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얼마만이에요?!

15일이잖아요.

......아, 네

 

 

 

1

 

숨은 쉽니다. 허허허.

 

 

 

2

 

읽기도 읽는다. 20일 동안 6(말랑이 위주, 만화 포함). 2일에 6권 읽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 같아서야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적어도 하루에 100페이지씩은 읽을 마음인데, 마음만 마음이지, 마음이 마음 같지가 않아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슬픈 마음이다. 당초에는 안 읽겠다 그래놓고 겁나 읽을까봐 걱정이었는데 이건 뭐 걱정한 게 서운할 정도로 안 읽으니 거참 대견하군요. 허허허.

 

 

 

3

 

팔자에 없는(줄 알았던) 한국사 공부를 하는 김에 스리슬쩍 한국사 책을 읽는 중인데, 뭐 특별히 재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다. 애초에 역사라는 놈과 궁합이 별로 좋은 궁합은 아니었는데, 세월이 좀 지났지만 우린 역시 아닌가봐. 허허허허.

 



4



하지만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해그리고 그 전망을 마음껏 즐기는 사치를 누리기 위해 다소 험준하고 높은 곳에 오르는 수고를 마다해서는 안 됩니다인문학의 장르 중 가장 험하고 고도감이 높아 사람들이 쉽게 오를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시와 철학일 겁니다시와 철학은오르기만 하면 그래서 그 고도감에 적응하기만 하면시인과 철학자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빼어난 산과도 같습니다또한 이런 비유가 적절하다면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을 각각 하나의 봉우리에 견줄 수도 있을 겁니다

_ 강신주,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그러고 보면 요즘 강신주 선생님의 책이 새로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이렇게 쓰면 마치 무슨 개인적인 친분이라도 있는 것 같아 보이겠다 싶어서 한 번 해봤다. 실은 일면식도 없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관심도 없다. 어쨌든 책이 좀 안 나오는 이 타이밍이 몰아서 읽을 바로 그 타이밍인 것인데, 내 팔자가 이래놔서 그것도 어렵겠고...... 실은 이 책도 책장 대방출 행사를 맞아 굿바이 스페셜로 읽은 것이다. 이제 요 정도 읽을 단계는 지났잖아? 엣헴.

 

그리고 내다 팔았다. 영수증을 살펴 보니 여전히 두둑히 쳐 준다. 은혜로운 강 선생님......


 


5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가기 전까지, syo는 거기 가면 인간성이 꾸덕꾸덕 메마를 줄 알았다. 작은 잘못도 못 본 척 하지 않고 크게 화낼 줄 알고, 총알을 맞으면 대포알로 돌려주는 일에 망설임이나 인색함이 없으며,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둔 전우에게 축하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멸공의 횃불을 불러주는 살상병기를 기르는 곳이 군대일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오해였다.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논산의 여름 한 달을 보내며 이십대의 후반을 소총과 방탄헬멧으로 장식하던 syo는 군대야말로 남자(아이)의 감성이 야들야들해질 수 있는 인생사 마지막 찬스라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정말 새파란 애기들이었다)은 화생방 훈련 중 흘린 눈물콧물(syo의 경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핵고퀄 방독면을 지급받은 덕에 화생방이 매코미 수준이었던지라, 옆에 있는 새끼들이 울고 짜고 고함치고 쌍욕하고 몸통박치기로 출입문을 부수려 시도하는 것을 보고 몰래카메라를 의심했다)의 적어도 다섯 배쯤 되는 양의 다양한 물들을 부모님께 쓰는 편지 한 장 위에 죄 쏟아놓고 있었다(syo의 경우 엄마 나 3킬로 찜ㅋㅋㅋ라고 쓰고 나니 더 쓸 말이 없었다.....) 나이 먹고 군대 가니, 애기들보다 울 일이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웃을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니 과연 군대란 이래서 빨리 올수록 좋다는 것이로구나, 하며 시린 무릎이나 매만지며 시간을 죽이던 일병 언제쯤이었다. 진중문고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화생방도 엄마가 보고플 때도 감히 침범하지 못했던 강철염통 syo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야말로 엉엉 울게 되는데, 그걸 안 들키려고 엉엉을 꺽꺽-들썩들썩으로 바꾸느라 갖은 애를 써야했다. 그러고 있는 꼴을 발견한 동기 놈은 대체 얼마나 웃긴 책이기에 웃음 참느라 꺽꺽-들썩들썩에 눈물까지 뿌리느냐며 이 책을 했다. 그러나 syo의 눈물로 꿉꿉해진 책을 가져간 동기 놈은 100쪽도 읽지 못하고 책을 집어던지더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찾아서 온 연대를 헤집고 다녔다. 청년들이(군인이라면 더더욱)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듬뿍 담긴 책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은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배우고 있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철원이었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눈물보다 승질이 앞선다. 주인공, 이런 개새..... 난 이런 새끼들이 제일 싫어! 그러나 또 삼십대의 초반을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보내며 syo가 배운 게 있다.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까닭은 사실, 그가 바로 내가 죽어도 감추고 싶은, 결코 인정하기 싫은 내 자신의 어떤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것......

