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최 떠날 생각을 않는 무기력과 비참, 그 와중에도 올 준비를 마친 우울과 절망

 


1

 

돼룩돼룩 살이 찌고 있다. 말이 살찌는 계절에. 내가 말일 줄이야. 100미터 18초 겨우 뛰는 내가 말일 줄이야말은 말인데, 책 읽는 말은? sy......

 

말 같잖은 말로 말장난 하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말, 책 읽는 말 syo말은 말이 되었다 말았다 하는 말인데 말씀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2

 

지금 막 손바닥이 폭발할 듯 세차게 박수쳐 모기 한 마리를 잡았다. 2018년도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이 시점에. 생태계도 요즘 이래저래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3



이놈의 세상도 이제 이래저래 제정신인 인간으로 살기가 어려운 곳이 되고 있다. 제정신인 로봇으로 살면 모를까. 되어가는 분위기가 정말 인간의 시대에 로봇이 찾아든 게 아니라 로봇 시대에 인간이 불시착했다는 느낌인 요즘이다보니, 이 책의 네이밍 센스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인간의 밥줄은 점차 가늘어지다가 마침내 소멸되리라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하고 불에 덴듯 따가운 상황인데도, 가지각색의 인간들이 세상을 종횡무진하며 다채롭게 물을 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발명되던 시절에 마부 일자리 걱정했지만 실제로 자동차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사례를 무슨 물리법칙이라도 되는 양, 앞으로의 사태를 전망하는데 그대로 가져다붙이는 치들의 낙관적인 태도를 보면 순진한 건지 무식한 건지 잘 판단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가 로봇이라면, AI라면, 저게 순진과 무식 가운데 어느 쪽인지 1나노세컨드 안에 판단할 수 있다! 바로 이게 무서운 지점이고 이전과는 다른 지점이다. 이번 발명품은 인간보다 더 나은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법조계? 의료계? 최소한도만 남기고 아작 난다. 문화 예술계?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대중화하고 획일화할수록, 더 빨리 대체될 것이다. 끝났어. 인간의 노동은 다 끝났어. 이제 최소한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라도 기본 소득 말고는 뚜렷한 답이 없다고..... 이제 논의 좀 하자구요......

 




4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기력한날에, 스피노자는 비참한날에 읽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었고 읽는 중이다. 요즘 남부럽지 않게 무기력하고 비참한 중이기 때문인데, 일단 아리스토텔레스를 다 읽었지만 무기력을 떨치고 나오지는 못했다. 책이 괜찮았음에도. 그렇다면 스피노자를 읽고 나서도 여전히 비참할 것이란 말인가? 니체(우울)와 키에르케고르(절망)도 있는데...... 정말 우울하고 절망적인 소식이다.


그나저나 얘네들 색깔 참 이쁘게 잘 빠졌다. 되게 사 모으고 싶게 생겼다.





5



저자 : (...) 여기서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면 그 역시 선한 행동이 아니겠느냐 하는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하나의 행위에 일정 확률로 좋은 일도 일어나고또 다른 확률로 나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그 행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어느 정도 확률을 가지고 계속해서 좋고 나쁜 산물을 낳겠죠그렇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확률을 따지며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요확률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환경에는 이런 의문들이 깔려 있습니다.

 

청중 의도를 가지고 결정해야 하는가결과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하는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수학적인 개념 하나를 받아들이는 데 거의 200년 가까이 걸린 셈이군요?

 

저자 그런 딜레마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희곡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군요바로 T. S. 엘리엇의 희곡 <대성당의 살인>입니다이 희곡을 대학생 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130-131)

  

'대학생 때'. 이 네 글자가 무기력과 비참과 우울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니. 저자 소개를 참조하자면, 지은이 김민형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때 몸이 아파 학교를 쉬었다는데 그때부터 혼자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뚝딱 서울대 수학과 입학. 개교 이래 최초 조기졸업생. 예일에서 박사 받고. 지금은 옥스퍼드 수학 정교수.

 

대학생 때, 그러니까 서울대 수학과 조기졸업 할 만큼 공부하던 때, 그때 엘리엇(살면서 엘리엇을 읽었다는 비전공자는 보기는커녕 듣는 일조차 처음)의 희곡(셰익스피어를 제외한 희곡을 읽는 사람 역시 알라딘에서조차 만나기 쉽지 않음) 대성당의 살인(세상에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음)을 읽었다는 것인데...... 이건 재능도 재능이지만 열정과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잖아. 아버지 이런 거 잘 안 믿는데, 그럼에도 아버지가 한 나라에서 맨 앞자리를 다투는 인문학자라면 이야기가 다른 모양이다. 수학책인데도 이례적으로 근 한 달 만에 6쇄를 찍었다기에 의아했는데, 이 정도면 그러고도 남음이 있다.

 

 

 

-- 읽은 --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읽는 --



황경식, 존 롤스 정의론

존 몰리뉴,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발타자르 토마스,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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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0-2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엔 책 시리즈 겉표지는 구매 욕구를 확 당기네요. ㅎㅎ
홉스봄 책도 제게 요즘 확 땡기는데 함께 읽어요. ^^

syo 2018-10-22 20:44   좋아요 1 | URL
북다님과 같이 읽는 게 제게 좋은 일이기만 할까 싶습니다. 같은 책 페이퍼가 동시에 올라오면 제가 스피노자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자동으로 니체해지고 마침내 키에르케고르 해질까 봐.....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8-10-22 20:47   좋아요 0 | URL
책 친구... 제 멋대로 생각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옆에서 든든해서 드린 말씀이였습니다. ^^

syo 2018-10-22 21:33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물론 책 친구도 맞는 말씀이지만, 저한테 북다님은 책 ‘친구‘에서 책 ‘선배‘ 사이의 어느 지점쯤 계시거든요.

