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랑이란 게

 

 

물가에서 기다리는 마음같이 대답 후에 태어난 질문같이 끓다 보니 넘쳐흐른 찻물같이 한계에서 마지막 한 번 더 올리는 턱걸이같이 화가를 꿈꾸는 핵물리학자같이 러시아어로 쓰인 터키어 사전같이 얼음 위의 불같이 불 속의 얼음같이 무엇과도 같지 않지만 모든 것과 같아 보이는 무한개의 같이 속에서, 같이,

 

 


그녀는 열다섯이었고 그는 매일 아침 그녀의 몸을 안았다그때는 그게 삶의 시작이었는지아니면 삶을 망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제임스 설터스타의 눈

 

 생각은 종일을 봄비와 더불어 하염없어

 뒷산 솔밭을 묻고 넘쳐 오는 안개

 모란꽃 뚝뚝 떨어지는 우리 집 뜨락까지 내려.

 

 설령 당신이 이제

 우산을 접으며 방긋 웃고 사립을 들어서기로

 내 그리 마음 설레이지 않으리.

 이미 허구한 세월을

 기다림에 이렇듯 버릇 되어 살므로.

 

 그리하여 예사로운 이웃처럼 둘이 앉아

 시절 이야기 같은 것

 예사로이 웃으며 주고받을 수 있으리.

 이미 허구한 세월을

 내 안에 당신과 곁하여 살므로.

 

 모란은 둑뚝 정녕 두견처럼 울며 떨어지고

 생각은 종일을 봄비와 더불어 하염없어

 이제 하마 사립을 들어오는 옷자락이 보인다.

 

유치환, <모란꽃 이우는 날전문 


 

 

--- 읽은 ---

 


164.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

 

2018년 발간된 소설집 서로의 나라에서에 작품을 실은 8명의 젊은 작가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색을 뽐내려 했을 거라 추측한다. 다른 작가랑 한 책에 실린다는 데서 오는 긴장감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syo는 사실 정영수의 이름을 보고 그 책을 읽었지만, 실제로 눈에 띈 건 우다영과 박서련이었다. 특히 우다영은 압도적이었지……. 그리고 박서련을 평하며 이렇게 기록해놨다. “박서련의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비록 이 소설집 전체에서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만일 이 여덟 사람 각자의 단편집이 새로 출간되고 그 중 딱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syo는 고민 없이 박서련의 책을 고를 것이다.” 그게 20187월이었고, 그 이후 바로 체공녀 강주룡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의 왕관을 쓰고 세상에 등장했다. 알라딘이 그 작품으로 쾅쾅 터지진 않았으나 꽤나 들썩들썩 했던 기억.

 

노력과 재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억지로 함유율을 따져보자면 작가 박서련은 재능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평범하게 읽히지 않도록 이야기를 주조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다면 재능만 가지고도 가능하고, 대체로는 재능과 그 뒤를 받치는 노력으로 이루어내지만, 재능 없는 이가 순전한 노력만 가지고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오래도록 죽지 않고 살아남은 분단선이다. 박서련이 이야기를 하며 살기를 선택해준 것은 syo에게 너무나도 좋은 일이다. syo에게만 그렇겠는가.

 

 


 

165.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레몬심리 지음 / 박영란 옮김 / 갤리온 / 2020

 

그러니까 이건 강대국의 군비경쟁 같은 일이다. 핵무기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이 지금보다 무조건 더 좋은 세상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지만, 동의한다고 해서 저놈들보다 먼저 내 핵무기를 없애는 나라는 없다. 저놈들을 어떻게 믿어. 저 높은 곳에 어떤 절대자가 있어, 보석 다섯 개 띵띵 박힌 스뎅 장갑을 끼고 나타나 손가락을 탁 튕겨서 일시에 모든 핵무기를 사라지게 만들지 않는 이상, 핵무기가 사라지길 바라마지않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구에서 핵무기가 사라질 일은 절대로 없다. 마찬가지다. 기를 쓰고 겨우 내 기분이 내 태도가 되지 않게 만들어놨는데 지 기분을 지 태도로 드러내는 놈들이 주변에 득시글거리면 내 기분이 나빠서 마침내 내 태도가 나빠지는 것이다……. 결국 장갑이 필요하다. , 노스형. 타노스형…….

 

 


 

166. 프로이트 콤플렉스

파멜라 투르슈웰 지음 / 강희원 옮김 / 앨피 / 2010

 

