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 형용사람 형용사랑

 

 

1



겐지는 소녀와 소녀 주변의 완고한 수행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비록 이른 나이에 혼인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이 열 살짜리 소녀는 그 나이치고 아직 미성숙하다고 그녀의 수행원들은 주장했다그들은 그가 요구한 대로 시를 그녀에게 전해주기는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녀가 아직 시를 짓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이 점은 나이에 비해 그녀가 정말로 아직 미성숙하다는 표식임을 겐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를 지을 줄 모르는 소녀는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145)

_ 마틴 푸크너, 『글이 만든 세계』

 

지루함과 고루함을 참아가며 겐지 이야기를 한 권씩 읽어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이걸 왜 읽고 앉았느냐는 회의감과 끝없이 싸워나가야 했던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10권을 끝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11권이 없다는 사실이. 그게 다, syo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시를 지을 줄 모르는 소녀는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라는 문장이 그리는 세상은 좀 아름다운 것 같다. 진짜로 지루한 작품이건 아니건 간에, 어쨌든 그 10권의 책 속에는 무시하기 쉽지 않은 양의 아름다움이 (syo에게 무시된 채로) 있었을 것이라고, 주인공과 작가의 이름 말고는 기억나는 게 1도 없는 오늘날은 생각해본다.

 

 직후 오랫동안 딸을 방치해온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를 겐지가 손을 뻗을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겐지는 지금은 발 빠르게 대처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어떤 구실을 들어서 그는 소녀의 거처로 달려갔다이번에는 모든 관습과 예법을 팽개쳐버리고경악한 소녀의 수행원들의 비명 따위는 무시한 채로 발과 장막병풍을 밀어제치고 규방으로 쳐들어갔다소녀는 잠을 자고 있었지만 겐지는 소녀를 품에 안은 다음 소녀가 잠에서 깨는 기척을 보이자 가만히 어르고는 자신의 마차에 태워 가버렸다그가 보기에는 이 모든 일은 그녀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집에서 소녀를 보살피고 그녀에게 걸맞은 수행원들과 앞날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또 명백히 방치되어온 그녀의 교육을 겐지가 직접 책임질 수도 있을 턴이니 교육을 통해서 소녀는 제대로 된 숙녀가 될 수 있으리라.

 (나를 포함한많은 독자들에게 이 도입부는 굉장히 불편하다그녀의 아버지의 뜻에 반하여 열 살짜리 소녀를 납치하는 설정은 건전한 관계를 위한 훌륭한 처방으로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무라사키 시키부의 초기 독자들은 다르게 반응했다그들은 남자 연인이 열 살짜리 소녀를 납치한 데에 살짝 충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던 더 넓은 차원의 혼인제도에 관해서는 비난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들은 여러 가지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히카루 겐지에게 감탄하며 그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칭찬했다. (145-146)

_ 같은 책

 

그리고 그 아름다운 세상은 저런 세상이기도 했다. 이런 시빌세기(11C).

 

 

 

2



  신부님은 나에게 어떤 기도문을 외라고 했다내가 그 기도문을 모르므로 신부님은 그것을 내게 불러주었고나는 신부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통탄할 만큼 미안해하며 그것을 따라 했다그런 다음 신부님은 내 죄가 무엇인지 물었다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나는 정말로 진실로 고백할 죄가 없었다하나도 없었다나는 고백할 죄가 없어서 너무 부끄러웠다물론 뭐라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얘야네 마음속을 깊이 살펴보거라……아무것도 안 보였다신부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를 지어냈다내 여동생을 헤어브러시로 때렸다고 했다네 동생을 질투하느냐그럼요신부님질투는 죄란다얘야그 죄를 없애기 위해 기도해성모송 세 번 외거라나는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고해성사가 짧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음번은 없었다그날 방과 후 세실리아 수녀님이 나를 붙들어놓았다그 상황이 더 유감스러웠던 건 수녀님이 매우 친절하다는 점이었다수녀님은 내가 얼마나 가톨릭의 성사聖事와 성체聖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성체맞아요하지만 나는 개신교인 데다 세례도 견진성사도 받지 않았다그렇지만 착하고 온순한 학생이기 때문에 이 학교에 다니도록 허락을 받았으며그래서 수녀님은기쁘지만 내가 교회 의식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다른 아이들과 운동장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성인聖人 카드 네 장을 꺼냈다학생들은 읽기나 산수에서 만점을 받을 때마다 별 한 개를 받았다그리고 금요일마다 그 주에 가장 많은 별을 받은 학생은 성인 카드를 받았다야구 카드와 비슷하지만 성인의 후광에는 야구 카드에는 없는 반짝이가 붙어 있었다성인 카드는 가지고 있어도 돼요나는 괴로운 심정으로 물었다.

