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겨내고 계속되는 이벤트.

지난 달은 심지어 판매도 좋았어요.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2월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토스트

 

 



 

 

MD의 감상평: 현직 요리사의 자전 소설이라... <토스트>는 예상대로 대단한 '문학적' 성찰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작품이다. 그런데 그 단순함이 예상 외로 담백하고 맛깔지며 '주체적이다.' <토스트>에서 요리라는 소재는 기적이나 추억이나 힐링을 불러오는 소도구 역할을 거부한다. <토스트>에서 요리는 곧 세상 모든 캐릭터의 일부이며, 동시에 그 캐릭터가 진행한 사건을 상징하는 기념비고 토템이다. 요리는 이 소설 속 세계의 알파와 오메가다. 그런데 그 구조의 설득력이 상당하다. 정말로 이 남자에게 요리는 곧 세계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식들을 묘사하는 기발하고 감각적인 표현들이 그 증거다. 애정이 아니고서는 <토스트>가 음식을 말할 때마다 여느 소설가들을 훌쩍 앞서 버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진짜 사랑이다. 리얼 러브 ♥

 

이런 분들께 추천: 대놓고 힐링 안하는데 어쩐지 위로가 되는 소설 찾습니다 / 저 음식 다루는 소설 좋아해요 / 영드(영국 드라마) 팬 여러분

 

이런 분들은 주의: 기승전결을 꼭 필요로 하는 교과서적 소설 애호가 / 성찰이나 '간지'를 필요로 하는 문청류 소설 애호가 / 다이어트 중입니다

 

 

 

 


 

미래의 이브

 

 



 

 

MD의 감상평: SF 또는 고전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국에서 <미래의 이브>의 미래 역시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안드로이드라는 개념을 출현시킨 SF의 원류 말고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보자. 휘황찬란한 문구들을 섞어 바로크 양식으로 떠들어대는 등장인물들의 논쟁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지능과 인격의 인공화 가능성, 외모와 내면이 가지는 매력의 상관관계, 성 정치, 불노불사와 생명의 의미, 기계-생명이라는 가능성, 인간이라는 종의 생물학적 번영과 기계문명 발전 사이의 아이러니한 관계, 전쟁 같은 사랑과 그로 인한 전쟁 없는 사랑에의 희망, 그리고 전쟁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긴 한가에 대한 고찰 등으로 가득한 장대하고 냉소적인 교양-사변 소설이다. 빠르지 않은 대신에 더욱 풍부하고 느긋한, 불란서 풍 풀코스 블랙코미디 SF다. 음. 걸작 맞다.

 

이런 분들께 추천: 프랑켄슈타인을 감명깊게 읽었다 / 19세기 환상문학 애호가 / ㅂ출판사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애호가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이런 분들은 주의: 그럼 '트리스트럼 샌디' 같은 느낌인가? (아뇨) / 카렐 차페크의 SF 별로던데 / H.G.웰스의 위대함을 모르는 자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MD의 감상평: 우선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 고래의 노래가 들려오는 어두컴컴한 박물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하게 별들이 보이는 스웨덴의 밤, 숲과 호수처럼 거대한 풍경부터 길가의 조그만 담배가게와 그 가게 쇼윈도에서 배가 빵꾸난 채로 굴러 다니는 박제된 악어까지, 인상깊은 풍경이며 사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공간과 사물에 대한 이 인상적인 묘사들은 그대로 주인공 미크의 캐릭터로 이어진다. 이 아이가 그런 아이다. 가만히 뭔가를 관찰하면 거기서 자기도 모르게 빛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아이다. 비록 상처입고 어딘가 삐뚤어져 있어도, 미크는 이 세계를 우리가 보는 것 너머의 다른 무엇으로 격상시켜 버리는 강렬한 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멀어도..>가'사자왕 형제의 모험'에게 바치는 오마쥬는 이렇게 기능한다. 낭기열라를 자기 품속에 담은 아이는 어떻게 다시 바깥에서 낙원을 찾아내야 하는가? 이것은 슬픈 수수께끼지만, 그래서 더욱 반짝거린다. 미크는 그런 아이다. 이 소설은 그런 소설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북유럽 소설의 어딘가 쓸쓸한 정서를 좋아함 / 어딘가 짠한 성장 소설을 좋아함 /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함 / 그외 아래 주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소설 팬 여러분