프로이트 개론서는 다른 철학자들 것과는 다른 아주 독창적인 재미 포인트가 있다. 대체로 어떤 철학자의 입문서를 쓰는 저자는 그 철학자에 대해 옹호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 죽은 철학자 대신 자기가 모든 비판에 대해 전방위적 쉴드를 친다. 제일 심한 건, 이 철학이 겁나 훌륭하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는 척하면서도 이어지는 서술을 보면 실상 그렇지 않은 경우 되시겠다. 그런데 프로이트의 경우는 개론서 저자들도 프로이트를 잘 깐다! 그런데 그 깜 포인트가 조금씩 달라서 재밌다. 거칠게 예를 들면, 1번 저자는 A를 까고 B~Z를 옹호하는데, 2번 저자는 B를 까고 A, C~Z를 옹호한다. 그런 식으로 26명 저자의 책을 읽으면, A~Z까지 모든 포인트는 한두 번쯤 까였지만 동시에 몇 번쯤 옹호되는 희한한 현상을 맞이한다. 그런 말이 있다. 어떤 철학자를 까기 위해서는 일단 그 철학자를 읽어야 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는 정말 맛집이 아닐 수 없다. 요는, 프로이트 개론서는 이것저것 읽어도 남는다는 것. 그리고 후에 프로이트를 직접 읽고 우리도 저 아사리판에 동참합시다.

 

 

 

--- 읽는 ---

소설가의 공부 / 루이스 라무르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 미야자키 마사카쓰

칸트 철학에의 초대 / 한자경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 페르난두 페소아

피의 꽃잎들 / 응구기 와 시옹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마이 티 응우옌 킴

여자 공부하는 여자 / 민혜영

노멀 피플 / 샐리 루니

나는 왜 불온한가 / 김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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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10-0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개론서들은 정말 말씀하신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ㅎㅎ

syo 2020-10-04 19: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위치에 있다는 게 프로이트의 위상인 것도 같아요.

바람돌이 2020-10-0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잊고 있었어요. 체공녀 강주룡 봐야 한다는걸....
을밀대 지붕위에 홀로 앉아 싸우는 이 조그만 여성의 사진을 봤을 때, 그리고 그녀의 참 치열하고도 인간적으로는 너무 안타까운 삶을 알았을 때 참 먹먹했었는데..... 소설로 어떻게 살아날지 궁금하다고 보관함에 넣어두고는 밀렸어요.
syo님께서 좋다고 하시니까 더 읽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드네요. ㅎㅎ
연휴가 끝나는데 남은 시간이라도 출근은 잊고 푹 쉬세요.

syo 2020-10-04 19:46   좋아요 1 | URL
귀엽고, 뭉근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얼른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람돌이님도, 새로운 한 주 잘 준비하세요!
 

 

제까지나 복된 연애

 

 

1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짧고 드물어서 기억에 잘 새겨놓고 가끔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그건 일련의 동작들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체조와도 같다. 그 과정은 선언에서 시작한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될 그 한마디 말이 누빔점이 되어 행복한 순간을 기억의 밤하늘 별처럼 때려 박는다. 행복은 연역되지 않고 100퍼센트 귀납으로 찾아온다. 행복이라는 종합적 개념이 있어서 행복하기 위한 요건들을 계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고 느끼는 개별적 경험들을 통해 우리가 우리 몸에 맞는 행복을 지어 입는다. 오늘 조용히 누워 그 옷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어디 솔기가 터진 곳은 없는지, 보풀이 보기 싫게 일어나진 않았는지, 변색되고 추레해진 부분은 없는지,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 때로는 너무 가까워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 누군가 함께 있었다. 늘 그랬다.

 

 

 

2

 

올해부터 나라에서 청년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각종 지원 사업에 낄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국가공인 중년남 syo.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어 부쩍 추억 속에서 헤엄치는 것 같다. 경로당 담당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보고 겪은 게 어르신들의 추억에 잠긴 눈빛과, 그 추억이 넘쳐서 결국 터져 나온 입말의 쓰나미와, 그랬던 내가 지금은 경로당에서- 하는 회한 같은 것들의 혼합물이었다. 설마 나도 이제 내 안에 나만의 경로당을 설치한 것인가. 벌써…….

 

 

 

3

 

다정한 친구는 연애가 적성에 맞지 않아 이번 생은 이제 글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syo는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할 거야. 다 할 거야. syo는 폭신폭신한 침대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찰싹 붙어서 끌어안고 도란도란 영화나 음악, 책 이야기하다가 쪽쪽 입 맞추다가 슬쩍슬쩍 만지다가 눈빛이 아련해졌다가 야해졌다가 장난스러워졌다가 불을 켰다가 껐다가 파스타를 먹었다가 샌드위치를 먹었다가 다시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하다가 잠들었다가 살짝 눈 떠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잠들어 있다가 살짝 눈 뜨는, 그런 게 제일 행복했던 사람이었다. 늘 그랬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가슴이 무너지는 것들아내는 내 인생의 절반을 요구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그의 시계를 풀어주고 그를 내 품에 갖는 것그건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그를 사랑하는 것은그런 행복은 세상에 없었다.

