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사람

 

 

1

 

나이가 드니 머리통이 커지는 기분이다. 이목구비가 코끝을 중심으로 한 밀집대형으로 재정렬 되는 느낌이다. 이마 위에서 족구 할 만하겠다 싶은 기분이고, 턱은 90도를 향해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 느낌이다. 어릴 적 보았던, 추억 속의 내 아버지 얼굴처럼. , 별로야.

 

 

 

2

 

syo는 이니셜이 아닙니다. 그런 경험이 다들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syo가 대체 뭐냐고 물어 보시는 분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별 거 아닌데. 대부분 이니셜일 거라고 짐작하시며, 어떤 분은 추정되는 이름 몇 개를 나열하면서 세밀한 압박을 가해오시기도 했지. 그럴 때면 잠시 내 이름에 대해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이 이름이 마냥 좋았다. 되게 특이하지는 않지만 또 그리 흔하지도 않은 이름이라, 초중고를 헤치고 나오는 동안, 같은 이름에 성이 다른 친구조차 한 번을 맞닥뜨리지 않았다. 학교에 나는 딱 나 하나였고, 성 없이 이름으로 불러도 그건 언제나 나였다. 야구를 잘 할 것 같은, 그것도 레전드 급으로 잘 할 것만 같은 이름이라 괜히 주눅 든 적은 좀 있었지만, 그런 것 말고도 사는 게 썩 녹록지는 않았던 관계로 이름을 탓하지 않고서도 씩씩하게 잘 클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이름에 똥물을 튀기는 사람들이 자꾸만 나타났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의 주범은 아니지만 종범쯤은 되는 인물이 내 이름을 쓰는 바람에 TV를 보는 마음이 한동안 복잡다단했다. 어떤 놈은 여친을 폭행하고 촬영하고 협박하여 세상을 아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찾아보니 내 이름에 '하다'를 붙인 동사도 한동안 나돌았던 모양이다. 성까지 나하고 같은 걸 쓰는 어느 조연배우 아저씨는 끽해야 한 해에 한 편 정도만 작품 활동을 하시는 듯하니 TV에서 모습을 찾아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제발 누구라도 들고 일어나 내 이름의 수난시대를 종식시켜 주기를 앙망하는 중이긴 하다.

 

그런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이름의 소릿값이 좋다. 성까지 포함해서 세 글자 전부 종성이 울림소리라, 발음하면 두루뭉수리하게 흐르지 않고 제법 또랑또랑한 소리가 난다. 혀와 입이 부지런해진다. 게다가 울림소리 가운데서도 모두 콧소리다보니 제아무리 무뚝뚝한 사람들도 내 이름을 부르려면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소리 가운데 가장 귀여운 소리가 나는 기관들을 풀파워로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이 불리면 그 소리가 사르르 허공에 녹아 세상을 한 스푼 치 더 달게 만드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애칭으로 부르고, 엄마는 아들이라고 부르고, 동생은 오빠라고 부른다. 가장 친한 친구들은 콩이라고 부르거나 이름 맨 마지막 글자만 다정하게 부른다. 그 외에 친구가 많지 않아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적다. 세상 더 달달해지라고, 친구를 좀 많이 만들어야겠다. 더 많이 불려야겠다. 이것 참 어깨가 무겁다.

 


 "경민아."

 한아는 익숙한 이름을 불렀지만 부를 때 이름의 주인을 생각하지는 않았다한아에게 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언젠가 사라질 섬에서사라지지 않을 감정을 가지고 두 사람은 잠이 들었다.