북다이제스터 2018-10-22 21:37   좋아요 1 | URL
정말 왜 그러실까. ㅠㅠ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ㅠㅠ 제가 몹시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syo 2018-10-22 21:45   좋아요 0 | URL
반사 ㅎㅎㅎㅎ

서니데이 2018-10-2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저녁에 걸어가는데 모기에 물렸어요. 여름보다 요즘에 모기가 더 많이 보여요.;;
syo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yo 2018-10-22 21: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따꼼한 저녁시간이 되셨군요. 모기 색......들 다 죽었으면ㅎㅎㅎ

붕붕툐툐 2018-10-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초4 때 수학을 포기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늘 그러하시지만^^)

syo 2018-10-22 21: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책은 별로 소개도 못하고 저자의 영웅담(?)만 실컷 말하고 말았네요.
붕붕툐툐님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다 줄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10-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혁명의시대 한권..한달 걸릴듯 ㅠ
쇼님 👍👍

syo 2018-10-22 21:31   좋아요 1 | URL
하루에 50페이지씩 읽어도 이번달 안에 다 읽기는 글렀네요 ㅎㅎㅎㅎㅎ 으하하하하홉스봄놈

2018-10-2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2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짜 수학 너무 너무 못하면서 저런 수학책은 한 번 봐야되는 거 아닌가 싶고 보면 또 어김없이 절망하겠죠..


저도 요즘 비참과 우울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뭘 어째야 하는것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ㅠㅠ

syo 2018-10-22 22:16   좋아요 0 | URL
앗, 비참과 우울 몇 기세요?? 동기다 ㅠㅜㅜ 동기여....

카알벨루치 2018-10-22 22:23   좋아요 0 | URL
나도~

다락방 2018-10-22 22:29   좋아요 0 | URL
비참과 우울 동아리.....

syo 2018-10-22 22:37   좋아요 0 | URL
스피노자가 비참을, 니체가 우울을 해치워주는지 제가 몸소 임상실험에 참가하여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동기들이여, 기다리시오.....

꼬마요정 2018-10-2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홉스봄.. 혁명 뒤에 자본과 제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정말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에요ㅠㅠㅠㅠ

syo 2018-10-23 08:36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ㅋㅋㅋㅋㅋ 말씀만 들었는데 벌써 무기력해졌어요...

psyche 2018-10-23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기력, 비참, 우울에다가 살이 ‘돼룩돼룩‘ 찌는 거 까지. 제 이야기인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ㅜㅜ

syo 2018-10-23 08:36   좋아요 0 | URL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공통 질병일까요?? 무기력 비참 우울 돼룩돼룩....
 


사람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1


애기 syo는 항시 울 태세를 갖춘 녀석이었다. 뻑하면 울었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잘만 울었다. 옛날 옛날에, 떡을 파는 가난한 어머니와 오누이가 살았어요, 하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들은 왜 가난했을까요...... 그 중에서도 동요가 제일 버티기 어려웠다. 구슬픈 멜로디와 함께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기만 하면 울었다. 엄마, 굴 따러 가지 마...... 아기가 혼자 남잖아...... 심지어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 가시는 케이스에서는 멜로디도 신이 났지만 여지없이 울었다. 아빠는 나귀 탔는데 할머니는 왜 그냥 갔어...... 나 고추 먹기 싫어, 맴맴 싫어...... 물론 이것은 추측이다. 운 것이야 팩트지만, 그 이유를 추측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러던 그 눈물은 중2에 중2병에 걸리면서 사라진 듯했다. 그 시절 이 구역 눈물의 지배자는 동생이었다. 걔는 당시 초등학교에 들어갔는지 들어 갈랑 말랑 했는지 하여튼 그랬는데, 과연 syo의 동생답게 비범한 것이, 울 때면 항상 거울 앞으로 달려가 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울곤 했다. 그 모양을 보는 재미가 중독적이었다. 어느 날인가, 책상 위에 올라간 syo가 양 팔을 날개인양 퍼덕대며 구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안녕..... 오빠는 하늘나라로 간다...... 잘 있어...... 아프지 마....... 책상보다 조금 컸던 동생은 그런 syo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오빠, 가지 마, 훌쩍, 가지 마, 윽윽윽....... 안됐지만 중2병에 걸리면 자비가 퇴화하는 법이다. 안 돼....... 가야 돼....... 안녕.......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일이 거기까지 진행되면 이제 동생은 으왁 울음을 터뜨리며 거울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syo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거울 앞의 동생을 내려다보다가, 걔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본다 싶으면 재빨리 다시 팔을 흐느적거리면서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다. 가야 돼..... 이젠 가야 돼...... 그럼 동생은 또 거울을 쳐다보면서 목이 째져라 울고, syo는 그 사이 재빨리 웃어뒀다가 동생이 돌아보면 또 가야 된다며 퍼덕거리고, 그쯤 되면 부엌에 있던 엄마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놈 새끼 또 이 짓이네, 하며 syo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그러면 syo도 어쩐지 눈물이 핑 돌며 10년 만에 다시 맴맴 싫어...... 엄마, 굴 따러 좀 가...... 요새 왜 안 가....... 뭐 그런 중학생이었다. 몸이 아파 봐야 겨우 우는. 그랬는데,

 

눈물이 되돌아왔다. 어린 동생의 눈물을 뽑아 먹은 업보가 쌓였던 건지, 요즘의 syoTV를 보다 돈 모아서 아빠 집 사줄 거라며 천 원짜리를 내미는 꼬마 아이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멍멍이를 보면 콱 하고 목이 멘다. 며칠 치 피로에 잠식당한 여자 친구가 낮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오면 눈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데, 나도- 하고 대답하고 나면 내 목소리가 마치 나처럼 보잘 것 없어서 마침내 눈물이 넘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울면 울고, 울까 봐 운다. 그 사람이 너무 행복하게 웃어도 울고, 그 행복이 도망칠까 봐 운다. 좋은 사람이 많아 울 일이 자꾸 는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몰라, 하고 오늘은 생각해 보았다.

