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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야 비로소 시집은 끝난다

 

1


시 한 편 읽으면 일어나 도서관 주위를 빙빙 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 한 편 들이면 꽉 차는 좁은 마음 무거워 다리를 질질 끌며 오래 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걸음이 큰 원을 그렸다가 작은 원을 그렸다가 시작과 시작이 다시 만나지 않는 나선을 그렸다가 하고 싶다. 우주의 중심이 없다는 말은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는 뜻이지 모두가 각자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은 아니라서, 모두의 중심을 그러모아 성대하게 소각하고 싶다. 중심과 중심이 맞부딪혀 이가 빠진 동그라미들의 윤곽선을 풀어 진동하는 끈으로 만들고 싶다. 끈은 무엇을 묶는다.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고속도로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겠지

 하교 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 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내가 너를 배반해 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니야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남자가 아니야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2


빗님 덕분에 한 며칠 시원했다고 나도 모르게 착각에 빠져 있었다. 여름이 끝났구나 하고. 여름한테 한두 번 당해본 것도 아니면서 아마추어 냄새 나게 이거 왜 이래. 위아래로 검은 옷 입고 걸었더니, 기름 없이 튀겨준다는 마법의 기계 속에 갇힌 오징어 튀김이라도 된 것 같았다. 확인해 봤는데, 꼴랑 32도였다. 뭘까. 38도인데도 견뎌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32도만 돼도 햇님 눈알을 콱 찌르고 싶은 날도 있다. 날씨와 몸뚱이 중에 어느 놈이 이렇게도 일관성이 없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군.

 

그러나저러나 읽었다. 아직 비가 내리던 27일에는 그레이슨 페리의 남자는 불편해,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진중권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인상주의 편,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누치오 오르디네의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를 읽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쨍쨍한 28일 오늘은 김민철의 하루의 취향,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쓰고 박종대가 번역한 일러스트 공산당 선언·공산주의 원리, 박차민정의 조선의 퀴어, 홍성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과 이현우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이틀을 이어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저 중에는 다 읽은 아이도 있고 아직 읽고 있는 아이도 있다. 하루 치 할당량 8x80쪽을 완수하려면, 오늘은 밤이 떠나기 전에 두 권의 책을 더 펼쳐야 한다.

 



남자는 불편해는 불편하지 않고 통쾌하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가 사람을 훨씬 더 불편하게 한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 대해 다정한 서재친구 ㄷ님은 기절한다고, 역시 다정한 서재친구 j님은 100권을 사서 옥상에서 뿌리고 싶다고 평하셨다. 그 두 분을 굳게 믿고 책을 빌렸는데, 역시 믿음이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기절을 경험한 ㄷ님의 건강에 이상이 없기를. j님의 지갑 사정에도 이상이 없기를.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의 경우, 오찬호의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보다 8개월 뒤에 출간되었는데(번역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찬호의 책을 삼켜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 오찬호의 책도 읽은 것과 진배없게 되었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가 배송되었다. 바로 띠지를 버리고(잠깐만, 띠지가 없었나, 띠지가 있는 애는 다른 애였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발장구를 치면서, 우리 로쟈님이 알라딘 밖에서는 어떤 글을 쓰고 계시려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정신이 들었는데 여기가 지금 200쪽이라고 한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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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8-28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아시안 게임 여자 축구가 쏙 들어갔어요. 끝났나?
책이 평점이 높네요.
울엄니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굼뜨다고 그러던데
그렇지도 않나 봐요.
남자 축구는 과격하긴 하죠?ㅋ

syo 2018-08-28 20:09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야구파라서ㅎㅎㅎㅎㅎ
책은 되게 재미집니다. 기회 닿으시면 읽어보시길^-^

북다이제스터 2018-08-28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젤 좋아하는 시인 안도현...
생활이 바로 시가 되는 시인...
모르던 시인데, 역시 좋네요. ^^

syo 2018-08-28 22:09   좋아요 2 | URL
안도현은 언제나 사랑입니다만,
이 시는 지금으로부터 8년 하고도 여섯 달 전, 저와 제 여자친구 사이 인연의 물길을 완전히 돌려버릴 뻔한 애증의 시랍니다......

목나무 2018-08-29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빠져 죽지 않기> 띠지가 있던데요. ㅎㅎ
띠지에 로쟈님의 이런 다짐이 실려있네요.(근데 로쟈님의 다짐인지 인용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책읽기가 계속되는 한, 책의 바다에서 벌이는 고투에서 살아남는 한, 나는 계속 읽고 쓸 것이다.˝
이 문구를 옮기다보니 절로 syo님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syo 2018-08-29 08: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계속 읽겠지만 계속 쓰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미 세상에 잘 쓰는 분이 이렇게 많으니 저까지 뭘 더 쓸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은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몇몇 이웃분들의 이름이 팍팍 떠올랐습니다^-^

독서괭 2018-08-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건강은 무사합니다 ㅋ syo님에게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외 저도 읽고 있는 건 리얼리스트- 밖에 없군요. 다른 책들 서평도 기대합니다^^

syo 2018-08-29 13:06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지요 ㅎㅎㅎㅎ

chaeg 2018-08-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책에 빠져 죽지 마시옵소서^^

syo 2018-08-29 13:06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전 그 정도는 아니예요^-^

chaeg 2018-08-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시안게임 야구 때문에 속터져 죽을지도..

syo 2018-08-29 13:0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전 엘지팬이기 때문에 겨우 이 정도로는 속이 터지지 않습니다.
 
