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昌寧 2

 


꺼꾸리 할배네 논에는 크고 실한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가 잔뜩 살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장난꾸러기들이 아무리 몸을 웅크려본들 논두렁에 발을 올리는 순간 어디서 보고 있었는지 꺼꾸리 할배의 불같은 호령소리가 떨어졌다. 야이 종내기들아! 퍼뜩 안 나가나! , , 발모가지를 조 뿌사뿌까!

 

다음 날 학교였다. , 우리 아부지가 쫌 이상하다. 걸상을 책상 아래로 내려놓고 앉으며 친구아이가 말했다. 내가 어제 아부지한테 물어봤다 아이가. 아부지요, 종내기가 도대체 뭡니꺼. 그카이끼네 아부지가 누가 그카데 카면서 막 씅질을 씅질을 내는기라. 니는 가마이 듣고 있었나, 한 대 조 패주지 와, 이 카데. 그래가 내가 캤지. 아부지요, 꺼꾸리 할배가 그캤심니더. 그 할배는 아덜이 논두렁에 가까이 가기만 하마 소리를 버럭버럭 지릅니더. , 맞나? 그랬디 느그 아부지가 머라 카시던데? 그게 신기한기라. 내는 우리 아부지가 금방이라도 꺼꾸리 할배한테 띠 갈 줄 알았그든? 근데 갑자기 내한테 씅질을 뜩 내믄서, , 인마, 그 어르신 논에 드가지 마라! 이라믄서 내 꿀밤 때리드라 아이가...... 왜 저카는지 니는 알긋나? 하모, 알지, 딱 보이 내는 바로 알긋네. 뭔데, 뭔데? 느그 아부지가 꺼꾸리 할배캉 싸우마 지는기라, 할배한테 뚜드리맞으까봐 바로 쫄아가 꼬리 내라뿐 기지. , 이 미친개이야, 우리 아부지 해병대 나왔다. , 맞나? ......그카면 답은 딱 한 갠데. 뭔데? . ? 그래, . 내 뭐? 니 다리 밑에서 주 온 자식이네. ......디질래, 이 종내기야.

 

벼가 누렇게 익더니 이내 논이 텅텅 비어 여치도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모두 간데없어진 늦은 가을까지 결국 아이들은 누구도 꺼꾸리 할배네 논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해는 유독 가물었고 흉년이었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한숨 소리가 났다. 처음 들어보는 남미 어느 나라의 이름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어른들의 시름에 시름을 얹었다. 영삼이니 대중이니 하는 이름이 입에 오르면 가끔 큰소리도 들렸다. 어둡고 뻑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사이에도 말이 돌았다. 꺼꾸리 할배는 쌀밥 대신에 메뚜기를 밥그릇에 항금 담아가 묵는다 카더라. 아 맞나, 어쩐지. 그래가 꺼꾸리 아제가 마누라가 토꼈구나. 아이다, 꺼꾸리 할배가 사실은 어릴 때 메뚜기한테 물리가, 그때부터 밤만 되마 메뚜기 소리를 그래 낸다 카든데? 아 맞나, 어쩐지, 그래가 우리가 논두렁에 가까이 가기만 하마 귀신같이 알아챘네. 메뚜기 우는 소리 알아들은 기네.

 

겨울의 일은 겨울에 묻어두고, 논농사 짓는 이들의 봄은 나른할 틈이 없었다. 산과 들이 개구리 울음으로 짠 녹색 옷을 입으면, 마을의 논은 바람 일 때마다 물소리 찰랑거렸다. 아이들도 바빴다. 뒷산으로 나가 개구리도 잡고, 뱀딸기도 따고, 돌아오는 길이면 개울에 발을 씻었다. 노을이 내리면 어른들이 모여 듬직한 얼굴로 낫이며 장화에 묻은 흙을 씻어내는 그 개울이었다. 어른들의 입에서 겨울을 뒤채던 그 어려운 이름들이 잠깐씩 나왔다가 개울 물소리와 함께 하류로 흘러가곤 했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꺼꾸리 할배의 이야기를 짓지 않았다. 겨울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었다. 춥고 매운 흉년의 그 겨울, 마을에는 꺼꾸리 할배가 다녀가지 않은 집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 집에서는 꺼꾸리 아제가 짊어지고 온 쌀가마니를 마당에 내려놓고, 꺼꾸리 할배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어려운데, 우리 집만 작년 농사가 잘 돼서. 또 어느 집 아이는 대청마루에 반쯤만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꺼꾸리 할배가 하얀 봉투를 내밀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부끄럽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집에는 입이 두 개 밖에 없어서.

 

여름에 마을 아이들은 자주 모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꺼꾸리 할배를 찾아갔고, 한 줄로 나란히 논에 들어가 피와 여뀌를 뽑았다. 그리고 그 계절이 끝나자 누구도 그 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해 거둔 쌀로 지은 밥은 유독 달았고, 장난꾸러기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새 노래를 질릴 때까지 들으며 밤마다 조금씩 키가 컸다.

 

 

 

--- 읽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4 5 / 박시백 지음

부케를 발견했다 / 최정화 지음, 이빈소연 그림

꿈은 미니멀리즘 / 은모든 지음, 아방(신혜원) 그림

아무도 없는 숲 / 김이환 글, 박혜미 그림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읽는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2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 정성희 외 지음

묵묵 / 고병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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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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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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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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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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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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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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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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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3-3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화인가요? 실화같은 소설인가요? 어느쪽이든 참 좋네요. 사투리가 구수하니 읽는 맛도 나고..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고 계시죠?^^

syo 2019-03-30 22:39   좋아요 0 | URL
소설 같은 실화랄까요. 돌아보면 소설같은 일이 많은 시절이었습니다......