 

 

 

 

--- 읽은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박시백 지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 / 박시백 지음

 

 

 

--- 읽는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묵묵 / 고병권 지음

3·1 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19-03-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네요 ㅎㅎ

syo 2019-03-20 21:14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잠자냥님^-^

2019-03-2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오늘 쇼님 생각하며 언제쯤 오시려나 했습니다. 그리웠어요 ㅠㅠ

syo 2019-03-20 21:34   좋아요 1 | URL
15일이나 지나서 혹시 다락방님이 저를 잊으셨을까봐 되는대로 찌끄려봤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누구더라 걔 있었는데 걔 s....sy......뭐였지 ?? 막 이럴까봐😣

또 봄. 2019-03-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내리는 비처럼 새삼 반갑습니다, syo님.

syo 2019-03-20 21:32   좋아요 0 | URL
자주 뵈면 좋겠습니다, 또 봄님,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제가 자주 못 나타나는 것이 불찰입니다ㅠㅠ
 

 

호반정경湖畔情景 4

 

 

1

 

누군가가 당신과 내가 만든 시간을 노래로 듣는다면, 약속은 그 노래의 지루한 후렴이겠습니다.

 

 

 

2

 

약속은 거짓말보다 값비쌉니다. 이루지 못한 약속이 상한 표정으로 도착하는 곳이 대체로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3

 

닿지 않는 슬픔임을 알면서도 그게 당신의 것이라면 나는 끝내 만지고 싶습니다. 오늘에 와서 보면 결국은 거짓말로 죽어버린 많은 약속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만날 때면 그것들이 다시 와 어른거려 나는 자꾸만 말수가 줄어듭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 빗물을 훔치는 가냘픈 막대기처럼, 나는 당신의 등에서 읽을 수도 없을 뭔가를 자꾸만 닦아냅니다.

 

 

 

4

 

우는 사람이 우는 것밖에 못할 정도로 울음 속으로 깊이 잠겨들면, 그 울음을 보는 사람은 일순간에 보는 것밖에 못하는 불구가 되나 봅니다. 울음인지 울림인지 모를 소리가 아득히 굽이치는 좁은 공간에서, 내 손이 당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동안 당신의 눈물 역시 내 어깨를 어루만졌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한 덩이 별자리처럼, 우리는 두 몸을 포개어 만드는 그 동작이 익숙합니다. 그 울음의 더께를 털고, 껍질을 까고, 안으로 깊이 더 깊이 밑바닥까지 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나를 발견하게 될까봐, 오늘의 나처럼 내일도 나는 미안할 모양입니다.

 

 

 

5 

 

슬픔의 시험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치러왔는데도 새로운 문제는 늘 풀지 못하는군요.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

 

 

 

6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하면 또다시 죄 거짓말이 되고 말까봐, 언제부턴가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만 말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든 것이라고는 별 볼일 없는 한낱 진실이나 진심 따위일 뿐이겠으나, 그 말이 당신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욕심입니다.

 


 

 알코올 홍일표

 

 남몰래 흐느낀다 너는

 입도 입술도 없이

 

 보이지 않아서 더 아픈 때가 있다

 아무 말 못하고 혼자 숨어 우는

 사람이 있다

 자작나무의 얼굴로

 물안개의 젖은 숨결로

 

 밤이 깊어 너의 입술에 도달한 차갑고 뜨거운 속엣말들이 치자꽃처럼 핀다

 흰 달빛의 표정으로

 어디에도 없는 너는

 얼굴을 지우고 머리칼을 지우고

 말의 가장 먼 바깥에서 은밀히 휘발하는 비애처럼

  

 소리를 죽이고

 마음의 색깔도 지우고

 이제는 다 놓아버린 물의 감정들

 오직 투명함으로 너는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간다

 이슬의 어깨가 파르르 떨고

 공기의 입술에 얹어놓은 이름이 휘파람처럼 사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

 물 밖의 어디 먼 곳에 물의 신전이라도 있는 듯

 맑고 가벼운 날개파아란 눈빛 하나로 찾아가는

 아스라이 먼

 모든 슬픔의 정결한 성지

 가슴 한쪽 없는 이들이 그림자를 끌고 혼령처럼 찾아가는 

 

 

 

--- 읽은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 김신회 지음

 

 

--- 읽는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 수업 / 신주영 지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9-03-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아...

syo 2019-03-05 21:36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카알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거리던 곳을 안 들어오려니 이거 뭐 닷새가 오만 년 같네요 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3-05 21:37   좋아요 1 | URL
열공하면 어쩔수 없죠 화이팅!!!~맘은 언제나 여기에 있는거 알기에 응원합니다

또 봄. 2019-03-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이 완전 공감되지 말입니다.

syo 2019-03-20 20: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대댓글이 너무 늦었네요ㅜㅜ
또 봄님 오랜만에 오셨는데, 그걸 또 제가 일주일도 더 지나서 이렇게.....

칼르페디웸 2019-03-16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너무 슬픈 문장이예요..T..T
syo님은 계속해서 리뷰하면서 나중에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아쉽고 아쉬워요..
그건 우리에게 중요하긴 하지만 syo님한테는 예외인줄 알았어요. 재능이 있는데.... 에궁...
슬픈 봄이네요..