 


그들처럼 고요한 사유의 시간을 서로에게 허락해야 한다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는 그만의나는 나만의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나눌 수 없는 삶의 몫이 있다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면다만 등을 쓸어내려 주자어쩔 수 없는 마음의 구멍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그저 나란히 걷자그렇게 태양을 향해 걷다가잠시 눈이 멀어 보자.

신유진열다섯 번의 낮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명하고현명한 사람들은 평범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결정이 최선임을 알게 되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길 위의 인생


 


2 

 

 

 

요거 귀엽다. 이 작가 귀엽다! 글도 귀엽고, 사는 것도 귀엽다! 남편도 귀여운 것 같다! 귀여운 게 제일 좋은데!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 나는 무인도에 월든을 가져가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월든을 가져가는 사람과 로빈슨 크루소를 가져가는 사람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180도 다른 인간일 것이다. 당신과 나는 무인도에서 함께 살 수 있을 듯도 하고 없을 듯도 한, 아리까리한 인간들일 것이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유독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역시 당신들은 고급지시네요. 전 펼치는 순간 잠들던데요.

 

 

 

-- 읽은 책들 --



박규리, 아무튼 딱따구리

프랑수아 아르마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리처드 H. 스미스, 쌤통의 심리학

조너선 울프, 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 읽는 책들 --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라인하르트 램포트,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은실 외,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가브리엘 마르쿠스, 나는 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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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보고 우는 남자라니. 사랑한다는 말에 우는 남자라닛!
아, syo님은 정말 귀여운 사람입니다.ㅋㅋ

syo 2018-10-19 15:25   좋아요 0 | URL
주룩주룩 울진 않았습니다. 그저 그렁그렁했을 뿐.
ㅎㅎㅎㅎㅎ

stella.K 2018-10-19 16:01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우는 게 안 우는 것이 되남요?
귀여운 것이 덜 귀엽냐 이말이어요. 내 말은..ㅋㅋ

syo 2018-10-19 16:36   좋아요 0 | URL
그냥 그랬다구요 ㅋㅋㅋㅋㅋ 으하하

다락방 2018-10-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그 노래 진짜 너무 슬퍼요. 저 조카들 재울 때 자장자장 불러주곤 했는데 불러주면서도 ‘이렇게 서러운 노래를 불러줘도 되나‘ 싶더라고요. ㅜㅜ

syo 2018-10-19 15:36   좋아요 0 | URL
아버지는 나귀 타고 그 노래도 슬퍼요.
아빠는 나귀 타고 할머니는 걸어가는데 왜 그랬냐고 묻는 애한테 조용하라고 고추 먹이고 달래 먹여서 막 맴맴 울리잖아요.... ㅜㅜ

cyrus 2018-10-19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러기 수비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만화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그 만화를 다시 봤어요. 동물들이 한명씩 죽어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입니다. ㅠㅠ

syo 2018-10-20 02:46   좋아요 0 | URL
걔들이 죽었었다구요?? ......(말잇못)

페크(pek0501) 2018-10-1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뽑으신 인용문은 언제나 멋져 보입니다!!!

syo 2018-10-20 02:48   좋아요 1 | URL
인용문 뽑기상 수상자 syo입니다!
멋진 글 쓰는 사람들이랑 알아보는 페크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문모운 2018-10-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딱따구리 읽겠습니다. 그보다 오빠들은 왜 그럽니까? 미친엑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10-20 1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제 경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작가님 말조심 좀 하세요. 댓글 꼬라지가 왜 이럽니까?
 

 

세상은 무섭고, 짐승에겐 자기가 약하다는 걸 알아채는 오후가 온다

 

처음에는 도덕경이었다. 그 다음은 소로의 월든이었고,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였다가 이내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처음의 자리와 엇비슷한 장자로 돌아갔다가, 급선회하여 루쉰의 근처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것은 20대 젊었던 syo에게 이렇게 살아야지’, 더 정확히는 이렇게 살면 멋있겠어라는 생각을 심어준 책들의 순열이다.

 

30대가 되어 돌아본 20대가 대체로 그렇듯, 그땐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냥 먹고 마시듯이 읽을 뿐이었다. 먹고 마신 것이 몸을 이루듯 읽은 것들이 꿈과 이상을 구성했고, 그들을 흉내 내며 사는 길 위에 깔렸을 다종다양한 함정이나 벼랑 같은 것들은 보지 못하거나 혹은 보지 못한 척 하며.......나댔다. 노자는 지극한 선은 물을 닮는 것이라고 하는데, syo가 물 닮은 데라고는 끝없이 졸졸거리는 물처럼 상선약수上善若水 상선약수 입으로만 끝없이 졸졸거리는 것밖에 없었다. 번다한 도시를 떠나 숲 속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기는커녕 세계10대 메트로폴리스라는 데서 흥청망청거리느라 늘 바빴으며, 누구도 돕지 않았고 누구의 불행도 진심으로 내 것처럼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끝없이 상호부조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같은 이야기에 취했다. 이야기에만 취했다. 물론 그조차 하지 않은 것보다는 몇 뼘쯤 더 좋은 사람이 되긴 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시절에는 편했다. 삶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기가 참 쉬웠다. 먼저 읽고, 그에 따라 정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좀 더 살고, 배우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조금은 다르게 다시 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가 되거나 이룰 수 없겠다 싶은 것들이 늘고 나니, 이제는 먼저 정하고 읽어야 한다. 돌이켜보건대 뭐 엄청 읽어왔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한 일이라고는 읽기밖에 없어서, syo에게 읽는 일은 거대하고 무겁다. 다른 동아줄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읽는 일을 통하지 않고 달리 스스로를 만들어 본 적이 딱히 없어서 고심하고 있다. 무얼 읽어야 할지를 정하기 위해, 먼저 뭐가 될지를 정해야 하는데,

 

오늘에 와서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도 역시 모르겠다.