정세랑지구에서 한아뿐


 

 

 

3

 

한 마디 말로 온 밤을 뒤채게 하는, 창밖에 눈이 새벽을 덧칠하는 소리 쿵쿵 울리는데 마음을 팔팔 끓여 이마 위에 내려앉은 겨울을 와르르 녹이게 하는, 혹은 반대로 자정이 흘리는 끈적한 땀을 온 몸에 휘감은 여름에도 손발이 덜덜 떨리게 하는, 뭔가 자꾸 세어보게 하는, 자꾸만 그리게 하는, 기다리게 하는, 기다리지 않게 하는, 기다렸다가 기다리지 않았다가 다시 한 번 기다리게 하는, 어둡고 깊은 물을 하나도 겁나지 않게 하는, 얕은 물에도 무한히 빠져죽게 하는, 숨 막히는, 숨 막는, 그런데 또 숨통 트이는,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게 하는, 그러다가 모든 노래를 내 노래로 듣게 하는, 한없이 먹어도 배가 고픈, 몇 년을 삼키지 않아도 가슴께 걸린 것이 끝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그보다 더 아름다운 말도 더 잔인한 말도 모조리 집어먹어 세상에 없도록 하는, 결국에 세상의 모든 사전을 단 하나의 단어로 가득 채우게 하는.

 

 있잖아.

 응.

 그래도 어쨌든 다 혼자지그치?

 나는 혼자가 너무 싫은 나머지 괜히 그렇게 말한다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얘는 조금 웃으면서 나를 엄청 세게 껴안는다안 그래도 무겁지만 허벅지는 근육 덩어리라 특히 더욱더 무겁다그 몸의 센 포옹을 감당하다가 숨이 막혀서 나는 갑자기 조금 혼자이고 싶어져 버린다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마음의 균형을 찾도록 도와준다순식간에 혼자여도 괜찮다고 믿게 된 나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얘랑 먹을 아침 메뉴를 고민한다우리는 둘 다 오후에 일을 시작하고 자정 넘어서 마칠 예정이다오늘은 얘한테 같이 자자고 말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안 말할 자신이 아침에는 있는데 밤에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슬아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읽은 -

+ 회계 공부는 난생 처음입니다만 / 김범석 : 155 ~ 278

+ 초기 그리스 철학 / 피터 애덤슨 : 109 ~ 215

 

- 읽는 -

- 눈사람 여관 / 이병률 : ~ 87

-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 위화 : ~ 66

- 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533 ~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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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8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8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8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19-11-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려워요 ㅎ

syo 2019-11-08 21: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거예요.

2019-11-08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뒷북소녀 2019-11-08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알겠어요.ㅋㅋㅋ 심지어 글 속에 숨겨 놓으신거죠?ㅋ

syo 2019-11-08 21:14   좋아요 0 | URL
눈치가 빠르시군요 ㅋㅋㅋㅋㅋ

목나무 2019-11-08 21:16   좋아요 0 | URL
완전 똑똑한 뒷북소녀님! 나에게도 좀 알려주면 안잡아먹지 ㅋㅋㅋ

독서괭 2019-11-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소녀님 힌트 덕에 저도 알겠네요 ㅎㅎ
근데 syo가 뭔 뜻인지는 정작 안 써 주심..

syo 2019-11-09 20:24   좋아요 0 | URL
그건 정말 너무 별 거 아니고 괜히 장황하기만 해서요....
언젠가 또 쓸 거 없으면 고철 팔아 엿바꿔먹듯이 바꿔먹을게요 ㅎㅎ

추풍오장원 2019-11-09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수많은 대나무숲 현인중 한명을 또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syo님의 독서 편력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글들 즐겁게 읽고 갑니다..

syo 2019-11-09 20:2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잠깐 들러보니 아무래도 데리다와 라캉 관련서에 걸어놓은 제 잡글을 포착하신 것 같은데, 저는 그 책들조차 눈으로만 읽었을 뿐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그저 입문서 덕후에 불과합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주었어

 

 

1

 

방충망을 닫은 채 올려다보면 하늘이 재잘대는 맑고 파란 이야기를 똑바로 들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잠깐이라도 하늘에 나를 풍덩 빠뜨렸다가 건져 올리려면 저녁에는 모기를 잡아야만 한다. 집에서는 하늘 보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나갈까.