칼르페디웸 2019-03-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해 원하시는 것 공부하시면서 성취하시기를 바래요.
어여 복귀하세요. 어여~~ 봄이 너무 잔인하네요T..T

syo 2019-03-20 20:32   좋아요 0 | URL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예외도 아니고 재능도 아니라서 그저 막 막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슴가슴가슴사슴

 

 

1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

 

언젠가 이 고요함을 그리워 할 날이 오기도 하겠으나.

 

 

 

3

 

하루 종일 활자와 더불어 뒹굴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활자들이 줄지어 벌떡 일어나 귀싸대기라도 차례차례 한대씩 후려쳐주고 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고요하다. 자음은 왼싸대기로, 모음은 오른싸대기로, 구두점들은 턱주가리로 출정한다. 집결지는 인중이다. 거기서 우리는 다시 뭉쳐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것이다. 알겠나, 제군들. 살아서 인중에서 다시 만나자. 무운을 빈다.

 

 

 

4

 

바람도 조류도 없고 보이는 거라고는 수평선 밖에 없는 소금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이런 평화, 당혹스럽다. 사랑하는 이의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사슴 같다 말하려 했지만 무심결에 가슴 같다 말하고 만 속셈 빤한 빙충이마냥 당혹스럽다. 인간은 분주할 때 평화를 그리워하고 평화로우면 분탕질을 치고 싶은 동물인가. 아닌가. 나만 그런가. 어허허.

 

 

 

5

 

그러고 보면 김진영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강의 중에 '사건'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입에 올렸던가그런데 그것들은 모두가 책에서 읽고 들은 풍문이고 코드들이었다사건은 그런 책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그건 위기를 만난 마음속에서 태어나는 '사건들'이다이 사건들은 놀랍고 귀하다정신과 몸이 함께 떨리는 울림이 울림은 모호하지 않다종소리처럼 번지고 스미지만 피아노 타음처럼 정확하고 자명하다더불어 글이 무엇인지도 비로소 알겠다그건 이 사건들의 정직한 기록이다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마음의 사건-그건 문장과 악보의 만남이기도 하다.

김진영아침의 피아노, 53 


활자들이 벌떡 일어나 귀싸대기를 때리진 않았으나 걔네한테 맞았다면 아마도 지금 이런 기분일 것이다. 아무 사건이 없었으니 무엇도 억지로 쓰면 안 되겠다. 인중이나 문지르면서, 사슴 따위랑은 비할 바 없이 소중한 가슴에 대해서나 생각하면서, 이 미친 고요함이 지나가기만을 대차게 기다릴 밖에.

 


  새벽 네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도시가 폭격을 맞았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모든 것이 물속에 잠긴 듯저녁에 기이한 적막이 도시를 뒤덮었다폭격기들도 침묵했다.

  저녁 무렵 도시에는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었다교외의 집 몇 채와 불가사의하게도 폭격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종탑만이 온전했다시내 중심가의 유서 깊은 아름다운 옛집들과 대성당은 파괴되었는데종탑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그래서 종지기는 저녁마다 그랬듯이 138개의 계단을 서둘러 올라가 청동으로 주조한 종을 쳤다종소리가 시내 곳곳에 울려 퍼졌다.

  종지기는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그런데 때로는 그런 행동이 전혀 의미가 없다상징도 아니다도시가 멸망하면 상징들도 그 의미를 잃는 법이다그러나 종소리는 울려 퍼졌고폐허 위를 맴돌았다부상당한 자와 죽음을 앞둔 자들도 그 소리를 들었다그들은 평상시에 모든 것이 공허하고 무상했으며도시의 유일한 의미는 벽이 무너져도 침묵하지 않는 그 소리였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물론 종지기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종지기에게는 월말에 돈을 받는 것만이 중요했다그래서 걱정을 하며 이를 악물고 종을 친 것이다그러나 새카맣게 그을린 돌 틈 사이에서 종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진 탓에도시는 폐허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그것을 이해해야 한다종을 울리자.

산도르 마라이하늘과 땅, 122-123


  "농담이 아니에요." 발터가 헐떡이며 웅얼거렸다. "나는 졌습니다항복이에요."

  "졌다라." 라우레아노가 휘 한숨을 쉬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수두룩하게 졌지만 저는 이제 둔감합니다저는 맨날 지지만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브루나 아르파이아역사의 천사, 388-389 


 

 

 

--- 읽은 ---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 읽는 ---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자본론 함께 읽기 / 박승호 지음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 고의관 지음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지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피아노, 읽어야겠당!
읽어야겠어요. ㅎㅎㅎㅎㅎㅎ
이건 속마음 토크 아님.

syo 2019-02-22 13: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중요한 건 마음이 아니라, 정말 읽으시느냐 하는 것이지요!

2019-02-2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02-22 13:05   좋아요 0 | URL
악. 오프라인에서도 제가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고인께 이 무슨 무례를;;
지적해주신 덕에 정정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언가 매일 변화 있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

syo 2019-02-22 22:03   좋아요 0 | URL
와 ㅎㅎㅎㅎ 저는 무언가 매일 변화 없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중인데, 역시 인생 알 수 없군요......ㅠㅠ

쟝쟝 2019-02-25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책읽고 싶당 ㅠ

syo 2019-02-27 21:28   좋아요 0 | URL
이 대사 어쩐지 조만간 나도 치게 될 것 같다......
 

