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정경湖畔情景 4

 

 

1

 

누군가가 당신과 내가 만든 시간을 노래로 듣는다면, 약속은 그 노래의 지루한 후렴이겠습니다.

 

 

 

2

 

약속은 거짓말보다 값비쌉니다. 이루지 못한 약속이 상한 표정으로 도착하는 곳이 대체로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3

 

닿지 않는 슬픔임을 알면서도 그게 당신의 것이라면 나는 끝내 만지고 싶습니다. 오늘에 와서 보면 결국은 거짓말로 죽어버린 많은 약속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만날 때면 그것들이 다시 와 어른거려 나는 자꾸만 말수가 줄어듭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 빗물을 훔치는 가냘픈 막대기처럼, 나는 당신의 등에서 읽을 수도 없을 뭔가를 자꾸만 닦아냅니다.

 

 

 

4

 

우는 사람이 우는 것밖에 못할 정도로 울음 속으로 깊이 잠겨들면, 그 울음을 보는 사람은 일순간에 보는 것밖에 못하는 불구가 되나 봅니다. 울음인지 울림인지 모를 소리가 아득히 굽이치는 좁은 공간에서, 내 손이 당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동안 당신의 눈물 역시 내 어깨를 어루만졌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한 덩이 별자리처럼, 우리는 두 몸을 포개어 만드는 그 동작이 익숙합니다. 그 울음의 더께를 털고, 껍질을 까고, 안으로 깊이 더 깊이 밑바닥까지 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나를 발견하게 될까봐, 오늘의 나처럼 내일도 나는 미안할 모양입니다.

 

 

 

5 

 

슬픔의 시험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치러왔는데도 새로운 문제는 늘 풀지 못하는군요.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

 

 

 

6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하면 또다시 죄 거짓말이 되고 말까봐, 언제부턴가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만 말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든 것이라고는 별 볼일 없는 한낱 진실이나 진심 따위일 뿐이겠으나, 그 말이 당신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욕심입니다.

 


 

 알코올 홍일표

 

 남몰래 흐느낀다 너는

 입도 입술도 없이

 

 보이지 않아서 더 아픈 때가 있다

 아무 말 못하고 혼자 숨어 우는

 사람이 있다

 자작나무의 얼굴로

 물안개의 젖은 숨결로

 

 밤이 깊어 너의 입술에 도달한 차갑고 뜨거운 속엣말들이 치자꽃처럼 핀다

 흰 달빛의 표정으로

 어디에도 없는 너는

 얼굴을 지우고 머리칼을 지우고

 말의 가장 먼 바깥에서 은밀히 휘발하는 비애처럼

  

 소리를 죽이고

 마음의 색깔도 지우고

 이제는 다 놓아버린 물의 감정들

 오직 투명함으로 너는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간다

 이슬의 어깨가 파르르 떨고

 공기의 입술에 얹어놓은 이름이 휘파람처럼 사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

 물 밖의 어디 먼 곳에 물의 신전이라도 있는 듯

 맑고 가벼운 날개파아란 눈빛 하나로 찾아가는

 아스라이 먼

 모든 슬픔의 정결한 성지

 가슴 한쪽 없는 이들이 그림자를 끌고 혼령처럼 찾아가는 

 

 

 

--- 읽은 ---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 김신회 지음

 

 

--- 읽는 ---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Lo-fi / 강성은 지음

말랑하고 정의로운 영혼을 위한 헌법 수업 / 신주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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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의 기출문제집은 언제나 무용합니다....아...

syo 2019-03-05 21:36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카알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거리던 곳을 안 들어오려니 이거 뭐 닷새가 오만 년 같네요 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3-05 21:37   좋아요 1 | URL
열공하면 어쩔수 없죠 화이팅!!!~맘은 언제나 여기에 있는거 알기에 응원합니다

또 봄. 2019-03-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이 완전 공감되지 말입니다.