 

 

 

2

 

올해는 멘탈에 강펀치를 날리는 사건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벌어져서, 아무래도 기록적인 한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내년부터의 syo는 올해까지의 syo와 이래저래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제까지의 나로부터 멀리 달아나는데 책은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 걸까? 2019년도 다 저물어가는 오늘, 세어 보니 올해 읽은 책이 360권 가량이다. 아직 11월과 12월이 남았으니, 올해는 400권 남짓에서 마무리가 지어질 듯하다. 작년에 500권이었고, 재작년이 700권이었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도 추세지만, 2017년부터 해서 3년 동안 syo1,600권 가량의 책을 읽었는데, 아 젠장 아직도 그냥 syo. 사람이 책 1,000권을 읽었으면 뭐라도 돼야지. 하다못해 SYO라도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진짜로 책이 사람을 만들긴 하는 걸까?

 

 

 

3



성관계가 시작되고 2분 안에 남성의 약 4분의 3은 오르가슴을 경험한다고, <킨제이 보고서>는 말한다성적으로 상황이 매우 불리해서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10분 또는 15분 정도의 상당한 자극이 필요한 많은 인텔리 여성을 생각할 때또 일생 동안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을 생각할 때남성은 상대 여자와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사정하지 않고 성적 활동을 연장하는 아주 특수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2의 성

 

……

……

……

…… 에휴.

 

 

 

4



이미 전철이 끊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으로 걸었다취객들은 항상 집을 향해 걷는다집이 생각나지 않을 땐 집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길로 걷는다가다가 여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면 집이라 믿으며 걷는다우리는 늘 취하고 집으로 가지 못하지만 그건 우리가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거나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술을 마시면 마음이 곧잘 파쇄된 얼음처럼 산산조각 나곤 하니깐 아무 곳이나 집인가 싶어 그러는 거지미친 소리미친 소리다나는 미친 소리야하면서 발을 굴렀다화가 나서인지추워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걸어야지미친 소리를 하면서라도 걸어야지집으로 가야지.

김금희세실리아

 

발걸음에 무슨 잘못이 있겠어. 그것은 하나의 방향일 뿐이고, 이렇게 사방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데, 밟혀 다닐 뿐인 그림자가 무슨 실수를 했겠어. 바람으로 지은 집은 아침저녁으로 옮겨 다니고, 눈물은 말뚝으로 쓰기에 가벼워서 목구멍에나 실컷 걸어 놓았는데, 미안하단 말을 탓할 리 있겠어. 시간이 시간을 하고 공간이 공간을 하는 동안 우리는 마른 춤이나 출 뿐이고, 아직 사지 않은 침대며 냉장고며 세탁기며 안마 의자 같은 세간을 집 밖으로 내던져 버렸는데, 뒷모습이 마지막이라서 무슨 아쉬움이 남았겠어. 어차피 저녁이 오면 모든 마음은 뒷모습일 뿐이고, 걷고 또 걷는 미친 소리만이 빈집에 들어가 가득 누웠는데, 밤이 무슨 형틀이겠어, 낮이 누구의 감옥이겠어.

 

 

 

- 읽은 -

+ 2의 성 1 / 시몬 드 보부아르 : 413 ~ 532

+ 좌전을 읽다 / 양자오 : 83 ~ 171

 

 

- 읽는 -

-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 44

-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 존 개스킨 : ~ 105

- 세상을 알라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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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doomc 2019-11-0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길가는데로 가는 인생 무엇이 두려운가?

syo 2019-11-07 10: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선생님, 전 세상에 온통 두려운 일 투성이입니다....ㅜㅜ

2019-11-06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6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11-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과 사이러스는 확실히 문제적 인간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일년이면 몇 백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전 스요님의 5분의 1도 못 읽고 있죠. 그러면서 스요님은 꼭 사이러스 보다
못 읽는다고 사이러스 대단하고 하는데 저 보기엔 둘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ㅎ

올여름 저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이슬아를 읽고 있군요.
부러운 작가이긴 하지만 지금은 좀...ㅋㅋ

syo 2019-11-08 12:5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사이러스님은요, 보고 있으면 그냥 괴물입니다.
저 사람은 읽고 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저는 범인에 불과하지요.