제임스 설터포기


  바다의 폭이 얼마나 되나 재보려고 수평선은 귓등에 등대 같은 연필을 꽂고 수십억 년 전부터 팽팽하다

 

  사랑이여

  나하고 너 사이 허공의 폭을

  자로 재기만 할 것인가

안도현, <전문

 


 

 

--- 읽은 ---

 


160.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

 

사랑밖에 딱히 해 본 게 없는 사람은 모든 책을 사랑으로 읽으려 시도하게 되는 걸까. 나는 이 책을 사랑이 망해서 인생이 망한 남자의 방랑기로 읽었는데, 공쿠르 받은 사람은 과연 뭐가 다르긴 다른 건지, 이게 현대인의 우울과 권태 뭐 그런 거대한 과녁을 겨냥한 소설인 모양이다. 친구가 되기는커녕 아예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형의 한 남자가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시종일관 등신같이 굴다가 끝나는 400페이지짜리 이야기인데, 이런 뼈대를 가지고 이렇게 쓰다니 거장은 거장. 프랑스에서 노벨상이 나오면 우엘벡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앞쪽은 지지부진한데, 7부 능선쯤 도착하면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 이제 그쯤 되면 주인공도 슬슬 사는 것도 지치고 뭐 의욕도 없고 그렇거든. 그 와중에 1인칭이다 보니 그 시점부터는 서술 자체도 되게 아무 말을 아무렇게나 할 테니 아무나 듣든지 말든지 하는 식으로 툭툭 내던지는데, 거기서부터 매력이 터진다고 할까.

 

경로당은 65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니까, 58년생으로 우리 아버지랑 동갑인 우엘벡을 아직 할배라 부르진 않겠다. 하지만 우엘벡 아재도 커서 필립 로스 같은 야한 할배 소설가가 될 거니까, 나는 그 계보를 좋아하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161. 언어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나온 ‘~의 역사시리즈 중 한 권인데, 원제는 ‘A LITTLE BOOK of LANGUAGE’. 이 출판사에서는 같은 컨셉의 표지와 제목을 가지고 <철학의 역사>, <고고학의 역사>, <세계 종교의 역사> 등을 펴냈는데, <언어의 역사>는 그 최신작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 책 <언어의 역사>는 언어의 역사에 대한 책이라고 보기는 좀 떨떠름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언어의 책이고, 언어란 본질적으로 역사의 산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신나게 유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언어의 역사>라는 제목이 또 완전 딴소리는 아니지만. 이 책은 오히려 역사 이외의 부분에서 더 빛난다. 호들갑을 떨지 않는 유머 코드도 나쁘지 않고, 각각은 길지 않은 40개의 챕터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지겨울 틈을 주지 않는다.

 

 

 


162. 열 문장 쓰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20

 

단문 단문 지겹도록 들어서 귀에서 단물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단문 강조하는 책만 보면 그래, 과연 그래서 니는 얼마나 잘 쓰나 보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꼬투리 거리를 찾던 삐뚤어진 살쾡이 시절도 겪었다. 그런데 요즘은 글쓰기 책에서 단문을 강조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그게 다 유튜브 때문이다. 요즘 늘그막에 유튜브라는 걸 보기 시작했는데, 아니 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자가 어떻게 스무 글자 겨우 넘는 문장에서조차 주술 호응을 못 맞출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럴 거면 더 짧게 써요……. 아니, 짧게 안 써도 되니까, 제발 이 책 한 번 읽어보소…….

 

김정선 선생님은 줄임표[]를 자꾸 쓰면 자기가 하는 말에 자신이 없어 보인다고 어지간하면 쓰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 정확한 분석이세요…….

 

 

 


163. 인간이란 무엇인가

백종현 지음 / 아카넷 / 2018

 

, 칸트 입문은 김상환으로……. 으악, 죄송합니다…….

 

 

 

 

--- 읽는 ---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 민이언

프로이트 심리학 강의 / 베벌리 클락

연필 / 헨리 페트로스키

체공녀 강주룡 / 박서련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 미야자키 마사카쓰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마이 티 응으옌 킴

인생학교 섹스 / 알랭 드 보통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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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0-01 0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 것도 포기하지 맙시다 ㅎㅎㅎ귀납적이고 연역적으로 삼단논법적으로도 행복합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행복하다-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있다-나는 행복하다.)

syo 2020-10-01 23:23   좋아요 1 | URL
어디서든 열심히 사랑도 하고 행복도 하고 그러고 삽시다. 반님도 화이팅.

독서괭 2020-10-0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년 기준이 만 34세까지인가요? 전에도 느꼈지만 syo님 저와 동년배인 듯?? 중년이라니요 저는 이미 몸은 중년 같지만.. 아 마음도 이미 건너 갔나..ㅠㅜ

syo 2020-10-01 23:23   좋아요 0 | URL
저는 진작부터 우리가 동년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동년배여...

추풍오장원 2020-10-0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좋은 여자를 만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syo 2020-10-01 23: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급할 건 없구, 차분하게 잘 살다보면 잘 되겠거니 하고 있답니다요

stella.K 2020-10-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이들면 옛날 생각이 점점 심하게 나더군요.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치매가 옛날 기억은 또렷한데 최근 기억은 잘 생각나지 않은 거라잖아요.ㅠ

스요님은 아직도 젊은데... 그래서 청년의 기준을 다르게 정해야 한다던데.
50센가 55세까지 청년으로...
옛날에 58년 개띠들은 유난히 더위를 잘 탄다는 말이 있던데 앞으론 바뀔지도 모르겠군요.
야한 할배, 야한 할매로.ㅎㅎ

syo 2020-10-01 23: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청년은 늙기 쉽고- 그런 말 들었을 때 열심히 살아둘 걸....
단정하게 나이들어가는 게 또 목표입니다...