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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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암사 소세키 전집에 속한 모든 책들의 뒤표지에는 폰트도 당당하게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글귀가 박혀 있다. 아무리 리뷰라고 각 잡고 써 봐도 쓰고 나서 읽어 보면 어쩐지 다 내 이야기이기 일쑤인 syo의 입장에서는 이것 참 땡큐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책이 제 입으로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이야기라 그래서 지금 제 이야기를 썼사온데, 왜 당최 리뷰에서 이렇게 책 맛이 안 나고 니 맛만 나냐고 물으시오면......

 


 

2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전문

 

이 시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생하다. 선생님께서 쓸데없이 무게 잡은 목소리로 이 시를 한 번 읽어주시고는 말씀하셨다. “야들아, 진짜 아름답지 않냐?” 아이들은 영혼이 없어 맑은 목소리로 예에- 하고 대답했고, 선생님은 살풋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시고는 분필을 쥐고 칠판 쪽으로 돌아섰다. 선생님의 집도 아래, 시는 이내 쪼개지고 갈기갈기 찢겼다. 감탄이 묻은 목소리로 아름다움을 말하고, 바로 돌아서서 그 아름다움을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이처럼 척척 해체하는 선생님이 syo는 무서웠다. 그러나 선생님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다름 아닌 저 시였다. 선생님, 그때 예에- 하고 대답했던 아이들 안에 저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전 무서웠거든요. 저는 저 이라는 시가, 너무 징그러웠거든요. 하나도 아름답지 않았거든요.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그는 그였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이름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이름을 내가 모를 뿐. 그는 그가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지나왔을 것이고, 도중에 많이 울고 또 웃었을 것이다. 단지 그가 울음과 웃음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많이 모아 여기까지 왔는지 내가 모를 뿐. 그리하여 그는 이미 완성되었거나 아직 완성되고 있는 하나의 몸짓이 되어 마침내 내 앞에 섰을 것이다. 단지 그 몸짓이 오롯이 한 자락 춤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뿐.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례하게 나는 그의 이름을 지어 부른다. 그러자 그는 내가 부른 이름의 칼날에 팔이 잘렸다. 내가 넘겨짚은 의미의 도끼에 다리가 잘렸다. 마침내 춤마저 빼앗겨 내 손안의 피투성이 꽃으로 유배되었다.

 

나는 내가 지금 무엇의 숨통을 끊어놓았는지 전혀 모른다. 몸짓을 잃은 꽃이 보시기에 좋았다. 내가 그에게 베푼 시혜와 은총을 내게도 누군가 가져다주기를 바라며, 그를 거세하며 내 손에 묻은 핏방울과 피냄새를 내 빛깔과 향기라고 착각하며, 목을 길게 내민다. 내 이름을 지어 부를 누군가 찾아오면 이 목을 베어 꽃으로 만들어 가지라고.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칼과 도끼를 들고 찾아와 서로의 몸짓을 제 입맛대로 도려내는 오만무도한 정복자가 되고 싶다.

 

 


3


어제 도착했어참 따분한 곳이야다다미 열다섯 장짜리 방에 묵고 있는데여관에 행화를 5엔 줬어안주인이 바닥에 코가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더군어젯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기요가 조릿대 잎으로 싼 사탕을 조릿대 잎째 먹는 꿈을 꾸었거든내년 여름에는 돌아갈 거야오늘 학교에 가서 여러 선생님들한테 별명을 지어주었어교장은 너구리교감은 빨간 셔츠영어 선생은 끝물호박수학 선생은 산미치광이미술 선생은 알랑쇠야다음에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 보낼게잘 있어. (36 37)


이 작품 전체에서 주인공이 일관성 있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일한 인물인 기요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의 내용이다. 주인공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골 학교에 선생으로 부임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선생들의 별명을 붙이는 일이다. 어제 도착하여 편지를 쓰는 게 오늘. 주인공은 동료 선생들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붙여줄 만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그들을 꽃으로 만들었을까? 기요를 뺀 모든 사람들을, 심지어 가족들조차 우습게 여기는 주인공 도련님에게 누구보다 경멸스러운 인간들은 시골 사람들이다. 사무라이의 핏줄을 감고 태어나 도쿄에서만 살다 시골로 떨어진 도련님에게 미개한 그들은 결코 서로의 존재를 섞으며 살아가기 어려운 족속들이다. 단지 정복해야 할 적군이었다. 그래서 도련님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우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도련님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은 도련님의 손안에 몸짓 없는 한 송이 꽃으로 들어온다. 꽃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을 것이므로, 주인공은 의기양양하다.

 

그러나 한번 붙은 별명은 주인공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거대한 색안경이 되어 주인공에게 되돌아간다. 이제 너구리의 모든 행동은 너구리를 더욱 너구리로 만드는 방식으로만 보인다. 빨간 셔츠는 빨간 셔츠가 된 순간부터 빨간 셔츠가 아닌 순간이 없고, 산미치광이는 내 편일 때나 아닐 때나 시종일관 산미치광이 짓을 한다. 알랑쇠가 입 밖으로 내는 모든 말은 알랑거림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읽히지 않는다. 읽힐 수가 없다. 그렇게 그들이 자기 이름에 붙은 빛깔과 향기를 더 세게 내뿜는 방식으로 해석되는 순간, 그들은 잊고 싶어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 하나의(단 하나의) 의미가 되어 도련님의 일상을 끊임없이 압박한다. 도련님이 던진 칼이 저절로 제 몸을 갈고 돌아와 날카롭게 도련님을 덮친 것이다. 함부로 이름을 붙이는 일은 언제나 이렇듯 제가 갈 길을 스스로 잡는다. 정복자에게 되돌아와 정복자를 정복한다.