환절기 전 너무 좋아요. 독서괭님도 잘 지내시죠?? ㅎㅎㅎ

다다 2019-03-3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어린시절을 창녕에서 보내셨나요?

syo 2019-03-30 22:46   좋아요 0 | URL
네. 두어 해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찐하고 재미나게 보냈습니다^-^

다다 2019-03-30 22: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랬군요. 제가 이 댓글을 창녕에서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

syo 2019-03-30 22:55   좋아요 0 | URL
아, 또 그런 사연이ㅎㅎㅎㅎ 반갑습니다(?) 창녕은 안녕하신가요 ㅎㅎ

다다 2019-03-30 23:01   좋아요 1 | URL
창녕이 안녕한지 일일이 물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다만, 저는 안녕할 때도 있고 안녕 안 할 때도 있어요. ㅋㅋ
밤에 쌀쌀하네요. 감기조심하세요. ^^
 

 

창녕昌寧

 

 

학교가 파하면 아이는 바람을 세며 걸었다. 풀이 누웠다 다시 일어나면 그걸로 바람 한 개. 집으로 오는 길 햇살 아래를 지나며 아이는 강아지풀을 뜯었다. 그리고 그 가녀린 걸 그물삼아 백 개의 바람을 낚았다. 모자란 날도 있고 넘치는 날도 있었다. 바람이 넘치는 날이면 백까지만 세고 나머지는 들로 풀어주었다. 아이에게 바람은 백 개로 딱 한 묶음이었다. 한 묶음 바람을 묶어 손에 들고 도착한 아이는 바람처럼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여기 엄마 바람 한 묶음. 부엌문을 밀고 나온 엄마가 햇살처럼 웃는다. 아이구, 우리 아들 고맙습니데이. 아이가 한 손에 쥔 투명한 바람묶음을 엄마는 두 손으로 받았다. 이걸 엄마 다 주면 우리 아들은 뭐 할낀데? 아이가 작은 두 팔을 활짝 펼친다. 엄마, 괘안타. 바람이, 이래 많다 아이가. 아이의 말이 옳았다. 마당이 온통 바람이었다. 익은 앵두나무 그늘 위를 볼 빨간 바람이 달리고 있었다. 가지런히 모은 앞발에 턱을 올리고 누운 잡종 강아지의 꼬리에도 바람이었고, 한 달에 한두 번 나타나 골방에서 기타만 두드리다 새벽녘에 허깨비처럼 사라지는 주인 할배 막내 행님도 바람이었다. 할배, 행님아는 또 어데 갔어요? 아이가 물으면 늘 같은 대답, 대처에 공장에 돈 벌러 갔지, 그 대답이 바람이었다. 그라믄 또 언제 와요? 다시 물으면 아무런 말없이 한숨만 푹 내쉬는 할아버지, 깊은 그 한숨이 바람이었다. 또 바람이었다.

 

여름이었다. 바람이 제철이었다.

 

 

 

1



‘3·1혁명이라는 용어가 올바른 이름인 데에는 여성들이 대대적으로 독립만세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확인하게 된다.

김삼웅3·1혁명과 임시정부, 98 


사실 김삼웅 선생님의 저작은 전반적으로 만듦새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저런 문장들이 많지는 않지만 왕왕 발견된다. 문장 뿐만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한 챕터씩 나눠 집필한 책에서 종종 발견되는, 중언부언이라 하고 말기에는 좀 과하지만 중복서술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닌 미묘한 반복서술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선생님은 이미 평전 영역에서는 전무후무하다할 금자탑을 쌓아올리셨고, 따라서 이런 지적질이 너무도 소소하고 시시하게 느껴질 만한 거장이시긴 하다. 그럼에도 그 어마어마한 수의 저작들을 생각해 보면 아쉬운 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2



  성공 여부만 따지는 게 맞는 건가그렇게 따지면 일제 때 독립 운동이란 게 언제 성공할 수 있었나예컨대 3·1운동참으로 엄청난 민족적 의의가 있지 않나헌법 전문에도 들어가 있다그렇지만 성공 여부만 놓고 따진다면 '그건 실패를 거듭한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수많은 독립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당장 성공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만세를 외치고독립군으로서 일본과 싸우고그러다 죽고 처형당하고 고문당해서 몸이 망가지면서도 싸우고 또 싸운 것 아닌가.

  단재 신채호는 일제에 맞서 싸우는 것과 관련해 '우리한테는 무엇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만 있는 것이지성공 여부를 가지고 얘기해선 안 된다.' 이렇게 말했다난 모든 독립 운동자에 대해 단재의 이야기가 맞다고 본다당장에 성공하길 바랐다면강력한 일본에 대항해 싸우는 것처럼 바보가 없었다그런데도 재산을 전부 탕진해가면서자식들을 가르치기는커녕 굶주리게 하면서 독립 운동에 그야말로 몸을 던져 그 많은 고초를 겪고 죽음에 이르고 한 것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대의그것 때문 아닌가.

서중석김덕련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106-107 

 

 

패배를 통해 배운 것들이 선생님들로 하여금 예정된 패배 속으로 몸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성공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기왕이면 다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번 실패를 늘 욕심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많이 질수록 잘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져도 져도 지는 건 무섭고, 무섭고 무서울수록 지는 싸움을 시작하고 싶지 않아졌다. 자꾸 싸우는 법을 잊어갔다. 그러나보니 나는 이제 아무것도 되려 하지 않을 것 같다. 참을 수 있는 불의는 죄다 참을 것이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것들도 참을 수 있는 것이라 스스로를 속여 가며 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직, 이기는 건 몰라도 잘 지는 법은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채 버리지 못했다. 승리도 사람을 만들고 패배도 사람을 만든다. 저때나 지금이나 승리는 귀하고 패배는 일상적인 것이 세상이라, 우리는 누구나 패배로 자기를 빚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많은 패배들을 그대로 다 시궁창으로 내버리고, 일생에 몇 번 거머쥘 수 없는 승리만 가지고 빚은 나란 얼마나 척박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언젠가 한 번 크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 질 것을 확실히 알면서도 모레 또 그 길을 당당하게 갈 수 있기 위해서, 오늘도 잘 져야만 한다.

