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감기

 

 

 

1

 

어제저녁에는 두부를 잔뜩 넣고 떡만둣국을 끓일 요량이었는데, 두부가 시한부라 욕심을 좀 부렸더니 정작 탄생한 건 떡이랑 만두를 넣은 두붓국이었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송송이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 그 맛이 탕이라기보다는 탕약에 가까웠다. 한의원에서 순두부를 시켜 먹으면 이런 맛이 나겠지.

 

그리고 커피를 마셨는데 기이하게도 홍삼 맛이 났다. 사장님, 저희 카페인 주문했는데 사포닌이 나왔어요…….

 

오전에 도서관을 다녀왔다. 입맛이 저토록 이상한 것을 아직 몸살이 다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었는데, 오만방자했지. 다녀왔더니 어쩐지 또 머리가 무겁……. 으아아아 빌어먹을 영원회귀.

 

 

 

2




피차간에 없는 게 나은 사이긴 했어도, 그래도 명색이 새아버지라는 인간이 죽으면서 땡전 한 푼 안 물려줄 줄은 또 몰랐던지라 어린 아이작 뉴턴은 적잖이 당황하는 중이었다. 책은 나한테 다 물려준 걸 보면 그래도 또 생양아치는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책은 좋아. 일단 읽고 볼까 헤헤헤…….

 

그러나 남편을 잃은 뉴턴의 어머니는 아들을 양치기로 키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아 글쎄 이 녀석이 책 읽는 데 한눈을 파느라 양을 분실하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언젠가부터는 아예 포기한 듯. 니 맘대로 살아라 임마.

 

그래서 나중에 뉴턴의 어머니는 이웃들과 함께 동네 평상에 모여앉아 콩나물 대가리를 다듬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아니, 애가 하라는 양치기는 안 하고 맨날 독서, 독서, 아주 지겨워 죽겠어 그놈의 책 그냥 다 확 불살라 버려야지 싶다가도 쟤가 말은 안 하지만 자기도 스트레스 엄청 받겠지 싶어서 그냥 냅뒀지 아 서방 복 없는 년이 자식 복도 없다지만 그래도 에미 마음이 어디 그런가, 그래 그래 너도 답답하겠지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에미가 삼시 세끼 고기 반찬은 못 먹여도 그 정도는 해 줘야지 그냥 쌀만 너무 많이 축내지 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싸면서 적당히 살다 가자 이번 생 너나 나나 아주 오지다,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얘가 그러는 거야. 어머니 제가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게 또 쌀밥 먹고 보리방구 뀌는 소리 하네 하고 있었거든. 근데 애가 또 그러네, 어머니, 제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어디 내가 참을 수 있어야지. 얘야 뉴턴아, 내 새끼 아이작 뉴턴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면 돈이 나온다니 쌀이 나온다니. 어머니,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어느 날, 제가 사과나무 아래 누워 있었는데 사과가 갑자기 제 머리 위로 뚝, 아이고 뉴턴아 아이작 뉴턴아, 과수원에 갔으면 사과나 딸 일이지 그걸 그래 게을러 가지고 드러누워 있으니 사과한테도 얻어터지고 다니지, 아이고 속 터져. 아니 어머니 사람 말을 끝까지 좀 들어보세요, 하여간 그래서 제가 발견한 법칙이 세상 사람들한테 널리 인정을 받았어요. 그래 그래 그것 참 좋~겠구나. 그래서 제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도 되고,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어머니, 우린 이제 귀족이에요! 그러는 거야 글쎄? 아니 이게 말이 돼? 양치기도 못 하던 우리 아들놈이 글쎄 작위를 받았대 글쎄! 믿어져? 뭐 못 믿겠다고? 못 믿어? ,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당연히 농담입니다.

 

 

 

 

 

--- 읽은 ---

 


176. 프로이트 패러다임

맹정현 지음 / 위고 / 2015

 

syo는 프로이트를, 귀여운 멍뭉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오구오구 그래쩌여~? 성욕이 있어쩌여~? 남근선망 때문이에여~? 여긴 이미 21세기고, 세상과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간지 나고 좋은 이론들은 잔뜩 있고, 나는 책을 몇 권 띡 읽고 말 인간이 아니고, 뭐 그러다 보니 프로이트는 치킨에 발라먹는 양념에 들어갈 70가지 갖은 식재료 가운데 한 가지- 그런 포지션이다. 그래서 뭐라고 말해도 오구오구하게 되는 것이다.

 

syo내 이론이론도 만들 생각이 없다. 세상의 다양한 이론들이 내 안에 들어와 두서없이 섞여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색을 바꿔나가는 쪽이 훨씬 좋다. 어차피 내 생각이라는 건 내 의식 안에 의식적으로, 무의식 안에 무의식적으로 쌓은 다른 생각들의 할매국밥이다. 모두가 원조이고 누구도 원조가 아닌. 이건 프로이트의 생각과 그리 멀지 않다. 프로이트의 가장 큰 업적은 무의식의 발견이고 그 업적의 가장 큰 효과는 주체성의 파괴. 내가 나라고 너무 철저히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나밖에 모르는 내가 있겠지만, 다름 아닌 나라서 결코 알 수 없는 나도 있는 법. 우리 같은 범인들이 프로이트를 통해 얻어야 할 지혜는 그런 정도다. 인간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심지어 무의식에 대해서조차, 이제는 다른 철학자들의 책과 과학책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나은 시대가 왔다. 나는 프로이트가 이렇게 말하는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어차피 나도 그 할배 별로다.

 

그런 느낌으로 프로이트에 대해 한 권쯤 읽고 지나가려면, 혹은 프로이트에서 파생되는 다른 글들을 읽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면, 이 책 한 권 갖추는 것, 나쁘지 않다.

 

 

 

 


177. 길 잃기 안내서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

 

그 문장이 높고 아름다운 것을 온 세상이 다 알고 나도 잘 아는데도, 읽는 데 쓴 날들이 짧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앉은 자리에서 다 소화되지 않는 책은 위대하거나, 쓰레기거나, 위대한데 내가 쓰레기라 내 눈에 쓰레기로 보이거나다. 말할 것도 없이 1.