 

 


4

재수학원을 다니던 시절의 syo가 꼭 저랬다. 같은 반 교실에 60명의 학생이 있었으나, 그 안에 syo가 아는 이는 고교 동창 단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 58명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다. 항상 교실의 한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던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학생은, 아마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던 것 같은데, ‘나마알씨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기율표의 3주기 상에 일렬로 선 원소 나트륨-마그네슘-알루미늄-규소(Si)’의 두문자로 이미 익숙했던 나마알씨나이 많은 아저씨의 변형으로서 채택된 것이다. 나마알씨와 항상 나란히 앉던 역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은 잘 알 수는 없었으나 나마알씨와 사연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와이프가 되었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 큰 목소리로 떠들어 학우들의 꿀 같은 쪽잠을 방해하는 행동 패턴이 포착되면서 고성방가로 변신한 그녀는, 얼마 안 가 그들의 자리가 가운데였다는 점에 착안하여(고성방가는 너무 직접적이었으므로) ‘센터방가가 되었고, 언어 경제성의 원리가 동작하면서 센방이 되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이윽고 선빵이 되며 긴 별명 진화의 역사를 매조졌다. 물리 시간에 깨워도 깨워도 계속 자던 어떤 학생은 깨워봤자소용없다는 뜻에서 봐짜로 시작되었다가 추후에 역시 언어 경제성의 원리에 의해 2음절에 묵음처리가 이루어지면서 ()’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런 식으로 학생 거의 전원의 별명을 짓는데 두 달이 넘는 시간을 소비하였다. 그 시간에 공부를 철저히 했다면 재수를 성공했을까? 그건 아니지. syo의 재수가 폭망한 것은 저런 잡질 때문이 아니라 코인 노래방에 빠져서 오후 수업을 자꾸자꾸 제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저런 악독한 나치 독일식 별명 독재 행위를 자행하고도 syo는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았는가? 이미 고등학교 때 이름짓기의 폐단을 소스라치며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짓을 하였는데? 있었다.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외로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이었다.

 

결국 syo의 재수는 성과도 인간관계도 얻지 못한 명실상부 인생 낭비로 마무리되었다. 졸렬하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쓰레기 같은 이름을 붙였으므로, 그리고 이름 붙은 이들의 행동은 이름을 따라가는 방향으로만 포착되었으므로, syo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먼저 마음을 열지 못하게 되었다. 분명 syo에게 먼저 손길을 내민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syo는 그 손을 잡지 않았거나 살며시 잡았다가 쉽게 놓치기도 했다. syo는 말이 많은 아이였는데도 학원에서 입을 뗄 기회가 별로 없게 되었다. 외로웠다. 학원이 싫어졌다. 결국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하는 식으로 학원을 멀리하다가 D-30부터는 아예 학원을 나가지 않았다. 실은 두렵기도 했다. 교실에 친구가 없었으므로, 다른 학생들은 syo의 이름을 모를 거고, 그렇다면 syo를 지칭하기 위해, 그들은 syo에게 어떻게든 별명을 붙였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때부터, 가끔씩 눈길을 스치는 다른 학생들의 얼굴에서 내 별명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아니, 오히려 찾아질까 봐 무서웠다. 저들은 나를 뭐라고 부르고 있을까, 병신? 머저리? 아웃사이더? 음소거? 제가만든칼날에결국제목이따인병신머저리아웃사이더언어장애자? 등골이 서늘하거나, 사람을 피하고 싶을 만큼 무섭진 않았다. 풀어야 할 문제집이 산이었고, 노래 부르는 데 써야 할 동전이 바다였으므로, syo는 괜찮았다. 재수는 망했지만, syo는 괜찮았다. 그러고보면 저건 어쩌면 두려움이 아니라 쪽팔림이었을 수도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쪽팔리는 놈일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5

주인공 역시 책이 끝날 때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도련님, 선생님, 자네, 와 같이 불릴 뿐이다. 그리고 그 이름들은 죄다 부르는 입장에서 붙여진 것들이다. 이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6

이름의 칼날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기껏해야 공기, 시선, 마음같이 구하기 쉽고 가벼운 것들뿐이라 부지런한 생산자라면 하루에도 몇 개씩 이 무기를 만들어 타인을 베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너무도 잘 만들어져 나 아닌 다른 인간의 인생 따위 하찮은 것들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덜컥 베어버릴 수 있는 혐오의 이름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 내 이익을 위해, 우리 집단의 유대를 위해, 심지어는 그냥 거품처럼 사라질 한 순간 웃음을 위해, 굳이 타인을 찌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도 쉽게 주울 수 있는 칼말들이다. 모든 인간을 죽이고도 거뜬히 남아 저 혼자 제 새끼를 낳을 것만 같은 끔찍한 종양들이고, 언젠가 우리가 모두 치워야 할 병원균들이다.