 

이런 분들은 주의: 이거 근데 판타지 소설인가요? (아주 쪼금만요)

 

 

 

 

 

 


끝까지 연기하라

 

 



 


MD의 감상평: "거두절미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내놓아라!" 좋다. 이 책이다. 특별히 치우친 점이 없어서 특정 분야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웰메이드 스릴러. 머리 아픈 트릭도 없고 불필요하게 잔인한 묘사도 없고 하늘(또는 지옥)에서 떨어진 싸이코도 없다. 그러나 그런 자극 없이도 꼼꼼한 복선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전개만으로도 주인공과 독자들을 끝없이 다음 단계로 꼬드긴다. 재치있는 문장과 선명한 플롯 외의 쓸데없는 장식은 다 갖다버린 깔끔 정확한 스릴러. 히치콕이 살아있었다면 이 작가를 좋아했을 것이다. <끝까지 연기하라>는 스릴러의 중심이 피칠갑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점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스티븐 킹 님께서 이 작가를 좋아합니다 / 전성기 히치콕의 슬림한 스릴러가 좋았지 / 영국식 유머 좋아합니다 / 재치있게 번역된 소설은 뭐가 있나요? / 친구가 재밌는 책 소개시켜 달라던데..

 

이런 분들은 주의: 재미만 있는 책은 어쩐지 돈이 아까우신 분 / CSI도 멘탈리스트도 안 나옵니다

 

 

 

 

 

3월에도 뵐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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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새 2013-02-0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삽니다. 이번엔 저번달보다 약간 덜 무겁고 더 키치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 책은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무색하게 발달한 표지 디자인은 굳이 펭기니북스를 거론하지 않아도 될 만큼임을 실감합니다. 사실 저는 표지로 잘만 판단합니다! ㅋㅋ 아 이번달은 좀 고심해봐야겠어요. 저의 초이스는 일단 내일아침입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2-07 10: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번달이 지난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캐주얼하죠. 이 코너의 모토는 '좋은 책은 좋은 책이다' 랄까요.. 기준이 있다면 '좋은 신간인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판매도 덜 된' 책들이에요. 그래서 어떤 때는 고전 또는 순문학(?)이 많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출판사 별 안배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완전히 개인적인 코너인 셈이죠. 다만 대상 도서가 외국소설 전체다보니 워낙 이런저런 책이 걸리기는 해요. 음, 저는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한다는 목표에 더 잘 부합한다고 할까요. ㅎㅎ

무게감으로 따지면 이번달에 소개한 책들은 미래의 이브>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토스트=끝까지 연기하라 순이겠네요. 각자 성격은 달라도 완성도만큼은 다들 좋아요. 책소개들을 보시고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영입하시면 되겠습니다. ㅎㅎㅎ

아기새 2013-02-07 11:27   좋아요 0 | URL
이 코너의 모토와 소개되는 책들에 대하여 완전 지지, 공감합니다. 워낙 이런저런 책이 걸리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유빅을 끝내는대로 또 주워담아보겠습니다.
혹시 피와 뼈 그리고 버터/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아세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2-08 23:29   좋아요 0 | URL
네 요리에세이랑 소설.. 피와뼈버터도 재미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보다 더 진지하고 심각한(?) 얘기이기도 하고요. 토스트는 향수로 절여져 있어서 묘한 단맛이 나요. 그런 차이가 있달까 그렇습니다. / 구보 미스미는 앞선 데뷔작을 인상깊게 봤어요. 대단한 작품은 아닌데 그 특유의 신파 느낌이 독특했달까.. 많이 와닿았는데, 그게 설정 때문인지 뭔지 아직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호감을 가지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 구보 미스미가 그랬죠. 앞으로도 좀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기새 2013-02-09 11:51   좋아요 0 | URL
저는 둘 다 표지로 판단하여 앞의 책은 샀고, 뒤의 책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중입니다.ㅎㅎ 구보
미스미라는 작가 이름도 몰랐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미래의 이브와 끝까지 연기하라를 골랐습니다. :D