 

 



178. 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

 

눈을 못됐게 뜨고 읽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덤벼들었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전작 여름, 스피드를 생각해보면, 나는 그 책에 별 다섯 개를 때렸고, 이건 문장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별로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니라는 비평에 끝까지 저항했다. 이번 문자대화 인용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느낀 건데, 이게 너무 뾰족하게 구체적이라 도리어 실제로 있지 않았던 일이라고, 픽션이라고 생각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의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그 책에 실려 있었다. 뾰족하다고 표현한 것은, 수록작 가운데 어떤 작품 속 이야기는 정말 과장 없이 100% 공감할 수 있는, 화자의 마음 경로를 완전히 똑같이 되짚을 수 있을 만큼 나와 연결된 이야기 같았던 반면, 또 어떤 이야기는 나와의 접점이 0%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100%의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면,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작품이 그저 0%의 나열이나 기껏해야 50%도 안 되는 별세계 이야기의 집합체로 보였다면 나도 이 책을 그냥 툭 던져놓고 김봉곤의 이름을 잊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개의 100%가 나머지 모든 0%를 숨겨진 100%, 내겐 0이지만 세상에 반드시 이 이야기에서 100을 느끼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을 때 하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100이었는데. 100은 허공에서 탄생할 수가 없지.

 

남들은 도저히 좋아할 만한 데를 찾아내기 어려워하는 작품을 나는 미친 듯이 좋아하는 상황, 그런 건 그 작품이 내가 살아온 궤적을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김봉곤이 다음 책을 낼 의사가 있는지, 그럴 수 있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차기작이 온다면, 그건 같은 잘못을 통과하지 않고 왔으면 좋겠다. 나는 또 읽을 것이다. 이건 불가항력에 가깝다. 아직은.

 

 

 

--- 읽는 ---

카운슬러 / 코맥 매카시

천년의 바람 / 박재삼

chaeg 2020. 10 / ()(월간지) 편집부

죽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물리법칙 / 야마구치 에이이치

작가의 뜰 / 전상국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10-1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은 그 할배 별로라는데 이 글 읽고나니 얼른 <프로이트 패러다임> 읽고 싶네요. 잠깐! 그 전에 프로이트 읽던거 마저 읽고요. 켁!

syo 2020-10-15 18: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오구오구 마인드, 다락방님은 씹어주마 마인드로 읽는데, 단발님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0-10-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패러다임 나도 사놨지롱요- 딱 기다려요 내가 다 읽겠엇! 뽜샤!

syo 2020-10-15 18:34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페이퍼가 겁나 알차더라요.
의외로 이쪽 장르 페이퍼에 재능이?!

다락방 2020-10-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카운슬러라니요! 거기에 잊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카섹스신(?)이 나오는데... 읽었나요, 그부분?? 꽥-
그 당시에 너무 충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매카시 할아버지.. 그러면 안됐던 것 같아...

syo 2020-10-15 18:35   좋아요 0 | URL
아직 안나왔는데, +ㅁ+
역시 필립 할배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 코맥할배인건가 후후후후.

stella.K 2020-10-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을 시켰는데 사포닌이 나왔어요.ㅎㅎㅎ
못 당할 글이로군요.
백수된 거 정말 맞습니까? 오전에 도서관? 일하기전 잠깐 들린 건 아니구요?

김봉곤은 정말 묘하게도 읽는 맛이 있더군요.
지금 뭐할까 싶기도 해요.
근데 전 읽겠다고 장담은 못할 것 같아요. 다른 읽을 책이 하도 많아.
갑자기 오토픽션에 몹시 관심이 생기면 그때.

syo 2020-10-15 1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줄에 물음표 세개 연달아 얻어맞으니까 취조당하는 느낌 매콤하네요.
오토픽션에 관심이 없으세요?
스텔라님 구독서비스 하실 때 오토픽션 많이 쓰신 셈 아닐까요?

봉곤씬 아마도 회사 열심히 다니겠죠?
나만 백수네.... ㅎㅎ

stella.K 2020-10-15 19:32   좋아요 1 | URL
켁, 그러고 보니...ㅠ
그냥 스요님에 대한 관심으로 이해해 주시면...ㅋㅋ

아,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저 오토픽션 아닌데.ㅋㅋㅋ

syo 2020-10-20 09:13   좋아요 1 | URL
그럼요 ㅎㅎㅎ
아, 그런 게 오토픽션이 아닙니까? ㅎ

반유행열반인 2020-10-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100퍼센트가 어떤 소설이었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글 멀쩡하게 더하기 완전 잘 써 놓은 걸 보니 다 나은 거 같은데? 아니라면 내일쯤 다 나으실 거에요.

syo 2020-10-20 09:14   좋아요 0 | URL
아픈 건 다 나았습니다 ㅎㅎ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0-10-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작 프로이드 손자는 성도착증 환자였다죠. 혀감기에 얼큰한 콩나물국 추천! 환절기 몸관리 잘하세요

syo 2020-10-20 09:15   좋아요 0 | URL
손자라면 루시안 프로이트를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성도착증 환자였군요. 몰랐습니다 ㅎㅎㅎㅎ

추풍오장원 2020-10-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나의 주인이 결코 아니지요..^^ 빨리 쾌차하시기를...

syo 2020-10-20 09:15   좋아요 0 | URL
간만에 고향집에 내려가 잠깐 쉬었습니다.
결국 쾌차하고 말았네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0-10-1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의 발견, 주체성의 파괴.
덕분에 정수 읽고 프로이트 다 읽었다 배부르기.

syo 2020-10-20 09:16   좋아요 0 | URL
10월도 벌써 다 가고 있군요.....
허허허허....
 


작사랑

 

 

 

1

 

언젠가부터 1년에 한 번은 어떻게든 크게 아프다. 주로 이맘때쯤부터 해서 한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기간이 굉장히 위협적이다. 어떻게 피해 보려고 애써봐도 도리 없다. 네 명이 같이 치킨을 먹고 나 혼자 떡하니 장염에 걸리고 나면 운명이라는 것의 존재를 믿게 된다. 너는 기어이 아프다, 아플 것이다, 아프도록 하여라……. 빚졌는데 알고 보니 채권자가 하느님인 꼴이랄까. 이번에는 몸살이었나 본데, 대충 다 극복했다. 두통의 잔여물만이 썰물 물러간 갯벌에 뒹구는 라면 봉다리처럼 남았다. 고통의 꼭짓점에서는 와 내가 정말 혼자 살긴 혼자 사는구나 싶었다.