지금은 이슬아 선생님이 시들해지셨군요.
전 여전히 너무 좋습니다. 저렇게 쓰게만 해준다면 내가 가진 뭘 팔아치울 수 있을까를 곰곰 생각합니다ㅎㅎ
 

 

실천파마비판

 

 

1

 

남자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자기가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과 더 못생긴 사람의 차이는, 누가 더 오랫동안 자기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며 버틸 수 있는지(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를 깨우치지 않고 내비두는지)에 달려있다.

 

syo의 경우, 6까지 버틸 수 있었다. 실은 초4부터 이미 돼지였지만, 반장이라 정치적 권력도 있고 꽤 인정받는 나댐꾼이라 사회적 권력도 있다보니 애들이 한 2년 정도 참아준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syo는 평소와 다름없이 여자애 하나를 붙들고 실컷 깝치는 중이었는데, 참다 참다 못한 그 애가 엄지손가락을 턱 내밀며 말했다. syo, 넌 이거야. 짧고 배불뚝이. 그날 집에 가서 거울을 보니, 그전까지 보이지 않던 배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제껏 이걸 못 봤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장난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못생겼어. 돼지고 아니고를 떠나서, 난 그냥 못생긴 거야…… 거기다가 돼지기까지 하지…… 엉엉,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줄 알았더니! 으아아아아아아…….

 

세월이 흘러 그 살은 얼추 빠졌다. 다는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외모란 상대적인 거고, 원빈이 살아 있는 이상 우리는 대충 다 못생긴 축이다. 그냥 커피에 불과하다. 잘생긴 얼굴과 못생긴 얼굴 사이에서 너른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못 잘생긴 얼굴과 잘 못생긴 얼굴 등등의 오묘한 얼굴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 가운데 오늘의 syo가 있지 않을까. 뭐 얼굴이야 아무렇게나 생기면 또 어때?

 

그러나 아무렇게나 생기면 어떻다! 어떻지 않지가 않다. 나이를 먹으면 얼굴 생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철든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어렸을 때는 그냥 포기하고 살았더니 도리어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삼십대도 다 꺾인 지금 거울을 보면, 이 순간 내가 가진 얼굴이 바로 내가 살아온 경로와 서사,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내가 취했던 방식들, 상처주고 싶은 마음에 져서 뱉었던 모진 말들과 험한 표정,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었던 추억, 흘린 눈물의 양,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려 시도나 해봤던 소소한 경험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하나로 뒤엉켜 만들어진 일종의 증명서 같다. 드디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온 것이다.

 

 


사람은 점차로 자기 운명의 모습과 뒤섞여 닮아 간다따라서 길게 보면 사람은 자신의 상황들 자체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신의 글


중요한 사건일수록 처음 생겨날 때 어떤 소란도 일으키지 않는다그 사건의 결과도 사실상 마찬가지다그런 사건들은 비밀에 둘러싸였다고나 할까소음이 일어나는 까닭은 공기가 빈 공간을 채우면서 진동하거나 부딪히기 때문이다모든 사람이 뜻을 같이 해 길을 예비하는 위대한 사건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갑자기 채워 넣어야 하는 빈 공간을 만들지 않으므로 어떤 폭발도 일으키지 않는다침묵 속에 태어나 주변에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그러나 사회가 패가 갈려 다툴 때 암살은 즉각적인 소동을 일으킨다.