시시포쑤 2013-02-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3월에도 노력해주세요!!ㅎㅎ 이 이벤트 꼭 성공할 거라니까요!!ㅋㅋㅋ

외국소설/예술MD 2013-02-08 23:25   좋아요 0 | URL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갈데까지 가 보죠. ㅎㅎ

loveando 2013-02-0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저는 이 글에 혹하네요. 하지만 이미 지난 글에 유혹당하여 장바구니에 담은 소설이 한가득이므로. 위 책들은 다음으로. ㅠ.ㅠ

외국소설/예술MD 2013-02-08 23:30   좋아요 0 | URL
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다만 절판되기 전에는 구해다 놓으세요. ㅎㅎ

참깨 2013-02-12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도장 말고.... 다른거 없나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2-15 09:04   좋아요 0 | URL
음.. 무엇이 좋을까요? 혹시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귀띔을 ㅎㅎ

달궁 2013-02-20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모 홈쇼핑에 나왔다 하면 울며 채널을 돌리는 쇼호스트가 있습니다.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MD님의 이 코너, 슬슬 그렇게 될 기미가 보입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여튼 건투를 빕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2-22 11:47   좋아요 0 | URL
이 직업에 종사하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마케터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져야겠죠. 음 정말일까. 제가 말해 놓고도 흠칫 놀랐네요; 야망은 모르겠고 이렇게 댓글도 달리고 책들 반응도 좋으면 기분 좋아요. ^^

북극곰 2013-02-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들은 주의! 문구에 혹해서 계속 지르게 되는 북극곰입니다.
재치있는 저 마지막 두 둘 항상 유쾌하게 웃게 됩니다.
감사해요~!

외국소설/예술MD 2013-02-25 09:28   좋아요 0 | URL
음.. 사실은 성능에 비해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 부분은 뺄까 하던 중이었어요; 다시 고민을 해 봐야겠네요 음음.. 감사합니다 ㅎㅎ

샤르르 2013-03-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도 하실 거죠 ? 기대하고 있습니다 흐흐

외국소설/예술MD 2013-03-04 13:27   좋아요 0 | URL
뭘 해야 하나 가득 고민하고 있습니다 ㅠㅜ
 

 

 

지난달에는 쉬었습니다.

이 코너를 찾아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1/31 까지입니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MD의 감상평: 파키스탄 남자를 주인공 삼아 9/11과 제3세계의 삶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얼마나 낭만적일 수 있을까.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바로 그런 소재의 낭만적인 소설이다. 슬픈 사랑과 좌절된 꿈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는 각각의 사건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이루어져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부드럽게 끌어들인다. 게다가 작품 전체가 주인공의 발화(상대방의 반응은 드러나지 않는다)만으로 구성되어서 날렵하고 산뜻하다. 만듦새가 좋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섣불리 따져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왜 자신이 이렇게 되었냐고 묻지 않는다. 그래서 비극은 정치적인 혐의 바깥에서 온전히 세련된 모습으로 독자들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그러면 독자들이 그 예쁜 슬픔을 끌어안고 '당신은 왜'라고 먼저 묻게 된다는 걸, 이 영리한 소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분들께 추천: 질질 짜지 않는 러브스토리 찾습니다 / 빨리 읽히는데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는 소설 찾습니다 / 근대소설 느낌 안 나는 제3세계 문학 찾습니다 / 소설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할 신작 찾습니다

 

이런 분들은 주의: 그러니까 미제국주의자놈들이 역시 나쁜 거죠? / 아니 그러니까 이 중동 테러리스트 놈들은 답이 없다니까요 / 외국인 노동자가 토종 한국인을 위협하고 있다 / 거대 서사 중독자

 

 

 

 

 

유빅

 

 


 

 

MD의 감상평: 이건 이미 유명한 소설이잖아! 음. 그렇다. <유빅>은 필립 K. 딕의 작품 중에서 베스트라고 봐도 좋을 유명작이다. 여기 다시 소개한 이유는 이상하게 그걸 몰라봐주는 사람들이 많아 보여서다. 물론 <유빅>은 신나게 읽는 엔터테이너는 아니다. 초반에 삽입된 맥거핀은 반칙에 가깝고, 등장인물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자발적인 액션은 보기 힘들다. <유빅>은 PKD가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실제 현실과 감각되는 현재 간의 간격'에 대한 인지부조화 실험이며, 그 부조화의 틈바구니에서 신비의 형태로 출현하는 '구원'을 동시대의 감수성을 이용해 시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이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시를 장편소설로 확장한다면 나는 그게 <미국의 송어낚시>가 아니라 <유빅>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마스터피스다.