 

 


결국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당신이 책에 관해서 가장 먼저 의식하게 되는 것은 책이 가진 힘이고책의 힘이란 결국 생각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실제로 당신은 책을 집어 들 때 그 힘을 느낄 수 있다짐작컨대 내가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내가 그 책들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자신들이 지닌 힘을 내뿜었을 것이다그 책들이 이제 내 서재에 있다최근에 팔고 걸러 냈지만 아직도 수천 권에 달하는 책들 사이를 나는 천천히 어슬렁거렸다오래전에 구입한 책들이 다시 읽어 달라고 애원하는 와중에도 나는 매주 새로운 책들을 쇼핑용 비닐봉지에 한 가득씩 사 들고 왔다미쳤지미쳤어.

클라이브 제임스죽음을 이기는 독서


깨닫기 시작하자 많은 문제가 생겼다깨달음이 그렇다깨닫기 전에는 인생이 편하다하지만 깨닫고 나면 걸리는 게 많아진다깨달았으니까 똑같이 살면 안 되는 것 같다깨닫기 전으로 돌아가려 하면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냐라는 질문을남에게주로 어른에게 듣던 그 질문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반복하게 된다깨닫고 나면 평온이 찾아올 거 같지만 사실은 아닌 거였다망할.

김영탁곰탕 1


책과 같은 존재

1. 우리는 책과 같은 존재입니다.

2. 사람은 저마다 스토리가 있지만 언뜻 봐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3. 늘 누군가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늘 누군가가 안을 들여다봐 주기를 바랍니다.

4. 인기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지만 좋은 만남이 있으면 누군가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줍니다.

5. 좋은 만남이 있으면 누군가와 빛나는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6. 부피가 늘어나고 무거워집니다불에 약하고 물에도 약합니다금세 빛바래고 구깃구깃해집니다.

7. 물체로서의 한계 수명은 있지만 그 정신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8. 그리고 아직은 보이지 않는앞으로 나올 새로운 책이 세계를 두텁게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9. 그래서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겁니다.

요시타케 신스케있으려나 서점



 

-- 읽은 책들 --



황현진 지음, 신모래 그림 부산 이후부터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김서영 외, 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김사과, N. E. W.

 

 

-- 읽는 책들 --



박규리, 아무튼 딱따구리

프랑수아 아르마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리처드 H. 스미스, 쌤통의 심리학

조너선 울프, 한 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다미엥 클레르제-귀르노,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라인하르트 램포트, 물리학자의 은밀한 밤 생활

다카하시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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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0-1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 책은 생각보다 은근히 많은 것 같습니다. ^^

syo 2018-10-18 21:11   좋아요 1 | URL
제일 많아요. 니체고 나발이고 마르크스가 짱 먹어요.....

북다이제스터 2018-10-18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그동안 관심이 무척 부족했나 봅니다. 반성됩니다. ㅠㅠ
거의 못 보고 지나친 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항상 새롭고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syo 2018-10-18 21:2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실은 나온지 10년도 더 된 책이에요 ㅎㅎㅎㅎㅎ 새 책들은 저도 못 읽고 있는걸요. 특히 올해는 그 양반 탄신 200주년이라고 책 엄청 쏟아졌는데 ㅠㅠ
 

 

 

: 싱크대 근처에서 쥐똥이 발견되어 엄마가 와들와들 공포에 떨고 있다. syo가 거대한 끈끈이 쥐덫을 사와 부엌에 깐다. 그리고 이튿날,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끈끈이의 한 복판에, 마치 거기서 돋아나기라도 한 양 떡하니 앉아있다. 그리고 헉,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쥐돌이가 화들짝 놀라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쉽지 않지. 끈끈이는 끈끈해서 끈끈이다. 하지만 쥐돌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온몸을 뒤척이며 어떻게든 끈끈이를 벗어나려 하는데, 급기야, !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가 상-하체로 찢어진다...... syo도 놀랐지만 분리된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쥐돌이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syo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쥐돌이의 상 하체가 바들바들 진동하더니 이얍!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의 상체 찢어진 부분에서 새로운 하체가, 하체 찢어진 부분에서 상체가 돋아난다! 두 마리가 된 쥐돌이가 휴우~하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쥐돌이들은 다시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다가 또 쩍! 이번에는 쥐덫 위에 두 개의 상체와 두 개의 하체가 놓여 있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들부들 이얍! 소리가 이어지고, 쥐돌이는 네 마리가 된다. 그리고 뭐, 그런 식이다. -부들부들-이얍-휴우--부들부들-이얍-휴우...... 그렇게 쥐돌이들이 한 사이클 당 두 배로 증식하는데, 그로부터 10분 후, 끈끈이 위에는 몇 마리의 쥐돌이가 있을까요? 하는 등비수열의 일반항 구하는 문제가 생각날 때쯤, 드디어 광활한 끈끈이가 쥐돌이로 모두 덮이고 말았다. 여기서 한 번 더 쩍-부들부들-이얍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그저 휴우-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끈끈이에서만 놓여 나면 당장이라도 syo를 덮쳐서 쩍! 하고 찢어놓을 기세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저 맹수의 앞니를 좀 보라지...... 그리고 그때, 다시 한 번 쩍! 하더니, 으아아아, 2n승 마리의 쥐돌이들이 또 일제히 부들부들을 시작하는데.....