 

  옥수수는 밤에 자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2

 

파마를 했다. 4월에 파마를 했다는 글을 올리자, 서재친구들이 일제히 사진 업로드를 요구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백수생활이 너무 길었고 방구석 독서 생활 역시 지나치게 길어서 syo가 현재 대단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책에 몰두하고 사는 동안, ‘파마한 사람에게는 사진을 요구하는 것이 미풍양속!’이라는 새로운 윤리규범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었다! 젠장, 칸트도 그런 건 가르쳐 주지 않았어. 그래서 누가 파마를 했다고 언급하면, 나도 득달같이 사진을 요구하여 예의범절을 아는 21세기 참사회인임을 어필하겠다며 기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런 정보를 알라딘에 올리지 않았다……. 4월부터 11월까지 세상사람 누구도 파마를 하지 않는 바람에 로레알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비보는 들은 적이 없다. 확률상 알라디너 중 누군가는 그간 분명히 파마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알라딘에다가 자기 파마 소식 같은 걸 전하는 인간은 syo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혹시, ‘자기 파마한 걸 알라딘에 올리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윤리규범이 있었던 것일까? 잠깐만…… 근데 이 규범과 저 규범, 상호모순관계 아니냐?

 

그리하여 머리 볶은 syo는 목하 윤리적 딜레마에 포획된 상태라고 아뢰오…….

 



그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숙고하면 할수록점점 더 새롭고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것이 있다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이 양자를 나는 어둠 속에 감춰져 있거나 초절적인 것 속에 있는 것으로 내 시야 밖에서 찾고 한낱 추측해서는 안 된다.

임마누엘 칸트실천이성비판

 

 

 

- 읽은 -

+ 그림으로 설명하는 개념 쏙쏙 통계학 / 와쿠이 요시유키 외 : 87 ~ 159

+ 왜 칸트인가 / 김상환 : 227 ~ 315

 

 

- 읽는 -

- 2의 성 1 / 시몬 드 보부아르 : 300 ~ 413

- 초기 그리스 철학 / 피터 애덤슨 : ~ 109

- 그리스인 이야기 1 / 앙드레 보나르 : 122 ~ 235

- 좌전을 읽다 / 양자오 :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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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5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19-11-0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이사기념 파마인가요? ㅎ 사진 업로드로 미풍양속에 동참해주세요^^

syo 2019-11-06 09:1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그건 제가 제 발등 찧는 일이라서요.

수이 2019-11-0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마 사진 보고싶어요 하지만 참을게요 쇼님 쇼님

syo 2019-11-06 09:10   좋아요 0 | URL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연님 수연님^-^

단발머리 2019-11-0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주에 중차대한 국가행사가 있어서 나도 어제 동네미용실에서 파마했는데, 넘 짧게 잘랐나요 ㅠㅠ
애들은 푸들이라고 하고 내가 보기엔 요술공주 밍키에요. 나 어쩔.......
그냥 커피지만 넘 슬퍼요.

잠자냥 2019-11-06 09:42   좋아요 0 | URL
밍키 사진 올려주세요! ㅋㅋㅋㅋ

syo 2019-11-06 09:47   좋아요 0 | URL
밍키면 괜찮잖아요.
멍키예요 이쪽은.
안녕하세요🐵

단발머리 2019-11-06 09:55   좋아요 0 | URL
머리만 밍키에요. 머리만!
그러니까.... 밍키는....으아앙 😢
 

 

9y9m

 

 

1

 

여름에 담가놓은 매실청을 마시는 사람은 우리 집에 나뿐이다. 아주 한 도라무가 나왔는데, 이런 식이면 21세기에 다 마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2

 

자고 일어났는데 온 방이 파랬다. 창틈으로 땅거미 진 하늘이 파랗게 넘실대고 있었다. 아직 저녁도 먹기 전이었는데, 벌써 어둠이었다. 숨 막히게 파랗고 아름다워서, 물속의 가을 같았다. 바다가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있었다. 누가 대구에 바다가 없대. 대구의 바다는 어느 가을 어느 시간 어느 하늘에 잠깐 있었다.

 

 

 

3

 

모두의 공간에서는 어둠이 두렵지만 혼자의 공간에서는 빛이 두렵다. 빛은 시선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심지어 빛조차 쳐다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혼자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4

 

그때. 그 사람을 사랑하던 그때, 우리의 사랑이 끝난다면 그 방식은 아주 독창적일 거라고, 근거도 없이 나는 믿었다. 채 얼마 가지도 못하고 우리는 끝났지만 그 믿음은 참으로도 거짓으로도 증명되지 않고 남았다. 끝내고 보니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의사랑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5

 

엄마는 혼자 TV를 보며 더 크게 웃는다. 외로울수록 더 크게 웃는다.