모운 2020-10-01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중년 뭐야... 제발... 웃기지 좀 마!

syo 2020-10-01 23:25   좋아요 0 | URL
청년이여.... 중년의 고뇌를 아시는지?

비연 2020-10-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이 중년을 얘기하니.. 난 뭔가 잠시 생각... 에잇.

syo 2020-10-04 16:02   좋아요 0 | URL
그런 좋은 말이 전래됩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

비연 2020-10-04 16:07   좋아요 1 | URL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죠... “뛔엑!”

나비종 2020-10-0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뭔가 시작하기 전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서 마지막 버튼을 누를 때... 떠올리는 행복 속의 누군가들은 제각기 다르지만ㅋㅋ 드라마의 예고편처럼 느껴지는 설렘이 좋았나 봅니다.
행복이 귀납으로 찾아온다는 말씀, 100% 공감이 되면서 조금 슬퍼지네요. 귀납은 과거형이니까.^^

syo 2020-10-04 16:05   좋아요 2 | URL
오늘 느낀 행복이 행복의 개념에 더해져서 귀납적으로 정말 행복한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을 열심히 행복하면 되겠습니다.

대체 뭐라고 쓴 거지??

공쟝쟝 2020-10-05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F형 인간!! 난 가장행복할 때 항상 혼자였다!!!!! 우화화🔥🔥🔥🔥🔥

syo 2020-10-06 13: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가발전이 가능한 스타일이군! 부러운 데가 있다....
 

 

읽고 싶다는 농담

 

 

1

 

깊이만큼이나 폭이 문제다. 과학과 공학, 정치와 경제를 모르고도 문학이나 철학만 가지고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얼추 알 수 있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20세기의 종료와 동시에 죽고 죽고 일백 번쯤 고쳐 죽어 이미 백골이 진토가 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syo가 읽는 책은 늘 철학-문학-철학-문학. 철문철문 아우 한심하다. 그렇지만 소년은 늙었고 학문은 이루기 엿 같으니 깔끔하게 포기할까?

 

하지만 세상 겁나 무섭고 죵니 빠르다. 포기하면 남은 인생 그냥 배추로 살아야 될 판이다.

 

 

 

2

 



미리 본 역자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우엘벡에 대해 문체가 평범하다는 평가가 종종 있다고 한다. , 프랑스놈들 정말 못 말리겠다. 프랑스 소설이 자꾸만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3

 

엉덩이가 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건지, 방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곧 아프다. 열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다. 그러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게 이거 아닌가. 이게 의자인지 의자의 형상을 한 시멘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인체에 비협조적이던 도서관 의자에 앉아 공부하던 시절에도, 같이 공부하러 다니는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내 엉덩이만 늘 불이 났다. 방석은 생활 필수품. 만져보면 말랑말랑한데……. 얘는 대체 왜 어째서 주인의 일상사에 제동을 거는 걸까?

 

 

 

4

 

진짜 연휴가 시작될 모양이다. 나는 책을 읽는다. 배추가 되어도, 자꾸만 어지러워도, 엉덩이가 비명을 질러도.

 

 

 

 

--- 읽은 ---


 

158.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

 

방송만 보고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돌아온 허지웅은 이전의 허지웅과 많이 다른 사람이었나보다. 두 세계에 걸쳐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설명하는 매체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활자를 택했다는 것은, 그의 본질이 쓰는 사람이라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 나는 쓰는 사람이 좋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활자를 이용하고 그 활자를 축적하기 위해 책을 먹어 치우는 사람은 일단 좋다. 나는 한 번도 나의 죽음을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159.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지음 / 다반 / 2020

 

나는 1권의 책에 100명의 독자가 있으면 최소한 100개의 독서가 태어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100개의 독서는 실상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 미세한 잣대를, 때에 따라서는 의미가 없다 싶을 정도로 사소한 차이까지 식별하는 잣대를 갖다 대지 않으면 100개의 독서를 진짜 100개로 구분해 떼어놓기는 힘들다. 한 권의 책을 두고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하는 말과 같은 말을 한 번 더 보태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면 나는 굳이 그 책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책 읽은 책에 관대해지는 것 같다.

 

아름다움도 쓸모도 모두 책의 것 같지만 실은 독자의 속성에 가깝다. 정확히는 독서의 속성. 아무도 읽지 않아도 절로 아름답거나 쓸모 있는 책은 없다. 읽지 않으면 독서는 없다. 우리가 아름답고 쓸모없는 이 아니라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다. 아름답고 쓸모있는 독서란 거의 없다. 아름다움을 통해 나중에 쓸모 있게 되거나 쓸모를 통해 언젠가 아름다워질 수는 있지만. 결국 아름답지 않고 쓸모있는 독서와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사이에서 우리는 편향적인 선택을 한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선택하고 나가야 한다. 내가 읽는 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내가 이 책을 노 저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느끼고 읽어야 끈질기게 읽는다.