 




코란을 낭송하는 소리가 방에 울릴 때나는 바바가 발루키스탄에서 검은 곰을 때려잡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바바는 평생 곰과 씨름을 했다젊은 아내를 잃고혼자서 아들을 키우고사랑하는 조국을 떠나고가난에 시달리고모욕당하고...... 결국 그가 이길 수 없는 곰이 다가왔다하지만 그때도 그는 자기 식으로 졌다.

할레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 258


 

 

 

3



펠프스와 화가인 그의 아내 로즈메리 벡은 방이 두 개 뿐이고 방에 연결된 주방이 하나 있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침실에는 조그만 탁자가 하나 있었어요그들은 종종 거기서 음식을 먹곤 했지요다른 방은 작업실이었는데조심스럽게 선으로 구분하여 반은 아내가 사용하고 반은 그가 사용했답니다그 집엔 서가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그 서가는 아내가 사용하는 구역 안에 자리 잡고 있었고 서가의 일부도 아내가 사용했지요따라서 그가 소유한책은 그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아마 서른 권이나 서른다섯 권 정도였을 겁니다보르헤스가 우주에 대한 은유로서 묘사한 무한한 바벨의 도서관 각 서가에 있는 책의 수와 똑같은 수입니다서가에 있는 그 어떤 책도 펠프스가 좋아하고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다른 책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었어요다른 책으로 대체되어 서가에서 쫓겨난 책들그리고 서가에 꽂힐 기회도 얻지 못한 서평용 증정본들과 여러 책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스트랜드 서점으로 가거나 아무나 집어 갈 수 있도록 복도에 쌓이게 되었죠.

제임스 설터소설을 쓰고 싶다면, 18 

 

책을 줄이려 한다. 책은 물질이고 심지어 되게 견고한 물질이라, 적을 때는 잘 모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무시못할 공간 문제를 야기한다. 내다 팔아도 되지 않을지, 단 한번이라도 망설여졌던 책들을 골라 그 중 최소 절반을 내다 팔 생각이다. 팔기 전에 딱 한 번씩만 더 읽고. 그러나 3일에 한 권 읽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저 책들을 전부 내다팔 때쯤 TV를 틀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를 하고 있겠다.....

 

우선 강신주 선생님의 철학 개론서들이 몇 걸려들었다. 감각 없던 상꼬맹이 시절, 화려한 문장에 감동 받아 구비해 놓았던 몇몇 영미 소설가들의 책도 책장에서 내려왔다.

 

20대 초반에 요시찰 소설가 4천왕비슷한 걸 구상한 후 이날 이때껏 옥좌를 둘러싼 치열한 혈전이 벌어져왔다. 많은 작가들이 등극했다 축출되었고, 가끔은 옥좌를 탈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4개의 옥좌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명예로운 초대 4천왕에 이름을 올렸으나 지금은 종묘에 위패로만 남아 있는 작가들 중 두 명의 책들을 이번 기회에 와장창 걷어서 박스에 집어넣었다. 안녕, 파울로 코엘료. 고마웠어,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씩만 읽고 나면 그 책들은 알라딘의 손을 거쳐 예치금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 예치금으로 나는 현 4천왕 중 1인의 국내출간 전작 보유를 달성할 것이다. 코엘료여, 무라카미여, 미안하다. 그러나 원래 지난 모든 사랑은 그저 지금 사랑을 위한 거름일 뿐인 것을......


서른다섯 권의 책만 남기는 일은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불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많이 살고 또 많이 읽을수록, 꼭 남기고 싶은 욕심에 질 수밖에 없는 책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 과연 나는 몇 권까지 남길 수 있을까. 지금은 맑스, 레닌, 트로츠키 관련 책만 세도 서른다섯 권이 넘어가는데.....

 

 

 

--- 읽은 ---

임정로드 4000km / 김종훈 외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 읽는 ---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이영미 옮김

묵묵 / 고병권 지음

나는 왜 불온한가 / 김규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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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e 2019-03-26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안녀어어엉.... 다른 한분은 누구입니까?

syo 2019-03-26 08:39   좋아요 1 | URL
초대 4천왕이라면 다른 두 분도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시고 추억 속에만 계십니다만, 진륭 선생님과 이영도 선생님이시지요.

2019-03-26 0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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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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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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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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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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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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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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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6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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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26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작하는 작가의 한계는 기존에 썼던 책들의 내용과 비슷한 느낌의 책을 써는 것이죠. 김삼웅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분이 쓴 책들의 주제를 생각하면 자기복제식 글쓰기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네요. ^^

syo 2019-03-26 08:45   좋아요 1 | URL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여러 작가들이 평전을 쓴 인물이라면 굳이 김삼웅 선생님의 평전을 선택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직 김삼웅 선생님의 평전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서른 명은 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문체가 워낙 건조해서 가끔은 정말 이건 ‘자료집‘이 아닌가 싶을 정도거든요. 그렇게 보면 확실히 김삼웅 선생님의 작업들이 큰 의미가 있긴 하다 싶어요. syo는 알라딘 활동 초기에 자기복제식 글쓰기로 책 찍어 파는 작가들 까는 걸로 주 컨셉으로 잡았을 만큼 그런 부류들을 싫어하는데도, 김삼웅 선생님 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데가 있달까요 ㅎㅎㅎㅎㅎ

stella.K 2019-03-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시찰, 4대천왕 표현이 재밌군요.
저도 날 따뜻해지면 20년 가까이 박스에만 담겨져
쿨쿨 잠만자고 있는 책들을 다 드러내리라 지난 스산한
초겨울 찬바람 날 때부터 벼르고 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고 일단 책탑을 허물어야 하는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라. 요즘엔 가급적 책을 안 사려고 하는데
일 때문에 자꾸 사게되네요.ㅠ

아, 글구 굿바이 스페셜로 한 번 더 훑어주시는 스요님의
독서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전 절대로 할 수 없는...ㅠ

syo 2019-03-27 09:36   좋아요 0 | URL
말 그대로 훑는 거예요 훑훑훑.
책을 자꾸 사셔야 하는 일이라면 그거 어쩐지 멋진 일이겠다 싶습니다. 필요하면 사셔야지요. 전 필요 없는데 갖고 싶어서 꾸역꾸역 산 것들을 팔려는 것인디요ㅎㅎ
 


읽은 syo, 읽는 syo, 그리고 읽을 syo 1

 

 

1

 

나는 내가 읽은 사람이라는 사실엔 별다른 흥이 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이라 늘 뿌듯하고 읽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들썩들썩 설렌다.