 





해몽 : 읽을 책은 자꾸 늘어 가는데 읽을 시간은 자꾸 줄어든다.

 


 

181001 181015 : 20



1.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제목에서부터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몇 쪽을 읽었더니, 막강하다는 느낌이다. 과연, 예의 없는 새끼들에게 예의를 가르칠 땐 예의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 그렇지만 그런 말투가 시종일관 이어지는지라 50쪽쯤에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100쪽을 더 읽었더니 이제는 보기도 싫어졌다. 내용 역시 윽박지르는 식이지 딱히 납득할만한 근거로 떠받치진 않았다. 그냥 다들 예의 갖추고 살아서 이런 책까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 B급 철학

: 철학 강연 여러 편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강연자에 따라 재미나 난이도의 차이가 어지간하다. , 철학이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만화/드라마/영화를 이렇게도 보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은 든다. 과연 아는 것은 힘일까, 병일까?

 

3.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 ‘청소년을 위한 고전컨셉으로 발간되는 여러 시리즈 가운데,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도 좋지만, 그쪽은 이게 과연 청소년 읽으라고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이 몇 권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쉽게 읽으라고 어려운 부분을 생략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대신 분량을 많이 투여해 씹기 좋을 때까지 길고 우직한 설명을 곁들여준다는 데 있다.

: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보통의 입문서 같았으면 소크라테스는 책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주로 플라톤의 저작 속에 등장하는 모습을 재료로 삼아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하고 서술하고 말겠지만,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저작에 등장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비교 설명하고, 각 저작을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4.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이걸 읽었어야 했을까?

 


5. 플라톤의 예술노트

6. 플라톤의 몸 이야기

: 5<국가>에서, 6<향연><파이돈>에서 예술과 관련된 일부분을 발췌하여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책의 면적은 손바닥 두 개쯤 되고, 페이지는 각각 120, 150 쪽쯤 되는데, 앞부분 40페이지가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 부분에 이 두 권 전체가 요약이 되어 있다. <국가>, <향연>, <파이돈>을 읽을 생각이라면 이 두 권은 전혀에 한없이 가깝도록 불필요한 책이다.

 

7. 철학의 고전들

: 10권의 고전을 골라 원전을 쉽게 재미있게 재구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쓴)책이다. 화자를 바꾼다든지, 시점을 바꾼다든지, 가상 인물을 등장시켜 대화의 현장을 증언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조악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 그러나 확실히 재미는 없고, 어쩐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냥 원전 읽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게 과연 이 책의 단점일까, 아니면 거대한 장점일까?

 

8. 갱부

: 앞쪽 절반을 갱도까지 가는 길에서, 나머지 절반은 갱도 안에서 쓴다. 정말 거의 반반인데, 체감상, 앞쪽 절반을 따라가느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다가, 뒤쪽 절반은 후루룩 마셔버렸다! 왜 소세키 선생님은 항상 전반전에 설렁설렁 뛰다가 후반만 되면 폭풍 드리블을 치는가.

: 재미있었냐고 물어오면 차마 너무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주제가 뭐냐고 물어오면 내 주제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와중에 서재친구 헤르메스님의 리뷰를 읽게 되었는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는 신이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지라, 불민한 syo는 그냥 여기서 찌그러지기로 한다.

 


9. 나를 부르는 숲

: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나조차도 웃긴 놈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결국 웃은 놈만 되고 말았다. 언제나 나의 사랑 나의 빌 아저씨. 보고 싶은 엉클 빌, 하우 아유...... 아임 빠인 땡큐.....

 

10. 행복의 정복

: 표지만 봐도 부들부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서양철학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syo가 어떻게 러셀빠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은 그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syo는 러셀의 글이 다 좋았다. 자서전 최고, 정치 이야기 최고, 종교 이야기 최고, 심지어 <행복의 정복>은 누가 봐도 자기계발 장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최고. 자신을 지어 올리는 데 벽돌이나 철근, 시멘트로 사용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11. 연애의 기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었다.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어쨌든 꾸역꾸역 다 읽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는데, , 생각을 너무 했더니 호모 에렉투스가 되고 말았어! , 그런 기억이다.

: 그리고 그때까지는 분명히 아는 사람만 아는(우리나라에선) 작가였던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즘에 이르기까지,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인지 syo는 줄리언 반스를 하나도 읽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다 건너뛰고 오늘날 이 책을 읽었다. 얘네가 왜 이러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알쏭달쏭 했지만,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 이것 봐라,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네? 역시 사피엔스는 그냥 막 되는 것이 아니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되는 거라.

 

12.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에세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버젓한 실용서.

: <독서만담>의 후속작일 거라는 짐작은 알게 모르게 기대를 키우는데, 그러면 아마 다소의 실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독서만담>에게 배꼽을 사정없이 도난당한 기억과 작가의 드립력에 대한 존경어린 애정이 남아있으므로, 결론적으로 뭐,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어요, 와 같은 희멀건 반응을 남길 수밖에...... 무려 박균호가 등판해도, 역시 실용서로 웃기는 데는 장르적(혹은 제도적) 한계가 있는 법인가 보다.