 

 

 

 

--- 읽는 ---

세로토닌 / 미셸 우엘벡

체공녀 강주룡 / 박서련

언어의 역사 / 데이비드 크리스털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소설가의 공부 / 루이스 라무르

열 문장 쓰는 법 / 김정선

여자 공부하는 여자 / 민혜영

판타스틱 과학클럽 / 최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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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9-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문철문 너무 좋습니다 ㅎㅎ 사실 전 철학과 문학 구별도 잘 못하겠어요. 로큰롤과 재즈도 구분 못해서 그냥 블루스로 퉁치는거랑 비슷합니다..^^

syo 2020-09-29 11:36   좋아요 1 | URL
추풍님 짧은 음반 리뷰 볼 때마다 제가 드는 생각이 그런 건데요. ˝우와....이게 뭐지?˝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9-29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리뼈가 남아있으면 방바닥에 앉을 때 엉덩이 아프더라구요...덜 진화된 자의 슬픔...(지금 확인해보시죠 진화의 도달 정도)

syo 2020-09-29 15:02   좋아요 1 | URL
확인해봤는데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어느 지점인 것 같아요. 예전에 만난 사람은 확실히 있다고 때리면 아플 거라고 그러던데.....

2020-09-30 0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30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20-10-03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쓸모있는 글을 쓰고 싶네요, syo님처럼.ㅎㅎ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글의 조건은 유머, 창의성, 감성, 당당, 간결, 가독성, 뭐 이런 것들인데 syo님의 글이 그렇거든요.
전반부는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게 하고 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구요, 후반부는 무지몽매한 인간을 일깨워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니 쓸모도 있구요~^^

syo 2020-10-04 16:06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아름다움도 쓸모도 결국 읽는 사람에 더 많이 달린 일이네요.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그건 제 글의 공이 아니라 나비종님의 읽기 덕입니다. 아름답고 쓸모 있는 읽기를 하시네요^-^

공쟝쟝 2020-10-05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질기게 읽어야 한다는 걸 새삼 독려해주시네요! ^^

syo 2020-10-06 13:01   좋아요 0 | URL
쟝님은 지금도 굉장히 끈질기게 읽고 있어요. 독려 필요없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생명연장의 꿈

 

 

1

 

어제 이 차를 샀다. 3만킬로쯤 탄 경차다. 언제나 모 안 난 인생을 살고 남들 다 하는 선택을 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三은, 역시 남들 다 그러듯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운전면허를 준비했고, 남자들이 보통 그러듯 1종 보통을 응시했으며. 역시 평균적으로 그러하듯 기능 시험에서 한 번 떨어져 준 다음 무난하게 면허를 취득했다. 그게 15년쯤 되었으니 면허 없던 인생과 면허 있는 인생의 길이가 거의 비슷해진 오늘의 . 그러나 그는 면허시험장을 나선 이후 단 한 차례도 핸들을 잡아본 적이 없었고, 최근 유튜브를 통해 악셀이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이 왼쪽이라는 사실을 재습득할 수 있었다. 지금은 syo 앞에 마주 앉아서, 클러치가 그러고 보니까 뭐 하는 거였지? 이러면서 뭔가를 검색하는 모양이다. 쌤 불러서 한 여섯 시간쯤 도로 연수 받으께, 연휴 끝나기 전에 차 끌고 강릉 함 갔다 오까? 회나 시원하이 한 사라 해야지, 라고도 말했다. 회 한 접시에 목숨 한 번 걸어 보자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하다니 진정한 사나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찬란하고 덧없이 산화하려고 꾸역꾸역 여기까지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지구에서의 삶에 미련이 꽤 남았다.

 

 

 

2

 

syo는 머리가 나쁜 편이다. 특히 기억력 쪽은 누가 너 기억력 정말 참담하구나? 라고 해도 화내지 않는 게 양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이럴 거 읽으면 뭐하냐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정 너머 미셸 우엘벡의 세로토닌을 읽다가 궁금해져서 알라딘에 검색해봤더니 고수님들의 굉장한 리뷰들이 발견되었다. syo가 부러운 건 그분들의 밝은 눈도 단단한 글솜씨도 아닌, 기억력이었다. syo는 리뷰를 잘 못쓰는 가운데서도, “이 작가의 전작 얼씨구절씨구는 주제가 이러쿵저러쿵이었던 바, 작가의 관점 변화가 있다/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와 같은 식의 구절은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기억이 안 나서! 소립자의 주제가 뭐였더라? 거기서도 야한 거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좀 나오네? 헤헤, 야한 할배 우엘벡. 이게 syo의 한계다…….

 


 

 

3

 


연휴에 죽여버리겠다고 패기만만하게 빌려 온 벽돌 두 개.


둘 다 1,000페이지가 넘는다. syo는 프로이센을, 은 피케티를 읽고 있다. 누구도 이길 것 같지 않다.