루시아 벌린별과 성인

 

읽기도 전부터 이 책이 어떨 것이라 예상케 만드는 요인들이 꽤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 풍의 적막한 표지나 작가가 사후에야 재발견되어 인정받고 있다는 쓸쓸한 사연 같은 것들. 누구의 인생이라고 막 순탄하겠느냐마는, 책날개에 언급된 작가의 생을 보면, ‘세 번의 실패한 결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 ‘평생 시달리던 척추옆굽음증으로 허파에 천공이 생겨 산소호흡기를 달고’, ‘암으로 투병하다 사망’, 이런 독하고 쓰린 이력이 잔뜩이다. 그런 벌린이 자기 삶을 기반으로 하여 써 낸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이라 하니,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손가락을 올린 syo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침 한번 꼴깍 삼키고, 최대한 진지하고 웅숭깊은 눈알을 장착한 채 페이지를 열었는데,

 

뜻밖에 웃기고 너무나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좋다. “성인 카드는 가지고 있어도 돼요?”라는 대사는 요즘 자주 사용하는 그렁그렁 그렁이이모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렁이

 

 

그렁이 구글버전

 

 

 

3



사랑에는 형용사가 필요하지 않다. (361)

_ 주창윤, 사랑의 인문학

 

요즘 가장 사랑스러운 품사는 형용사다. 정확히 말하면 형용하는 문장이겠다. 정확히 말하고 보니 형용사랑은 좀 다르네. 그렇지만 저 문장이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랑의 규범은 품사로서의 형용사를 말하기보다는 형용하는 행위 자체를 일컫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형용사라는 호명에 형용하는 문장이 대답하는 것도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무언가를 형용하는 일에는 품이 많이 들어간다. 오래 보아야 하고, 오래 궁굴려야 한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때면 늘 생각한다. 오래 보고 나서도 아름답다는 추상적이고 몰개성적인 말밖에 하지 못하는 오래봄이 진짜 오래봄일까를.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오래 보는 것과 형용하려는 마음으로 오래 보는 것은 조금도 같지 않다. 세상에 없는, 최소한 이미 내가 만들어 놓은 문장 사전 안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새롭고 더 적확한 문장을 찾아내 당신을 형용하고야 말겠다는 욕심이 더 깊게, 더 두루두루 당신을 보게 한다. 그런 오래봄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사랑의 자식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사랑을 가능케 하므로 사랑의 부모다.

 

사랑에는 형용사가 필요하다.

 

어떤 사랑에는 11형용사가 필요하다.

 

 

 

 

--- 읽은 ---

+ 사랑의 인문학 / 주창윤 : ~ 379

+ 우리말 강화 / 최경봉 : 177 ~ 335

 

 

--- 읽는 ---

= 글이 만든 세계 / 마틴 푸크너 : 148 ~ 224

=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위근우 : ~ 84

= 은는이가 / 정끝별 :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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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8-0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문장에 반박하기 위한 마지막 글보니...창윤(님이, 이가,) 잘못했네. ㅋㅋㅋ 아름답다 좋다 보다 더 나은 말을 저도 찾아 보아야 겠습니다.

syo 2019-08-09 11:08   좋아요 1 | URL
아름답다 좋다가 제일 편하긴 한데 말이죠ㅎㅎㅎㅎ 쉬운 거 없다....

단발머리 2019-08-0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부 매뉴얼, 표지만 봐서 정체를 예상치 못했는데 단편집이었군요. 작가 이력이 너무 다채로와서 슬프네요.

오늘의 명단어 : 시빌세기
나는 왜 이런데 이렇게 끌릴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9-08-09 11:10   좋아요 0 | URL
그런 건 유전자의 농간입니다. 태어날 때 결정돼서 벗어날 수가 없다ㅎㅎㅎ

청소부 매뉴얼 이제 겨우 세 편 읽어서 단언하긴 그렇지만 좋아요. 이제 표제작 <청소부 매뉴얼>을 읽어야 하는데 사흘째 미루고 있다.....