 

 

 

2

 

큰 사람은 크게 사랑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찾아오는 위기도 크다. 작은 위기는 인식과 동시에 자동으로 무찌르고 나아가는 게 큰 사람의 큰 사랑이기 때문이다. 작은 사람은 작게 사랑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찾아오는 위기도 작다. 큰 위기는 어떻게도 손댈 역량이 없어서 그대로 파국으로 가고 마는 것이 작은 사람의 작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도 스스로를 큰 사람이라고 오해해본 적이 없다. 큰 사람이 될 수 없어서 서글픈 적이 있고, 큰 사람이 되지 못해서 쓸쓸한 적이 있다. 나는 작은 사람이라 작게 사랑한다. 어리고 어리석다. 느리고 늦되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면 처음에는 내게 없는 모습을 가진 너에게 매혹되어 사랑이 달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큰 탈이 나지는 않는다. 큰 사람은 자신의 큼으로 작은 사람의 작음을 양해하고,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의 큼 자체를 신봉하기 때문에 다툼이 있어도 큰 소리가 나지 않고 어찌저찌 봉합된다. 그래서 만약 그들이 헤어진다면, 그들의 이별은 오랜 만남 후에 이루어진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내기도 어렵고, 이별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딱히 없으며, 돌아서면 반드시 울고 말 것을 다 아는 상태에서 헤어진다. 오늘 헤어지지 않으면 오늘 같은 내일이 올 것을 알아서 헤어진다. 가능성의 밑바닥을 핥아본 혓바닥을 매만지며 돌아선다.

 

나만큼 작은 사람을 만나 작고 소소하게 사랑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워낙 먼지처럼 작아서일까. 그러나 나는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티끌만 한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사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몸뚱이는 자꾸 늙어가고 시장 가치는 한없이 0으로 수렴하는 재고자산 주제에,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겠고, 뭐 안 되는 것만 자꾸 늘어간다. , 왕년의 사랑꾼은 죽었는가.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 러브다이너마이트 뭐 이런 것들 다 요단강을 건넜는가 으흑…….





깊고 맑은 하늘이 펼쳐진 창가의 자리에서 한나는 영화 속의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사랑이 아니지그런 게 어떻게 사랑이야."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이지그녀는 생각했다남자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느릿느릿 국수를 먹기 시작하고영원처럼 정지한 듯한 풍경 위로 헐벗은 그림자가 침묵 속에서 간혹 움직였다나는 사랑을 몰라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수린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구름을 생각하려 한다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그 누가 뭐라고 해도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

 

가만히 있어도 골이 빠그라질 것 같은 두통 속에서도 나는 책을 이만큼이나 읽었던 것입니다! 하면 아, 굉장히 멋있을 뻔도 했지만, syo도 그냥 사람이었어요. 아플 때는 쉬더라구요.

 

 

 

 

--- 읽은 ---

 


175.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서대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

 

시 속에 이야기가 잔뜩 있었다. 여기 왜 이야기가 들어있지? 라고 생각했다가, 대체 왜,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살게 되었는가 생각했다. 시가 이야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시인가? 글쎄, 그건 단정할 수 없는 명제지. 나는 그런 논리를 배운 적이 없었다. 배우지 못해 모르는 것들과 마주치면 엉뚱한 질문을 엉뚱한 줄도 모르고 하게 마련이다. 나는 묻고 있었다.

 

 

 

--- 읽는 ---

시절과 기분 / 김봉곤

칸트 평전 / 만프레트 가이어

정신분석의 근본 개념 7가지 / -다비드 나지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6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0-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중간 사람인데 중간 사람은 어떤 위기를 맞이할까요...어중간한가...중간에 끼이나...

syo 2020-10-13 22:56   좋아요 3 | URL
사실 저것의 핵심은, 큰 사람은 위기가 커서 큰 위기로 느껴지고, 작은 사람은 큰 위기는 어차피 파국이라 작은 위기에서 벌써 맥시멈 크기를 체감한다는 맥락이라, 큰작중 따질 것 없이, 본인이 느끼기에는 다 큰 위기가 되는 것이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13 22:57   좋아요 1 | URL
에이 어렵네요...

공쟝쟝 2020-10-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다이너마이트님, 사랑도 가끔은 쉬어야죠.. 자숙하세요 ㅋㅋㅋ

syo 2020-10-13 23:02   좋아요 0 | URL
쉬는 것도 뭣도 적당해야 합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0-10-13 23:09   좋아요 0 | URL
벌써 다 쉬었다고요? (....)

syo 2020-10-13 23:16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다기보다, 이제 길게 쉬고 있는 분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연 2020-10-1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까지 읽고 웃다가 러브다이너마이트에서 빵터짐.. ㅋㅋㅋㅋ 러다마님. 얼렁 제자리 찾고 예쁜 사랑 하소서^^ 아플 때 혼자 앓지 않게~

syo 2020-10-14 11:17   좋아요 0 | URL
그보다 혼자 아픈 것에 좀 익숙하고 능숙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사랑을 하건 말건 어차피 인생은 길게 보면 혼자잖아....

비연 2020-10-14 11:19   좋아요 0 | URL
흠.. 그렇긴 한데 혼자긴 한데.. 거기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건 좀 슬픈 일이라. 물리적인 존재가 옆에 있는 게 간혹은 큰 위안.

jeje 2020-10-1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유산균 챙겨드세요. 장건강은 면역력의 근원.....(??) 어??아프려고 하나? 아닌가? 했다가 얼른 나아버리시길!

syo 2020-10-14 11: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장 건강이 근원이었군요.
친구 유산균 야금야금 빼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0-10-14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syo 2020-10-14 11:15   좋아요 0 | URL

blanca 2020-10-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잘 추스르셔야겠네요. 사랑은 뭣모를 때 하는 게 쉽긴 쉽지만 어려운 사랑은 또 다른 맛이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엄청 많이 붙어야 나이들어 하는 사랑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syo 2020-10-14 11:15   좋아요 0 | URL
어쨌든 하는 데 까지는 해 보자는 주의입니다.
하면서 터지고 털리고 울고 짜고 그러면서 또 배우고 그러는 거겠지요?