 

이런 분들께 추천: 카프카의 후계자를 찾습니다 / '합법 마약'이 무슨 소린지 알고 또 좋아함 / 본격 포스트모던이 멀미가 나서 중간 기착지를 찾는 분 / SF를 무시하는 친구에게 선물하세요

 

이런 분들은 주의: 장르소설이 흰소리 지껄이는 거 딱 싫다 / 그럼 커트 보네거트 같은 느낌인가? (아님) / 와 초능력자들이 막 나와서 싸운다니 재밌겠는걸

 

 

 

 

 

 

이력서들

 

 


 


MD의 감상평: 블랙 유머가 도처에서 출현하지만 전체적으로 삭막하다. 마치 강제로 탈색된 게오르게 그로스의 그림 같다. 희안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부조리한 전개가 펼쳐지지만 그 부조리는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지 않으며, 따라서 어떤 극복이나 추구할 대상으로 격상되지 못한다. 역사의 무게에 눌려 찌그러진 인물들이 부조리한 상황을 부조리하다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사 기법들이 동원되지만 그 재기넘치는 시도들조차 이 방향성 없는 중성적인(아이히만적인?) 부조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함으로써 좌절의 침묵을 강화시킨다. 끊임없이 떠드는 이 소설은 아연한 침묵을 향하고 있다. 드라마-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 사건의 총합으로써의 역사 소설, 우리도 이런 게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뉴 저먼 시네마나 그 비슷한 건조하고 쓸쓸한 영화 애호가 / 전범국의 부조리 문학은 프랑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궁금하신 분 / 불순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다크포스 컬렉터

 

이런 분들은 주의: 로맨스다운 로맨스 없습니다 / <변신> 이외의 카프카를 읽어낼 수가 없다 / <호밀밭> 이외의 샐린저를 이해할 수가 없다 / 그것봐 내가 세상은 엉망이랬지!

 

 

 

 

 

 

브랫 패러의 비밀

 

 


 


MD의 감상평: 죽은 줄 알았던 남자가 돌아오면서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그 진실을 다룬 이야기. 아마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 중에 가장 조용한 작품일 것이다. 조세핀 테이는 거의 우아할 정도로 차분하다. 실종자의 복귀라는 현상을 둘러싸고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모습은 투명한 거미집이 조용히 완성되는 모습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거미이자 동시에 희생양인,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범죄자가 있다. <브랫 패러>는 빅토리아 시대 드라마의 유산을 이어받아 심리 서스펜스물로 변환시킴으로써 미스터리가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삶의 일부임을 증언한다. 이것은 중요한 성취다.

 

이런 분들께 추천: 제인 오스틴이 미스터리 소설을 썼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 코지 미스터리 애호가 / 연극적 소품 애호가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류 심리 서스펜스물의 기원을 찾아서

 

이런 분들은 주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시시하던데? / 피 없는 미스터리는 선지 없는 순대 / 하드보일드 간지 편식쟁이 / 메타포 및 알레고리 중독자

 

 

 

 

 

음..가능한 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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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새 2013-01-0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넘흐 재밌는 서평입니다. 저의 서재에 이렇게 쉽게 몇 권을 추가하시다니, 능력자십니다. sunshine같은 책 소개.

외국소설/예술MD 2013-01-09 09:24   좋아요 0 | URL
댓글 하나하나가 제게는 썬샤인입니다. 출근하자마자 기뻐요. ㅎ

아기새 2013-01-09 12:23   좋아요 0 | URL
저 여기 consult 좀..