칼르페디웸 2019-03-1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너무 슬픈 문장이예요..T..T
syo님은 계속해서 리뷰하면서 나중에 글을 쓸 줄 알았는데.. 아쉽고 아쉬워요..
그건 우리에게 중요하긴 하지만 syo님한테는 예외인줄 알았어요. 재능이 있는데.... 에궁...
슬픈 봄이네요..

칼르페디웸 2019-03-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해 원하시는 것 공부하시면서 성취하시기를 바래요.
어여 복귀하세요. 어여~~ 봄이 너무 잔인하네요T..T
 

 

사슴가슴가슴사슴

 

 

1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

 

언젠가 이 고요함을 그리워 할 날이 오기도 하겠으나.

 

 

 

3

 

하루 종일 활자와 더불어 뒹굴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활자들이 줄지어 벌떡 일어나 귀싸대기라도 차례차례 한대씩 후려쳐주고 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고요하다. 자음은 왼싸대기로, 모음은 오른싸대기로, 구두점들은 턱주가리로 출정한다. 집결지는 인중이다. 거기서 우리는 다시 뭉쳐 하나의 문장이 되는 것이다. 알겠나, 제군들. 살아서 인중에서 다시 만나자. 무운을 빈다.

 

 

 

4

 

바람도 조류도 없고 보이는 거라고는 수평선 밖에 없는 소금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이런 평화, 당혹스럽다. 사랑하는 이의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사슴 같다 말하려 했지만 무심결에 가슴 같다 말하고 만 속셈 빤한 빙충이마냥 당혹스럽다. 인간은 분주할 때 평화를 그리워하고 평화로우면 분탕질을 치고 싶은 동물인가. 아닌가. 나만 그런가. 어허허.

 

 

 

5

 

그러고 보면 김진영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강의 중에 '사건'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입에 올렸던가그런데 그것들은 모두가 책에서 읽고 들은 풍문이고 코드들이었다사건은 그런 책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그건 위기를 만난 마음속에서 태어나는 '사건들'이다이 사건들은 놀랍고 귀하다정신과 몸이 함께 떨리는 울림이 울림은 모호하지 않다종소리처럼 번지고 스미지만 피아노 타음처럼 정확하고 자명하다더불어 글이 무엇인지도 비로소 알겠다그건 이 사건들의 정직한 기록이다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마음의 사건-그건 문장과 악보의 만남이기도 하다.

김진영아침의 피아노, 53 


활자들이 벌떡 일어나 귀싸대기를 때리진 않았으나 걔네한테 맞았다면 아마도 지금 이런 기분일 것이다. 아무 사건이 없었으니 무엇도 억지로 쓰면 안 되겠다. 인중이나 문지르면서, 사슴 따위랑은 비할 바 없이 소중한 가슴에 대해서나 생각하면서, 이 미친 고요함이 지나가기만을 대차게 기다릴 밖에.

 


  새벽 네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도시가 폭격을 맞았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모든 것이 물속에 잠긴 듯저녁에 기이한 적막이 도시를 뒤덮었다폭격기들도 침묵했다.

  저녁 무렵 도시에는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었다교외의 집 몇 채와 불가사의하게도 폭격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종탑만이 온전했다시내 중심가의 유서 깊은 아름다운 옛집들과 대성당은 파괴되었는데종탑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그래서 종지기는 저녁마다 그랬듯이 138개의 계단을 서둘러 올라가 청동으로 주조한 종을 쳤다종소리가 시내 곳곳에 울려 퍼졌다.

  종지기는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그런데 때로는 그런 행동이 전혀 의미가 없다상징도 아니다도시가 멸망하면 상징들도 그 의미를 잃는 법이다그러나 종소리는 울려 퍼졌고폐허 위를 맴돌았다부상당한 자와 죽음을 앞둔 자들도 그 소리를 들었다그들은 평상시에 모든 것이 공허하고 무상했으며도시의 유일한 의미는 벽이 무너져도 침묵하지 않는 그 소리였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물론 종지기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종지기에게는 월말에 돈을 받는 것만이 중요했다그래서 걱정을 하며 이를 악물고 종을 친 것이다그러나 새카맣게 그을린 돌 틈 사이에서 종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진 탓에도시는 폐허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그것을 이해해야 한다종을 울리자.