 

 

 

2

 

다른 관점에서 보면 또 이렇기도 하다. 나는 내가 읽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읽는 사람이라 늘 조바심치고 읽을 사람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가끔씩 덜컥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3

 

늘 읽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읽기는 신비롭다. 신비로운 것을 다룰 때는 조심에 조심을 아무리 더해도 조심이 모자라지 않는 법이다. 읽기가 궤도에 오르면 오늘의 책이 내일의 책을 가리키고, 나는 별자리를 짚어 이야기를 더듬는 순례자처럼 그저 읽기가 시키는 대로 척척 읽어나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씩 조심성 있는 눈이 생겨나기에 들여다보니, 책이 다음 책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은 내 순진한 오해였다는 아픈 진실이 관측되었다. 책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다음 책이 아니라 그저 이 책과 그다음 책 사이에 있는 공간이었다. 별과 별 사이에 있는 광막한 우주였다.

 

책은 자비롭지 않다. 책은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 그런 은 없다. 오직 그런 것들만이 있다. 책은 의지가 없고 사람은 힘이 없다. 그래서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하여 책에겐 사람이, 사람에겐 책이 필요한가보다. 책과 책 사이의 허허로운 어둠 속에 내가 있다. 뿌듯하고 조심스럽게 있다.

 

 

 

4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위해 말을 꺼내서 좋은 책을 좋다고, 나쁜 책을 나쁘다고 가리키는 순간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즉시 사라지곤 했다. 아니, 반대다. 두 책이 동시에, 중첩되어 존재했다. 마치 상자를 열기 전까지 죽음과 삶이 중첩되어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하나의 책은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중첩되어 당신이 상자를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 좋은 책은 내게 좋은 책이고, 당신에게 좋은 책은 당신에게 좋은 책이다. 김연수가 줌파 라히리에 감동하고, 줌파 라히리가 안토니오 타부키를 숭배해 그의 언어를 배우고, 안토니오 타부키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모든 것을 섬겨도, 당신이 감동받거나 숭배하거나 섬기지 않는다면 그 계보 속에 이름을 올린 별들은 모두 거대한 북니버스 속 한 픽셀 빛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반백년을 연구한 학자가 그 별들에 고전이라고 적힌 번쩍번쩍 빛나는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하더라도.

 

 

 

5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까지 어떤 책이 끝내 내게 좋은 책이 되지 못하고 창백한 뒷표지, 쇠창살 같은 바코드와 부질없는 ISBN을 드러내며 부끄럽게 물러가고 말았더라도,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이 만남이 처음부터 사기였고 그 결과 죄 없는 내 시간의 변사체가 끔찍한 몰골로 발견되는데, 이 기막힌 형사사건에서 나는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때로는 주범, 가끔은 심지어 단독범)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가 양자역학의 영역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완벽하게 관측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관측 자체가 입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차원을 넘어서 죽은 동시에 살아 있는 기이한 상태로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군가 상자를 열면, 그 즉시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가 되거나 산 고양이가 된다. 만약 상자를 열고 꺼내보니 내 손에 죽은 고양이가 들려 있었다면, 이 가엾은 아이를 기어이 죽은 고양이로 만든 것은 이 빌어먹을 슈뢰딩거 상자를 만들어 고양이를 집어넣은 미치광이 과학자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식이라면 내가 알라딘에 들어와 이것조차 아깝지만 별 반 개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며 별 한 개를 매기고, 영구 동토의 서릿발 같은 리뷰를 올려 책을 고소하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책 역시 이쪽을 맞고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방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경우,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책이 자신의 변호사 책상 위에 올려놓은 두꺼운 서류 뭉치에는, 자신이 출간된 이후 자신을 통해 인생의 한줄기 빛을 발견한 세상 수없이 많은 독자들의 간증 사례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내 입장은 점점 불리해져만 간다......

 

 

 

6

 

그렇다면 읽은 syo’에게 좋았던 책, ‘읽을 syo’에게 좋을 책은 어떤 책일까? 이것은 죽는 날까지 멈추기 어려운 고민이고, 내려놓은 답도 저절로 모습이 변하는 기묘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 질문의 대답은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7

 

, 시간이 벌써 이렇게.

 

어쨌든 지금 syo는 다시 [한국/조선/대한] + [광복/독립/혁명/국민] + [///협회] 등을 절묘하게 조합하다보니 제각각 다르긴 한데 또 너무도 유사하여 후손들의 골치를 썩게 만드는 위대한 독립운동 단체들의 이름과 구성원과 업적과 변천사를 외우러 떠나야만 합니다. 이동녕/이동휘 선생님, 이상설/이상재 선생님, 신규식/김규식 선생님, 김원봉/김두봉 선생님, 이런 한 글자씩만 다른 무수히 많은 훌륭한 선생님들의 함자를 찾아 떠나야만 합니다......

 

 

 

8

 

뭐라도 써야만 할 것 같은 희한한 압박감 탓에 굉장히 흔하고 뻔한 이야기를 참 길게도 써놨군요. 한 줄 요약은 다음과 같겠네요


내 탓이오

 

두괄식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나는 좋은 책(양서)이란 세상의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 독자를 창의적으로 각성시켜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이런 범주의 좋은 책에는 시대의 한계 속에서 불건전하거나 비상식적이라고 배척받는(받았던내용도 얼마든지 담길 수 있다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돼온 숙명적 사연이기도 하다그리고 그 각성은 물론 독자의 개인적 여건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찾아올 것이다.