다락방 2020-10-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을 때에요, 쇼님. 사랑, 사랑이라니..
제 인생에 사랑은 끝났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랑은 모두 끝났어~

https://youtu.be/s7-nDA_gzHg

syo 2020-10-14 11:14   좋아요 0 | URL
끝났다 싶을 때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 또 사랑이잖아요.
사람 일 모르는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미리 폐문선언했다가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쪽팔린다?!

비연 2020-10-14 11:19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stella.K 2020-10-14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 감기 한 번 앓고 일어나는데
이상하게도 2, 3년 전부턴 그런 게 없어졌어요.
안 아파서 다행이긴합니다만
나이들수록 아픈 게 무뎌진다던데 노화의 한 현상은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ㅎㅎ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 러브다이너마이트
알흠다운 단어로군요.
스요님은 아직도 사랑동자입니다.ㅋㅋ

syo 2020-10-15 17:45   좋아요 0 | URL
‘동자‘라는 단어는 제가 썼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단어입니다.
나잇값은 요원하군요.....

여튼, 안아프시다니 다행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안 아픈게 장땡입죠,.

scott 2020-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은 가을남자 ^ㅎ^

syo 2020-10-15 17:43   좋아요 1 | URL
가을 제일 싫어요... 맨날 어딘가 아파 ㅋㅋㅋㅋ
 

 

 

환절기는 진짜 개절기

 

 

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방식들. 뜨거운 물을 계속 마시기, 어지럼증, 사용하지 않을 외국어 공부, 런지, 방문은 평면이 아니고 육면체라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해 위쪽 면에 쌓인 먼지를 검지로 훑은 다음 슬쩍 맛보기, 오한, 대한민국 환절기 다 ㅈ까라 그래- 하는 마음과 그래도 환절기 없으면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 하는 마음을 마주 앉혀 놓고 100분 토론 진행하기, 자기 비하와 자기 비판과 자기 비난의 피 튀는 삼국지, 아아아 천하는 언제나 통일이 될까, 일단 지금부터 가을 겨울 봄은 맨투맨으로 버티자 다음 여름이 오면 다시 태어난 몸뚱이를 뿜뿜대며 다닐 거니까- 하는 자기 기망은 역시 자기 폭망으로 끝나겠지, 사람은 그냥 한 번 태어나는 거지, 그래도 꼭 한번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다음번에는 누구로 태어나면 좋을까 생각해보는 장소로 이불 속이 적합하지, , 그저께 옥상에 널어놓은 걸레 걷으러 가야 되는데, 벌써 바람에 날아갔으면 어떡하지, 벌써 다 날아갔으면 어떡하지, 다시 태어날 기회를 안 주면 어떡하지, 안 되는데, 아아 안 되는데,

 

이런 고등유희(?) 속에서 주말을 탕진했습니다. 으하하하…….

 

 

 

 

--- 읽은 ---

 


173.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

 

어디서였더라. 어느 소설에, 비평가는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의 껍질에 붙어 과육을 뜯어먹고 예술가의 마음에 흉터를 남겨 예술 시장을 조종하려는 일종의 기생충 같은 존재라는 식의 말을 하는 등장인물이 있었다. 악의가 가득 들어찬 그 저주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창작물이 태어났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비평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고, syo 역시 일견 그렇게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시집 뒤에 붙여놓은 해제가 호들갑스럽고 현란할수록 그런 마음은 더해갔다. 시를 다 읽으면 거기서 그대로 시집을 덮어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처음에 비평은 레시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퍼지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나에게는 시를 조리하는 나만의 조리법이 있을 텐데(확신하긴 어렵다), 그렇게 한 그릇 뚝딱 먹은 시의 맛이 어쩐지 밍숭맹숭할 때,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못 살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런데 다른 조리사들은 이 시를 통해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었다는 식의 증언이 자꾸만 눈에 밟힐 때, 그럴 때 가끔 집어드는 책이 비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재현을 잘 해낸들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가 내 레시피가 되지는 못하듯, 내놓은 음식을 먹어 본 친구들이 야, 이거 진짜 맛있다, 너 요리 잘한다, 칭찬할 때, , 이거 백종원 레시피야- 라는 자백을 반드시 덧붙이라는 양심의 공격을 받아 불편하듯, 비평은 그렇게 필요와 불편 사이에서 가끔 소모되는 장르였다.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만나기 전까지 그랬다. 이후로, syo에게 비평은 하나의 태도가 되었다. 해석은 늘 태도에 기반한다. 그래서 자기 외부에 대한 모든 해석은 곧 자기 내부에 대한 해석이다. 그래서 비평은 자기를 감추는 것을 획책하는 이들의 문학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시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태도 없는 읽기는 시 읽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걸어온 길과 그 위에 아로새겨진 모든 활자들은 낱낱이 선생님이 보여주고 가신 용기와 같다. 해석한다는 것은 그 말이 그르다고 여길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도피시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길에 찬연하고 선연한 언어는 가장 듬직한 동료였을 것이다.

 

우리가 몸담은 우물은 거대한 우물 안의 우물이다. 우물 안의 우물 안의 우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우물을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고, 단지 좀 더 큰 우물, 좀 다른 우물로 옮겨 다닐 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이행은 일단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가야지, 하는 마음과 태도에서 열린다.

 

 

 

 

174.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조르주 페렉 지음 / 김호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

 

기망하는 법에 대한 교본과도 같은 책이다. 그 방법을 설명하는 일은 스포일러라서 어렵지만, 소설 속 세상이 기망 당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독자들도 기망 당하는데, 그 방법은 서사 외적인 부분이니까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비평의 문법을 익히는 것이 비평가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증거가 이 책이다. 세상에 있지 않은 것을 다루는 소설과 시를 떠올리듯 그렇게, 세상에 없는 것을 비평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비평이란 다른 존재를 가정함으로써 존재하는 장르기 때문에, 작가가 세상에 있지도 않은 것을 그럴듯하게 비평하면 우리는 결코 그 대상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비평 아닌 다른 문학이 취할 수 있는 유익한 전술이다. 보르헤스는 그 방법을 통해 문학사에 지워지지 않는 별이 되었다.