 

칼을 가는 자의 손도 반드시 베고야 마는 독한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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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7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글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의 글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1

이별 노래가 많은 것은 사랑보다 이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몇 개씩의 이별을 마치고 지금 여기서 사랑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랑이 이별로 끝나지 않는다면 세상에는 등불처럼 하나의 사랑이 켜진다. 오직 그 하나의 불빛을 만들기 위해 지난 시간 위에 깨진 전구처럼 따갑게 깔린 이별의 시체들을 응시하면 알게 된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대체로 사랑이 아니라 이별이다. 때론 사랑을 먹여 키우는 것 역시 사랑이 아니라 이별이기도 하다.

 

알라딘에서 사랑이나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하면 거의 내가 다 한다. 나는 못내 그 사실이 기이하다. 기실 사랑이란, 이별이란, 누구에게나 가장 큰 관심사라고까지는 단정할 수 없더라도, 은메달, 많이 봐 줘도 최소 동메달감은 되는 선수가 아닌가.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해 보는 주제가 아닌가? 나만 그런가?

 

알라딘은 책 이야기를 하는 공간일 순 있지만 책 이야기만 하는 공간은 아니고, 독후감은 책 이야기를 하는 장르일 순 있지만 책 이야기만 하는 장르는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 이야기는 숨어 있는 걸까? 예술, 철학, 문화에서 정의까지, 없는 이야기가 없는 이 공간에서, 기가 죽어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손가락으로 땅바닥이나 만지고 있는 우리 불쌍한 사랑이......

 

사랑사랑사랑으로 점철된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를 읽기 시작했더니 그만 제 고질병, 중2병이 폭발하고 말았네요.....


 


 

2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반갑고 고마운 하루였다. 기온은 내내 20도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땀이 뭐더라? 어제까지만 해도 알았는데. 책 읽기 더없이 좋은 주말에, 김봉곤 말고도 신용목과 안희연의 당신은 우는 것 같다, 그레이슨 페리의 남자는 불편해, 야니카 브로크슈미트와 데니스 슐츠의 그녀는 괴테가 그는 아인슈타인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우응순의 친절한 강의 대학, 문성환의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이운진의 시인을 만나다를 읽었다. 어떤 애는 다 읽었고, 어떤 애는 그러지 못했다. 한 권을 붙들고 600페이지를 읽을 힘을 쪼개어 80페이지씩 여덟 권을 읽는 것이 요즘 syo가 정한 독서방침이다.


 

이기호를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최미진은 어디로><나정만 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같은 작품은 정말 다른 누구도 아닌 이기호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기호의 인물들은 따라 읽어 볼 맛이 나는 대사를 친다.


그녀는 괴테가 그는 아인슈타인이 좋다고 말했다는 간만에 만난 통통 튀는 책이다. 인문학 책은 나열된 지식의 함량만큼이나 지식을 나열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오히려 후자야말로 책을 돋보이게 한다. 이 장르의 책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겠다.

 


 

3


헛소리나 푸념 따위를 쓰지 마라자기가 모르는 것을 쓰지 마라누구나 다 아는 걸 상투적으로 늘어놓지 마라문장의 규범을 함부로 파괴하지 마라다만 문법적으로 완벽하기보다는 문법과 사유가 자연스럽게 녹아 어우러진 문장생명의 리듬을 품은 문장흐르고 스쳐가는 절대의 찰나를 날렵하게 잡아낸 문장감각적인 기쁨과 충만을 담은 문장영혼을 울리면서 존재를 쇄신하는 문장을 써라나쁜 문장은 꾸밈이 많고형용사나 부사를 남발하고질척이는 감상이 넘친다쓸데없이 길게 늘어지며 중언부언하고빤한 지식을 늘어놓아 신선한 자극이 없다이런 글을 하품하면서 읽는 것은 인생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게 더 낫다.

장석주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제가 화가 좀 났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지적하시는 그런 못난 글들을, 제가 꾸준하고 꿋꿋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정말 죄송한데, 선생님께서는 이런 글을 책에 실어 저처럼 재능 없고 감상만 풍만한 인간들의 기를 팍 꺾어 놓을 만큼, 그래도 당당할 만큼 완벽한 글을 쓰는 분은 아니세요. 쓸데없이 길게 늘어지며 중언부언하고 빤한 지식을 늘어놓아 신선한 자극이 없다는 그 말씀을 들어보신 적보다 하신 적이 더 많다면, 선생님은 더 많이 들어보셔야 해요. 생명의 리듬을 품은 문장, 감각적인 기쁨과 충만을 남은 문장, 영혼을 울리면서 존재를 쇄신하는 문장을 쓰라고 하셨네요? ,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 철저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 때까지 반복해서 학습할게요. 그렇게 해서 수능 만점 받을게요. 선생님. ’누구나 다 아는 걸 상투적으로 늘어놓지 마라고 하셔 놓고, 어쩜 이렇게 바로 다음 문장부터 그렇게 하시나요. 저 말들이 그저 속이 빈 예쁜 허방일 뿐이라는 걸, 정말 선생님은 모르시나요?