김욱책혐 시대의 책읽기

 

독서는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현상이다독서의 수행은 사람마다의 몸과 뇌(지력)를 통해 일어나는 구체적인 일이다독서는 적당한 체력과 선행 지적 훈련그리고 독서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TV 보기 같은 일과는 달리 매우 의식적이고 집약적인 지적 활동이다그런데 책의 선택과 구입독서 과정과 독서 후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 이르는 모든 일은개인이 속한 당대의 이런저런 문화적 정황에 의해 주어지는 집합적 행위의 일부다이 집합적 행위와 인식을 '독서문화'라 지칭하고자 하는데그 안에서 개인은 어떤 책을 택하고 읽는(또는 택하지 않거나 읽지 않는자유를 가진다.

천정환정종현대한민국 독서사

 

우리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더 훌륭한 인격을 갖게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나치의 수용소에서도 독일군 사령관은 틈나는 대로 괴테를 읽고 있었다고 하니 독서의 효과는 분명 제한적일 것이다.

이현우책에 빠져 죽지 않기

 

책은 좋은 것이라 현자가 읽으면 더 현명해지고 어리석은 자라도 읽으면 설령 도움이 안 되더라도 해롭지는 않다책을 일만 권을 읽어도 일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있으니 독서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는데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책을 읽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잘하는가하지만 두 종류의 사람은 책을 읽으면 안 된다교활한 자와 고집불통인 자교활한 자는 더욱 교활해져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자기 자신도 망친다고집불통인 자는 지식까지 겸비하니 더욱 완고해져 남의 말을 일절 듣지 않게 되어 설령 자신을 망치지는 않아도 평생 발전이 없다.

이인호책벌레의 공부

 

 

 

--- 읽은 ---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베를린에서 있었던 베를린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 김인철 지음

 

 

--- 읽는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임정로드 4000km / 김종훈 외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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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3-23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에 님이 쓰신 글은 님의 상상력과 뛰어난 묘사가 절묘하게 만난 글이었고요...

인용하신 글 중에 제가 기억하고 싶은 글은 이것입니다.
˝하지만 두 종류의 사람은 책을 읽으면 안 된다. 교활한 자와 고집불통인 자. 교활한 자는 더욱 교활해져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자기 자신도 망친다. 고집불통인 자는 지식까지 겸비하니 더욱 완고해져 남의 말을 일절 듣지 않게 되어 설령 자신을 망치지는 않아도 평생 발전이 없다._ 이인호, 『책벌레의 공부』˝

고집불통인 사람이 책을 읽으면 열린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조금도 그렇지가 않아 이게 이상했거든요. 제 친구의 아주버님이 그래요. 그 아주버님이 독서광이라고 하는데 하나도 안 변한다고 친구가 말하길래 이상했거든요. 타인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이것에 대해 정답을 만난 것 같아 통쾌했습니다. syo 님 덕분입니다. 잘 본 값으로 추천값을 내고 갑니다.

카알벨루치 2019-03-23 14:01   좋아요 0 | URL
쇼군 글 읽고 페크님 글 읽고 댓글에 좋아요 먼저 달긴 첨이네요 ㅎㅎ 쇼군 글 보니 기분이 좋고(역쉬 쇼님 글맛이 있어야 알라딘이 빵빵 돌아가지)페크님 글 읽으니 또 공감되고 ~즐건 주말 오후입니다!

syo 2019-03-23 18:19   좋아요 2 | URL
페크님 // 비싸게 값을 치러 주셨네요, 페크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말씀하신 고집불통 독서가에 대한 경험은 저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고집도‘를 0에서 100까지 매길 수 있다고 하면, 고집도가 한 60~80되는 지점에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을 적게 읽는 사람보다 훨씬 적겠지만, 90~100 되는 지점에는 반대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을 적게 읽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뭐 그런 ㅎㅎㅎㅎ

카알님 // 얼마를 쉬고 와도 여전한 카알님의 환대 ^-^

단발머리 2019-03-23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동녕/이동휘 선생님, 이상설/이상재 선생님, 신규식/김규식 선생님, 김원봉/김두봉 선생님.
제가 잘 몰라도 존경하는 선생님들이시지만서도....
이런 멋진 글을 쓰는 syo님이 이 분들의 ‘이름‘을 외우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한다는게 안타깝지만,
이 분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들이 지금 syo님이 해야할 일이라면 syo님을 응원하려구요. 기도도 살짝쿵 해볼까 봐요^^
얼른 이름 외우고, 외우고, 외워서, 원한 바를 이루시고, 다시 한달에 60권 읽는 syo님으로 돌아오기를!!!

syo 2019-03-26 01:47   좋아요 0 | URL
응원 ㅠㅠㅠㅠ 기도 ㅠㅠㅠㅠㅠㅠㅠ 핵감동 엉엉엉.....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60권 읽는 syo는 이제 추억속의 이름이 되지 않을까요...... 밥벌이의 무거움이란ㅠ

반유행열반인 2019-03-24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책에게 살해된 시간의 변사체를 내려다 보는 게 제일 뿌듯하고 덜 미안해요. 아니 오히려 ‘책상사(?)’시켜주지 못한 시간에 늘 미안하고 조바심이 나요. (시간을 지배하고 싶은 변태 1인)

syo 2019-03-26 01:48   좋아요 2 | URL
‘책상사‘ 이거 좋다. 열반인님께는 늘 뭔가 하나씩 배웁니다.
역시 센스라는 것은 일종의 재능인가 보지요?