레삭매냐 2019-08-0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벌린의 책은 저도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인 왜 그 시절에는 사람
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작가 사후에
재평가를 받게 되는지.

그 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궁금할 따름
입니다.

syo 2019-08-11 11: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후에 작품이나 작가에 아우라가 더해지는 일들을 많이 목격하면서도 항상 그러려니 넘어갔네요. 죽음이 남은 자들의 세상에 주는 씁쓸한 선물 같은 것일까요.

2019-08-10 0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9-08-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글바글 이모티콘 세상에서 고유성을 부여받아 존재감을 득하였어요. 감사해요 쇼님.
-그렁이 올림-

syo 2019-08-11 21:41   좋아요 0 | URL
그렁아..... 고마워 할때조차 여지없이 그렁그렁한 우리 그렁아.....
 

 

너무 많은 입과 하나도 없는 입

 

 

1

 

서른이 넘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아무도 물어오지 않았다. 나는 형용사를 잔뜩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명사(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어?)거나 동사를 가장한 명사(무슨 일을 하고 싶어? =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였다. 나는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는 내가 하는 말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답이야.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구나? 시간이 갈수록 그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무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2

 

엄마는 입을 다문다. 두 주째 감기가 떨어지지 않으니 병원을 옮겨보자는 아들의 말에 입을 다문다. 이제 운동이 필수라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수영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알아봐 주겠다는 딸의 제안에도 입을 다문다. 국을 해 놓으면 절반은 그대로 버리니까 앞으로는 국을 좀 적게 끓이자고 하면 입을 다물고, 밥을 해 놓으면 절반은 그대로 버리니까 밥이 되면 퍼서 냉동실에 넣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해도 입을 다문다. 새벽 두 시, TV를 틀어놓고 자고 있기에 나가서 TV를 끄면, 왜 보고 있는 걸 맘대로 끄냐고 따진다. 자길래 껐다고 대답하면 안 잤다고 우긴다. 엄마, 코 골았어. 나 안 잤어. 그럼 TV 끄기 전에 보던 거 뭐였는지 말해봐. 그러면 엄마는 입을 다문다. 어제는 동생이 울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걱정이 되서 신경을 쓰면 짜증을 내고,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입을 꾹 다물고, 그럼 내가 아예 그냥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둘까? 그럼 엄마가 편하겠어? 그러라면 그렇게 할게. 엄마는 입을 다물었다. 동생은 휴지를 계속 뽑아 눈가로 가져갔다가 주먹에 꽉 쥐어 뭉치기를 반복했다. 거실은 더웠고, 밖은 시원했다. 다들 일어나자. 나가서 공원 몇 바퀴만 돌고 오자. 막상 나오니 엄마는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빙빙 돌았다. 나와 동생은 엄마의 뒷모습, 옆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천천히 걱정을 나누었다. 자꾸만 고집을 부리는 엄마, 자꾸만 아이가 되는 엄마, 작년보다 올해 더 어려지는 엄마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까? 우리 가족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 나는 입을 다문다. 동생은 입을 다문다. 엄마는 박수를 치며 잰걸음으로 공원을 돈다. 낮은 돌담 위에서 새끼 고양이가 조용히 사료를 먹고, 12시간 뒤면 비가 내릴 하늘에 가득 들어찬 어둠을 박수 소리가 밀어내는 동안, 사람은 입을 다무는 밤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다른 걸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을 수 있는 구실이 떠오르지 않으면 엄마는 입을 다문다. 이 잔소리꾼들은 언젠가는 지칠 것이므로,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 그저 눈만 굴리다가 아들과 딸이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면 다시 자기 마음대로의 세상을 산다. 누가 그 세상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다시 입을 꼭 다문다. 엄마는 입을 다무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3

 

아버지는 입을 다무는 법이 없었다. 3초 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3초 만에 할 말을 생각해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에겐 언제나 이유가 있었고 언제나 말이 있었다. 아버지가 가진 말의 많음이 가족들이 가진 아픔의 많음이 되었다. 아버지를 겪으며 나는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인간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제 엄마는 말의 없음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바늘을 꽂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정말로 나는 입을 다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누구나 남을 자기로밖에 통과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나는 조금 위안이 되었던가아니 조금 슬펐던가.