산도르 마라이하늘과 땅, 122-123


  "농담이 아니에요." 발터가 헐떡이며 웅얼거렸다. "나는 졌습니다항복이에요."

  "졌다라." 라우레아노가 휘 한숨을 쉬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수두룩하게 졌지만 저는 이제 둔감합니다저는 맨날 지지만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브루나 아르파이아역사의 천사, 388-389 


 

 

 

--- 읽은 ---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 읽는 ---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자본론 함께 읽기 / 박승호 지음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 고의관 지음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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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2-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피아노, 읽어야겠당!
읽어야겠어요. ㅎㅎㅎㅎㅎㅎ
이건 속마음 토크 아님.

syo 2019-02-22 13: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중요한 건 마음이 아니라, 정말 읽으시느냐 하는 것이지요!

2019-02-2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02-22 13:05   좋아요 0 | URL
악. 오프라인에서도 제가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고인께 이 무슨 무례를;;
지적해주신 덕에 정정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언가 매일 변화 있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

syo 2019-02-22 22:03   좋아요 0 | URL
와 ㅎㅎㅎㅎ 저는 무언가 매일 변화 없는 삶이 과연 좋은 삶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중인데, 역시 인생 알 수 없군요......ㅠㅠ

쟝쟝 2019-02-25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책읽고 싶당 ㅠ

syo 2019-02-27 21:28   좋아요 0 | URL
이 대사 어쩐지 조만간 나도 치게 될 것 같다......
 


호반정경湖畔情景 3

 

 

1

 

슬픔이라는 덩치 크고 멍청한 단어를 조리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내어놓는 일은 늘 탐탁치가 않지만, 빈곤한 역량은 언제나 나를 탐탁찮은 길 위에 세운다.

 

 

 

2

 

두 종류의 슬픔과 알고 지냈다.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주었으면 싶은 슬픔과 무심코 드러내도 눈치껏 모른 척 해주었으면 싶은 슬픔.

 

 

 

3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정이고, 친절한 친구일수록 마음 구석에 뭉쳐둔 눅눅한 슬픔까지 발견하여 다정하고 온유한 말로 닦아줄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슬픔을 성분 분석하는 일은 과학보다는 미학이 맡은 재주라서, 내 젖은 슬픔과 비슷하게 생긴 타인의 슬픔이 그에게는 부서질 듯 건조한 슬픔일 수가 있다. 위로받고 싶은 슬픔을 무시하는 일은 위험하고, 무시되고 싶은 슬픔을 위로하는 일은 위태롭다. 어쩌면 슬픈 이의 취약한 마음에 내 무딘 지문을 불붙은 인두처럼 뜨겁게 눌러 찍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타인의 슬픔을 만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4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좋은 마음으로, 그러나 명백히 섣부르게 타인의 슬픔을 건드리고 만다. 마치 조금이라도 빨리 그 불길을 잡지 않으면 내 정원도, 내가 공들여 길러놓은 여린 꽃들과 달콤한 열매들도 잿더미가 되어 버릴까 두려워 조바심치는 이웃사람처럼. 슬픔을 역병처럼 다루는 태도가 역병처럼 번져 있다. 감기, 수두, 홍역, 페스트.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합리의 영역에 가져다 놓아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매정한 병명들.

 

한 마음의 매운 기침 몇 번에 그를 둘러싼 모든 마음이 금세 각자의 기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슬픔의 전염성을 성토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자주 슬픈 사람은 그 장면을 조금 더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5

 

너로부터 옮은 바로 그 감기를 내가 앓아도 네 기침 소리와 내 기침 소리가 같지 않듯이, 나의 슬픔이 너를 슬프게 하여도 우리의 슬픔은 같지가 않다.