 

 

 

 

 

--- 읽은 ---


 

154. 괴물이라 불린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

 

긴 감탄사의 운명은 결국 용두사미다. 우와아아아아ㅏㅏ……(음소거). 전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사이 어디쯤이었고, 이 책은 사이 어디쯤. 다음 책을 한 권 더 읽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우와아아아우와오와!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별개로, 전작과 다른 역자가 번역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취향이다. 검색해보니 다음 작품은 또 새로운 역자가 번역한 듯. 이게 다 뭔 일일.

 

 

 


155. 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 박산호 옮김 / arte / 2019

 

세상에 이치라는 것이 있고, 세상이 만들어진 데 뜻 같은 게 있다면, 일단 박살 난 일상을 중복적으로 무너뜨리진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사건이 사람을 조각내면, 바람이 불 때마다 제 안에 든 조각에 찔려 다시 상처 입고, 다시 아물고, 다시 피 흘리고, 다시 딱지가 앉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금 간 인생들의 시절이.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사람을 조각내는 사건이 하나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거리가 세상에 되어 퍼지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조각 난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와 아예 가루로 만드는 시대에 도착했다. 가루가 된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가루가 되면 아물거나 덧날 상처의 자리조차 남지 않겠다.

 

모든 컷에 움직임이 없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156. 왜 칸트인가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

 

잘은 모르겠지만 칸트의 주저는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판단력 비판을 읽기 위해서는 실천이성비판이 제시하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그 개념들은 또 순수이성비판을 모르고서는 확립되지 않는, 그런 식이랄까. 보통 이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칸트는 유독 체계적인 듯. 그래서 결국 순수이성비판과의 만남으로 칸트를 시작해야 하는데, 만나 보니 걔는 성격이 진짜 극악무도했다. 그래서 칸트와는 시작만 계속 있었지 끝 같은 건 없었고, 맨날 직관의 순수 형식인 시간과 공간 어쩌고 하는 부분에서 좌절의 마일리지만 적립하고 돌아서기 일쑤다. 순수이성에서 안녕하면 실천이성이나 판단력은 냄새도 맡기 어려운 것이 현실. 그래서 머리 꼬리 다 떼고 몸통만 한 권으로 꿰어주는 책이 칸트철학에는 필요하다. 우린 철학자가 아니니까요.

 

칸트 개론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요놈의 용어 때문이다. 마치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며 제국도 아니었던 신성로마제국처럼, ‘순수’‘이성’‘비판얘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 그게 또 180도로 달라 버리면 원전을 읽다가 모순된 지점을 발견하거나 할 텐데, 그게 아니라 한 15도에서 45도쯤 달라 버리니까, 뭔가 이해가 되는 것 같다고 오해하며 끄덕끄덕 읽어가다가 나중에는 읽히는데도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다. , 우린 철학자가 아니니까요.

 

2회독 하며 느끼는 건데, 요 책은 칸트 입문서 중에서는 정말 제일 좋은 것 같다.

 

 

 


157. chaeg 2020. 9

()(월간지) 편집부 지음 / ()() / 2020

 

잡지를 한 달에 딱 한 권 읽고 있는데, 그게 <>인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

 

 

 

 

--- 읽는 ---

사이언스 블라인드 / 앤드루 슈툴먼

세로토닌 / 미셸 우엘벡

언어의 역사 / 데이비드 크리스털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 김성민

다이어트의 정석 /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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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9-2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세로토닌 읽어야지 ㅎㅎㅎ 같은 역자가 번역한 뒤라스 소설이 좀 별로라 걱정이 되긴 합니다...

syo 2020-09-27 16:56   좋아요 1 | URL
졸면서 읽습니다.... 적재적소에서 야한데 난 왜 졸리지....?

blanca 2020-09-2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칸트를 시작해얄 것 같은 그리고 그 건 <왜 칸트인가>로.

syo 2020-09-27 16:57   좋아요 0 | URL
시작할 때 좋습니다! 왜 칸트인가. 두둥.

추풍오장원 2020-09-2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띨띨해서 읽고 까먹고 까먹고 그러는데 ㅎㅎ

syo 2020-09-27 16:57   좋아요 0 | URL
저와 띨띨배틀을 벌여보실까요? ㅎㅎㅎㅎ

stella.K 2020-09-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미니언>을 모처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두꺼운 책이 보기는 좋은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ㅠ
이벤트 도서는 서평을 의무적으로 써야해서 이제 웬만해서 안 하는데
이 책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안 읽을 것 같아 한 건데
대략난감입니다. 그래도 스요님은 워낙 두꺼운 책도 거뜬히 읽어내니
엄살이란 거 알고 있습니다.ㅋ