 

처음 조르주 페렉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땐 아직 20대였는데, 이렇게 생각한 바가 있었다. 만약 언젠가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다면, 그건 내가 조르주 페렉을 그의 언어로 읽지 못하는 입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 싶을 때가 아닐까. , 20대의 열정이란. 저러고는 전혀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았지. 견딜 만했나 봄.

 

 

 

 

--- 읽는 ---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길 잃기 안내서 / 리베카 솔닛

시절과 기분 / 김봉곤

천년의 바람 / 박재삼



--- 갖춘 ---

미셸 푸코, 철학의 자유 / 존 라이크먼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 토마스 렘케

프로이트, 페렌치, 그로데크, 클라인, 위니코트, 돌토, 라깡 전싱분석 작품과 사상 / -다비드 나지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0-1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루 봉곤아 오랜만...그나저나 아프지 마syo ㅠㅠ 쾌차하소서.

syo 2020-10-13 22:48   좋아요 1 | URL
쾌차 과정에 있습니다. 약이 잘 듣더라구요.
혹시 다음에 몸살 나면 말씀하세요, 약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13 22:53   좋아요 0 | URL
미리 알려주세요 상비약

syo 2020-10-13 23:05   좋아요 1 | URL
네. 대웅제약에서 나온 씨콜드 플러스라구요-

2020-10-14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4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20-10-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현산 님의 책에 대한 얘기에 완전 공감되네요. 빨리 나으시길.

syo 2020-10-13 22:49   좋아요 0 | URL
빨리 나았습니다! 북극곰님의 공감 덕분일까요? ㅎㅎㅎ
 

 

아달다

 

 

1

 

네 어머니가 반찬과 함께 보내주신 참외를 syo가 혼자 다 쳐묵고 있다. 이 달고 맛있는 참외를 은 구경도 못 해봤다. 소식만 들은 상태다. 하루에 한 번씩 카톡으로 아달다를 보내고 있다. 은 그저 속수무책이다. 그는 원래 참외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아달다 공격을 받으면 오이도 꿀처럼 달 것만 같은 게 인간이라는 작은 동물의 심리인지라 약이 좀 올라 보인다. 심지어 syo 역시 참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달다 공격을 시전하다 보니까 괜시리 꿀맛이다. 그리고 니가 돌아올 때쯤, 아달다는 아달았다가 될 것이다.

 

 

 

2

 

참외 하나 깎아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 경험상, 백수는 분연히 옥상에 올라가는 법이다. 2018 백수는 올라가서 한숨을 쉬었는데 2020 백수는 심호흡을 한다. 우리 집이 산 동네 머리 꼭대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간쯤은 되는 위치라서 내다보기에 그림이 썩 괜찮다.




 

편의점 의자라도 하나 가져다 놓고 싶다, 진짜. 앉아서 구름이나 세면서 아삭아삭 참외를 씹어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아주 풍류남아 나셨군요.

 

 

 

3

 

시간은 시간이 알아서 할 거고, 나는 시간의 곁에 서서 그 위로 둥둥 떠내려가는 것들을 찬찬히 지켜볼 거고, 내미는 손을 잡을 거고, 후회되면 된 만큼 후회를 할 거고, 그만두어야 할 때 그만두는 결정을 망설이지 않을 거고, 망하면 크게 울되 짧게 울고, 다시 참외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야지.

 

 

 

 

 

--- 읽은 ---

 


170. 소설가의 공부

루이스 라무르 지음 / 박산호 옮김 / 유유 / 2018

 

독서가라는 자아는 날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공짜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어서 가끔 읽는 일이 말 못 할 무게감으로 엄습할 때가 있다. 많이 읽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꾸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루이스 라무르는 소설가인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서전급 에세이 <소설가의 공부>가 대표작이자 유일한 작품이다. 서부 소설로 명성을 드날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소설이 어떤지는 모르겠고 이 책 역시 그저 그랬지만, 인간 자체는 대단한 것 같다. 학교에서 더는 배울 게 없다며 고등학교를 박차고 나가 미국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선원에, 벌목꾼에, 광부에, 심지어 50승이 넘는 전적의 프로 복서까지 했는데, 더 대단한 건 그 와중에 쉬지 않고, 농담 아니라 진짜 쉼 없이 책을 읽었다는 점이다. 읊어주는 목록을 보면 이걸 다 기억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런 대목이 인상적이다.

 

한번은 히치하이크를 하다가 어떤 단과대학 교수의 차를 얻어 탔다그는 내 코트 주머니에 꽂힌 책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그것은 현대문학 모음집으로 제본 상태가 별로였는데당시 한 권에 95센트였다이 책에는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와 비극의 탄생이 실려 있었다.

  교수는 상상력이 별로 없는 현학적인 사람으로 내가 그런 책을 읽는 것이 불쾌하기까지 한 것처럼 보였다(몇 분 정도 그와 이야기를 해보니 정작 그는 그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내게 다짜고짜 질문을 해 댔다분명 내가 자기가 생각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고날 시내에 내려줬을 때는 마침내 날 떼어내 안도한 것 같았다.

  그는 계속 내게 왜 그런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물었다처음에는 내가 그 책을 읽고 있는지도 의심했다대체 니체의 이름은 어디서 들었나?

  내가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 서문에서 니체를 처음 본 것 같다고 대답하자 그는 더 당황했는데아마도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니체 이름은 어디서 들었나?”라는 질문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 서문에서요.”라고 대답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엄청 폼 난다. 라무르가 syo처럼 거들먹거려 보려고 철학책에 기웃거리는 인간이었다면, 니체에 대한 책에서 쇼펜하우어의 이름을 들었을 공산이 크다. 저건 그야말로 장르고 나발이고 손에 잡히는 책은 다 먹어 치운다는 뜻이다…….

 

하여튼 그는 통나무 더미 아래에서도 읽고, 폭풍 몰아치는 선실에서도 읽고, 그냥 읽고 또 읽는다. 책만 보면 환장을 하고 덤벼든다. , 키보드만 두드리는 주제에 야근 좀 시켰다고 집에 돌아와 책 안 보고 치킨이나 시켜 먹던 syo…….