반유행열반인 2019-03-26 07:05   좋아요 0 | URL
아재개그 같은 진부함을 ‘어이쿠 그래도 애쓰네’하고 치켜 세우는 것이 진정한 재능이죠ㅋ syo 천재네, 천재야.

syo 2019-03-26 08:56   좋아요 1 | URL
아닌데? 진짜 재밌는데, 책상사? ㅎㅎㅎㅎㅎㅎㅎ 책상샇ㅎㅎㅎㅎㅎㅎ
 

 

, 이게 얼마만이에요?!

15일이잖아요.

......아, 네

 

 

 

1

 

숨은 쉽니다. 허허허.

 

 

 

2

 

읽기도 읽는다. 20일 동안 6(말랑이 위주, 만화 포함). 2일에 6권 읽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 같아서야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적어도 하루에 100페이지씩은 읽을 마음인데, 마음만 마음이지,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아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슬픈 마음이다. 당초에는 안 읽겠다 그래놓고 겁나 읽을까봐 걱정이었는데 이건 뭐 걱정한 게 서운할 정도로 안 읽으니 거참 대견하군요. 허허허.

 

 

 

3

 

팔자에 없는(줄 알았던) 한국사 공부를 하는 김에 스리슬쩍 한국사 책을 읽는 중인데, 뭐 특별히 재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다. 애초에 역사라는 놈과 궁합이 별로 좋은 궁합은 아니었는데, 세월이 좀 지났지만 우린 역시 아닌가봐. 허허허허.

 



4



하지만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해그리고 그 전망을 마음껏 즐기는 사치를 누리기 위해 다소 험준하고 높은 곳에 오르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됩니다인문학의 장르 중 가장 험하고 고도감이 높아 사람들이 쉽게 오를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시와 철학일 겁니다시와 철학은오르기만 하면 그래서 그 고도감에 적응하기만 하면시인과 철학자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빼어난 산과도 같습니다또한 이런 비유가 적절하다면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을 각각 하나의 봉우리에 견줄 수도 있을 겁니다

_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그러고 보면 요즘 강신주 선생님의 책이 새로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이렇게 쓰면 마치 무슨 개인적인 친분이라도 있는 것 같아 보이겠다 싶어서 한 번 해봤다. 실은 일면식도 없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관심도 없다. 어쨌든 책이 좀 안 나오는 이 타이밍이 몰아서 읽을 바로 그 타이밍인 것인데, 내 팔자가 이래놔서 그것도 어렵겠고...... 실은 이 책도 책장 대방출 행사를 맞아 굿바이 스페셜로 읽은 것이다. 이제 요 정도 읽을 단계는 지났잖아? 엣헴.

 

그리고 내다 팔았다. 영수증을 살펴 보니 여전히 두둑히 쳐 준다. 은혜로운 강 선생님......


 


5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기 전까지, syo는 거기 가면 인간성이 꾸덕꾸덕 메마를 줄 알았다. 작은 잘못도 못 본 척 하지 않고 크게 화낼 줄 알고, 총알을 맞으면 대포알로 돌려주는 일에 망설임이나 인색함이 없으며,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둔 전우에게 축하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멸공의 횃불을 불러주는 살상병기를 기르는 곳이 군대일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오해였다.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논산의 여름 한 달을 보내며 이십대의 후반을 소총과 방탄헬멧으로 장식하던 syo는 군대야말로 남자(아이)의 감성이 야들야들해질 수 있는 인생사 마지막 찬스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정말 새파란 애기들이었다)은 화생방 훈련 중 흘린 눈물콧물(syo의 경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핵고퀄 방독면을 지급받은 덕에 화생방이 매코미 수준이었던지라, 옆에 있는 새끼들이 울고 짜고 고함치고 쌍욕하고 몸통박치기로 출입문을 부수려 시도하는 것을 보고 몰래카메라를 의심했다)의 적어도 다섯 배쯤 되는 양의 다양한 물들을 부모님께 쓰는 편지 한 장 위에 죄 쏟아놓고 있었다(syo의 경우 엄마 나 3킬로 찜ㅋㅋㅋ라고 쓰고 나니 더 쓸 말이 없었다.....) 나이 먹고 군대 가니, 애기들보다 울 일이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웃을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니 과연 군대란 이래서 빨리 올수록 좋다는 것이로구나, 하며 시린 무릎이나 매만지며 시간을 죽이던 일병 언제쯤이었다. 진중문고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화생방도 엄마가 보고플 때도 감히 침범하지 못했던 강철염통 syo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야말로 엉엉 울게 되는데, 그걸 안 들키려고 엉엉을 꺽꺽-들썩들썩으로 바꾸느라 갖은 애를 써야했다. 그러고 있는 꼴을 발견한 동기 놈은 대체 얼마나 웃긴 책이기에 웃음 참느라 꺽꺽-들썩들썩에 눈물까지 뿌리느냐며 이 책을 했다. 그러나 syo의 눈물로 꿉꿉해진 책을 가져간 동기 놈은 100쪽도 읽지 못하고 책을 집어던지더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찾아서 온 연대를 헤집고 다녔다. 청년들이(군인이라면 더더욱)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듬뿍 담긴 책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은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배우고 있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철원이었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눈물보다 승질이 앞선다. 주인공, 이런 개새..... 난 이런 새끼들이 제일 싫어! 그러나 또 삼십대의 초반을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보내며 syo가 배운 게 있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까닭은 사실, 그가 바로 내가 죽어도 감추고 싶은, 결코 인정하기 싫은 내 자신의 어떤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것......