저도 칸트를 시작하게 되면 저 책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근데 전 이상하게 칸트와 니체를 항상 헷갈립니다.ㅠ

syo 2020-09-29 1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철학도 좀 사랑해주세요. 너무 두꺼운 애들 말고, 얇고 귀여운 애들로다가.
스텔라님, 추석 잘 쇠시기를^-^

scott 2020-09-2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웰벡은 플랫폼 소립자 까지 좋았던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세로토닌은 아침 방송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떠올라요 ㅎㅎ

syo 2020-09-29 10:53   좋아요 0 | URL
읽을 때는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아마 이번에도 그러겠죠..... ㅠㅠ

DYDADDY 2020-09-27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두께 비주얼이 엄청나 책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베고 자면 오히려 목에 무리가 올 것 같아요. ㅋㅋ

syo 2020-09-29 10:53   좋아요 1 | URL
저기 더 두꺼운 애들 두권 쌓아놓으니까, 뭐랄까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 되더라구요 ㅋㅋㅋ

2020-09-27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양의 모양 2


 

 

생은 슬픈 것인지도 모른다회한모든 후회는 결국 존재의 후회로 귀결된다.

전혜린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칫솔을 버렸다. 모가 다 누워서 더 쓸 수가 없었다. 버려도 진작 버릴 것을 오래도 썼다. 미련하게도. 아무리 J라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모퉁이를 만난 것이다. 끼고 돌면 아무것도 간단히 버릴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길모퉁이를. 빛이 떨어지면 창틀 아래로 잎 그림자만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건 움켜쥘 수도 없었다. 나타샤 벤자민이라고, 고무나무 종류래. M이 창틀에 화분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J도 웃었다. 웃음 역시 움켜쥘 수 없는 것이었다. 태어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늘 허우적댄다. 창문을 닫고 자는 계절이 왔고, 바람이 불 때면 J의 머리칼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새 많이 자랐다.

 

가을엔 이미 죽고 없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고 있어. Y의 가느다란 검지가 머그잔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저러면 제 손가락 빠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J가 생각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그러고 있더라구, 언제부턴가. 말을 마친 Y가 잔을 입에 가져갔다. 커피가 Y의 입술을 지나 입안으로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쓰디쓴 검은 물을 좋다고 들이켜는 사람들이 J는 늘 신기했다. 언젠가 Y가 이렇게 물었다. 쓴 건 술도 마찬가지잖아. 넌 술은 잘 마시면서 커피는 왜 못 마셔?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지나간 것들하고 언젠가는 만나야 하잖아. Y가 말을 이어갔다. 가을에는 지나간 것들이 다시 지나가도, 오래 부대끼지 않고 수월하게 통과한다는 느낌이야. 말을 할 때마다 커피 묻은 Y의 입술이 번들거려서 자꾸만 시선이 갔다. 바람이 불고 이파리들이 가루가 되고 그래서 모든 게 쉬워지는 걸까? 이럴 때 저 입술을 훔쳐야만 한다는 일종의 확신이 데자뷔처럼 갑작스레 J의 심장을 덮쳐왔다. 가을은 짧으니까. 다가갈까? 이러다 가을이 없어지면. 테이블에 왼쪽 팔꿈치를 대고, 왼쪽 어깨를 살짝 밀고, 고개는 오른쪽으로 살짝 꺾으면, 닿을 텐데? 죽은 사람들 노래도 다 죽어버리면. 첫 키스로 너무 괜찮은 그림일 텐데? 그럼 너무 슬프잖아.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할 텐데? 그들이 있던 시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지면 말야. J의 왼손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니었다. 다시 기억해보니, 왜 커피를 못 마시느냐고 물어온 것은 Y가 아니었다. 그건 M이었다.

 

J는 누구보다 출근이 빨랐다. 카드키를 단말기에 접촉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은 J의 일이었다. J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퇴근이 늦었다. 열린 문을 다시 닫는 것도 J가 하는 일이 되었다. 일은 많았다. 팀장은 J의 설계가 탐탁지 않았고 고객은 불가능한 UI를 요구하며 떼를 썼다. 그런 것들이 그대로 J의 일이 되었다. J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충분히 그럴 여유가 있었다. 성실하지 않을 여유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싱크대에 던져놨던 커피잔을 씻고 거기에 다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술을 끊었다. 쓴맛의 총량은 유지된다. 그건 줄어드는 것이 아니어서 대신 J가 줄어들었다. 통장에 돈은 자꾸만 쌓였다. Y와는 아직 자지 않았는데 요즘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Y와 입을 맞춘 것과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 중 뭐가 먼저였을까. J는 요즘 중요하지 않은 질문들을 찾아 묻고, 중요하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피부가 부쩍 푸석해졌고, 수면의 질은 나빴다.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핸드폰 충전기와 TV 셋톱박스에서 나오는 작은 빛까지 모조리 지우고, J는 거실 한복판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틀어막아도 빛은 들었다. 그것으로부터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희붐한 어둠 속에서 J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그런 게 뭔지, 뭐가 상관이 없는지 자기도 알지 못했다. 그런 건 아무도 몰라, 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기도 했다. 그런 게 뭔지 생각하다가, 아무도에 누가 들어가는지 세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이름은 겨냥했고 또 어떤 이름은 에둘렀다. 어떤 이름은 누르고 어떤 이름은 찾았다. 그러다 마침내 그 모든 이름들이 다 같은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J는 몸서리쳤다. 제발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지 좀 마. J는 아무렇게나 꿰어 입고 거리로 나선다. 모자 자꾸 쓰면 두피 망가지고 머리 다 빠진대. J는 모자챙을 꾹 눌러 이마를 가린다. 양손 다 주머니에 꽂고 걸으면 양아치 같아서 보기 싫어. J는 주머니 속 두 주먹을 꽉 움켜쥔다. 또 담배 피면 키스 없다. 마지막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 또 쓰레기 함부로! 빈 담뱃갑을 구겨서 길에 던진다.