 

비를 기다리는 밤

 

 

1

 

나는 밤을 편애하는 사람들이 사는 별에서 왔다. 어둡고 추운 밤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들에 어둠이 자욱하면 총을 든 나는 도화지처럼 서서 밤이 내 몸에 그림 그리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밤이 들고 오는 크레파스는 사실 매일 조금씩 다른 검정색이었다. 1월의 크레파스가 보기에는 가장 좋았다. 차갑지만 쨍한, 총을 쏘면 맑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질 것 같은 검정이었다. 하늘과 땅이 한 색이었다. 이 밤을 사랑하면 세상의 모든 밤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더라도 최소한 견뎌낼 수는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눈동자가 비교적 검은 아이에서, 머리칼이 유난히 검은 어른으로 자랐다. 밤은 자꾸 나를 덧칠하고, 나는 밤을 사랑하고 닮아갔다. 사랑은 밤에 깊어지고, 나는 밤이면 사랑을 자꾸 덧칠한다. 낮에는 읽지만, 밤에는 읽고 쓴다. 낮에는 잠들지만, 밤에는 잠들고 꿈을 꾼다. 밤은 내게 더 많은 숙제를 떠안긴다. 밤이 없는 나는 불완전하다. 나는 밤에 더 많이 내가 된다.

 

그럼에도 가끔은 밤이 무거워 마음이 결린다. 밤의 독서는 생의 어두운 면과 조응한다. 자정이 지나면 나는 불안과 불행을, 아픔과 슬픔을 탐지하는 눈을 크게 뜬다. 낮이라면 언뜻 지나쳤을 불안과 남의 것인 불행이 자꾸만 발목을 잡아채고, 등장인물의 아픔 위로 나는 넘어져 그들의 슬픔을 세심히 번역한다. 그렇게 지어진 글들이 실은 죄 남의 것들이다. 번안된 노래가 심장에 명중하기가 어렵듯, 그렇게 만들어진 글들은 먼지로 만들어져 부유하고, 쌓이고, 부패하고, 잊힌다. 현명한 사람들은 달빛 아래서 쓴 글은 햇볕에 말리기 전에는 내놓지 말라고 권한다.

 

그럼에도 밤에 무엇인가를 끄적대는 일은 내게 있어 혈족의 계보 같은 것이라, 거절하고 거절해도 도달하고야 마는 하구 같은 곳이라, 나는 오늘도 무던히 그 길을 간다. 조금 지나면 비가 내릴 것이라 한다.

 

사흘의 낮을 지나면 나흘의 밤이 이어지는 일주일로 만들어진 우주에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별이 은하계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별이 가끔 그립다.


나는 어째서 이토록 그 강을 사랑하는 것일까 .탁하게 흐리고 뜨뜻미지근하던 그 강물에 왜 이리도 알 수 없는 그윽함을 느끼는 것일까나 자신도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다만 오래전부터 이 강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말로 설명하기 힘든 위안과 고요를 느꼈다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멀어져그리움과 추억으로 만들어진 나라에 들어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나는 세상 무엇보다 스미다강을 사랑한다.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나의 스미다강

 

겨울비 박준

 

비는 당신 없이 처음 내리고 손에는 어둠인지 주름인지 모를 너울이 지는 밤입니다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광장으로 마음은 곧잘 나섰지만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는 일이 오늘을 보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결 나아진 것 같은 귓병에 안도하는 일은 그 다음이었고 끓인 물을 식히려 두어 번 저어나가다 여름의 세찬 빗소리를 떠올려보는 것은 이제 나중의 일이 되었습니다 

 

 

 

2



한참을 달리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아서어느 집 대문 그늘 아래수거를 기다리고 있는 쓰레기들 뒤에 앉았다나는 울지 않았다더 울 필요도 없었다나는 두 눈을 감고 창피한 마음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나는 상상 속의 경찰을 불러냈다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경찰을그는 다른 경찰들에 비해 백만 배는 더 큰 덩치에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는 방탄차까지 몇 대씩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그와 함께라면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그는 나의 안전을 보장해줄 터였다그가 책임을 져줄 것이므로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았다그는 아버지처럼 억센 팔로 내 어깨를 감싸주면서 내게 그렇게 여러 발의 총을 맞았는데 다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병원에 가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한 손을 내 어깨에 얹은 채 가만히 있었다그가 나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일을 처리해줄 것만 같았다그런 생각을 하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그리고 내게 제일 좋은 방법은 현실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에밀 아자르자기 앞의 생

 