이슬아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같은 행성 위에서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그 사실을 위한 삼으라고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그곳에 매번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김초엽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읽는 ---

= 우리말 강화 / 최경봉 : ~ 177

= 글이 만든 세계 / 마틴 푸크너 : ~ 148

= 청소부 매뉴얼 / 루시아 벌린 : ~ 45

= 미학 수업 / 문광훈 :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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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8-0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말수 적은 사람이 되어 보고 싶은데 아마 죽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ㅎㅎㅎ

syo 2019-08-06 19:44   좋아요 2 | URL
저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 말수가 좀 달라지더라구요. 좋고 싫고에 달린 것 같지는 않아서, 원리를 알 수가 없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8-06 19:45   좋아요 0 | URL
제가 syo님께 할말하않하게 만드는 놈이 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syo 2019-08-06 19:47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이라면 제가 침묵해도 그 공간을 침묵시키지 않을 역량을 보유하고 계실테니, 한결 부담이 없겠어요. 그건 좋은 일이지요.

레삭매냐 2019-08-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alkative 퍼슨은 아예 해당되지
않을 것 같더라는...

저는 침묵이 싫더라구요.

syo 2019-08-06 19:44   좋아요 0 | URL
때나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저도 대체로 침묵보다는 다변쪽이 차라리 나을 때가 더 많더라구요.

2019-08-0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7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7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9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9-08-08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아이한테 잔소리하고 아이가 자라면 엄마한테 잔소리하는군요 그런 거 해도 듣는 사람은 기분 안 좋으니 안 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런 거 안 하면서도 엄마랑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못하죠 저도 그래요 저는 제가 거의 말을 안 해요 공원 몇 바퀴 돌기는 함께 할 수 있으니 가끔 그걸 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희선

syo 2019-08-09 09:45   좋아요 1 | URL
공원 몇 바퀴 도는 걸로 해결이 되는 영역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가 늘 걱정입니다. 정말 ‘잔‘소리로 끝날 거면 안하고 말겠는데, 건강 문제가 곧 생명 문제랑 직결되는 노인이시니 잔소리가 잘지만은 않은 것 같은 게 또 자식의 마음이지요.

2019-08-11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간열차

 

 

1

 

저마다의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우리는 오늘치의 실패한 사랑에 대해 써야만 한다.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은 것들과, 하지 않아야 했으나 하고 만 것들에 대해 꼼꼼히 기록하며 마음을 씻는 밤을 지나고 나서야 다시 말갛게 씻은 마음을 하고 하루를 건너가는 것이다.

 

 

 

2

 

말의 끝에 얹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날카롭게 계량할 줄 알게 되기를.

 

 

 

3

 

저기 불빛이 있다는 것은 그 불을 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겠지. 불을 켜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불빛을 품은 마음이 있다는 말이겠지. 어느 마음이 환하다는 것은 언젠가 그 불을 끄고 돌아갈 자리에 사랑과 함께 기다리는 누군가를 가졌다는 말이겠지. 기다리는 이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곳이 또 하루 불빛을 놓고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는 말이겠지.

 

 

 

4

 

어젯밤은 행복했어.

 

 

 

5

 

읽지 않고, 쓰지도 않고, 이제 어떤 숫자들을 만지고 있다. 밤이 짧은데 밤이 길다.

 

 

 

--- 읽은 ---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188 ~ 277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 래리 고닉 : 218 ~ 405

+ 왕좌의 게임의 과학 / 헬렌 킨 : 114 ~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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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5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5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5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 봄. 2019-08-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않아야 했으나 하고 만 것들이 유독 많네요.
저에겐.
그래도 이 열대야에 행복하셨다니 다행이군요.

syo 2019-08-06 19:23   좋아요 0 | URL
더운 와중에도 사람은 살고, 살다보면 행복하기도 하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
또봄님도 더울 때 행복하시고, 안 더울 때 행복하소서.
 

 

인성과 인술과 인생

 

 

1

 

토요일에는 인성검사라는 것을 받으러 아침부터 서울에 갈 듯. 내가 아는 바, 내 인성이 또 보통은 넘지. 어린 날, 나야말로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남자라고 뻥을 쳤을 때, 친구들은 털끝만치의 의심도 없이 그 말을 믿곤 했다. 그제야 오랜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 그래서~ 하는 그 반응들…….

 


<< 인성파탄 증거물 1 >> 


syo : 강의 안 듣냐.

syo : 이틀 열심히 듣는 척 하더니

syo : 왜 멈춤이지?