유빅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끌리는데, 대체 저는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1권을 300페이지나 읽고나서도 몰입이 안되어 더 이상 진도가 안나가는지라 주저되네요..☞☜ kite runner도, 천개의 빛나는 태양도 별 감흥없이 후딱후딱 읽고는 평이한 서사에 실망. 흙흙.
소위 '제 3세계 문학'으로 맘에 드는 분은 이사벨 아옌데 님과 위대하신 가르시아 마르케스 님 뿐 ㅜㅜ
어케... 사야할까요? 소설(을 끝까지 못 읽는 장)애자 임뮈 으흙으흙

외국소설/예술MD 2013-01-09 14:27   좋아요 0 | URL
아 네 예를 드신 두 작품.. 파묵이나 호세이니하고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좀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작가 소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가는 미국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았고, 실제로 미국 소설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작품 배경의 상당 부분도 미국이고요. 거대 서사가 아니라 '베스트 아메리칸 숏 스토리즈'같은 데 수록될 법한 느낌이니 한번 골라 보셔도 되지 않을까 해요. 미리보기로 우선 한번 판단해 보시죠. ㅎㅎ

jj305 2013-01-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넘 흥미진진하게 잘 봐서... 이번엔 브랫페러의 비밀에 도전했는데 넘 재미있네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고있어요... ^^ 감솨

외국소설/예술MD 2013-01-29 13:10   좋아요 0 | URL
아 둘다 재미있는 소설이죠. 잘 고르셨습니다. ㅎㅎ 스토리텔링이 좋은 물건 찾으시는군요 ㅎㅎ
 
[수입] 글렌 굴드 - 오리지널 쟈켓 컬렉션 (80 LP Sleeve 한정반)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 Sony(수입) / 2007년 10월
품절


저는 글렌 굴드 빠돌이입니다. 그래서 팬아트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처음 만든 글렌 굴드 음반 표지 시리즈입니다. 물론 실제로 저런 녹음은 없지요. 다만 굴드가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던 겁니다. 저는 굴드 빠돌이니까요. 굴드가 쇼스타코비치 전주곡과 푸가를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굴드님...

처음에는 이랬군요.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역사적인 첫걸음이기 때문에. 표지 느낌에 '전주곡과 푸가'의 의미를 담아보려고 했습니다만 부끄러우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아, 전부 직접 찍은 사진들로 포토샵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그림을 못 그리거든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입니다. 물론 이 녹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굴드는 성악 반주도 했었죠. 대표적인 음반으로는 힌데미트의 <마리아의 생애>가 있습니다. 굴드는 독주가 아닐 때는 (의외로) 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지휘자 조지 셀은 베토벤 협주곡을 굴드와 협연할 때, 리허설에서 굴드가 자꾸 약음기를 밟아서 엄청 불만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굴드빠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이 성악 반주에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진을 찍었을 때는 무척 슬픈 시절이었는데요. 그랬습니다. 저거 찍고 카메라가 곧 고장이 났었죠.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알캉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교향곡>입니다. 피아노 한 대로 교향곡의 구조를 담으려고 시도한 굉장한 야심을 담은 곡이죠. 정말로 휘황찬란합니다.

보통은 아믈랭의 연주를 추천하는데요. 굉장히 폼이 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굴드가 해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안티-휘황찬란함을 보고 싶어서요. 매끈하고 별 장식이 없어 보이는 거대한 오벨리스크같은 구조물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혹자는 9/11을 연상케 하는 사진이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창의력이 좋지는 못했습니다.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입니다. 구석에 다른 멤버들도 있는데요. 이런 멤버들이 모일 수는 없었겠지요.

2차대전 중의 포로수용소에서 만든 곡이고, 구원에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표지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구원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거꾸로 해보고 싶어서..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미국 같은 풍경을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좀더 삭막하지만 기괴한 유머가 있는 연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 멤버들로 말이죠.

물론 촬영 장소는 미국이 아니었고 강원도였나 그랬을겁니다.





스크리아빈의 전주곡집입니다. 저는 스크리아빈을 좋아하거든요. 얼마나 좋아하냐면 스끄랴빈이라고 굳이 폼나게 불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 녹색은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군요. 물론 실제로는 색이 없어서 따로 칠한 겁니다만.