 

 

 

 

--- 읽은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박시백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박시백 지음

 

 

 

--- 읽는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묵묵 / 고병권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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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3-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네요 ㅎㅎ

syo 2019-03-20 21:14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잠자냥님^-^

2019-03-2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오늘 쇼님 생각하며 언제쯤 오시려나 했습니다. 그리웠어요 ㅠㅠ

syo 2019-03-20 21:34   좋아요 1 | URL
15일이나 지나서 혹시 다락방님이 저를 잊으셨을까봐 되는대로 찌끄려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누구더라 걔 있었는데 걔 s....sy......뭐였지 ?? 막 이럴까봐😣

또 봄. 2019-03-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내리는 비처럼 새삼 반갑습니다, syo님.

syo 2019-03-20 21:32   좋아요 0 | URL
자주 뵈면 좋겠습니다, 또 봄님,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제가 자주 못 나타나는 것이 불찰입니다ㅠㅠ

독서괭 2019-03-20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syo님~~😭😭😭 많은 분들의 예상을 깨고 적게 읽기를 실천하고 계시군요!

syo 2019-03-21 08:54   좋아요 0 | URL
저의 예상조차 깨버려서 적잖이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독서괭님 반가워요 ㅠ

카알벨루치 2019-03-2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없으니 여기 글쓰기가 힘드네 이라믄서 진짜 반가베요

syo 2019-03-21 08:55   좋아요 1 | URL
카알님도 요즘 뜸하셨나 보네요 ㅎㅎㅎ 제가 또 이렇게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간이었을 줄이야....

카알벨루치 2019-03-21 09:04   좋아요 1 | URL
낙이 없다믄서 ^^

단발머리 2019-03-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오래 기다렸다가 우리가 읽는 글이 이렇게 짧다니.... 이거 진짜 너무 한거 아니에요?
영 안 읽었으면 최근 3일 식단을 올려주시던가, 안 되면 미세먼지 대책 이런거라도 써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syo님? 엥!?!

성토하느라 바빠서 반갑다고 할 여유가 없네요. 아무튼 반가운데요,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

syo 2019-03-21 08:58   좋아요 0 | URL
성토당했어......😣
이것 참 송구스럽습니다(굽신굽신) 급한 마음에 ㅎㅎㅎㅎㅎㅎ

그치만 되게 반가우신가보다 그쵸??😁 ㅋㅋㅋㅋ 들키셨어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1 10:20   좋아요 1 | URL
(굽신굽신)에 맘 조금 풀린거예요. 그니까 자주 와요, syo님!
자주! 자주자주자주!!!

설해목 2019-03-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므 오랜만에 오셨는데 글이 좀 짧군요! 기다린 사람들을 위해 반성하세요. syo님...ㅋㅋㅋ
잘 지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글에서는 다 알 수 없는 syo님의 근황을
그래도 이렇게나마 알게 되니 반갑고 좋으네요.~
여전히 책과 벗하고 계신 syo님이라 안심?!이 됩니다. ㅎㅎ ^^

syo 2019-03-21 18:25   좋아요 1 | URL
보름이라는 것이 오랜만이라고 하면 오랜만이고, 뭐가 오랜만이냐고 따지면 또 그렇고 희한하네요 ㅎㅎㅎ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설해목님ㅠㅠ

stella.K 2019-03-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 밖에 안 됐습니까? 꽤 오래됐거나 이 양반이 이제 여길 영영 떠났다 보다 켔는데. 허허허.

syo 2019-03-21 18:25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오랜만입니다 ㅎㅎㅎ
영영 떠나긴요 ㅎㅎㅎㅎ 제가 가면 어딜 가겠어요.

토큰 2019-03-2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역사를 공부하시나보군요 :)

syo 2019-03-22 09:18   좋아요 1 | URL
곁다리로 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구요... 곁다리가 몸통만합니다 ㅎ

쟝쟝 2019-03-2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둘 곳 없는 한국인 여러분 환대의 순간을 목격하시려거든 이분의 댓글 창을 보시옵소서!!
어서와요 쇼님~ 기다렸어요!! 히히

syo 2019-03-22 09:19   좋아요 0 | URL
어디 멀리 다녀온 것도 오래 다녀온 것도 아닌데 뜻밖의 환대를 받고 있어요 ㅎㅎㅎ 🙄

페크(pek0501) 2019-03-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나타나시니 인기를 실감하게 되셨군요. 제 댓글도 하나 보태드립니당~~
폰이라서 로그인이 번거로워 그냥 씀.ㅋ

syo 2019-03-22 09:20   좋아요 0 | URL
언제나 따뜻하게 뭐 하나씩 보태주시는 페크님 ㅎㅎㅎ

2019-03-2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2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르페디엠 2019-03-2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요님..

저는 뭐 지식인의 서재에서 추천하는 명서, 고전 위주로 읽기를 계속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시요님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요.

민음사에서 나온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세권을 무려 7일도 넘게 읽었어요. 계속 쉬지 않고 읽는데도요.
예를 들어 맘먹고 읽어도 슘페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책도 일주일 넘게 읽게 되요.

님은 어케 그리 많은 책을 빨리 읽나요?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T..T
고전을 빨리 읽고도 머리에 상당부분 남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양서를 정독해서 충분한 시간동안 읽는것과 많은책을 읽는것과 장단점에 대한 의견도 한번 주세요.
답답한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글구.. 원하시는 공부 성취 꼭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syo 2019-03-23 02:22   좋아요 1 | URL
칼르페디엠님, 다시 만나뵙습니다^-^

1. 저도 무시무시한 속도가 아닙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 권, 저도 읽는데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그렇게 읽어도 읽을 때는 절절 감동했으나 다 읽고 나서 뭔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었어요. 한달 쯤 지나니 몸통 빼고는 다 까먹었고, 반년 쯤 지나니 이제 첫째랑 둘째 이름도 헷갈리더군요. 허허허.

2. 노하우 같은 고귀한 것은 정말 1도 없습니다. 그저 빨리 읽히는 책을 골랐기에 빨리 읽어진 것이겠지요. 말씀하신 슘페터의 책, 도전했다가 채 절반도 읽지 못하고 두 주를 넘겨서 도서관에 그냥 반납하며 조용히 눈물을 찍어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글픈 이십 대 끝물이었지요......