 

 

 

4

휴식

 

힘들면 쉬어가자

더 멀리 달릴 수 있도록

_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어떤 책(시집 아님, 물론 시집이라고 해도 빡치겠으나)49페이지, 무려 전문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저자는 이런 책을 시리즈물로 뽑고 있다. 제발, 양심 좀 있자. 저게 돈 받고 팔 책에 실을 글이냐. 이걸 싣고도, 어디가서 작가라고 하기에 쪽팔리지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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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7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8-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석주 선생님께 쓴 편지는 정말이지 명문이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랑 이야기라면..저도 지지 않고 쓰는데 말입니다. 사랑과 이별이라면 또 제가 언제나 늘 할 말이 많은 사람 아니겠습니까? 쇼님보다 제가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고싶다..)

syo 2018-08-27 08:50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제가 졌습니다😔
과연 사랑하면 다락방님이시지요. ㅇㅈㅇㅈ

독서괭 2018-08-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식...
저도 이런 말 어디서 안 하는데 저건 진짜 저도 쓰겠네요..;;

syo 2018-08-27 17:20   좋아요 0 | URL
저는 저걸 보면서 ‘용기‘를 배웠습니다. 진짜.

stella.K 2018-08-2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가 죽어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손가락으로 땅바닥이나 만지고 있는 우리 불쌍한 사랑이.....˝
이 문장 좋네요.
그러게요. 사랑 얘기를 왜 안 할까요?
솔직히 그런 얘기하면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다 한때 지나간 얘긴데 허탈해 하면서.
그리고 요즘엔 사랑들을 잘 안하지 않나요?
삼포, 오포 중 하나고 게다가 여혐이나 남혐이니 해서.
좀 안타깝긴해요.ㅠ

syo 2018-08-27 20:34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너무 배부른 이야기였나요.

에이, 사랑 이야기가 꿀잼인데. 이별 이야기는 핵꿀잼이고....

북다이제스터 2018-08-2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이야기가 없는 건 실제 사랑이 몹시 두렵기 때문은 혹시 아닐까요?^^ 라고 추측해 봅니다 ^^

syo 2018-08-27 20:34   좋아요 0 | URL
다들 쉬쉬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 사랑을 안 하고 계신 것 같진 않은데.....

프리즘메이커 2018-08-30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올리려다 매번 포기하곤 합니다... 용기내서 해볼까요? ㅎㅎ

syo 2018-08-30 09:50   좋아요 0 | URL
좋아요 101개 박아드릴게요. 한 개로 뜨겠지만.....
 


새벽에 온 비와 새로 올 아이들

 

1

새벽에 빗소리가 찾아와 잠깐 깨어 만났다가 다시 잠들면 어쩐지 물여울처럼 맑고 또렷한 꿈을 꾼다. 통유리 벽 바깥으로 어깨를 대고 늘어선 침엽수들이 빗물을 받아 떨구고 있다. 숲의 얼굴이 밝다. 한 팔을 테이블과 턱 사이에 괴고, 다른 한 손에 쥔 작은 책을 나는 읽고 있다. 머그잔 속 절반만 남은 커피가 구름 그림 같은 김을 뿜어내고 있다. 커피에서 침엽수의 맛이 난다. 사철 푸르고 느긋한 맛이 난다.

 

책을 읽는 나는 기쁘다. 꿈에서도 기쁘다. 기뻐서 꿈임을 알아챈다. 숲이 있고, 비가 있고, 통유리 너머로 숲과 비가 보이고 들린다. 엉덩이가 편한 의자, 맞춘 듯한 높이의 테이블, 커피, . 시간과 공간이 다정하다. 이 꿈 밖에 서면 시간은 험한 얼굴로 나를 뒤쫓고 공간도 내 목을 죌 셈이다. 그래도 이 안에서는 우린 모두 다정하다. ‘이게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기쁨의 지반이 조금씩 흔들리듯이, 이게 꿈이 아니기를 바라자 빗소리가 잦아들고 먼데부터 숲이 천천히 바스라진다. 커피가 식는다. 이제 깰 시간이고 세상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책을 쥔 손에 세게 힘을 준다. 나는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활자를 부여잡으려 애쓴다. 이 세상에서 눈을 감는 일이 저 세상에서 눈을 뜨는 일이 되고, 이 세상의 것을 한 자도, 또는 한 획도 저 세상으로 들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노려본다. 눈을 감지 않으려고. 끝없이 눈을 뜨고 있으려고.

 

그리고 눈을 떴다.

 

 

 

2

어제는 오전 예정이었던 데이트가 오후로 미뤄지면서, 계획에 없이 도서관에 들러 책을 안고 돌아왔다. 가는 길 오는 길이 모두 덥지 않았다. 또 한 무더기의 책을 침대 발치에 쌓아놓고 얼음커피를 만들었다. 마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장석주의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미코시바 요시유키의 그렇다면, 칸트를 추천합니다,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홍성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나누어 읽었다. 어떤 애는 다 읽었고 또 어떤 애는 아직 읽는 중이다. 한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내는 사건(그야말로 사건이라고 할 것인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 탓이겠으나 책 탓도 하고 싶고 그렇다.

 


 

3


정말 사랑하는 작가인데도, syo는 장석주가 좋으면서 식상하다고 해야 할지 식상하면서 좋다고 해야 할지 항상 애매하다. 그의 글은 아름다움이 적당하고 성찰이 적당하지만, 해석이 늘상 정론에 가깝고 어떤 서술은 책마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장석주의 책 두 권 중 한 권에는 syo출석체크라 부르는 다음과 같은 식의 글이 꼭 들어있다.