무늬는 자취방 유리창에 붙어 있는 스티커 무늬입니다. 언제 붙은 건지 모르겠는데 닳아가지고 패턴이 좀 괴상하죠. 소재 또한 스끄랴빈스럽지 않은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가끔 모르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게 원래 피아노 독주곡이었습니다.

좀 기하학적인 걸 해보고 싶었는데.. 네.. 그래도 배경은 잘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곡을 화려하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굴드가 이 곡을 녹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메시앙의 소품집 컨셉입니다.

메시앙의 음악 안에서는 이미지와 소리가 뒤섞이는 듯한.. 공감각적인 느낌이 있죠. 메시앙 본인은 실제로 그런 감각 전이 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있는 질환이랄까 특징이랄까 그런 거래요. 그래서 표지는 소리를 이미지화하면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만들었어요. 파동과 반사, 물과 물고기.. 뭐 그렇습니다.

굴드는 메시앙을.. 굉장히 괴상하게 잘 하지 않았을까요? 두근두근하네요.





눈치빠른 분들은 보셨겠죠. 지금 제 서재 이미지예요. 바르톡의 <미크로코스모스>입니다. 연습곡집이죠. 체르니 같은 건데요. 바이엘 초급 수준에서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초반의 쉬운 곡은 빼고 녹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 쉬운 곡들도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우주가 만들어지고 점점 커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주 느낌을 내 보고 싶었습니다. 저기는 수족관이에요.






눈오는 날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인데요. 아주 로맨틱하죠. 아주아주 로맨틱합니다. 이거는 여기 올린 것들 중에 유일하게 실제로 녹음이 있어요. 아주 로맨틱합니다.





드뷔시의 전주곡집입니다. 바닷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네요. 사진 아래에 웅성웅성하시는 분들은 저기서 기마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체력이 다 돼서 쉬고 있었네요. 신나게 기마전 했으면 홀딱 젖고 좋았겠지만, 대신 이런 사진 찍었으니까 되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하늘이 흐리멍텅하고 미묘한 밝기 변화만 있어서, 드뷔시스럽지 않은가 했습니다만.. 사실 몇가지 불만이 있었네요. 그래도 친구들은 이걸 좋아했습니다. 역시 나는 사람들의 취향을 모르는구나 싶어 약간 슬프기도 했습니다만.




그간 심심할 때마다 만들었던 것들을 모아 놓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서둘러 누군가의 팬이 되세요. 팬픽도 써보고 그림도 그리고 동인지도... 네. 좀더 즐거운 인생일 거예요. 저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다들 좀더 행복하게 살아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작업기간: 2010-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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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2-12-1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롤을 내리면서 빠심이 느껴져 저 또한 행복해졌습니다.
다들 행복해야 할 텐데 말이죠. :)

외국소설/예술MD 2012-12-12 15:46   좋아요 0 | URL
추천과 댓글이라니 제 기쁨의 모든 것이군요. 아하하.

koshka 2012-12-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2 18:15   좋아요 0 | URL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헛헛해서요.. 불면의 밤이 남긴 기념품이랄까 그렇습니다.

starla 2012-12-1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캉, 드뷔시, 스크리아빈은 정말 어울려요.
저는 메시앙 소품집이 저 재킷으로 나왔다면 분명 샀을 겁니다.
그리고, 로고도 멋진데요. 레이블 이름도 지으세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3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알캉 표지 좀.. 어두워서 좋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아니다 흰소 검은소..

로고는요. 이건 비밀인데요. 저거 소니클래식이에요 속닥속닥 (굴드가 소니에서 나오니깐)
생각해보면 소니클래식만큼 레이블이나 로고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데도 없는 듯해요.
아 있구나 워너뮤직 클래식 -_-; 아 얘네도 먹혔죠? 이제 없구나 안녕 워너클래식..

낙소스 만세입니다.

starla 2012-12-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게 소니클래식 로고였다니! ㅋㅋㅋㅋㅋ
진짜 대충격입니다.
저는 모종의 인연으로 소니클래식 음반이 비율상 많은 편인데도 전혀 몰랐 ㅠㅠㅠㅠㅠㅠ
아 미안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12-12-14 11:31   좋아요 0 | URL
낙소스로 전향하세요. 낙소스는 사랑입니다.