 

 

 

6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우리가 마주 앉았으나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을 때, 혹은 바라보았으나 눈동자 뒤에 숨었을 무언가를 억지로 꺼낸다든지 짐작하려들지 않았을 때, 나의 슬픔이 나의 슬픔으로 온전하고 너의 슬픔이 너의 슬픔 그대로 드러나 서로의 슬픔이 맞닿되 섞이지 않았을 때, 그런 일이 있었지, 참 슬펐어,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해 주었을 때 가장 힘이 되었다고 일러주고 싶다. 나의 슬픔이 누군가 이미 극복하고 정복한 슬픔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사실이 나약하다고 비난받는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고, 그럼에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군가 슬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퍽 든든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아무리 도망쳐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싸움을 하고 있는 이가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진실을 조용하고 은밀하게 너는 전해주었다. 감추고 싶은 슬픔을 감추는 일이 내 몫이라면 만지고 싶은 슬픔을 만지는 일은 너의 몫이라서 내가 해변처럼 조개를 감추는 동안 너는 성큼 밀물로 왔다가 썰물로 그저 돌아갔다. 아무것도 두고 가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네가 내게 그런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선잠 / 박준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는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박준선잠」 전문 

 

고통이여너는 왜 나를 귀찮게 따라다니는가무엇 때문에 늘 나보다 한 발 앞서서 방에 들어가고너 아니면 기쁨과 안식이 기다릴 침대에 선수쳐 눕는가무엇 때문에 내 손길이 닿는 모든 것에서목을 축이려는 유리컵과 가까이 다가가는 입술 어디에서나 너의 자취가 느껴지는가고통이여나는 너를 가슴에 품고 애지중지하지 않는다너를 부둥켜안지도 않고 네 그림자를 숭상하지도 않는다울부짖으며 너를 부정하고활력을 불어넣어 스스로를 잊게 하는 기쁨을 소리쳐 부른다아름답고 고매한 수식어로 너를 꾸미지도 않으며네가 정의라고 믿지도 않는다다만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너를 혐오할 뿐이다.

산도르 마라이하늘과 땅

 

저는 인간을 좋아합니다이곳저곳 항구를 떠돌며인간의 열기 속에서눈 내리는 날 강아지처럼 천진난만하게 구르고 싶습니다언제 제 생이 다할지 알 수 없지만그날이 올 때까지 소박하고 순수하게 작업에 정진하고 싶습니다.

하야시 후미코저는 인간을 좋아합니다 

 

 

 

--- 읽은 ---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지음

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지음 / 김인순 옮김 

 


--- 읽는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조주관 옮김

슬픈 인간 / 정수윤 엮고 옮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지음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책 쓰자면 맞춤법 / 박태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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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2-1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한 파도가 되어주는 사람과 그런 이를 고마워 하는 슬픈 사람. 두 사람이 참 아름다워요. 마냥 꿈 처럼.

syo 2019-02-11 23:00   좋아요 0 | URL
좋은 사람 좋은 건 알고 알아도 끝까지 알지 못하는 일 같아요. 뒤지지 않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요.

반유행열반인 2019-02-1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 법...제가 조금 일찍 배웠어야 하는 덕목 같아요 ㅠㅠ 친밀함의 적정한 온도 유지하기, 안전 거리 확보 이런 게 왜 이리 어렵고 서툰지... 성질 급하고 쓸데 없이 부지런한 사람들이 남의 슬픔 걷어 낸답시고 먼지털이로 툭툭 털어주다 슬픈 사람 매 맞은 것마냥 눈물 더 빼게 만드는 것 같아요...(반성하는 먼지털이맨 1인...)

syo 2019-02-12 10:10   좋아요 0 | URL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위로가 필요한 인간의 배부른 투정일지도 몰라요. 위로는 받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실낱같은 자립성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랄까요...... 위로가 필요한 어떤 사람도 수동적 대상으로 완전히 전락하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까요. 두 개의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위로하는 사람일 때 적당한 거리를 생각하고, 위로받는 사람일 때 지나친 욕심은 아닌지를 생각하고..... 물론 말처럼 잘 될 리가 없겠지만요.