상상 속에 많은 친구를 두고 살던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이면 이불 덮은 마음이 늘 왁자지껄했다. 새우처럼 웅크리고는 서늘한 이부자리가 체온으로 차츰 덥혀지는 것을 몸이 감각하는 동안, 마음은 친구들의 출석을 불렀다. 꿈결의 입구까지 나를 데려다 줄 다정한 친구들이 모여들어 밤으로 나를 칭칭 감았다. 작은 빛 하나 없는 방, 어둠은 바다였고, 나는 배였고, 나는 파도였고, 나는 조개였고, 나는 선원이었고, 나는 노래였다가, 내가 다시 내가 되면 어둠은 썰물처럼 물러가고 이름 모를 아침 새가 우는 소리로 창문을 두드리곤 했다.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면 나는 받아쓰기를 하고, 곱셈과 나눗셈을 배우고, 올챙이의 뒷다리를 관찰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읽게끔 소략하게 줄인 프랑스 작가의 소설책을 읽고, 강아지 밥그릇과 물그릇을 채워주고, 막 숟가락질을 배우기 시작한 동생의 손놀림을 지켜보며 저녁을 먹고, 작은 빗자루와 쓰레기를 들고 건성건성 방을 치우고 나면 다시 이부자리는 펼쳐진다. , 슬슬 친구들이 올 시간이야.

 

마지막 친구를 죽였던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쯤 나는 친구들보다 <수학의 정석>을 한 페이지라도 더 많이 푸는 일이나,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영어 단어를 외우는 일이나, 가본 적도 없고 가보고 싶지도 않은 나라의 토양의 특성에 대해 공부하는 일에 많이 신경 쓰는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아이에게 상상 속의 친구를 굶겨 죽이는 일 같은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의 일이 다 그렇듯이, 한번 떠난 친구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3



갈비뼈

 

  그렇다면 당연히아니 무엇보다도 그녀를 새로이 창조해야 할 것이다어쨌든 내 갈비뼈로 그녀를 만들지 않았던가하느님은 원형이 혼자서 너무 외롭고 불완전한 것을 알아차리시고 말씀하셨다.

  "그래여자가 하나 있어야겠어."

  그래서 심심풀이로덤으로그러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가볍게 손을 놀려 그녀를 창조하셔서 원형에게 붙여주었다원형은 그녀와 함께 행복해지는 것말고 다른 도리가 없었다그래서 그들원형과 갈비뼈피조물과 덤남자와 부산물은 함께 살았다그런데 함께 살아가는 동안 기묘하게도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다분명 남자가 할 일이 많아서 그것에 주의할 시간이 별로 없었으리라그래서 부속품덤은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오만불손해졌다이런 것을 전부 이해하고 능력껏 받아들여야 한다그러나 남자들이여우리가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에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그녀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정육점 주인이 살에다 뼈를 덤으로 얹어주듯이하느님이 조각을 떼어내 손바닥으로 몇 번 쳐서 그녀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이제 이 뼈를 교육시키고 여러 가지를 가르쳐야 한다아주 별 볼일 없는 여자도 자신이 동등한 줄 알고 온갖 일에 참견을 하기 때문이다그렇다그녀를 새로이 창조해야 한다그러니 우리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산도르 마라이하늘과 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쩐닼ㅋㅋㅋ적당히 깝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 우리 작은 것부터 시작하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 똥폼을 또 저리 쿨하게 잡고 앉았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배야.

 

산도르 마라이가 아니라 톨스토이에 괴테가 살아 돌아와도 이런 글을 소설 등장인물의 말도 아니라 그냥 에세이로 써 제끼면 오랑캐 소리 면하기 힘든 법이다...... 20세기 인간을 21세기 관점에서 평하는 일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인간이 syo인지라 아이구 송구스럽습니다요.

 

 

 

--- 읽은 ---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경덕 옮김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 차은정 옮김

수학의 감각 / 박병하 지음

 

 

 

--- 읽는 ---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자본론 함께 읽기 / 박승호 지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9-02-19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도르 마라이... 뭐죠? 오만년전에 산도르 마라이 하나 읽었었는디...... 아웃이다 아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욕 쓰고 싶지만 제 서재가 아니므로 건너뛸게요. 후훗

syo 2019-02-19 09:52   좋아요 0 | URL
저게 한 300페이지쯤에 나오거든요. 그 전까지도 읽는 중에 어어, 어어어, 요것바라? 어어 이럴 때가 가끔 있었는데, 갑자기 저게 뽝!!!!

하아...

뒷북소녀 2019-02-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흘의 밤이 지나면 나흘의 밤이라... 그렇다면 72시간 연속 근무해야 되는데도요?ㅋㅋㅋ
이건 웃자고 드리는 말씀이구요... <비를 기다리는 밤> 이 글 너무 좋네요.
저도 어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어죠.

syo 2019-02-19 13: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사람이 한치앞만 보는 법인지라, 근무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백수라서.....

사실이지만, 웃자고 드린 말씀입니다 ㅎ

저도 빗소리 듣다가 잠들었습니다. 빗소리 들으면서 일어났구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2-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덤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욕 대신 우아하게 배열된 ㅋ의 위치와 개수가 적절해 보입니다. 밤과 비와 책이 키운 아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일기장에 꽁꽁 숨겨 놓지 않고 펼쳐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syo 2019-02-19 14:58   좋아요 1 | URL
이쪽이야말로 늘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좋게만 봐주시는군요. 열심히 살아도 산도르 마라이 같은 필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살아서 산도르 마라이 같은 품성을 가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라캉 입문서만 들입다 파다가 배운 것

 

 

1

 

타인의 욕망이 필요하다.