 


13.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아직 운동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어서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마라톤이나 철인3종을 뛸 수는 없겠지만,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일의 대차대조표가 아직 이득을 가리킬 때, 바로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14.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세계를 좁혀 한 평도 안 되는 요가 매트 위에 올려놓고, 곰곰이 요리조리 뜯어보고 뒤적거려 글을 만들었다. 작가라면 단 한 평의 영토를 글로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만큼 꺾기 어렵고 글 또한 길들이기가 만만치 않으므로, 작가의 처음은 그저 한 평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작가는 그 한 평의 땅에 수백만의 독자를 들여놓고 그들의 마음을 배불릴 수 있다. 아직 다 개간하지는 못하였겠으나, 첫 삽을 박아 넣고 자신의 영토를 선포한 어느 작가의 행보를 오래 지켜보게 되겠다.

 

15.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 아리스토텔레스가 뭐하는 놈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어떻게 알아가야 될지조차 아직 잘 모르는 당신께 제일 처음 필요한 단 한권. 쉽고, 후려칠 건 과감하게 후려쳤다. 이 콘셉트, 이 설정으로 모두를 위한 칸트, 헤겔, 하이데거 뭐 이런 시리즈가 줄줄 이어졌으면 참 좋겠으나 저자는 금세기 벽두에 별세.

 

16. 전효진의 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나는 왜 이렇게 느적느적 살고만 있을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24시간이 다 같은 24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밑둥까지 남김없이 태워 본 사람들은 좀 존경받아도 된다. 방향이나 목적지와 무관하게.

 


17.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해몽보다 좋은 꿈이 있다. 꿈이 맑고 밝으면 그렇다. 기쁜 꿈이든 슬픈 꿈이든,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좋은 꿈이 있다. 시도 그렇다.

 

18. 정선

: 아직 내 눈이 닿지 않은 곳에, 꿋꿋이 자기의 글을, 좋은 글을 잘 쓰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이렇게 많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많이 읽자.

 

19.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짧은 데도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 중언부언하며 분량 만들기. 정말 딱딱한 사실들,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장. 이걸 '문장' 또는 '문체'라 부르기도 뭐한 수준의 그야말로 의미 전달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성 없는 책이 가져오는 체온 없음.

 

20.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번다한 마음이 글을 쓴다. 그 글을 번다한 마음으로 읽었을 때, 우리는 어디쯤에서 만난다. 몸과 몸으로 만나 온몸으로 상대를 더듬는 듯 나를 더듬는다. 번다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제는 누구에게든,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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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얘기는 가급적 안하려고 했는데,
쥐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같은 사람은 홍콩에서 못 살겠더군요.
최근 홍콩에 살다고 귀국한 지인이 있는데
거기는 바퀴벌레와 친구하지 않으면 못 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퀴벌레 똥도 치워줘야 하는데
그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어느 생명이 싸 놓은 냄새치고 향기롭겠습니까만
바퀴벌레이라고 생각하니까 당장 지옥에라도 떨어지겠더군요. 흐~

참, 별얘기 다합니다.ㅠㅠ

syo 2018-10-16 18: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그야말로 별 얘기군요. 제가 별 꿈을 다 꿔가지고...

stella.K 2018-10-16 18:38   좋아요 0 | URL
책임지세욧!ㅋㅋㅋㅋ

서니데이 2018-10-1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도 오늘은 꿈 이야기네요.^^
저도 오늘 페이퍼에 꿈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어요.
쥐도 무섭지만 쥐가 나오는 수학문제 같아서 더 무서운 꿈이네요.
저는 어제 밤에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 꿈을 꾸어서 그것도 무서웠어요.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syo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syo 2018-10-16 22:09   좋아요 0 | URL
막상 글 쓰던 시점에는 꿈 속 장면들의 디테일이 사라진 상태라서요, 머릿속에 아주 귀여운 쥐돌이 캐릭터로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수학 문제도 굉장히 간단했구요 ㅎㅎㅎㅎ

전 저 꿈도 꿈이지만, 책상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현실도 무섭다는 생각을......

서니데이님도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구요^-^

북다이제스터 2018-10-1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책이 요즘 많으세요. ㅎㅎ

syo 2018-10-16 22:10   좋아요 1 | URL
전 워낙 붕어라, 한 권 읽고 7일이 지나면 주인공 이름조차 까먹는다고 보면 되거든요 ㅎ
그러다보니 읽을 때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좀 몰아서 읽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좀 버티거든요.

아, 플라톤 책의 주인공 이름은 소크라테스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를 부르는 숲 오래전에 막 웃으며 읽었던 가억이 있는지라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시 샀는데 안읽고 있어요. 다시 읽어야겠다.

쇼님 글 팬입니다! ^_____^

syo 2018-10-16 22:12   좋아요 0 | URL
트래킹을 하면 살이 쭉쭉 빠지는 모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고통은 싫으나 열매는 탐나네요.....

(마지막 줄은 못들은 척) ( ‘_ ‘)>

다락방 2018-10-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리고 쇼님도 웃김 사람입니다! (칭찬임)

syo 2018-10-16 22:11   좋아요 0 | URL
아싸, 나도 웃긴 놈이야!