반유행열반인 2019-02-12 10:18   좋아요 1 | URL
브로콜리너마저-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https://youtu.be/eHG3LQCpVok
노래 제목만으로도...위로 받는 사람도 안 될 걸 알고 위로 하는 사람도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섣불리’를 ‘조심스레’로 제대로 못 바꿀 것 같으면 그냥 입 다물고 주위를 빙빙 도는 편이 나을 것도 같고...조만간 위로할 일을 목전에 두고서 syo님 글에서 힌트를 얻을 듯 말 듯 뭔가 복잡한 마음이네요.
 

전하, 신에게는 아직 두 장의 수면바지가 있사옵니다

 

 

1

 

범인을 검거하였습니다.

 

 


2

 

syo, 그는 석 장의 수면바지를 가진 남자다.

 

(1) 올해도 가을은 이렇게 오시는 듯 가시는구나 싶을 때쯤 꺼내 입기에 적합한, 사각형 패치 무늬에 큼직한 별이 듬성듬성 박혀 있는 아이 : 별바지

(2) 또 한살 더 먹는 거야? 이렇게 한 것도 없는데? 싶을 때쯤 꺼내 입었다가 또 한살 더 먹었구나. 올해도 별 건 없겠지 싶을 즈음까지 애용하는, 밤하늘 빛 바탕에 똥그란 털덩어리 양과 별과 달이 송송 박혀 있는 아이 : 밤바지

(3) 마지막으로 최고의 두께감과 풍성한 기모 안감을 장착, 이 바지가 무너지면 이번 겨울은 그냥 와장창 무너지는 거라고 봐도 무방한 최종병기 두꺼운 아이 : 막바지

 

 

 

3

 

수면바지 착용 기간을 11-12-1-2-3 로 잡았을 때, 바지의 보온력과 기온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착용 순서는 당연히 별----별 이 되겠으나, 현실적으로는 별-별밤-밤막-막밤-별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실제로 1, 2월 추위는 밤바지와 막바지가 최선을 다해 방어해주는 중이다.

 

헐벗고 부끄러운 하반신을 처음 목도했던 얼마 전 그 기상장면에서, 간밤에 쳐들어 온 웬놈에게 무참히 정복당하고는 비몽사몽간에 패배의 증표로 수면바지를 공물로 바치옵니다, 하고 인형머리 위에 걸어놓았던 것은 아닐지 상상해보기도 하였으나 그럴 리가, 결국 제풀에 벗어 던졌겠지. 하지만 왜? 대체 왜 이런 몹쓸 짓을?

 

 

 

4

 

의문을 해소하는 데는 며칠의 시간이 필요했다. 밤바지가 빨래통에 들어가고 막바지를 입고 자는 동안, syo의 아침은 하루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그런데 막바지가 빨래통에 들어가고 다시 밤바지를 착용한 바로 그날부터 다시 새벽의 탈의쇼가 시작된 것이다. 아하, 너였구나, 밤바지! 잡았다, 요놈!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은, 밤바지보다 막바지가 명백하게 방어력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땀은 왜 밤바지가 흘리는가...... 혹시 보송보송 귀여운 양 그림 때문일까?

 

 

 

5

 

밤바지는 일단 유배형에 처해졌다. 밤바지에게 사약을 내려야 하는가를 놓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전하, 어찌되었건 저 바지 때문에 하반신이 군기를 어지럽히고 공연음란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 처단하는 것이 마땅한 줄로 아뢰오...... 하오나 전하, 아직 저 창 밖에는 동장군의 사기가 드높고 공격이 매섭사옵니다. 현재 전장의 수면바지 보급 상태가 그리 넉넉지 않사오니 부디 통촉하시옵소서...... 그렇다면, 경이 직접 말해보라, 대체 이 난국을 어찌 타개하면 좋겠는가.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신에게는 아직 두 장의 수면바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6

 

