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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음악도 몸 속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던 4월이었다. 몇 시간째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주제에 뻔뻔하게도 '속보'란 이름을 붙이고 있는 TV 뉴스와 실제로 취재를 하고 쓴 건지 아님 보도자료 받아 CTRL+V 한 건지 분간이 안 되는 느낌의 인터넷 뉴스에 질려 이런저런 팟캐스트와 한겨레21을 반복해 듣고 읽고 듣고 읽었다. 그 사이에 봄은 짙어지고, 날은 따뜻해지고, 사람들은 웃고, 시간은 흐르고, 5월은 왔다. 이 5월에 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솔루션스의 Nothing's Wrong을 들으며 페이퍼를 쓴다.


이번달 페이퍼를 쓰기 위해 4월 신간 에세이 리스트를 보다가 깨달았다. 아, 이번 달의 에세이 한 권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구나. 그러니까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굳이 페이퍼에 올릴 필요는 없겠다. 난 그 책 말고 다른 책들을 골라야지-라고. 다행히 다른 책들 중에서도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었는데, 읽고 싶은 책들의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아, 이 책들은 왠지 한 권도 안 뽑힐 것 같아. 그러니 나중에 사 읽거나 빌려 읽어야지-라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출판사가 몇 곳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양철북이고 그 중 또 하나가 한겨레출판이다. 여기서 나오는 책이라면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혹은 덜할지 몰라도) 분명 뭔가 의미 있는 법이지! 라고 머리와 몸이 세팅되어 있다. 가볍고 소소한 이야기 대신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는 지금, 5월에 읽고 싶은 에세이로 내가 가장 먼저 고른 것이 바로 양철북과 한겨레출판의 책이다.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와 <열세살 여공의 삶>. 


'저기 산이 있어 오르듯이' 함께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삶의 공간에서 토해냈을 이야기. 도대체 학교는 왜 이러냐고, 세상은 왜 이러냐고, 괴로움과 섞어냈을 한숨들. 아이들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면서 함부로 여기는 이 '나라'가 사실은 그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곳이라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진 5월, 읽고 싶은 책 두 권이다.




은행나무에서 '위대한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논픽션 시리즈를 펴냈다. 문학/철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이 남긴 저술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라는데, 첫 다섯 권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샤를 보들레르, 에밀 졸라, 찰스 디킨스, 랄프 에머슨의 글이 책으로 묶였다. 그 중 가장 읽고 싶은 두 권이 찰스 디킨스의 책과 에밀 졸라의 책이다. 저널리스트 디킨스의 눈에 비친 영국의 밤 거리엔 어떤 죄악들이 넘치고 있었을까. 반유대주의의의 광풍이 몰아치던 19세기 유럽에서 국가 안보를 앞세우며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과 마녀사냥에 혈안이 된 언론에 맞섰던 에밀 졸라는 펜으로 싸우겠다는 결심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21세기 한국의 모습을 저 두 권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 정보 중 <전진하는 진실>의 한 구절은, 마치, 지금 이 땅의 사람들에게 에밀 졸라가 들려주는 말 같다.



악의적인 무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진실은 어김없이 한 걸음씩 전진하게 될 것이다. 

진실은 모든 장애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 앞을 가로막거나,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진실을 땅속에 묻어 놓아 보라. 

그러면 진실은 그 속에서 힘을 축적하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다시 땅 위로 솟아오르는 날, 

강력한 폭발로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가게 될 것이다. 

- 에밀 졸라, <전진하는 진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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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신간평가단이 되어 처음으로 쓰는 마이페이퍼. 특별히 좋은 페이퍼나 리뷰를 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육개월 더 기회가 생겨 감사할 따름이다. 신간평가단을 마칠 때 느끼는 아쉬움을 이번엔 조금 더 줄일 수 있게, 더 충실하고 성실한 리뷰를 써봐야겠다고 새삼 마음먹는다. 게다가 이번엔 희망자도 엄청 많았다던데 나따위가…사실 에세이 신간평가단 모집글에 일등으로 댓글을 쓴 게 나이긴 하다ㅋㅋㅋㅋㅋ 가장 먼저 달려왔다는 걸 높이 쳐 주신건가. 여하튼 또다시 감사합니돠. 


두 달만에 쓰는 마이페이퍼고, 3월엔 딴 때보다 많은 책이 나왔을 것 같아 뭘 써야 되나 눈을 비비며 신간 목록을 확인했는데, 의외로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확확 들어와서!!!!!! 별 고민 없이 기쁜 마음으로 책을 골랐다. 3할 7푼 8리 정도를 치고 있는 타자가 13:3 정도로 팀이 리드하는 상황에서 패전처리를 하기 위해 올라온 투수의 실투를 장외로 넘겨버린 후 유유히 다이아몬드를 돌며 '우우 공이 수박만하게 보였어'라고 휘파람 불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 아 참으로 장황하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마이페이퍼에서 꼽은 책들은 한 번도 뽑히지 않았던 전적을 가지고 있는 터라 조금은 불안하지만, 진짜로 다 안 뽑히면 사서 읽을 테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2014년 3월의 '새로 나온 에세이들'은!!!!!! +_+



이 두 권이 가장 읽고 싶은 이 달의 에세이 두 권이다. 정말 좋아하는 장 자크 상뻬의 그림과 정말 애정하는 필립 말로의 창조자 챈들러의 글을 만날 수 있는 두 권, <상뻬의 어린 시절><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일지, 책의 분위기가 어떨지, 책 표지만 봐도 느낌이 퐝퐝 온다. 상뻬의 어린 시절을 읽고 나면 저 소년처럼 날아가고 싶을 것 같고, 챈들러의 책을 읽고 나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챈들러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는 챈들러처럼 나도 글을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상뻬의 책에는 그가 그린 그림 200여점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20점도 100점도 120점도 아닌 200점이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충분하다. 또 챈들러 책의 목차는 어찌나 매력적인지. '나는 제임스 케인이 싫어요', '로스 맥도널드의 허세', '존 딕슨 카를 읽을 수 없는 이유' 등 정말 제목만 봐도 짜릿짜릿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제 4장은 아예 챕터 제목이 '필립 말로'던데(소제목은 세상에나 '필립 말로의 양심' '필립 말로의 정의' '필립 말로의 인생' '필립 말로의 성숙' '필립 말로의 운명'!!!!!), 아이고 두근두근해라. 제목만 봐도 설레어 견딜 수가 없다ㅠㅠㅠㅠㅠㅠ



 


그 다음으로 꼽는 두 권의 에세이. 위의 두 권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끌리는 책 둘. <줄리언>은 마음산책에서 나온 책이라 우선 끌렸는데, 어머나 지은이가 주홍글씨를 쓴 호손이랑 폴 오스터네? 둘이 같이 책을 쓰다니 말이 돼? 어머나어머나 호손의 일기와 호손에 대한 폴 오스터의 글이 함께 실려 있다고? 어머나어머나어머나 이건 리스트에 넣어야 해! 하고 마이페이퍼로 직행ㅋㅋ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목' 때문에 '그냥 뻔한 고양이 애호가 아녀?'하고 의심했으나 고양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삶을 읽어낸다는 책 설명에 혹하였고 무엇보다 책 속에 있다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 꼽아 본다 : 고양이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나 고양이는 벽도 똑같이 지그시 바라본다.



이 중 한 권이라도 뽑힐 수 있을 것인가…둥둥둥둥…떨리는 마음으로 14기 신간평가단 첫 선정도서 발표일을 기다려야겠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른한 날씨가 내 무릎 곁에 앉아 있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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