AgalmA 2018-10-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은 작법 기본 법칙을 모르는 걸까요. 처음부터 세게 나가면 그 다음은 더 세게!-> 더더 세게!!->왕왕왕 세게!!!로 점층 구조로 가야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죠. <공산당선언> 같은 팸플릿 분량이 아니라면 성공 불가능.
아무튼 syo님은 꿈도 재밌군요. 흣

syo 2018-10-16 22:16   좋아요 0 | URL
아마, 책으로 묶으면서 제작진(?)들도 느꼈을 거예요. 아차, 이것이.....
꿈 꿀때는 별로 재밌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당초 그로테스크했던 이미지들이 뭔가 귀여운 만화체로 변경되면서 저도 재미있더라구요.
하지만, 해몽을 하면서 다시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말하고, 말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기


 

1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참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날이 적지 않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덜해질 거라는 생각은 그저 단견이거나 편견이었고, 우리는 하루에 하루만큼씩 더 무모해지고 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가진 무모함의 형태는 사뭇 공격적이었다. 마음이 한 번 사랑할 때 말이 두 번 사랑하는 식의 무모함. 아직 사랑을 잘 모르면서 당당히 사랑을 말하는 무모함. 말이 앞장서서 거대한 윤곽을 그리고, 뒤따라온 마음이 그 안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사랑을 건축하는 무모함.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가진 무모함은 망설이는 형태에 가깝다. 세상에 뿌려진 모든 예쁜 단어들을 다 모아 빚은 말로도 이길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사는 일 자체의 무모함. 분주한 말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도, 눈빛이나 체온 같은 것들을 통해 마음의 수심을 잴 수 있을 거라 믿는 일과 그럼에도 그 일에 종종 실패하는 무모함. 그렇지만 여전히 말에 기대고 싶은 충동에 가끔씩 지고 마는 무모함. 자꾸 먼지를 일으키려는 말의 날개가 뽑히고, 자꾸 변두리만 기웃거리려는 말의 다리가 잘리고, 자꾸 아름다운 곳만을 가리키려는 말의 두 팔이 끊어지고, 비로소 몸통만으로 육박해 들어갈 일만 남은 짧은 말이 전부임에도, 그 말이 두 사람 사이에 사이를 만들거나 지우거나 하는 그 거대한 기적을 일으켜줄 거라 희망하는 일의 무모함.

 

결코 피할 수 없는 어떤 불가능성을 알고도, 기꺼이 짊어지고 천천히, 침묵을 응시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일의 무모함.

 

 


나는 거기에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린 채 그 푸르스름한 어둠을 바라봤다내비게이션에 따르면 그 어둠 저편이 순천만이었다나는 마치 자세히 바라보면 순천만이 보이기라도 한 듯이 그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말했다시피 어둠은 푸르스름했다어둠 속에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었다어둠은 비어 있지 않았다그 안에 뭔가가 있었다그게 뭔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분명 그 어둠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그러자 그 어둠은 근사해졌다.

김연수언젠가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꽃이 꽃을 사랑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스럽게 다가가는 동안

 꽃은 그 자리에서 서로 눈빛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어떤 순간에도 그렇게

 자기들 사랑의 방법이 있다

 

 그러니

 내가 너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만질 수 있어서 쓰다듬을 수 있어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어서

 

 사람은 그냥 갈 수 있어서

 

 남몰래 혼자 떠나려고 하는 세상에

 네가 있지 않아서

 

 사람이 꽃이 아니길

 참 다행이다

 꽃이 스쳐가는 바람과 함께 너에게 갈 때

이사라사람전문 

 

사랑을 할 줄도사랑을 받을 줄도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언니에게 말했었지요하지만 스톡홀름의 불빛들이 점점 작아지는 걸 내려다보며 이제는 언니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여전히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누군가의 쓸쓸함에 마음이 쓰인다면그 사람이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면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김민아윤지영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안부를 물었다


 

 

2



지난여름 어떤 할머니를 보살피는 일로 학비를 벌었다그리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 그의 아들에게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할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그만두고 난 뒤에도 우리는 가끔 만나 산책도 하고 커피와 빵도 같이 먹었다그때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죽을 때 그냥 잠자듯이 했으면 좋겠어아들 녀석이랑 오늘 점심에는 뭘 먹을지 의논하고 장을 볼 계획을 세우고아들이 장 보러 간 사이 그렇게 잠자듯이." 나는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들에게 물었다. "점심때 브로콜리 수프랑 닭가슴살 구이를 먹자고 하셔서 장 보러 갔다 왔더니소파에 앉아 계시더군요어머니불러도 대답을 안 하셔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할머니힘센 할머니정말 말씀하신 대로 하셨군요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인 것을.

허수경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죽음에 대한 글들이 더욱 눈에 밟힌다. 그 글들을 짓고 있던 때 시인의 몸이 죽음에 얼마나 바투 다가앉아 있었는가는 읽으며 알 길이 없으나, 그녀의 눈이 항상 죽음을 더듬고 마음이 언제나 죽음의 언저리를 빙빙 돌고 있었음은 알겠다. 부디 그 눈과 마음과 글들이 세상 너머에서 온 온갖 궂은 것들의 침윤으로부터 마지막까지 시인을 지켜주었기를. 죽음을 거꾸러뜨리지는 못하였으나, 죽음을 따라나서는 길에 혀와 손발이 다 자유로웠기를. 외람되지만, 얼마쯤은 기꺼우셨기를.

 

 

 

3



각박한 현실에서 사회의 기준에 나를 맞춰서 살아간다면 자존감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그렇게 된다면 틀림없이 불행한 평생을 보낼 것이다나만의 자존감측정도구를 찾아내야 한다세상이 정한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측정도구로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 나의 자존감은 항상 바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자본이 만든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 측정도구로 사용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그렇기 때문에 자본이 만든 사회계측기를 나의 자존감측정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나를 위한나에 의한나만의 자존감측정기가 필요한 것이다.

최명기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94

 

이런 글이 묶인 책이 버젓이 나온다는 사실은 눈 밝은 독자들을 열 받게 한다.