: 이제 들어야지

: 라고 생각했는데 10시라니

: 밥먹고 조금 누워있었는데

syo : 그러니까 내년에도 밥먹고 조금 누워 있겠지

syo : 그 후년에도 밥먹고 조금 누워 있겠지

syo : 그런 식으로 조금 누워서 세월 보내다가

syo : 영영 누워있겠지.

syo : 마치 누울라고 태어난 사람처럼

 

 

<< 인성파탄 증거물 2 >>

 

박곰 : 더운데 잘하고 있나 범벅 ㅇㅅㅇ 요즘 습도 쩔더라

syo : 그럭저럭

syo : 형은

박곰 : 난 더위에 져서 ㅇ_ㅇ 흐느적거리고 있지

박곰 : 비가 안온다

박곰 : 나쁜

syo : 그럼 도서관같은데 나가서 해라

syo : 집에만 있지 말고

박곰 : _ㅇ 그럴려고 이제 집은 안되겠다

박곰 : 습도 80퍼 넘던데

박곰 : 가만 있어도 찐득거려 으어어

syo : 냄새날 것 같다

박곰 : 복지회관에 지하독서실 아직 있나보던데 거기 가보고 아님

박곰 : 두류나 남부 도서관 가야겟ㅌ

박곰 : 냄새는 왜

박곰 : 씻거든

syo : 몰라

syo : 당신 그냥 그런 이미지

 

 


 

세상은 참 묘하다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친절하고마음 맞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있다시골이라서 도쿄와는 모든 게 반대인 모양이다뒤숭숭한 곳이다조만간 불이 얼고 돌이 두부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쓰메 소세키도련님

 

겉으로만 점잖은 척 단장하고 속마음은 시기와 거짓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은 좋아하려고 해도 한 푼의 가치가 없고 미워하려고 해도 몽둥이로 때릴 만한 가치조차 없다단지 그가 거짓으로 꾸미느라 수고로움을 다하는 꼴이 가련할 뿐이다만약 그가 잘못을 뉘우친다면 한 번쯤 가르쳐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덕무선귤당농소

 

 

 

2

 

귀가 가려워서 시원할 때까지 후벼 팠는데 어쩐지 면봉이 축축했다. 다음날 도서관에 가는 길에 먼저 이비인후과를 들렸다. 처음 가본 병원이었다. 건물에 들어서는데, 계단으로 반 층 올라가니 있는 화장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낡았다. 세면대가 없고 손 씻는 호스와 양동이, 바가지가 있었어. 싸했다. 2층으로 올라갔더니 바로 앞에 미용실 유리문이 있었는데, 싸한 게,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무슨 페이퍼컴퍼니 오피스처럼 음산한 것이다. 바닥의 온갖 집기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자기들만의 댄스파티를 즐기다가 syo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못 움직이는 물건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그런 양상이었다. 나 병원 들어가면 쟤들 막 문란하게 놀 것 같아, 바닥에서 뒹굴고. 싸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싸했다. 텅 비어 있는 접수대 옆에 도저히 시선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사진이 한 점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가운을 갖춰 입고 서먹서먹한 표정을 한 남자 세 명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 있었다. 맨 뒤에 서 있는 남자는 syo보다 열 살은 많아 보였고, 가운데 높은 의자에 앉은 사람은 할아버지, 맨 앞의 낮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할할아버지쯤 되어보였는데, 사진 앞쪽에는 삼대가 이비인후과 의사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싸했다. 제발, 진료실에 있는 사람이 3세이기를. 제발, 할할아버지만은 안 돼들어가 보니 아들도 할할아버지도 아닌, 할아버지셨다. 무슨 기분이어야 하지? 하는 사이에 할아버지는 척척 움직여 의자에 syo를 앉히고는 어떻게 왔는지(당연히 반말로) 묻는다. ,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것 같아서요……. 어디 물에 들어갔어?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닌데요. 습진 같은 거야. 귀에 물 안 들어가게 해. 다른 병원에 가면 해리포터 지팡이 같이 생긴 놈을 귓속에 넣어서 삐빅- 사진도 찍어서 보여주고 그러던데 여긴 그런 기계 자체가 없었다. 오직 선생님만 있었다. 선생님이 기계는 아닐 거 아냐선생님은 면봉에 약을 발라 순전히 감으로 syo의 귓속에 찔러 넣으셨는데, 당연히 아팠다. 기계 아니네. 사람 솜씨네. 물론 해리포터 지팡이 병원에서도 아프긴 했는데, 왜 여기서의 아픔은 어딘가 싸한 아픔이란 말인가……. , 저기 앉아. . 그거 귀에 대. . 버튼 눌러. . 그래. . 이러고 약을 받아왔다.