사춘기에는 헤르만 헤세프란츠 카프카알베르 카뮈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고서 서툰 문장을 끼적이고한국문학전집에서 염상섭이태준박태원이상손창섭오영수최일남김승옥서정인 등의 소설을 읽으며 문장을 배우고 익혔다내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장의 스승이 있었다프리드리히 니체헨리 데이비드 소로가스통 바슐라르롤랑 바르트발터 베냐민질 들뢰즈 같은 철학자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와바타 야스나리리처드 브로우티건 같은 작가들그리고 고은한창기김우창김현김화영김훈 같은 이들의 책에서 감명을 받고 그들의 문장을 본받고자 했다. (224 225) 

 

처음 출석체크를 만난 게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전이니, 한 해에도 몇 권의 책을 내는 장석주의 생산력에 비추어 보면, 그의 책을 열심히 찾아 읽는 syo에게 저런 이름들의 나열을 보는 일이 얼마나 지겨울까. 제발, 다음 책부터는 출첵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럴 걸 다 알면서도 읽으라고 시키지도 않은 책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어놓고 웬 지랄이냐, 지겨우면 안 보면 될 것 아니냐, 고 하시면 맞는 말씀이라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또 아니잖아요.



  

4

어려운 책을 좍좍 찢어 꼭꼭 씹어 삼키듯 읽는 이웃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좀 복잡한 심경이다. 태생이 꼼꼼하지 못해서일까, 끈기가 부족해서일까. syo도 종종 하나의 분야를 정해 몇 권의 책을 읽는 사업을 벌이긴 하는데, 그 끝이란 늘 용꼬리, 하물며 뱀 꼬리는커녕 마치 웰시코기 꼬리처럼 웃음을 자아내며 부끄럽게 소멸한다. 요즘은 대체로 손에 잡히는 책을 아무렇게나 읽고 있다. 그래도 딱 하나 주제를 정해 읽고 있는 게 있다면 기본소득이겠다. 얇은 책 몇 권을 읽다가, 갖춰 두고 뒤적거릴 책이 하나쯤 필요할 것 같아서 두꺼운 놈으로 주문했다.



 

애정하는 작가 목록에 올라오려고 맹렬하게, 거의 폭력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작가가 있었다. syo는 힘겹게, 정말 힘겹게 저항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명분이 없는 저항은 결국 진압되는 법. 그는 결국 syo거기 올라온다고 딱히 뭐 영광스럽거나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본인한테는 못내 소중한애정작가 리스트에 등재되었는데, 그 이름은 박형서다. 최근 얇은 책 한권을 읽었는데, 가벼운 잽이었음에도 얻어맞고 다운되었다. 그러니까 이미 데미지가 턱 끝까지 차 있는 마당이었던 것. 새 책을 주문했다.



 

뭐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최근 열흘 안에 읽은 어떤 글(열흘이라면서 기억을 못하냐.....)에서 언급하길, 이 나라 독서판에 많이, 그리고 꾸준히 읽기로 치면 왕좌에 모자람이 없는 세 명의 독서가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장석주, 한기호, 이현우이다, 하였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 저건 거의 공리나 정의에 가까운 말이다. 그런 이유로 역시 독서삼황 중 1인의 새 책을 주문하였다.



월요일쯤이면 저 아이들이 도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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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8-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이 페이퍼가 재밌을까, 하고 생각하고는 그 이유를 댓글로 쓰려니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그냥 이런 게 재밌게 읽혔다, 하는 걸로 대신하기 위해 재밌게 읽은 글을 옮깁니다.

(복사 붙이기 함) - ˝제발, 다음 책부터는 출첵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럴 걸 다 알면서도 읽으라고 시키지도 않은 책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어놓고 웬 지랄이냐, 지겨우면 안 보면 될 것 아니냐, 고 하시면 맞는 말씀이라 딱히 대꾸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또 아니잖아요.˝

syo 2018-08-26 12:4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일요일 낮부터 페크님 한 번 재밌으셨다니 보람있습니다.

장석주 책은 기본적으로 괜찮아요. 다만 제가 너무 많이 봐서 그런거죠^^

페크님 시원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8-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책은 서평집이죠? 두꺼운 책 탐납니다 ㅎㅎ

syo 2018-08-26 15:19   좋아요 0 | URL
두꺼운 책은 언제나 독서인들의 로망이죠 ㅎㅎㅎ 책꽂이만 휘어나는거구요 ㅎ

단발머리 2018-08-2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박형서’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네요. 가벼운 잽으로 syo님을 날리셨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웃는 거 아니예요~~~~~~

syo 2018-08-26 19:45   좋아요 0 | URL
아닌데?? 웃으신 것 같은데?? 길게 웃으신 것 같은데?? ㅎㅎㅎㅎㅎㅎ

stella.K 2018-08-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첵은 정말 작가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긴한데
장석주는 워낙에 많은 책을 썼으니 내가 이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 그럴 수도 있고,
스요님이야 전작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진 않거든요.
그러니 장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살포한 후 어느 책에서든
읽어라. 뭐 그런 뜻 아닐까요?ㅎㅎ
저도 가끔 했던 말을 또 다른 글에서 울거 먹기도 하는데
내 글을 처음 읽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ㅋ
암튼 저는 장 작가의 책을 두 권 정도 읽었는데 저도 좋긴 하지만 스요님이
말하는 게 뭔지는 알 것 같아요.^^

syo 2018-08-27 17:45   좋아요 1 | URL
기억이 안 났다는 건 말이 안 되겠죠. 저게 보통 인물들도 아니고 그야말로 저자가 인생 전체를 사용해 섬겨온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을 못한다는 건 모순이니까요.

