공인 안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라파엘은 결혼하기 전에 안나의 과거에 대해 궁금하다며 안나를 다그쳤고, 그 이후에 안나는 자취를 감춘다.



안나의 행방에 수상한 기미를 느낀 라파엘은 전작 형사의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행방을 추적해 나간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안나의 과거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라파엘은 안나가 과거에 살았던 뉴욕의 할렘가를 향해 간다. 그 이후에 이야기는 마르크의 이야기와 라파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안나의 원래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임을 알게 되고 그녀는 과거에 사이코 패스였던 하인츠 키퍼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왜 과거를 숨기고 파리로 와서 안나 베커라는 이름으로 살아야만 했을까.


미처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에 하나의 궁금증은 또다른 궁금증을 만들어내고 애초에 궁금했던 점들은 빙산의 일각임을 알게 된다. 라파엘과 마르크는 각자 영역에서 안나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면서 마르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라파엘은 미국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각 주인공들이 경험했던 충격은 역시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뭔가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마지막 몇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결말이 예상되지 않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다. 한국 독자들을 고려해서인지 한국인 이름도 등장시킨다. 추워가는 겨울 밤 따뜻한 방구석에서 소설의 한기를 느껴가며 쾌감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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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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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네번째로 읽게 되었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을 처음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새록새록하다. 모든 소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극단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인 픽업을 포함하여 전체 열두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간 발표했던 여러 장편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못지 않게 짧은 분량 속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내고 있다.



<픽업>은 금융사기꾼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빼돌려서 돈을 버는 인간말종이 주인공이다. 결국 피해자 중의 한명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복수를 당하며 결국 손가락 하나를 잘리게 되는 끔찍한 결말을 맡게 된다. 잘린 손가락으로 맥도날드에 음식을 주문하며 주문받는 청년이 희대의 사기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짤막한 단편인 <크리스마스 반지>과 뒤에 이어지는 <여름 소나타>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특히 여름 소나타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애인을 놓아버리고 나서 후회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결국 애인을 내치고 결혼한 여자와도 결별을 하게 되는 결말이 영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실 나는 단편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날을 긴 호흡으로 읽어내려나는 장편소설과는 달리 시작하려는가 싶으면 끝나버리는 단편소설의 짧은 호흡이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이 책 역시 고민 끝에 읽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단편소설집의 기존 인상을 지우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단편소설집이지만 인물들이 극단적이다보니 서로 연결고리를 찾게 되고, 앞에 나온 인물이 뒤에 나온 인물과 동일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열두 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 상의 아쉬움은 인간의 아름다운 면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스토리라고 여겨지지만 열두편이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이혼, 일탈, 미움, 사기, 일탈 등 인간의 어두운면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은 밝고 아름다운 면을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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