 

 

 

2

 

요즘처럼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날들이 지나고 나면, 조금쯤은 변해 있곤 했다. 소소하고 시시한 변화들이지만, 어쨌든 그런 시간들이 한 움큼씩 모이고 쌓여 천천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참 어리고 어리석을 적 이야기다.

 


 

3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그저 딱 한 뼘만 더 자라고 싶다는 고백 속에 들어있는 작은 욕심은 참 순박하고 귀여워, 만나면 머리를 쓱쓱 쓰다듬거나 어깨를 도닥여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너는 아직 훌륭하구나, 너는 아직 단단하구나, 너는 아직 반짝반짝하구나.

 

 

 

4

 

하지만 그게 너의 말이 아니라 나의 말이 되면 나는 그저 아슴아슴할 뿐이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그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밖에 없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내가 계단을 오를 때 내 눈도 거길 함께 오르는 법이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아닐까 싶을 때, 나는 네 가지 가능성을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하나, 내 눈은 한 뼘 나아갔고 내 발은 두 뼘 나아갔다. , 내 눈은 멈춰있고 내 발이 한 뼘 나아갔다. , 내 발은 멈춰 있는데 내 눈이 한 뼘 물러났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 내 발이 한 뼘 물러났는데 내 눈은 두 뼘 물러났다. 하나이거나 하다못해 둘만 되도 좋겠는데, 알고 보면 셋일 수도 있고, 심지어 넷이 아니라는 법도 없잖아.

 

 

 

5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그저 타인이라고 하지 않고 대타자/대문자 타자라고 했던 것이 후려쳐 퍼져 있는 건데, 그 뜻을 새겨 생각하는 것이 점점 의미를 더해가는 것 같다. 오늘의 짧은 앎일 뿐이라 언제든 정정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의 입장에서 단언컨대, 저 말은 결코 그러므로 남의 시선이 강요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을 찾고 추구하자로 바꿔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그나마) 정상적이고(그 경우 신경증에 걸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그 경우 정신병이나 도착증에 걸린다).

 

세상의 어떤 도 태어나면서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기 때 주어진 다양한 장난감들(타인의 욕망이다) 중에 우주선 장난감(타인의 욕망이다)에 유독 흥미를 가진다. 낮보다 밤이 좋고(타인의 욕망이다) 밤이면 아버지와 함께 하늘을 보며(타인의 욕망이다) 별자리(타인의 욕망이다)를 가리키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타인의 욕망이다)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각종 발사체(타인의 욕망이다)가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타인의 욕망이다) 장면에 심장이 뛰고, 우주를 다녀온 사람(타인의 욕망이다)의 인생에 관한 책(타인의 욕망이다), 우주에 대한 지식(타인의 욕망이다)이 들어 있는 책(타인의 욕망이다)을 읽느라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날 생각한다, 나는 우주인이 될 거야. 그게 내 꿈(꿈이라는 용어, 꿈을 가져야 한다는 관념조차 타인의 욕망이다)이야. 미안한데 아이야, 그건 타인의 욕망이란다.

 

어색하게 읽힌다면, 그것은 철학적 용어인 라캉의 대타자를 일상용어인 타인으로 무지막지하게 치환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 대타자는 내게 특정 생각을 강요하는 타인이나, 다수가 유익하다고 믿는 단 하나의 가치관을 의미하는 용어가 아닌 것 같다(물론 그것들을 다 포함하고 있음에도). 라캉에 대한 긴 이야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자격도 없어서 멈추겠으나, 어쨌든 라캉의 저 말을 진짜로 네가 바라는 걸 하라는 단순한 자기계발적 조언으로 치환하는 것은 굉장한 기만이고, 그 자체가 누군가의 욕망이다. 나의 욕망은 나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것, 남의 욕망을 나쁘고 억지스러운 것으로 치환하는 이분법적 사고다. 네 욕망을 결코 너 혼자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땡겨 쓰나. 그냥 라캉이 그랬다는 말 같은 거 하지 않고 네가 바라는 일을 하라라고 주장하면 충분할 것을, 왜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오려고(타인의 욕망이다), 전문가의 말을(전문가의 욕망이다) 마음대로 조리(이게 당신의 욕망인가)하는 것일까.

 

그리고 무분별한 의 강조는 나는 나라는 생각을 불필요할 정도로 강화한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미친 생각을 머릿속에 심어 넣는다. 나는 결코 나를 속속들이 알 수가 없다. 나 말고는 누구도 모르는 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은 다 알아도 나이기 때문에 결코 나만큼은 알 수 없는 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거울이 필요하다. 내 마음 바깥에 있는 거울이 필요하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그저 모든 거울이 거울을 대주는 사람의 욕망을 포함한다는 피치 못할 사실이다. 그들은 그들의 욕망에 따라 거울의 각도와 곡면, 조명의 조도를 조절하여 나를 비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거울을 결코 버릴 수 없는 것도 욕망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이미지를 받아들면 나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는 또 다른 타인의 욕망)에 따라 부지불식간에 포토샵을 가동한다. 사실 자아포토샵은 의식의 부팅과 동시에 자동으로 실행되며 심지어 '종료하기'메뉴도 없는 아주 괴랄한 어플리케이션이다.....