3. 고전을 읽고 머리에 남는지도 애매합니다. 라캉에 대한 입문서를 읽고 라캉처럼 말하긴 하는데, 실제 라캉이 했던 이야기와 같은지 다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번역하는 와중에 달라졌을 것이고, 입문서로 요약하는 와중에 소실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읽는 과정에 제 머리속에서 또 달라졌겠지요? 그럼 그건 라캉일까요 라캉을 빙자한 syo일까요? 라캉 몇 대 syo 몇일까요? 이게 도무지 계산할 수 없는 일이라 저는 고전이나 원전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편입니다. 칸트나 헤겔 같은 건, 제가 원전을 읽는다고 해서 해설서를 읽는 것보다 더 많이 깨달을 거라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몇 배나 들겠지만요. 입문서 읽고 넘어갈 수 있으면 개이득이죠......

4. 전 오히려 ‘양서‘나 ‘정독‘보다 ‘준 양서(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를 ‘준 정독‘ 상태로 읽다가 후드려맞듯이 뭔가 느꼈던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다보니까 그렇겠지요? 정독이라는 것은 할 수 있을 때나 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학부 내내 철학 전공에 몰두한 사람에게 양자역학 책 던져주면서 정독하라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5. 응원 말씀 감사합니다. 제 대답이 칼르페디엠님께 시원하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서도, 저는 그냥 이런 제 독서에 만족하고 사는 편이라는 말씀은 자신있게 드릴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ㅎ
 

 

호반정경湖畔情景 4

 

 

1

 

누군가가 당신과 내가 만든 시간을 노래로 듣는다면, 약속은 그 노래의 지루한 후렴이겠습니다.

 

 

 

2

 

약속은 거짓말보다 값비쌉니다. 이루지 못한 약속이 상한 표정으로 도착하는 곳이 대체로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3

 

닿지 않는 슬픔임을 알면서도 그게 당신의 것이라면 나는 끝내 만지고 싶습니다. 오늘에 와서 보면 결국은 거짓말로 죽어버린 많은 약속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만날 때면 그것들이 다시 와 어른거려 나는 자꾸만 말수가 줄어듭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 빗물을 훔치는 가냘픈 막대기처럼, 나는 당신의 등에서 읽을 수도 없을 뭔가를 자꾸만 닦아냅니다.

 

 

 

4

 

우는 사람이 우는 것밖에 못할 정도로 울음 속으로 깊이 잠겨들면, 그 울음을 보는 사람은 일순간에 보는 것밖에 못하는 불구가 되나 봅니다. 울음인지 울림인지 모를 소리가 아득히 굽이치는 좁은 공간에서, 내 손이 당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동안 당신의 눈물 역시 내 어깨를 어루만졌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한 덩이 별자리처럼, 우리는 두 몸을 포개어 만드는 그 동작이 익숙합니다. 그 울음의 더께를 털고, 껍질을 까고, 안으로 깊이 더 깊이 밑바닥까지 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나를 발견하게 될까봐, 오늘의 나처럼 내일도 나는 미안할 모양입니다.

 

 

 

5 

 

슬픔의 시험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치러왔는데도 새로운 문제는 늘 풀지 못하는군요.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

 

 

 

6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하면 또다시 죄 거짓말이 되고 말까봐, 언제부턴가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만 말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든 것이라고는 별 볼일 없는 한낱 진실이나 진심 따위일 뿐이겠으나, 그 말이 당신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욕심입니다.

 


 

 알코올 홍일표

 

 남몰래 흐느낀다 너는

 입도 입술도 없이

 

 보이지 않아서 더 아픈 때가 있다

 아무 말 못하고 혼자 숨어 우는

 사람이 있다

 자작나무의 얼굴로

 물안개의 젖은 숨결로

 

 밤이 깊어 너의 입술에 도달한 차갑고 뜨거운 속엣말들이 치자꽃처럼 핀다

 흰 달빛의 표정으로

 어디에도 없는 너는

 얼굴을 지우고 머리칼을 지우고

 말의 가장 먼 바깥에서 은밀히 휘발하는 비애처럼

  

 소리를 죽이고

 마음의 색깔도 지우고

 이제는 다 놓아버린 물의 감정들

 오직 투명함으로 너는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간다

 이슬의 어깨가 파르르 떨고

 공기의 입술에 얹어놓은 이름이 휘파람처럼 사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

 물 밖의 어디 먼 곳에 물의 신전이라도 있는 듯

 맑고 가벼운 날개파아란 눈빛 하나로 찾아가는

 아스라이 먼

 모든 슬픔의 정결한 성지

 가슴 한쪽 없는 이들이 그림자를 끌고 혼령처럼 찾아가는 

 

 

 

--- 읽은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 김신회 지음

 

 

--- 읽는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 수업 / 신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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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아...

syo 2019-03-05 21:36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카알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거리던 곳을 안 들어오려니 이거 뭐 닷새가 오만 년 같네요 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3-05 21:37   좋아요 1 | URL
열공하면 어쩔수 없죠 화이팅!!!~맘은 언제나 여기에 있는거 알기에 응원합니다

또 봄. 2019-03-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이 완전 공감되지 말입니다.

syo 2019-03-20 20: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대댓글이 너무 늦었네요ㅜㅜ
또 봄님 오랜만에 오셨는데, 그걸 또 제가 일주일도 더 지나서 이렇게.....

칼르페디웸 2019-03-16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너무 슬픈 문장이예요..T..T
syo님은 계속해서 리뷰하면서 나중에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아쉽고 아쉬워요..
그건 우리에게 중요하긴 하지만 syo님한테는 예외인줄 알았어요. 재능이 있는데.... 에궁...
슬픈 봄이네요..

칼르페디웸 2019-03-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해 원하시는 것 공부하시면서 성취하시기를 바래요.
어여 복귀하세요. 어여~~ 봄이 너무 잔인하네요T..T

syo 2019-03-20 20:32   좋아요 0 | URL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예외도 아니고 재능도 아니라서 그저 막 막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