 

책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매 챕터, 자신의 고난으로 ’, 역경으로 ’, 읽은 책 목록으로 을 갖춘다. 근데 이 없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워서, 저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끈기 있게 읽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 하다하다 끈기 없는 것도 책 탓하는 syo, 너는 대체…….

 

 

 

171.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지음 /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

 

쟤네는 자기네가 고도를 왜 기다리는지 똑바로 알지도 못하고 고도를 기다린다. 그런 그들이 납득이 가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이상하다고 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syo역시 고도를 기다리며를 왜 읽는지 똑바로 알지도 못하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기 때문이다. 처음도 아닌데, 진짜 모르겠단 말이야.

 

그나저나 번역은, 이제 낡았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다음 번 기다릴 때는 다른 번역으로 기다려야겠다.

 

 

 


172. 칸트

최인숙 지음 / 살림 / 2005

 

개론서와 입문서를 사랑하는 syo지만, 포켓 사이즈로 나오는 살림 시리즈는 사랑 반 전쟁 반이다. 분량상 후려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작은 지면을 철학자 쉴드 치는데 쓰기 시작하면 그만큼 내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대목에서,

 

칸트의 도덕이론이 엄숙주의에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개연적 상황에 따른 감정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비판도 칸트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을 근본적으로 도덕적 이성을 본질로 하는 존재로 보는 칸트철학은 개별적 감정을 배제하고 보편적인 정언명법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오히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평등하게 인정하며 고양시키는 장점이 있다.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똑같이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보편적으로 평등한 나라비슷한 느낌이다. 이 짧은 책에서 저렇게 써 버리면, 그게 칸트가 자신의 저서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인지 아니면 칸트의 사상을 해석한 저자의 견해인지를 독자는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칸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어지간히 읽고 쓰는 사람들일 텐데, 저런 몇 줄의 설명으로 납득이 될 정도로 간단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이상하다. 요는, 크기도 작고 100쪽도 채 안 되는 개론서에서 철학자 쉴드까지 치는 무리한 욕심은 내지 않는 쪽이 개론서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것. 방패는 두꺼워야 칼을 막는다. 두꺼운 책으로 쉴드 치세요.

 

 

  

--- 읽는 ---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

프로이트 패러다임 / 맹정현

혁명의 시대 / 에릭 홉스봄

길 잃기 안내서 / 리베카 솔닛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 서대경

헤겔에 이르는 길 / 미타 세키스케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박은지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풍오장원 2020-10-0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하신 칸트 입문서에 나오는 대목은 정말 하나마나한 이야기 같아요...

syo 2020-10-08 18:23   좋아요 0 | URL
내용 자체를 떠나서, 작은 책에서까지 저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가뜩이나 칸트 철학이 방대하잖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10-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달다 달다 ㅋㅋㅋ얄밉다...

syo 2020-10-08 21:14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 아달다.

2020-10-08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10-0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경을 접하셨네요.
syo 님 리뷰가 기대됩니다.

syo 2020-10-08 21:15   좋아요 0 | URL
이번 달 풀로 써가며 천천히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2020-10-08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10-0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름 너무 이쁘다!!
그리고 지붕을 보니 생각나는 것. 얼마 전에 막내와 비밀의 숲2를 보는데 막내가 한국은 왜 지붕이 거의 다 초록색이냐고 (옥상이란 것을 모르는 아이라). 그런데 토비 님이 찍으신 사진의 옥상도 초록색이 좀 보이네요.ㅎㅎㅎㅎ 토비님 댁 옥상은 무슨 색이에요? (난 왜 이런 것이 궁금한지.ㅋ)
곰발 님이 막 칭찬하셔서 저도 김 현경 씨 책 샀는데. 오고 있어요~~~~!!(한 달은 넘게 걸릴 듯 하오만..)

syo 2020-10-11 20:36   좋아요 0 | URL
우리집 옥상은 색칠 안 한 콘크리트에 검은 먼지 같은게 붙은, 그냥 땅바닥 느낌의 옥상입니다.

옥상이라는 것이 없군요?
우와 저는 그게 더 신기해요.....

라로 2020-10-13 00:29   좋아요 0 | URL
있지 왜 없겠어요?ㅎㅎㅎㅎ 제 아들이가 ‘옥상‘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말인데?ㅎㅎㅎ
rooftop이라는 멋진 공간이 있죠.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서 저렇게 옥상으로 지붕을 처리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는 것 같아요.좀 높은 빌딩이라면 모르지만.

2020-10-10 0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0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뒤집개

 

 

1

 

냉장고에서 달걀 두 개를 꺼내 조리대에 올려두고, 팬에 기름을 두른다. 읽기란, 쓰기 후라이를 위해 마음에 기름을 두르는 일일까? 달걀을 예쁘게 깨뜨리는 일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금방 늘지 않는다. 껍데기를 어떻게 깨든 흰자와 노른자는 꺼낼 수 있고 나는 후라이를 먹게 되겠지만, 손에 흰자를 묻히지도 않고, 팬에 껍데기 조각을 떨어뜨리지도 않으며, 노른자가 팬 모서리에 찍혀 으깨지지도 않게 깨고 싶다. 문장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일 수도 있다. 뉘앙스에 집중하고, 의미를 뾰족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골라 사전을 뒤지고, 그래서 만족할 만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일을 생각하면서 달걀을 뒤집는다. 가장자리가 타지도 않고 노른자가 지나치게 익지도 않은 만족할 만한 후라이가 먹고 싶다. 소금, 후추, 바질, 치즈, 어휘, 리듬, 비유, 스타일. 쓰기란, 읽기 후라이를 위해 레시피를 조합해보는 일일까?

 

읽기와 쓰기는 가깝다. 그래서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도 가깝다. 하지만 읽기 위해 쓰는 사람과 쓰기 위해 읽는 사람은 가까운 듯 가깝지 않다. 읽으면서 쓰는, 쓰면서 읽는 모든 이들은 때가 오면 내가 읽기 위해 쓰는지 쓰기 위해 읽는지를 명확히 정하거나 인정해야 하고, 그 때는 여름과 가을을 잇는 바람처럼 갑자기 온다. 달걀 후라이를 만들다가도 온다.