 

그게 어제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진 상태다. 여러분, 싸할 때는 피해야 합니다. 미깡 선생님께서는 하면 좋습니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싸함은 싸이언스

 


 


3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읽고 쓰는 일에 집어넣는 시간이 차츰 줄어든다. syo라는 놈은 일하면서도 열심히 읽고 쓸 수 있을 그런 범상치 않은 놈일 줄 알았지만, 이거, 아무래도 범상한 놈으로 밝혀질 분위기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 달에 스무 권, 읽으며 살 수 있을까? 미친 척 읽으면 백 권도 읽던 인생이, 아등바등 잠 줄여가며 읽어야 스무 권을 겨우 채울까 말까 하는 삶을 잘 버틸 수 있을까?

 

, 안 그럼 또 어쩔 거야. 다들 그러고 산다.

 

 


한번 책에 빠지면 다른 세계에책 속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그 순간 나는 내 꿈속의 더 아름다운 세계로 떠나 진실 한복판에 가닿게 된다날이면 날마다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이방인이 되어 묵묵히 집으로 돌아온다그날 찾아낸 수많은 책들내 가방 속에 든 책들 생각에 골몰해 길을 걷는다전차와 자동차와 보행자 들을 피해가면서녹색 등이 켜지면 기계적으로 길을 건넌다행인이나 가로등과 부딪치는 일도 없이 걸어간다몸에서 맥주와 오물 냄새가 나도 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건가방에 책들이 들었기 때문이다저녁이면 내가 아직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해 일깨워줄 책들시끌벅적한 거리를 걸으면서도 빨간불에 길을 건너는 법이 없다.

보후밀 흐라발너무 시끄러운 고독


독서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것을 지연시키는 방법이다독서는 우리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방식이다이 장대하고 가능할 성싶지 않은 독서 계획이 우리 앞에 줄지어 있는 한우리는 숨을 거들 수 없다나는 아직 빌레트를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에게 나중에 다시 오라 전하라거기에는 우리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는 희망이 있다나 믿노니이것이 책이 인류에게 주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모든 생은최고의 생조차도끝은 슬프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는다우리가 듣고 싶은 목소리는 영원히 멈춰버린다책은 끝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드러낸다제인은 로체스터와 결혼할 것이다엘리자는 사악한 노예주 사이먼을 저지할 것이다장발장은 자베르를 이겨낼 것이다핍은 에스텔라의 짝이 될 것이다악한 이는 나가떨어지고 정의로운 이는 번창하리라우리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책들이 있는 한아직은 배를 돌려 안전한 항구를 찾을 기회가 있다포크너의 말마따나그저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아직도우리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조 퀴넌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 읽은 ---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 180 ~ 303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218 ~ 341

+ 슬픈 열대를 읽다 / 양자오 : 180 ~ 337

 

 

--- 읽는 ---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88 ~ 180

=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이재열 : ~ 100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 래리 고닉 : ~ 218

= 중국 근대사 / 이영옥 : 53 ~ 110

= 왕좌의 게임의 과학 / 헬렌 킨 :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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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1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8-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지를 너무 자주 파면 귓속이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제 친구가 예전에 귀지를 자주 팠었는데, 귓속이 너무 아팠고 피가 났대요. 이비인후과에 진찰받으러 갔는데 귀지를 너무 많이 파서 귓속에 염증이 생겼대요. 요즘은 이비인후과에 가면 내시경으로 이용해서 귀지를 파준다고 하던데, 귀지가 너무 많이 나올까봐 부끄러워서 못 가겠어요... ㅎㅎㅎ

syo 2019-08-01 11:14   좋아요 0 | URL
귀지는 애증의 존재입니다..... 파면 팠다고 뭐라하고 안 파면 안 팠다고 뭐라하시는 선생님들이여.....