 

 

 

6

 

눈물은 결코 달리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모든 방향으로 달리 쓰인다.

 

 

 

7

 

자기가 자기의 배경음악이나 되는 인생.

 

 

 

8

 

시라면 읽는 이의 발길이 향하는 쪽으로 무한 개의 갈림길이 뻗어나갈 테지만, 당신의 말에는 대체로 하나의 과녁만을 직선으로 겨냥하는 거센 버릇이 있으니, 나는 가끔씩 당신이 시였으면 좋겠어요.

 

 

 

9

 

오늘은 책을 한 줄도 읽지 않았다.


 

 

- 읽은 -

+ 상서를 읽다 / 양자오 : ~ 113

+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 178 ~ 286

+ 철학의 신전 / 황광우 : 210 ~ 351

 

 

- 읽는 -

- 회계 공부는 난생 처음입니다만 / 김범석 : ~ 155

- 그림으로 설명하는 개념 쏙쏙 통계학 / 와쿠이 요시유 외 : ~ 87

- 그리스인 이야기 1 / 앙드레 보나르 : ~ 122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줄리언 반스 : ~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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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4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1-0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 : 한줄도 읽지 않았다!!!!!!!!!! (👀믿기 힘든 눈) 저.. 한줄이라도 읽으려고 누웟다가 북플이나 하고 있는 데 소외감드네요..ㅋㅋ

syo 2019-11-05 10: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반전씩이나? 북플이 책보다 더 읽을 게 많을 때가 있잖아요. 쟝쟝님 글 같은 거!

페넬로페 2019-11-0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단어!
ㅡ한 도라무**
이거 알고 있는 사람만 아는 단어겠죠!!!

오늘의 페이퍼는 마치 유명작가의
산문을 읽는것 같아요^^

syo 2019-11-05 10:48   좋아요 1 | URL
어릴 적에는 기름 한 도라무씩 배달 시키고 그랬는데 말이지요. 그땐 너무 번거로웠어. 도시가스 만세!!

2019-11-05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5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5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11-05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줄여 볼 요량으로 저도 매실청을 여름에 타 먹곤했죠.
지금도 가끔 타 먹는데 중독성이 있는지 꽤 괜찮더군요.
건강을 위해 있을 때 타 들어요. 그것도 서울 올라오면 못 먹는 것 아닌가요?
근데 거 9y9m은 무슨 뜻인지...

스요님이 책을 안 읽는 때도 있군요.
그러니까 좀 인간답습니다. 그럴 때도 있어야죠.ㅋㅋㅋ

syo 2019-11-05 22:02   좋아요 1 | URL
전 되려 그 매실을 먹고 나면 너무 달아서 속이 부대끼는 느낌입니다.
커피가 사랑스러워요.

제목은 별 뜻 없습니다.
제가 쓰는 제목이 사실 대체로 의미있는 의미가 있는 건 아니랍니다.

저 책 안 읽는 날 생각보다 많아요 ㅎㅎㅎㅎ
저는 사이러스님이 아닙니다.
 

 

꿈에서라도

 

 

1

 

재미는 없지만 군대가 인간에게 생각할 거리와 시간을 제공한다는 명제는 참이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의 양대 산맥은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저 새낀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겠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질문에서 총천연색의 탐구주제들이 파생되어 나온다. 그 가운데는 진심 인간의 실존을 건드리는 치명적인 질문들도 많은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은 내 용무는 무엇인가이다.