재활용 의류수거함에 담긴 옷들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산다불멸의 신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내 영혼 안에는 인도의 온갖 지혜가 자리하고 있지만한번은 카페에서 술 취한 돈 많은 사업가와 주먹질하며 싸웠다나는 몇 시간씩 물을 응시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뒤좇을 수 있지만어느 주간 신문에 내 책에 대한 파렴치한 논평이 실렸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다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의 형제지만신문에 오른 참석 인사의 명단에 이름이 빠져 있으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나는 숲 가에 서서 가을 단풍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에 의혹의 눈으로 꼭 조건을 붙인다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그리고 사랑을 믿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들과 함께 지낸다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인 탓에 하늘을 믿고 땅을 믿는다아멘.

산도르 마라이 지음하늘과 땅


날 둘러싸는 이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숨 좀 쉬게 내버려둬!

창문을 다 열어젖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창문보다 더 많이모두 열어!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페소아와 페소아들

 

 

 

7



1845년 3월 24일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스또예프스끼는 이 전환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글을 쓰지 않을 때 무슨 일을 하는지 형도 궁금할 거야독서를 해끔찍할 정도로 많이독서는 내게 기괴한 영향을 줘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힘이 솟아나서 모든 것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그것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얻게 돼. (......) 문학에 관해선 나는 2년 전의 내가 아니야그때 난 어린아이 같았고 엉터리였지. 2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또 많은 것을 잃었어.

이병훈 지음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73-74

 

끔찍할 정도로 많이 한다고 자랑스럽게 진저리를 칠 수 있다니, 끔찍할 정도는 대체 얼마 만큼일까?

 

잉여킹으로 살아온 기나긴 세월을 책으로나마 눅여보겠다고 설치긴 했지만, 사실 누구도 내가 읽은 양을 끔찍하다고까지는 생각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래서 syo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니라 syo가 된 것이다. syo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닌 150709180198번째 이유가 발견되었군. 아무래도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겠어.

 

방구석에 처박혀 독서하는 일상에 들어선 것이 100퍼센트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그런 사정과는 무관하게 어쨌든 얻은 것이 있고 잃은 것이 있어서, 인간 본성상 저울질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어느 쪽이라고 밝히진 않겠지만) 너무 치명적으로 무거워서 양팔 저울이 무슨 사다리마냥 벌떡 섰다. 삐딱하게 선 그 꼴이 보기에 건방지지만, 그게 누구 탓인지 생각하니 어쩐지 슬퍼져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군다...... 대체 나는 왜 이 따위로 사는가,

 

라고 또 쓰고 앉았다.

 

그리고 다 쓰고 나면 또 뭔가를 읽어 대겠지. 쯧쯔......

 


 

오랫동안 연필을 쥐고 있다가 난 결국 쓰는 사람이 되었다사람과 사람이곳과 저곳 사이보이지 않는 많은 선들을 지워가는 그런 글을 언젠가는 쓸 수 있겠지 느긋하게 생각한다꿈을 연필로 써나가는 일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조경란 지음소설가의 사물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혹은 '이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에서 '이런 글'과 '이런 그림'이나 맡을 예정이다글과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없다면 자신감이라도 주면서 살고 싶다.

정은우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습작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작가의 삶이다. (박완서)


아이 씨어떡하지.

이경미 지음잘돼가무엇이든 

 

 

 

--- 읽은 ---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이병훈 지음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한민 지음

 

 

--- 읽는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조주관 옮김

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지음 / 김인순 옮김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지음

슬픈 인간 /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정수윤 엮고 옮김

열두 발자국 / 정재승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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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0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끔찍하다’가 ‘정성이나 성의가 몹시 대단하다’라는 뜻도 있었어요. 저는 ‘끔찍하다’가 참혹한 정도를 의미한 건줄 알았어요. syo님의 독서는 전자의 의미에 가까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

syo 2019-02-10 18:37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 아마도 전자 반 후자 반 섞은 뉘앙스로 쓴 것 같은데요?
시루스 박사님이야말로 전자의 ‘끔찍한 독서‘를 대표하는 인물형이지요.