다락방 2019-08-0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읽고 리뷰 써줘요. 어땠는지. 그 단편이요.

syo 2019-08-01 14:32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그럼? 좋았는데ㅎㅎㅎ

다락방 2019-08-01 14:40   좋아요 0 | URL
나도 좋아하는 단편이에요 :)

stella.K 2019-08-0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 파기와 코딱지 파기가 의외로 카타르시스가 굉장하죠..
남 보기엔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ㅋㅋㅋ
귀 파기도 한 두어 달 있다 파면 좋은데 별로 나올 것도 없는데
귀가 가려워서 파게 되더라구요.
사실 귀지는 안 파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다 귀를 이롭게 하는 거라서.
그런데 안 팔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누군가 제 욕을 많이 하는가 봐요.ㅋ

전 좀 나이든 의사가 좋더라구요.
요즘 정형외과 다니고 있는데 처음 갔을 때 의사가 의외로 젊어서
놀랐어요. 그것도 무려 그 병원 원장이더라구요. 동네병원이긴 하지만.
게다가 요즘 이 병원을 배경으로 에세이 같은 소설을 쓰고 있죠.
‘나의 좌골신경통 치료기‘란 제목으로.ㅋㅋㅋㅋㅋ

syo 2019-08-04 23:44   좋아요 0 | URL
‘나의 좌골신경통 치료기‘라니 ㅋㅋㅋㅋㅋ
어쩐지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 같다.

제 귀는 여자친구가 파는 걸 좋아합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 안 대고 귀 파는 격입니다.

stella.K 2019-08-05 14:5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원래 그런 게 매력적인 거예요.
지루한 프랑스 영화 같은. 이걸 봐줘? 말아? 하는.ㅋㅋ

북다이제스터 2019-08-01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성검사의 핵심은 판단하지 않고 초지일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ㅎㅎ
시험 잘 보세요. ^^

syo 2019-08-04 23:42   좋아요 0 | URL
잘 보고 못 보고 하는 시험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다님 덕분에 잘 보고 왔습니다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어제의 촉촉한 사랑 오늘의 마른 오징어

 

 

며칠째 엄마가 아프다. 감기 들면 대차게 앓는 우리 엄마 덕분에 감기가 구토는 물론 근육 경련이나 심지어 악몽까지 포괄하는 그야말로 증세의 메트로폴리탄이라는 사실을 매번 느낀다. 차도는 있다. 엄마는 이제 먹다가 토하러 뛰어가지도 않고 뽀시락 뽀시락 잘도 움직인다. 지금은 병원 가려고 고양이세수를 하고 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이 문단을 쓴다. 기왕 가는 거 이번에는 수액까지 맞히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계속 붙어서 간병한 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엄마가 아프면 간병 말고도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이 생긴다. 이 가정의 살림살이가 n빵 되지 않고 몰빵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집안일도 일이지만, 그것보다 다른 가족들까지 기운이 빠지고 집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해지는 것이 문제다. syo만 해도 그렇다. 찾아올 듯 말듯 모퉁이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고 기회만 엿보던 슬럼프는 맞춤한 시기를 만나 몸통을 드러냈다. 냉방병은 방법을 찾아내 억누르고 있지만 완전히 퇴치한 것은 또 아니라서, 가끔 머리가 띵하다. 문득 우리 집에 종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확 다 불 싸질러버리면 어떨지를 생각하고, 이 마당에 또 욕구불만 사이클의 하이피크가 도래하여(얜 심심하면 도래한다, 도래이 같은 놈) 만사가 불만이다. 대구 날씨는 연일 대구스럽고, 어느 지역에 떨어졌다는 빗물 폭탄 소식은 어느 타국의 진짜 폭탄 소식만큼이나 멀기만 하다. 심지어 이러다 못 먹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산 복숭아는 보통 이하의 맛이고…….

 

늘 예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던 활자의 손길이 이젠 치근덕거리는 걸로만 느껴진다. , 각방 쓰고 싶다.

 

 

 

--- 읽은 ---

+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77 ~ 160

+ 이거 보통이 아니네 / 김보통, 강선임 : ~ 255

+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 그레고리 맨큐 : 77 ~ 293

 

 

--- 읽는 ---

= 근대 유럽의 역사 / 김진호 : ~ 64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 ~ 180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 88

= 슬픈 열대를 읽다 / 양자오 : ~ 180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98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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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든 신경질의 결정타는..... 복숭아, 보통 이하의 복숭아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슬픈 열대를 읽다, 양자오가 쓴 거 사러 갑니다. 사지 말아야 하면 얼른 댓글 달아주세요~~~ from 댓글재촉러

syo 2019-07-29 12:41   좋아요 0 | URL
이 책 나쁘지 않습니다. <슬픈 열대>를 읽으신 후든, 전이든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전 이 책 읽기 전에 <슬픈 열대> 먼저 읽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어요. 다 날려 먹었을 것 같아.