 

syo의 부대에는 이런 풍습이 있었다. 예를 들어 포대장실(syo는 포병이었다)에 들어간다 치면, 노크 두 번 하고 문을 연 즉시 포대장이 있을 법한 위치를 향해 경례를 올려붙인다. 그리고 이런 정해진 멘트를 친다. “필승, 병장 XXX 포대장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용무는 OOO입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메워야 할 빈 칸은 두 군데이다. 그 중 하나는 20년 넘게 부르고 불려온 내 이름이라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러나 두 번째 빈칸은 만만치가 않다.

 

가령, 포대장이 나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용무는 호출입니다- 인가? 아니지. 호출은 포대장이 한 거잖아. 그럼 용무는 응답입니다- 인가? 용무가 응답인거 너무 웃기잖아. 그렇다면 용무는 포대장님이 찾으셔서입니다- 인가? 아니지, 포대장이 찾은 건 포대장의 용무지 내 용무는 아니잖아. 뭐지, 내 용무는 도대체 뭐지……. 이런 고민은 주체와 타자, 호명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찰이라 하겠다.

 

혹은 이럴 수도 있다. 병장 김땡땡이 PX에서 일병 이땡땡이 먹고 있던 냉동만두 몇 조각을 집어먹는 장면을 상병 박땡땡이 목격했다. 평소 불의를 보면 늘상 참아왔지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던 박땡땡은 지금 행정보급관에게 일러바치려고 행정반 문고리를 쥐고 있다. , 뭐라고 해야 할까. 필승, 상병 박땡땡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용무는…… 고발입니까? 냉동만두 몇 조각에 고발은 너무 무거운 단어가 아닐까? 그렇다면 용무는 고자질입니까? 고자질은 어쩐지 부정적인 느낌인데 박 상병은 지금 일생에 더없이 정의로운 상태가 아닐까? 그렇다면 용무는…… 신고? 아니야, 아니야, 얘도 아니야. 그렇담…… 고소? 고백? 리뷰? 100자평? 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이이이런날씨바라때려치고말지자기의일은스스로하자이일병아…… 같은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부대에는 정의가 바로 서는 날이 도통 오질 않고 후임병의 냉동만두는 애꿎은 병장의 뱃속에 축적될 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고뇌와 고통, 어휘를 둘러싼 치밀한 고찰과 성찰의 긴 터널을 뚫고 마침내 행정반에 들어가서 찰진 멘트를 구사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야말로 이 출입시스템의 가장 큰 허점이라 할 수 있다.


 syo : 필승, 일병 syo 포대장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용무는 휴가 복귀 신고입니다

 포대장 : , 너 누구야.

 syo : 일병 s! y! o! 

 포대장 : 너 왜 왔어.

 syo : 휴가 다녀왔습니다.

 포대장 : 그래? 그럼 인마 신고를 해야지.

 syo : ……(그러니까 인마. 귓구멍이 막혔냐 생각이 없냐 내가 여길 뭐하러 왔겠냐 확 그냥 국방부에 신고한다) 신고합니다. 일병 syo…….

 

 

 

2

 

갑자기 저 이야기가 생각난 이유를 안다. 군대 꿈을 꿨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syo는 사격에 굉장히 능하여 열아홉 발을 쏘아 열아홉 발을 맞추는 명사수였다. 그래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섯 번째 과녁이 넘어가는 순간,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사실을. 난 군대에서 그렇게 총을 쏘면서 스무 발 중 네 발을 넘겨 맞춰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확실히 꿈이었다. 꿈일 수밖에 없었다. 빼박이었다.

 