전 솔직히 후자쪽이 더 탐나긴 하는데, 전자건 후자건 ‘끔찍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요.ㅎㅎㅎㅎ

stella.K 2019-02-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 책 끔찍히 많이 읽는 거 인정!
그런데 누가 인정하고 안 하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스스로가 많이 읽는다면 많이 읽는 거고,
조금 읽는다면 조금 읽는 거죠.
우리 이제 누구와 비교하고 그러지 맙시다.
난 그러려구요.
누구와 비교하면 전 한없이 뒤쳐지는 사람입니다.
그냥 나에게 알맞으면 그것으로 되는 것 같아요.
난 분명히 스요님이 언젠간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게 남들 보기엔 늦는 것 같아도 스요님께 가장 적당할 때 찾아질 겁니다.
단지 책 읽는 건 조금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 세상에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뭐 천에 한 두명 있을까 말까한 일이겠지만.
별얘기 다합니다. 그냥 방해 공작으로 여겨주시길...ㅎㅎㅎ

저도 수거용 의류함의 의류가 궁금하긴 한데
말에 의하면 괜찮은 건 수선해서 제3세계로 수출 나간다는 말도 있고,
또 담요 만드는데 들어간다는 말도 있고,
그런데 구멍난 내의류 같은 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ㅋ

syo 2019-02-10 18:43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께서 저 힘내라고 끔찍하게 읽는다고 인정해주셨거늘, 전혀 기쁘지 않은 걸로 봐서 제가 바라는 것도 역시 그게 아니었나 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나라는 인간은??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뒤이어 하신 말씀들(특히 책 줄이라는 말씀)은 어쩐지 힘이 나네요 ㅎ
진짜 뭐지? ㅋㅋㅋㅋㅋㅋ 사실은 책 줄이고 싶어서 저러는 거였을까요? ㅋㅋㅋㅋ

stella.K 2019-02-10 18: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렇다면 그런가 보죠.
물은 물이고, 산은 산 아니겠습니까?ㅋㅋㅋ

2019-02-10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0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2-1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나귀 반바지도 아니고 밤바지ㅎㅎ 웃겨요.

왜 이따위로 사는가 하셔서...
“박완서 문학이 묘사해내는 생활 감각은 탁월해서, 이웃의 갈망이 낳는 소소한 내면적 불편과 갈등이 잘 그려진 선생님의 소설을 읽고 나면 ”왜 이렇게 사나“하고 흔들리고는 했다.”(전성태) 『멜랑콜리 해피엔딩』중

데이비드 실즈가 페소아 『불안의 서』를 ˝동반 자살 약속에 첨부된 아포리즘˝이라고ㅋㅋ 페소아를 다자이 오사무 급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실즈의 표현에 반박은 안 되는ㅜㅋㅜ;;



syo 2019-02-11 00:31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대목에 공감이건 뭐건 할려면 얼른 『불안의 서』를 읽어봐야 할 텐데요......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왜 이 따위로 사는가 222222

무식쟁이 2019-02-1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게 쇼님을따라 내 수면바지에 이름을 붙여보고 있다. (분명 나뿐은 아닐터!) 내바지는 소바지. 대체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

syo 2019-02-11 00:36   좋아요 0 | URL
물건에 이름 붙이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대요!
그리고 프로필 사진에 멍뭉이 쓰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대요!

와..... 쟁이님.....

무식쟁이 2019-02-11 00:53   좋아요 1 | URL
제가 좀 무해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유해한 사람을 보면 앙!! 뭅니다. 제가 오늘 읽은 책이 뭘까요~ (대체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222)

syo 2019-02-11 00:58   좋아요 0 | URL
정답! 최은영??