단발머리 2019-07-29 12:50   좋아요 0 | URL
사러 갑니다. 전 이거만 읽고 슬픈 열대 안 읽을 수도~~~~ 하하하하하하.

syo 2019-07-29 12:51   좋아요 0 | URL
이거 읽으면 슬픈 열대 읽고 싶어질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

다락방 2019-07-29 12:51   좋아요 0 | URL
난 아무것도 안 살 겁니다. 안사요. 안산다구욧! 으르렁-

오늘 아침에도 맛있는 말랑이 복숭아 먹고 와서 미안..

syo 2019-07-29 12:52   좋아요 0 | URL
말랑이 복숭아는 부럽지 않아서 괜찮.... 누차 말하지만 복숭아는 땐땐이🍑

단발머리 2019-07-29 12:54   좋아요 0 | URL
아니요, 전 양자오꺼만 읽는 걸로.
양자오 슬픈 열대랑 말랑이 복숭아, 요렇게 두 개 주세요~~~~~

syo 2019-07-29 14:52   좋아요 0 | URL
슬픈 열대말랑이 한 그릇이요!

설해목 2019-07-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감기 정말 좀 심하네요. 전 일주일넘게 목소리가 안돌아오고 있어요.
어머니 무조건 푹 쉬시게 하셔야해요.
아프면 환자든 가족이든 처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ㅜㅜ

syo 2019-07-29 14:53   좋아요 1 | URL
수액 맞고 돌아왔더니 힘이 나나봐요.
입 터지셨어ㅎㅎㅎㅎ 다행이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7-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한 명 아프면 진짜 다같이 아프죠. 어머님 쾌유를 빕니다. syo도 덩달아 아프지 않길 빕니다. 주말에 먹은 내 올해 첫복숭아는 정말 달았는데 괜히 미안해지네.

syo 2019-07-29 14:54   좋아요 1 | URL
엄마가 수액 맞고 회복되어 참기름에 북어를 볶고 있습니다. 팔놀림이 힘차고 노동요 대신 큰 이모 흉을 보는 걸 보니, 완전 평소의 엄마. 완치가 눈앞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19-07-29 14:58   좋아요 0 | URL
무리하시지 않게 진정시켜드리셔요. 흉보는 데는 맞아맞아 해주시면서ㅋㅋ 댓글들 보니 복숭아돌이한테 복숭아 이미지 강탈당한 사람 넘치네요. 얼른 맛있는 복숭아 드시고 수많은 기대에 부흥?하는 복숭아 찬가 보여주세요. 천천히ㅎㅎ

syo 2019-07-29 15:16   좋아요 1 | URL
방금 하나 먹어봤는데 와.... 와....
복숭아 발바닥 맛이네요.

2019-07-29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9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7-2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습하고 더운 날씨에 방 안에 있는 책마저도 ˝이 무덥게 하는 원인들!!˝이라고 느껴질때가 있는데요..
그래서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 읽고 있답니ㄷ..(응?) (๑◔‿◔๑)

그리고...맛없는 복숭아를 만났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네요. (`ロ´)

syo 2019-07-29 14:56   좋아요 1 | URL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데 표정으로 표현하셨어ㅋㅋㅋㅋㅋㅋ 저 귀여운 애들은 대체 어떻게 만드신거예요? 어디 학원 다니세요? 너무 좋아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9-07-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머님의 쾌유를~~

올 해 복숭아 먹으면서 님을 생각했네요!
맛난 복숭아 많이 드시길요^^

syo 2019-07-29 14:58   좋아요 0 | URL
과연 알라딘의 복숭돌이 syo군요.
뭐 하나라도 기억 될 걸 남겼다니 뿌듯하다^-^

카알벨루치 2019-07-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자야 효자~👏👏👏

syo 2019-07-31 23:06   좋아요 1 | URL
50시간도 더 지나서 댓글을 달았네요..... 죄송.....
그런데 별로 할 말이 없다 ㅋㅋㅋㅋ 효자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