 

너 어디까지 가려고 나한테 이래.

 

J는 건널목 한가운데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하여 손톱에 박힌 가시와 수많은 잔소리들이별 직후의 쓰라림이 왜 풀벌레 소리를 내는지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을 뿐가을밤의 풀벌레가 불도 켜지 않고 왜 모두 다른 빛깔로 우는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안도현, <가을밤의 풀벌레 소리부분

 

 

--- 읽은 ---

 


151. 스트로베리 나이트

혼다 데쓰야 지음 /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

 

표지가 예뻐서 읽어 보았는데 첫 장부터 자식의 똥구멍에서 똥을 긁어내 아내를 먹이거나 제가 쳐먹는 약쟁이 아버지 새끼가 등장해서 기분을 잡쳤다. , 이런 새끼는 제발 얼른 죽었으면 싶었는데 다음 페이지 쯤 바로 죽어서 그나마 나았다. 커터칼로 경동맥이 잘려 피를 콸콸콸 쏟으면서 죽었다. , 바로 읽을 맛이 나는구만? 1살인마 1독자 탄생의 순간.

 

넌 그냥 촌뜨기에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촌스러운 계집애라고. 그런 촌뜨기는 말이지, 저 시골 공원 화장실 뒤에서 몸이나 파는 게 딱…….” 이라는 대사를 동료 경찰에게 치는 경찰이 등장하는데, 거의 모든 대사와 행동이 근본적으로 여혐에 쩔어있는 그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혹시 작가가 도리어 남자를 혐오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 바닥 국룰에 따라 마지막에는 츤데레 모습을 보여주지만, 늦었어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남자 경찰이 틈만 나면 시전하는 성희롱의 대향연을 관전하는 것도 역시 포인트. 이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까?

 

주인공으로 설정된 히메카와 레이코 경위는 번뜩거리는 데가 있으면서도 어딘가 허술하여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알 수 없지만, 그 시리즈를 내가 따라가며 읽을는지도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냥 혹은 저냥이다.

 

 


 

152.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

 

너무 한낮의 연애를 세상에 내놓은 순간부터, 김금희는 향후 10년 동안 syo의 무조건적 별 다섯개를 확보했다. 나는 그녀가 한글로 뭔가를 쓴다면 거기에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헤헤 으헤으헤으허허라고 쓰였더라도 물개박수를 치며 별 다섯을 줄 준비태세가 확립된 편파적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늘 그런 우대권이 의미가 없다. 제값 내고 타셔도 늘 오성급이셔요.

 


 

 

153.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

 

그래서 이런 몇 가지 난제가 발생한다. 설터 할배가 좋아 금희 누나가 좋아? 그런 걸 묻다니 용기가 있구나 그러나 싸대기는 조심해라! 설터 할배가 이겨 금희 누나가 이겨? 조용해라, 짓이겨버릴라니까. 설터 할배랑 금희 누나 책이 한 권씩 있는데, 그중 한 권을 지금 버려야 돼. 뭘 버릴래? 바로 너의 그 요망한 세 치 혀를…….

 

 

 

 

--- 읽는 ---

강철왕국 프로이센 / 크리스토퍼 클라크

괴물이라 불린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사브리나 / 닉 드르나소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 김성민

모든 것의 처음 / 스튜어트 로스

왜 칸트인가? / 김상환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인티 차베즈 페레즈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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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9-25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미소설가는 설터, 한국소설가는 김금희가 좋아 하면 되죠ㅎㅎ저도 둘다 무척 아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부사 나열로 밖에 못 키우는 부족함...날씨가 좋아 그런지 읽는 책이 어째 무럭무럭 늘어나시네요ㅎㅎㅎ

syo 2020-09-27 14:52   좋아요 3 | URL
날씨 요즘 너무 좋네요. 바깥에 자꾸 나다니고 싶어집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날씨한테 외주줬나봐요. 숙주 유혹....

반유행열반인 2020-09-27 15:42   좋아요 0 | URL
연휴 때 가까운 동네 산책 살살 다니셔요. 산성도 거닐어 보시고...

scott 2020-09-2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터 할배가 더 좋아요. 전혜린으로 시작해서 복자와 설터 할배까지 소요님 페이퍼는 끝까지 읽게 만드네요.^.^

syo 2020-09-27 14:5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설터 할배 좋아요. 전 너무 좋아서 호불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로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