참깨 2012-12-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리슈슈네여

외국소설/예술MD 2012-12-28 23:17   좋아요 0 | URL
저 이와이 슌지 영화 중에 릴리슈슈 젤 좋아합니다 (아 뻘쭘해서 웃음 ㅎㅎ)

yooncine 2013-01-0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CM 깝데기를 보는듯 하군요. 멋집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1-10 16: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대학 시절 제 꿈은 클래식 음반회사에서 커버 디자인을 하는 거였어요. (웃음) 기분이 묘하네요 하하.

lecteur 2013-03-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주꾼이셔요.... ^_^

외국소설/예술MD 2013-03-08 13:22   좋아요 0 | URL
저의 모토는 아마도 '뭐라도 해내자'일 거예요. 그래서 뭐라도 건드려 보고 있습니다. ^^;;
 

 

클릭하면 좀 커짐

 

 

 

그날은 간만에 회사를 쉬는 날이었다. 대낮이라 낯설어진 동네를 미적지근한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거리는 더웠다.

 

카페에서 저 사진을 찍었을 때쯤 트위터를 보니 모리스 샌닥이 죽었다고들 했다. 그렇구나. 카메라 LCD로 방금 찍은 장면을 다시 보고, 또 보고, 샌닥이 죽었다는 말을 자꾸만 생각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 상관 없는 장면이었다. 차라리 숀 탠 같잖아? 그렇지만 샌닥이었다. 마침 우연이 사진 위로 날아와 앉았으니까. 어차피 사진 위에 얹혀진 빛들이 모두 그 순간 우연히 모여든 것들이라면, 그때 마침 모리스 샌닥이 죽었다는 우연도 사진 속에 마땅히 포함시켜야지 않을까. 사진 속 건물 옥상은 작은 보트처럼 항해 중이었다. 그 여정의 끝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그간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종종 발견했다. 주로 바다가 있었고, 쓸쓸했고, 그렇지만 실낱같은 연대 같은 게 남아 있어야 했다. 발견하는 일이 드물어서 한번 마주하면 오래도록 머물러 돌아다니곤 했다. 정신 똑바로 차릴 필요 없이 한쪽 발은 꿈 속에 담근 채 노곤히 움직이기 좋은 순간들. 샌닥의 그림책을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반쯤은 꿈인 나라. 반쯤만 꿈인 나라. 하나 뿐인 출구 앞에서 막막한 현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닳아가는 꿈들이다.

 

나는 샌닥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 어떤 다른 이론가나 소설가들에게 진 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지금이 좋다'라는 느낌이 들 때, 그것과 가장 닮은 게 샌닥의 책들이었니까. 그 기억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이다.

 

두 장의 사진을 추가한다. '샌닥의 순간들' 중의 일부다. 부디 안녕히 가셨기를.

 

 

 

 

 

 

 

이건 작년에 발견한 나라

 

 

이건 유조선이 엎어졌던 그 해, 태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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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12-1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릭하면 좀 커짐. ㅋㅋㅋㅋ 아 재밌다.

외국소설/예술MD 2012-12-14 11:31   좋아요 0 | URL
저는 잘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흐뭇.
 

 

 

벌써 11월..

갑니다.

 

아, 이벤트는 여기. 11/30까지 입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1권

 

 

 

 

MD의 감상평: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작품으로 유명한 '은하철도의 밤'이 수록된 미야자와 겐지 소설(동화) 모음집. 태연하게 부조리한 대사들을 내뱉는 우화들, 통상적인 전개를 무시하고 도약해 버리는 이야기들, 정확한 정체가 모호한 캐릭터들은 미야자와 겐지를 간단히 아동 문학가의 범주에 집어넣을 수 없게 하며, 이런 특징들은 되려 팝 또는 포스트모던 계열의 현대 일본 소설을 연상케 한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나 초기의 하루키, 시마다 마사히로 등이 보여준 기괴한 멜랑콜리의 기원, 즉 '동화 없는 시대의 동화'를 구축한 선구자의 베스트 앨범.

 

이런 분들께 추천: 그림형제의 동화를 읽었는데 약간 미친 이야기들 같아서, 좋았다 /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좋다 / 80년대 지브리 류 아니메 스타일이 좋다 / 뭐? 그저그런 애니 '첼로 켜는 고슈' 원작은 짱 재미있다고?