 

독후감 숙제를 생전 처음 받아 든 초등학생이 쓸 만한 문단이다. 첫 번째 문장과 네 번째 문장, 두 번째 문장과 다섯 번째 문장, 세 번째 문장과 여섯 번째(그리고 일곱 번째) 문장은 의미하는 바가 완전히 같다. 마치 일부러 계산해서 못쓴 것처럼 못 썼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이는 자존감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으니 그런 불행을 피하려면 자신만의 자존감 측정기가 필요하다.” 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내용이) 또 평범한(형식조차) 한 줄을 저렇게 써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의학전문가는 의학에 대해 쓴다. 과학전문가는 과학에 대해 쓴다. 세상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 자신의 것을 쓴다. 사람들은 그들이 자신의 것을 쓸 자격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편이다.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런 관점은 어쩌면 쓰는 일을 업신여기는 태도일 수 있다. ‘자신의 것쓴다사이에서 앞의 것만 방점을 찍는 일, 그러니까 책의 본질을 콘텐츠에서 찾는 일은 옳지만 그르다.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건 쓰는 이는, 심지어 자신의 글을 책으로 펴내는 이는, 거짓말이나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 바로 어떤 자격을 획득할 수는 없다. 그건 독자를 위해서도, 작가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작가가 자신의 분야에 매진하다 보니 글 솜씨까지 갖출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초고는 반드시 우리가 대개 편집자라고 부르는, 글을 다루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어 있다. 편집자가 저 문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직무 태만이고, 발견하고도 넘어갔다면 직무 유기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더 무서운 일은 이 작가의 이름으로 스무 권이 넘는 책이 검색된다는 사실이다. syo는 이 작가를 처음 접한다. 부디 이 책이 이 작가에게 예외적인 부끄러움이었으면 좋겠다.

 

 

 

-- 읽은 책들 --



허수경,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최명기,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읽는 책들 --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김사과, N. E. W.

조중걸,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조성준, 닥치고 데스런

김서영 외, 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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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5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15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데스런??? 운동 시작하시는 겁니까, 쇼님????

syo 2018-10-15 12:43   좋아요 1 | URL
제가요?? 제가 과연 그럴까요? ㅎㅎㅎ

stella.K 2018-10-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명기란 작가를 말하는 건가요?
검색해 봤더니 16권만 검색되던데...

저 쓰신 예문만을 가지고는 저로선 감이 잘 오지 않고
스요님 쓰신 글도 딱히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좀 풀어줄 수 없겠습니까?

syo 2018-10-15 14:00   좋아요 1 | URL
음, 이렇게 예를 들어 볼까요.

최명기라는 이는 훌륭한 의사일 것이다. 환자들은 그에게 불만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로 보면 그다지 쓸만한 글쟁이는 아니다. 의사로서 최명기는 훌륭할지도 모른다. 환자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라 할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자, 스텔라님, 제가 6개의 문장으로 만들어 놓은 이 문단이, 어떻게 보이세요.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좋은 문단일까요? 저 6개의 문장이 다 필요할까요? 없어져야 되겠다 싶은 중복된 문장이 보이지는 않으신가요?

심지어 저게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 서점에 깔리는 책에 실릴 글이라면요?

다시 위로 가셔서 제가 인용해 놓은 문단을 한 번 보세요. 마침표 단위로 끊어서 7개의 문장이 있습니다. 1번 문장과 4번 문장을, 2번과 5번을, 3번과 6번을 같이 한 번 읽어보세요. 제 눈에는 거의 복붙으로 읽히는데요. 책 한 권 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또 모를까, 한 문단을 저렇게 만들다니요......

stella.K 2018-10-15 14:28   좋아요 0 | URL
아, 뭔 말인지 이제야 감 잡았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예리하시군요. 스요님.

사실 우리나라에 정말 존경 받을만한 편집자가 누군지
명단이나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자 보다 편집자가 그 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울나라 편집자들은 오타나 잡아낼 줄 알지 잘된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죠. 그런데 그게 편집자만의 문제는 아니겠더군요.
어떤 저자는 그걸 자신의 원고에 대한 훼손이라고 생각하고
노발대발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 책의 가치는 독자에게서 완성되는 건데
그런 열린 사고를 갖기가 울나라에선 쉽지 않은 모양인가 봅니다.
오늘 같은 스요님 글은 편집자나 저자가 좀 봐야할텐데...

syo 2018-10-15 15:07   좋아요 0 | URL
업계 종사자(?)이신 스텔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마치 출판계의 숨겨진 실태를 폭로하는 느낌 비슷하게 나는 것이 ㅎㅎㅎ

전 그냥, 함량이 부족하면 부족한 부분이 다 메워 질 때까지 완성된 책을 내놓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만 있습니다. 저건 너무 어거지로 분량을 채우겠다는 느낌이라서요. 이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곤란하죠.

stella.K 2018-10-15 18:3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누가 보면 제가 진짜 업계 종사잔 줄 알겠어요.
저도 주워들은 이야깁니다.
이 비슷한 얘기 제 책에도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ㅠ

jsshin 2018-10-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러도 되는 책을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손아람 작가님 책 리뷰 기대할게요. (사실은 닥치고 데스런 ㅋㅋ)

syo 2018-10-15 14:24   좋아요 1 | URL
닥치고 데스런은 제가 리뷰할 만한 책이 아닌데, 아니, 제가 리뷰할 만한 육신이 아닌데.....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5 18:10   좋아요 1 | URL
닥치고 데스런 리뷰 재밌겠다... ( ˝)

syo 2018-10-15 18:31   좋아요 1 | URL
허어..... 이 양반들이......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