스텔라님처럼 했던 말을 또 하고, 다른 글에서 같은 소재를 다시 사용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요. 저도 종종 그러구요. 그런데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 장석주 작가님은 너무 다작이세요. 재사용을 감수하면서 지나치게 다작을 고집하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저 문단은 거의 변형 없이, 그리고 너무 자주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맑고 좋은 이야기도 한 작가의 손에서 오랜 세월 아무런 변형도 없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개인적 숭배 대상 목록을 암기라도 시킬 요량이 아니고서는 저러면 곤란하죠.

작가가 대상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쓸 때,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해서 내용을 채울 수는 있어도, ‘이런 사람들은 읽지 않았으면‘ 혹은 ‘이런 사람들은 읽지 않을테니, 이런 걸 또 써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쓰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저런 대목을 만난 책의 이름,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바로 다섯 권을 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섯 권이 끝이 아니라고 확신해요.

저도 장석주 작가를 전작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책을 많이 읽고, 장석주 작가님이 책을 많이 쓰시니 자주 만나는 것 뿐이지요. 스텔라님 말씀처럼, 장석주 작가님이 내 책 한두 권 읽는 사람이 더 많고 syo처럼 여러 권 읽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으니 괜찮겠지, 하는 식의 안일한 마음으로 저 대목을 반복하는 거라면 그야말로 실망이겠습니다. 더 많은 새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몇 안 되는 단골손님의 기호를 뒤로 미루는 방식이 경영전략상 합리적일 수는 있겠으나, 단골 손님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냥, 장석주 작가님은 책을 줄이셔야 해요. 지금 지나치게 많이 쓰고 계시고, 인간의 역량은 무한대가 아니니까, 한 권 한 권의 매력이 부족해질 밖에요. 스텔라님 말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권 읽고 말아 못 느끼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면 그걸로 괜찮은 걸까요?
 


태풍의 겨

 

1

엄마는 뉴스를 통해 태풍의 진로를 분 단위로 확인하느라 하루를 신나게 탕진하는 중이었다. 팥 심은 화분을 창틀에서 방바닥으로 내려놓으며 괜히 방충망을 덜컹덜컹 흔들어 보는 엄마의 얼굴에 그늘이 짙었다. 아들, 창문틀에 테이프 붙여 놔야 되지 않을까? 아들은 혀를 찼다. 엄마, 적당히 하셔. 대구로는 태풍 안 온다는구만. 엄마는 지금 니가 말한 그 적당히’인지 뭔지 하는 희한한 말은 내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노라는 듯 뚱하니 아들을 내다보며, 아마도 고구려 멸망(668) 이래로 지금껏 입에 달고 살았을 고루한 단어를 암송했다. 만약에 말야, 만약에.

 

만약에. 아들은 엄마가 지금껏 세상에 뿌려놓은 그 무수한 만약에 가운데 딱 한 놈이라도 결실을 거둔 적이 있었다면 차라리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만약에는 역시나 망했다. 물론 그건 자꾸 망해야 좋은 일이긴 하다. 대구는 태풍의 진로야 태풍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방임적인 방침을 취했고, 태풍은 그런 대구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었다. 다행히 대구는 평화로웠다. 태풍의 눈이나 심장은 산 너머 강 건너 멀리멀리 있었다. 타인의 체취를 맡고 존재감을 인지하듯, 대구는 한두 시간 내린 비와 늦은 밤과 새벽을 흔든 바람을 통해 저 멀리 태풍이 지나가고 있음을 은은하게 눈치챘다. 그러니까 태풍의 겨드랑이 정도가 이 도시를 스치는 셈이었다. 엄마의 만약에는 태풍의 피와 입김을 겨냥하였지만, 결국 도착한 것은 태풍의 겨땀과 겨냄이었달까.

 

그리고 한 잠 푹 자고 일어났더니 아니나 다를까 더웠다.

 

엄마의 만약에가 자꾸 망할수록, 엄마의 걱정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은 조금씩 무람없어지겠으나, 가족은 안전하다. 서재친구님들도 다들 안전했으면 좋겠다.


 

 

2


이 세상에 살게 된 지 20년이 지나서야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임을 알았다. 25년이 되어서야 명암이 표리인 것처럼 해가 드는 곳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서른이 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생각한다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치워버리려고 하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돈은 중요하다중요한 것이 늘어나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하게 될 것이다사랑은 기쁘다기쁜 사랑이 쌓이면 사랑을 하지 않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질 것이다각료의 어깨에는 수백만 명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등에는 무거운 천하가 얹혀 있다맛있는 것도 먹지 못하면 분하다조금 먹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마음껏 먹으면 그다음이 불쾌하다.

나쓰메 소세키풀베개

 

이 친구, 서른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냈다. syo의 경우, 군대 갔다 왔더니 곧 서른이었다. 군대에서 만 잔의 믹스커피를 타며 몸에 익힌 신묘한 물 조절 스킬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돈도 없고 철도 없고 지금 와서 돌아보니 미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마냥 신이 나서 잘만 싸돌아다녔다. 그런 스스로의 명랑한 멍청함을 어느 날, 노래방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다가 벼락 맞은 듯 깨달았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이게 무슨 느낌인지, 알쏭달쏭 암만해도 잘 모르겠는 것이다! , 나 서른인데, 왜 모르지? 왜 모르지? 뭐지, 내 서른은 뭐지......