 

 

 

2

 

창밖의 연휴는 끝이 났지만, syo의 연휴는 이어지는 중이다. 걔는 다시 백수의 길로 들어섰다. 실은 벌써 한 달도 더 된 일이다. 그만두려 한다는 생각을 전하고, /오빠/syo/주임님, 다른 방법은 없어요? 라는 말을 정확히 47명에게 들었는데, 그만두고 나서 형/오빠/syo/주임님, 부러워요, 진짜 때려치고 싶다, 라는 말을 23명에게 들었다. 23/47, 같은 마음임에도 단지 입을 다물었을 뿐인 ??/47 들을 위해 나는 잘 살아야겠다. 공무원이든 나발이든, 아닌 건 아닌 거고 안 맞는 건 안 맞는 것. 언제나처럼 syo는 겁이 없고 대책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얘가 멋있고 또 귀여울 때가 많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syo로 태어나 syo답게 살아가는 이번 생이 썩 마음에 든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구나 싶어 그간 말하지 않았다.

 

 

 

 

 

--- 읽은 ---

 


167.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

 

문유석, 정재민, 박주영 선생님은 전 현직 판사, 김웅 선생님은 전직 검사, 남궁인 선생님은 의사. 소위 전문직 에세이가 금값이다. 그 직업에서 나오는 소재가 에세이의 독창성을 이끌어내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런데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그야말로 전문적 에세이스트들이 보기에 빡칠 수도 있는 게, 저 바쁜 냥반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고 많이 쓰는지도 놀랄 노릇인데, 심지어 잘 읽고 잘 쓰기까지 하니 분통이 터질 것 같다. 아니 나는 전문적 에세이스튼데 전문직 에세이스트가 저렇게 해먹으면 책으로 밥벌이하는 내 배는 영원히 고프지, 라고 생각하실 것 같…… 아니실까? 내 알 바 아니긴 하다 ㅎ

 

그게 벌써 언제적 이야기냐. 변하지 않는 트렌드는 트렌드가 휙휙 변한다는 트렌드 뿐이고, 이제 평범한(?) 전문직 에세이의 시대는 갔다. 저기 멀리서 특별한(??) 전문직 에세이의 물결이 밀려든다. 그 이름부터 특수한 특수청소업. 제목부터 비범한 죽은 자의 집 청소’. 슬프고, 역겹고, 슬프고, 역겹다가, 뭐가 슬퍼야 하고 뭐가 역겨워야 하는 건지 내가 도통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무서운 책이 여기에 왔다.

 

 


 

168. 칸트철학에의 초대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2006

 

어제 엄마한테 전화해서 책을 좀 부쳐달라고 했다. 엄마는 책장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고, 나는 그걸 보며 왼쪽 첫 번째 칸 오른쪽에서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세 권- 하는 식으로 지시를 내렸다. 책 제목을 재확인하며 지시에 따라 책을 뽑아내는 엄마의 목소리가 어쩐지 신이 난 듯 들렸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던 책 선정과정은 밑에서 두 번째 칸 왼쪽에서 첫 네 권에 이르자 갑자기 고착상태에 빠졌다. 거기는 백종현 선생님 역,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1>, <순수이성비판 2>, <실천이성비판>, <윤리형이상학 정초>가 꽂혀있는 자리였다. 내가 이제, 칸트와 직거래를 터도 될까? 판단이 어려웠다. 뽑아, 말아? 엄마가 보챘다.

 

칸트 입문서의 커리큘럼이 그려지고 있다.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커리큘럼은 일종의 계단이고, 계단이라는 건 디딤판이 여러 개 있어야 계단이다. 1층과 2층 사에 디딤판이 하나뿐이라면, 우리는 그걸 계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벽이라고 부르지. (우리 글) 철학 입문서의 세계에는, 벽을 친 철학자들이 무수히 많다. 쉽게 읽는 OOO은 너무 후려쳤고 바로 그다음 읽을 게 연구자의 논문집밖에 없는 그런 슬픈 철학자들. 마르크스는 벌써 에스컬레이터 수준이건만…….

 

칸트의 경우는 이제 정말 계단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충분한 개수의 디딤판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 책은 그 디딤판들 가운데 어느 한 칸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2006년 출간으로, 그때부터도 좋은 책이었지만 이전까지는 이 책에 도달하는 더 아래쪽 디딤판이 없어서 문제였다. 그래서 밑바닥에서 바로 이 책까지 한 번에 올라서려면 철학에 다리가 좀 긴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칸트인가?>도 있고, <그렇다면, 칸트를 추천합니다>도 있어서, 평범한 다리를 가진 사람도 그 책들을 먼저 밟고 올라선 다음 이 책까지 다리 찢기 없이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만세.

 

, 쓰고 보니 또 <왜 칸트인가?> 칭송이네…….

 


 


169.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 김한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시라는 게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운과 율이 있어서, 번역을 해 놓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맛의 절반도 살리기가 어렵다. 시 번역하는 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그 고충 가운데는, , 이거 진짜 포르투갈어로 읽으면 진짜 대박인데, 말맛입맛 장난 아닌데, , 근데 이걸 사람들한테 전달을 못 하네, 와 돌겠다, 진짜 좋은데, ……. 이런 것도 있을 것이다. 특히 페소아의 위상을 생각하면, 역자인 김한민 선생님의 아쉬운 한탄이 여기 성남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 지금도 들렸다…… 아닌가?

 

소설은 좀 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는 시가 처음 태어난 언어를 가지고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맛이 또 그런 데 있지 않을까? 다른 나라의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말로 쓰인 시도 너무 어렵다. 소설은 좀 덜할 수 있다. 그런데 시는 진짜 좀 읽을 줄 알아야 읽는다. 시를 배우는 맛이 또 그런 데 있지 않을까? 시를 모르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알아도 그 나라의 시를 읽기 어렵다는 것.

 

무슨 감상이야, 이게……. 하여튼 페소아는 좋고, 의미나 표현법만 놓고 봐도 틀림없이 좋다고 적으며 급마무리 해 본다.