 

 

 

6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좌절을 수반할수록 건강해지는 것 같다. 아직 괜찮은 사람이 되지 못해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괜찮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기가 어렵지는 않을까? 이성적인 사람일수록 자기 이성을 미친 듯이 의심하고, 합리적인 사람일수록 나야말로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것인지 잘 인식하는 것처럼.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망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경험을 가끔씩이나마 하지 않고, 그저 순탄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주변 풍경을 둘러봐야 한다. 내가 주조할 수 있는 모든 나의 욕망이 실제로는 이런 저런 타인의 욕망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 만들어 낸 작품의 카탈로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타인을 더 많이, 더 넓게,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내 욕망을 내 욕망답게 만드는 일임을 알게 된다.

 

 


7

 

대체 왜 글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는지 모르겠다.....  촉촉갬성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분노로 끝나는가.

 


 

  

 

--- 읽은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지음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지음

지하에서 쓴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김근식 옮김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 하상복 지음

 

 

--- 읽는 ---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경덕 옮김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 차은정 옮김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수학의 감각 / 박병하 지음

캘리번과 마녀 /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 황성원, 김민철 옮김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물고기 2019-02-16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캉 에크리가 나왔는데 가격이 무시무시하지만 주석이 없다고 하니 더 무서워서 고민중이네요 ㅎ

syo 2019-02-16 18:02   좋아요 0 | URL
저 같은 경우는, 제 비루한 지력으로는 어차피 죽을 때까지 에크리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였기 때문에 가격이건 주석이건 전혀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어요 ㅎㅎㅎㅎㅎ 안사안봐 랄지요.....

카알벨루치 2019-02-1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적 감수성, 감수성적 철학의 분위기... 자아포토샵 이란 말이 멋지네요

syo 2019-02-16 20:48   좋아요 1 | URL
보들보들한 걸 쓰려고 시작했는데 왜 저렇게 성토 분위기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네요, 아아 ㅎㅎㅎ

AgalmA 2019-02-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비행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닐 암스트롱은 그런 대타자 욕망이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비행기 장난감을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이 인형이나 리본을 사줬으면 달랐을거다 해야 하나요ㅎ? 머리가 좋았고 엔지니어 일을 하다보니 비행기 조종사도 되었고 그게 또 당시 추진중인 우주 비행 일로까지 엮이게 된. 그가 하던 일들은 대부분 초창기라 대타자 모델이 없었죠. 내성적인 성격으로 치밀하고 냉정한 사고를 했는데 강한 내적 통제력이 그가 성공적인 우주비행사가 된 역할이 컸더군요.
그러니까 환경적인 여러 요인과 그의 성격이 그 사람을 이끈 것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에서 ‘타인‘을 끌어들여 너무 이분법적 분석만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간이 인간 사이에 있으니 그게 가장 큰 요인이긴 합니다만. 프로이트도 그런 한계를 느껴 말년에 문명, 원형(에로스와 타나토스) 같은 것도 고민한 것이었죠.
안 그래도 라캉 <에크리> 번역이 나와서 궁금이 요동쳐서 곧 살 거 같긴한데 이러한 제반의 한계를 그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음 싶네요.

syo 2019-02-17 18:04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이런 글을 쓸만큼 대타자라는 것에 대해 똑바로 알고 있지는 않다보니, 잘은 모르겠지만요. ˝우주비행사˝라는 자리 자체가 어떤 국가/사회/과학계의 커다란 욕망의 소산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닐 암스트롱이 처음부터는 아니더라도 어느 시점부터는 ‘그렇다면 우주비행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면, 그 생각의 근거나 이유, 그로 하여금 최종적으로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든 ‘우주비행사‘라는 자리의 이상적인 형상, 우주비행사가 되면 누릴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예측 같은 것들을 형성하는데 대타자의 개입이 없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그나저나 저는 에크리를 읽고 에크리를 더 모르게 될까봐 읽지를 못하겠어요.....

AgalmA 2019-02-17 18:21   좋아요 0 | URL
<퍼스트맨>을 읽어보면 그가 우주비행사가 된 건 그의 유능함이 마침 잘 맞았단 생각이 들더군요. 국가/사회/과학계의 욕망이 그를 원해서 그렇게 된 거다라고 결과론적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그가 ‘우주비행사 되기‘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우주비행사가 됐다고는 보기 어렵더군요. 그 프로젝트 때문에 죽어나간 사람이 수백명이었고 수시로 친구와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 고작 그런 욕망으로 그가 그 일을 한 건 아녔죠. 나는 예외다! 라고 생각한 오만한 인간도 아녔고요. 달 착륙 첫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매우 불편해하며 우주 비행 일 은퇴 이후 각종 스포트라이트와 인터뷰를 피한 것을 보더라도 그에겐 과시적 욕망이 없었어요. 그는 당시 그 일 자체에 굉장히 몰두해 있었어요.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을.