 

소세키는 계속 읽고 있는 중.

 


어떤 옷어떤 사람은 흔들리는 것으로 잠시 자신을 찾기도 한다.

김현아무튼스웨터


사실 우리의 삶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뿌리가 뽑혀 있었다고 말해야 한다뿌리 뽑힌 상태에서 뿌리 뽑힌 제 처지를 의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불안은 수시로 찾아온다욕망이 이 불안을 가렸다.

황현산우물에서 하늘 보기


아아아아무런 의미도 만들지 못한 채 날아가 닿지도 못하는 가짜 불빛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날갯짓만 하다 죽다니할 수만 있다면 '저건 가짜야 멍청이들아어서 너희들의 삶을 향해 돌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나는 하루살이의 말을 모른다말을 안다 해도 하루살이가 들을 리 없다가로등 불빛은 너무나 매력적이다그것이 누군가 만들어낸 가짜라 해도 주저 없이 삶을 바칠 정도로 자극적이다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익숙한 감정이었다.

김보통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3

 “내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아?” 그는 이를 갈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녀가 몸을 움직였다곧 자리를 뜰 것처럼그의 손이 멋대로 뻗어나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그의 몸이 그녀에게 다가들어 또 그녀를 끌어안고 압박하려 했다하지만 그전에 그녀가 말했다. “세상에싫어요그 일을 또 처음부터 겪으라니그래요알았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알았다니?” 그가 다그쳤다.

 그녀가 말했다. “나랑 같이 자요됐죠그 일을 다시 겪느니 차라리 그게 낫겠어요얼른 끝내죠?”

 그는 히죽 웃으며 침묵 속에서 말했다. “아니귀여운 것그럴 수는 없지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나랑은 상관없어난 지금 널 가질 거고그게 전부야.”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거기에 드러난 경멸과 피로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리스 레싱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저기서 그녀가 또 처음부터 겪을 바엔 차라리 너랑 자고 말겠다고 말하는 그 일이란, ‘그가 그녀를 꼼짝 못하게 품에 안은 다음 얼굴의 키스한답시고 30분가량 화장이 다 지워질 때까지 물고 빤 일을 뜻한다. 그러면 그녀의 몸이 알아서 열릴 거라고 믿고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저 의기양양한 찐따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저건 그가 가진 무한한 찌질함의 도입부일 뿐입니다. 한 모금도 안 되는 뇌세포에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득 부어 한 컵의 인격을 겨우 채우는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합니다. 아이구, 인간아, 인간아.......

 


책을 적게 읽으면 제가 잘난 줄 안다홀로 지내면 제가 옳은 줄 안다그렇다고 이 책 저 책 다양하게만 읽지 인격 수양을 하지 않거나두루 널리 사귈 뿐 본받으려고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해롭다그러므로 바른 마음을 갖추어야 책을 읽어도 도움이 된다자신을 수양한 다음에 집 문을 나서야 무엇을 이루어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인호책벌레의 공부


 

4

 

이 양반아, 미친 듯이 웃기다며...... 아놔, 미치겠네?

 

 빌 아저씨께.

 아저씨. 기체후 일향만강하신가요. 여기는 태풍이 왔다 갔지만, 저는 잘 있습니다.

 오늘따라 아저씨가 더욱 보고 싶습니다. 아저씨는 항상 제게 잘해주셨지요. 저의 웃음을 위해서라면 못 하실 말씀이 없으셨잖아요. 때로는 그런 아저씨가 선을 넘었다 생각하여 마음 속으로 조용히 흉을 보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저를 웃기기 위해, 제게 기쁨을 주기 위한 아저씨의 희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저씨라고 욕과 웃음을 바꾸고 싶으셨겠어요. 다 제가 모자란 탓입니다. 아저씨 때문에 잃어버린 배꼽이 몇 갠데 제가 감히......

 아저씨, 보고 싶어요. 쟤가 저한테 약을 팔았어요. 미친 듯이 웃기다고 그랬거든요.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이게 다 아저씨 탓은 아닐까요? 이제는 자칭 웃기다는 책을 보면 제일 먼저 아저씨 생각이 나요. 아저씨가 웃음보의 기준이 되어서, 저는 세상에 웃을 일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책임 지세요. 책임 지시라구요.....

 아저씨. 조만간에 아저씨를 다시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때 잃어버리려고 스페어 배꼽도 미리 한 다스 주문해 놓았습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무탈하시길 바랄게요.

 아저씨의 골치아픈 추종자. syo.




5

 


박형서가 구병모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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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25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1-1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 방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탐방하다 또 여기를. 스요님 예전글탐방도 잼나네요. 빌아저씨에게 편지라니. 발칙한 귀여움이라니^^. 근데 저 책 안웃겨요?

syo 2021-01-14 23:21   좋아요 0 | URL
또 저의 과거를 발굴하셨군요 ㅎㅎㅎㅎㅎ 재밌다.
저 책 저는 웃겼다 말았다 해서, 심지어 다 안 읽고 때려쳤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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