 

 

 

 

--- 읽는 ---

소설가의 공부 / 루이스 라무르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

마르크스주의의 기초와 그 고전적 전통 /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 조르주 페렉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 서대경

고도를 기다리며 / 사무엘 베케트

작가의 뜰 / 전상국

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6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0-10-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글이 폭주하시더라니... ㅎㅎ 안 맞으면 그만두셔야죠- 백수라이프 응원합니다. 또 다른 길이 펼쳐지리니-

(요즘) 남들은 들어가려고 기를 쓰는 철밥통을 차버린 syo님 조끔 멋지십니다. ㅎㅎ

syo 2020-10-06 13:35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제 곧 한숨과 자괴로 이루어진 긴긴 페이퍼들이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ㅎㅎㅎ휴ㅠㅠ

유부만두 2020-10-06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는 중이에요. 저자의 글솜씨가 남달라서, 하는 일 만큼이나 유별나고 감성이 넘쳐서 이래 저래 읽기 힘드네요. 조금 더 건조하고 바스라지는 죽음이라고 예상했는데 끈적거리고 무겁네요.

syo님... 다시 변화를 만드셨군요. 덕분에 옆에서 화려한 독서의 후기를 읽을 수 있겠네요. 그 멋진 한숨, 자괴, 그리고 ‘훗‘ 하는 syo님의 가오! 를 기대하겠습니다.

syo 2020-10-08 17: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표현에 힘이 좀 잔뜩 들어가 있죠? 끈적거리고 무겁다는 표현 동감합니다.

아, 일단은 편하고 행복한데 뭔가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네요. 유부만두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lanca 2020-10-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걔‘가 누구인가? 처음에 그랬는데 그랬군요. 역시 syo님 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패기라면 뭐든 할 걔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싫은 걸 참고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니까요.

syo 2020-10-08 17:4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만둬야겠다 싶을 땐 블랑카님 말씀 생각하며 힘차게 그만두겠습니다!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20-10-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평생 살면서 한 가지 직업(직장)에 머무는 사람 요즘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4번 바꿨거든요. ㅎㅎ 맞지 않으면 때려쳐야 한다는데 전 동의합니다.
뒤돌아보면 직업(직장) 옮길 때가 사회인에게 푹 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인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구요. 많이 푹 쉬세요. ^^
참, 실업수당 신청 잊지마시구요.

syo 2020-10-08 17:50   좋아요 0 | URL
늘 실용적인 조언을 잊지 않으시는 우리 북다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또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또 때려치고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그때마다 북다님도 4번이나 바꿨는데! 하면서 용기있게 밀고 나갈게요 ㅎㅎㅎ

2020-10-06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7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10-06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살기 위해서 읽는 것 같고, 쓸 때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읽지 않았던 오랜 시간이 살지않았던 것 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읽기위해 쓰는 건지 쓰기 위해 사는 건지 구분은 안되지만, 읽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게 분명해서. 지금은 둘 중에 선택하라면 읽기입니다! 그리고 걔는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syo 2020-10-08 18:04   좋아요 1 | URL
그런 절박함 속에서 쓰고 계시다니, 진짜 써야 할 사람은 여기 있었어.
좀 더 써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걔는 귀엽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ㅋㅋ

2020-10-06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10-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 후덜덜이야. 쇼님 쇼님 백수 되었으니 막 읽고 막 쓰면 좋겠다. 서대경 시 넘 좋아요.

syo 2020-10-08 18:07   좋아요 0 | URL
아, 서대경 시 너무 좋아요. 시집인데 오래오래 읽고 있네요....

인간의과도기 2020-10-0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게 썼다가 적절치 않은 듯해 고쳐 씁니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syo님.

syo 2020-10-08 18:09   좋아요 1 | URL
아, 길게 쓰신 글을 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일하는 동안 한번 뵌다는 것을 못 뵈었네요. 상황이 이래가지고....
그래도 언제라도 한 번 뵈었으면 좋겠어요.^-^
늘 감사합니다.

여흔 2020-10-0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읽을 줄 알아야 읽는다는 말이 공감이 됩니다. 처음 가지고 태어난 언어인 한국어로 된 시를 많이 읽어야겠어요 :)

syo 2020-10-08 18: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시를 읽을 줄 알게 되는 방법이 읽는 것 말고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막 디립다 읽을밖에요....

추풍오장원 2020-10-0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수된걸 축하하는 분위기인가요 ㅎㅎ 남일이라 그러는건지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계인건지 좀 당황스럽긴 한데, syo님이라면 충분히 다른일도 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도 합격을 위한 수험기간이 아쉽진 않으신지..과장이 말리진 않던가요..

syo 2020-10-08 18: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과장님도 말리고, 팀장님도 말리고, 국장님도 말리고 말렸으나....
백수된 걸 축하한다기보다, 안 맞는 일을 놓고 다른 곳을 물색하는 발걸음을 응원해주시는 거겠죠^-^
수험기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별 게 아니었어서, 아깝지가 않더라구요.
나라(?)는 추풍님이 지켜주세요ㅋㅋㅋ

응원 말씀 감사합니다.


han22598 2020-10-0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 아닌건 아니죠.. 잘하셨어요!

syo 2020-10-08 18: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시원시원하다 ㅎㅎ

나와같다면 2020-10-0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 전하고 싶었어요
조급하지 않으셔도 되요
또 다시 열릴 새로운 길도 축복합니다

syo 2020-10-08 18: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는 늘 느긋느긋해요 ㅎㅎㅎ
또 무슨 길이 열릴 지 모르지만 힘내서 잘 모색해보겠습니다.

2020-10-10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3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3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intin2506 2020-10-1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제가 잘 모르시는 분이지만 (다만 연재가 꾸준하고 가독성이 좋고 댓글이 많이 달린다는 정도로 syo님을 얄팍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또래로서 공무원을 그만 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낭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실존적 결단‘ 이신가요? 앞으로도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syo 2020-10-20 09:13   좋아요 0 | URL
거창하게 ‘연재‘라는 말까지 들을 일은 아닌데, 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실존적 결단‘이라는 어휘도 너무 멋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하기 싫다고 때려친 의지박약짓일 뿐일지도요 ㅎㅎㅎㅎ 에이 참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