syo 2019-02-17 18:48   좋아요 1 | URL
일단 닐 암스트롱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거나 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제 욕망이 타인의 욕망이라는 사실 자체가 비난받거나 계도되어야 할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닐 암스트롱이 ‘과시적 욕망‘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갈마님께서 지금 생각하시는 ‘욕망‘과 제가 생각하고 있는 ‘욕망‘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뭔가 하거나 되거나 가지기를 ‘원하게‘ 되는 정서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닐 암스트롱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우주비행사가 되기를 원했는지와 관련없이 ‘우주비행사가 되자‘는 생각을 품은 자체를 욕망이라고 보았어요. 그리고 그가 그 욕망을 품은 시점이 언제부터인지와 무관하게 욕망이 발생한 순간 그 욕망이 대타자의 욕망에 포획되어 있는 상태로 태어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구요 ㅎㅎㅎ

국가/사회/과학계가 최종적으로 그를 원한것도 사실이겠지만요, 제가 말한 국가/사회/과학계의 욕망은 이를테면 우주 개발에서 러시아를 이기고 싶어한 미국의 욕망, 인간의 위대함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회의 욕망, 연구의 영역을 우주로 넓히고 싶어하는 과학계의 욕망 같은 것이었어요. 그런 욕망들이 ‘우주비행사‘가 어떤 일을 해야하며, 어떤 의미이고, 어떠한 차원에서 일종의 ‘위대함‘을 대표하는지 등등, 자기들의 욕망에 부합하도록 우주비행사에 대한 기본적 상을 형성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닐 암스트롱이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은 시점에, 우주비행사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그런 국가/사회/과학의 욕망이 작용한 것이고요.

닐 암스트롱 개인에 대해서 저는 하나도 몰라요. 아무래도 읽어보신 아갈마님의 말씀이 맞겠지요?? 하지만 아갈마님께서 말씀하신 데 제가 100퍼센트 동의한다고 해서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AgalmA 2019-02-17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닐 암스트롱을 옹호하려는 입장에서 글을 쓴 게 아닙니다.
현대사회는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통해 많은 부분 자신을 형성한다는 것에 전면적인 반박을 하긴 어렵죠. 자본주의나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런 것들도 우리가 배운 것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 논지는 외부의 요인으로써만 자아를 결정론적으로 판단할 때 간과할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겁니다. 많은 것을 ‘욕망‘으로 포괄할 때 그게 어찌 보면 인간을 기계론적으로 설명할 위험이 있어서요. 구조주의가 그 때문에 비판당하는 것 아닙니까.

syo 2019-02-17 19:0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구조주의의 함정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제가 그런다고 뭘 알게 될 것 같진 않지만요 ㅎㅎㅎㅎ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일년 쯤 뒤에 이 글을 다시 보면......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2-1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욕망하고 있는 것들이 실은 누구의 욕망인지 궁금해지네요.

syo 2019-02-17 20:39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엔 아마도 끝내 그걸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부모가 어릴적부터 강요해서 변호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고 변호사가 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변호사의 욕망은 단지 부모 욕망의 복제품이 아닐 거예요. 언어, 윤리, 제도, 감정.... 수두룩빽빽한 욕망의 원천들이 총출동해서 내 욕망을 빚는거고, ‘변호사‘라고 후려쳐서 따지면 부모의 욕망이 내 욕망인 것 같지만 기실 그건 언어적 착각이지요.....

그래서 저는 도리어 마음이 편해요ㅎ

반유행열반인 2019-02-17 21:37   좋아요 1 | URL
그쵸...누구 밑에서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는 순전히 운과 우연이 결정하고 그 외의 것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결과일테니...그저 짐작만 할 수 있겠죠. (바람들을 계속 집요하게 파고들지 내려 놓을지는 순전히 내 탓!!)

syo 2019-02-17 23:12   좋아요 1 | URL
자유의지랄지, 확고한 자아랄지 이런 것들에 대해 제가 너무 경기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아직 더 많이 읽어봐야겠고, 더 많이 살아봐야겠어요. 그래봐야 뭐 크게 깨친 인간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서도....

페크(pek0501) 2019-02-1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저를 포함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인간은 저를 포함해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것 같아요. 인간의 기억력은 저를 포함해 믿을 수가 없어요. 인간은 저를 포함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등등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지요?

<지하에서 쓴 수기>는 참신한 작품으로 읽으며 반해 버렸던 경험이 있어서 재독할 책 10위 안에 드는 책입니당~~.

언제나 세상에는 책이 아주 많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시는 syo 님!!!

syo 2019-02-18 09:18   좋아요 0 | URL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언제나 저를 잘 모르겠고, 제 생각이 맞는지도 항상 확신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일정 정도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그저 샘이 났던 걸지도요? ㅎㅎㅎㅎ

몇년 전에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판으로 읽었을 때 정말 너무 지루하고 힘들게 읽어냈거든요. 금방 다 까먹었구요. 이번에는 창비로 읽었는데, 다른 번역이라 그런건지 그 사이 제가 좀 더 자란건지, 이번에는 읽을만하더라구요. 페크님의 말씀에 공감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독서괭 2019-02-18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글이네요.
괜찮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기가 어렵다는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직장에서 보면 진짜 괜찮은 분들은 나는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며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정작 욕심과 자만만 가득한 사람이 그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ㅠ

syo 2019-02-18 09:22   좋아요 0 | URL
인간의 일이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완벽 쪽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처음 변해야 할 것도 역시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나 불신이나 죄다 타인을 더 들여다보면서 고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