 

이런 분들은 주의: 전집이라니까 다 나오고 사면 되나? / 동화는 아이들의 인격 함양과 정서 발달을 위한.. / 철이도 메텔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라마야나

 

 

 

 

MD의 감상평: <라마야나>는 고전 서사시를 현대 방식으로 재서술한 판타지 모험담이다. 비슷한 예로 베오울프나 아더왕, 니얄 사가 등 유럽의 고전 모험-전쟁담을 떠올릴 수 있겠다. 그러나 <라마야나>의 속도감은 다른 고전들은 물론 현대 작품들조차 거의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군더더기 없이 속개되는 스토리의 집약된 에너지로 가득한 이 작품은 보통 '고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300페이지를 겨우 채운 이 짧은 서사시에 'Epic'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타는 석탄을 압축시킨 다이아몬드 같은 신화-모험담.

 

이런 분들께 추천: 반지의 제왕 완독에 수 차례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 스케일 큰 작품을 읽고 싶지만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인들 / 저는 고전에 대한 편견을 없앨 마음의 준비를 마쳤어요

 

이런 분들은 주의: 그럼 라마야나는 몇써클 매지션임? / 이거 완전 이교도 놈들 투성이네 / 고독과 상실과 그에 기반한 블랙 유머를 편식하는 '고전 문학' 애호가

 

 

 

 

 

 

체벤구르

 

 

 

MD의 감상평: 간단히 표현하자면 <체벤구르>는 소비에트 버전의 '오디세이아'다. 그만큼 경이롭다. 여정이라는 컨셉트 아래에 모인 각각의 작은 이야기들은 목가주의에서부터 포스트모던을 예감케 하는 분열적인 모습까지 그 모양과 색이 모두 다른 벽돌들이다. 이 돌들로 쌓여진 거대한 벽은 마치 대지 예술(Land Art)처럼 신기하고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그 벽, 성이 아닌 끝없는 벽을 따라가는 길은 '아직 오지 않은' 꼬뮤니즘의 완성을 향해 나 있다. 인간-역사에 대한 의지와 문학적 숙련도 모두 최고 수준에 다다른 위대한 작품이다. 플라토노프 동지 만세!

 

이런 분들께 추천: 문답무용問答無用

 

이런 분들은 주의: 소비에트라니 재미없는 거 아니야? / 오디세이아라니 재미없는 거 아니야? / 공산주의는 나쁜 거 아니야? / 러시아 애들은 이름이 여러 개라며? / 인간에 대한 의지라니 속편한 잠꼬대 하시네요.

 

 

 

 

 

 

카운트 제로

 

 

 

MD의 감상평: 윌리엄 깁슨이 스프롤 3부작 중에서 (뉴로맨서를 제치고)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는 작품. <뉴로맨서>의 싸이키델릭한 네트워크 묘사와 음울한 사이버 펑크 세계관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거기에 각자 분리된 스토리가 절정에 이르러 서로 합쳐지는 전개는 소설적인 재미를 추가로 선사한다. 모험과 모략에 더해 권태와 생활이 버무려진 이 포스트-뉴로맨서는 사이버 네트워크, 즉 새로운 시대의 카우보이들이 암약하는 이 신 서부극 장르가 부흥하기 이전에 이미 예언처럼 완성된 '안티 웨스턴'이다. 출발점이자 폭심지. 여기가 바로 '그라운드 제로'다.

 

이런 분들께 추천: "네트워크는 넓으니까." 라는 대사의 출처를 안다 /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를 감명깊게 읽었다 / 테크놀러지 시대에 접어든 환상소설이 어떤 식으로 가지를 펴 나갔는지 궁금한 문학 탐구자 / 인터넷을 사랑하는 덕후 여러분, 그 기원, 성지가 여기입니다.

 

이런 분들은 주의: 총알을 슬로우모션으로 피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 아.. 이 사람이 찰스 경이 말한 그 사람이야? / 자꾸 언급되길래 PKD를 읽어 봤지만 결국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었던 순수문학 애호가 / 응? PKD가 뭐야?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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