그렇다면 꿈인데 뭐 어때 하며 옆에서 재수 없게 생긴 수염을 달고 총을 쏘라 마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놈의 국방무늬 가랑이에 스무 번째 총알을 박아 보았다. 빵야!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는데 syo는 총 맞은 가랑이를 내려다보며 유유히 코를 파고 있었다. , 너 미쳤어? 왜 사람을 맞춰! 지금 이게 뭐 꿈인 줄 알아? 라고 진짜 꿈속의 등장인물이 말했다. syo는 계속 코를 파면서, 근데 진짜 코는 왜 팠지? 하여간 계속 코를 파면서 응, 지금 이게 뭐 꿈인 줄 알아.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걔가, 그러면! 꿈이면! 꿈이면 사람 가랑이에 총 쏴도 돼? 그렇게 돼 있어? 라며 도무지 물러서지 않고 따져 물었다. 그건 그랬다. syo는 어…… 하며 콧구멍에서 손가락을 뺄 수밖에 없었다. 기세를 움켜쥐었다고 생각한 그는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건 인격의 문제야! 이 사람을 보라고! 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좀 보란 말이야. 총 맞은 남자는 가랑이를 제 가랑이를 꽉 누른 채 바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랑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손을 대 지혈하기를 꺼리는 눈치였다. syo는 슬슬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 일부러 거길 노린 거지? 이 모든 상황을 다 계산하고, 그렇지? 넌 정말 쓰레기로구나! , 이쯤에서 잠이 깨면 좋겠는데. 말을 해봐. 왜 대답이 없어.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디? 눈을 떠, 현실의 syo야 눈을 번쩍 뜨라고……. , 이거 꿈이라고 그냥 도망치면 끝날 것 같지? 아냐, 니 인격은 이제 결딴났어. 그걸 니가 알았어. 넌 이제 망했어. 눈 떠! 제발 눈을 떠! 넌 도망칠 수 없어. 이미 구석에 몰렸어. 넌 끝이야. 넌 끝이야. 넌 끄 넌끄넌끄…….

 

눈을 떠보니 728분이었다. 멍청하게 천장이나 바라보며 있었는데 2분이 지났는지 알람이 울렸다. 서늘한 가을 아침이었다. 창 너머에서 넘실넘실 넘어 들어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최소한 남의 가랑이에 총을 쏘는 인간은 되지 말자고. 꿈에서라도 말이다.

 

 


연민을 가장 중시하라슬픔을 질식시키지 말라슬픔을 소중히 간직하고 돌보아주어 슬픔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도록 하라깊이 애도하는 게 바로 새롭게 사는 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나는 곧 시력을 회복하여 나의 주위가 캄캄한 데에 놀라지만그 어둠이 나의 눈에는 쾌적하고도 아늑하다아니나의 정신에어둠은 까닭 없는불가해한참으로 아련한 것처럼 되어서아마 더욱 쾌적하며 더욱 아늑한지도 모르는 일.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읽은 -

+ 시경을 읽다 / 양자오 : 99 ~ 165

+ 이토록 쉬운 통계 & R / 임경덕 : 154 ~ 344

 

 

- 읽는 -

- 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191 ~ 300

- 경제학 연습 미시편 / 정병열 : ~ 85

- 파이썬 코딩 도장 / 남재윤 : ~ 206

- 철학의 신전 / 황광우 : 106 ~ 210

-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 101 ~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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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3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11-03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 얘기 중에 제일 재미난 syo님의 군대 얘기ㅎㅎㅎ
너무 한낮의 연애 얼마 전에 읽었는데!

syo 2019-11-03 08:44   좋아요 0 | URL
남의 군대 얘기는 원래 재미가 없잖아요.
그 중에 제일 재미나봤자....
못생긴 애들 중에 제일 잘생겨봤자죠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11-03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취소예요. 300 뭐에요 ㅠㅠ
지금이 군대 이야기 쓸 시간이지, 진도 뺄 때에요?

syo 2019-11-03 08:45   좋아요 0 | URL
300까지 읽고 이만하면 내 할 몫을 다 했다는 생각에 주말에는 제2의 성을 봉인합니다 ㅋㅋㅋㅋㅋ
군대 이야기는 할 게 너무 많아.....
쓸 거 없을 때 곶감처럼 빼먹으려고 잔뜩 쌓아놨어....

단발머리 2019-11-03 08:52   좋아요 1 | URL
허어참... 우리 아는 사이끼리 이러지 맙시다! 군대 이야기 하나 추가!!!

비연 2019-11-03 13:57   좋아요 1 | URL
300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