무식쟁이 2019-02-11 01: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또 열심히 맞춰주시고ㅋ
수학과교수님께서 초등학생 구구단에 장단맞춰주시는 훈훈한 광경 ^^
 

 

당신의 곁에서 나는 나의 일을 하겠습니다



1

 

불알친구 콘칩이 득녀하였다. , 콘칩이. syo와 콘칩과 이누는 올해로 24년차 공인인증 절친인데, 우리는 함께한 23년 가운데 20년 가량을 콘칩 저 거친 짐승을 데려갈 자 그 누구인가를 안건으로 하여 술자리를 데우곤 했다. 그런 그가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함으로써 syo의 오래된 무신론적 믿음을 거세게 뒤흔들더니,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일사천리로 아빠까지 되었다. 축하합니다.

 

아빠와 엄마에게서 한 글자씩 딴 이름을 가진 우리 조카님은, 초상권 문제로 사진을 올릴 수가 없어서 아쉬운데, 굉장히 득도한 표정으로 신생아실 침대에 누워 있다. 초연함과 지루함 사이 어디쯤 있는 표정으로 45도 우측 상방을 응시하고 있는데, 마치 세상에 두 번쯤 태어나 본 아이 같다. , 기껏 나왔더니 또 이 세상이네, 혹은, , 이 세상 전에 봤던 건데.

 

이미 미운 여섯 살 딸 아빠 협곡을 지나고 있는 이누는 모유수유(자기네들이 할 것은 아니지만)에 관한 정보부터 시작하여 금쪽같은 꿀팁을 단톡방에 날려댔고, 감동으로 끓인 도가니탕을 아직 다 비우지 못한 콘칩은 그 꿀팁을 받아먹느라 여념이 없다. 점차 syo는 소외되었고...... 결혼 전이지만, 결혼을 해도 애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는 syo에게 저놈들이 주고받는 꿀팁은 그저 와이파이 폐기물일 뿐이었고...... 웬만하면 갠톡 열고 꺼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좋은 날 그러기도 힘들고....... 결국 윤회론의 증거일지도 모를 우리 조카님 사진이나 계속 쳐다보며, 그저 소심하게 얘들아 볼륨 좀 낮춰주겠니,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마무리 지으니까 되게 구슬픈데...... 더 쓸 말은 없고.

 

 

 

2



삶을 진열하고자 하는 이들은 책으로 벽을 쌓는다진심으로 살고자 한다면 '타인의 나'로부터 '자신의 나'를 세우는 일이 독서의 본연임을 인정하고 책과 인간 사이에 무엇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누군가의 책장을 곰곰이 살펴보면 찾을 수 있는 삶의 단서 같은 것이 있다이러한 관찰로부터 우리는 그 사람의 소망과 절망이 그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김현진진심의 공간, 188


책이 우리를 연결해주리라는 비전에 나는 늘 회의적이다. 책이 인간을 바꾼다는 말도 별로 믿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 시점까지 살아낸 인간에게라면 책은 기껏해야 변화를 위한 방아쇠는 될 수 있어도 화약고가 되지는 못한다. 책이 다이너마이트 스위치일 수는 있어도 실제 다이너마이트는 일상이 준비해야 한다. 우리를 연결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우리고, 인간을 바꾸는 것 역시 책이 아니라 인간이다. 연결되지 않을 사람들은 저마다 수천 권의 책을 읽고 다시 만나도 우리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되지 않아도 될 이유만 잔뜩 찾아낸다. 점점 똑똑해지면서 점점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게 되고, 남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크기의 미세한 변화를 반복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진화하고 있다고, 나는 고인물도 꼰대도 아닌 역동적인 인간이라고 착각한다. 책은 책으로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으나, 인간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결코 인간을 만나지 않고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없다.

 

책 읽는 사람은 서재와 내면 양쪽에 있는 자신의 책장을 세상에 내보이는 일에 망설임이 없을수록 더 좋은 독자가 된다고 나는 믿는다. 읽고 쓰는 일이 그렇다. 글의 생김새는 삶의 생김새를 따라가므로, 부득이 졸렬한 내 글이 역시 부박한 내 삶을 노출할까봐 조바심하는 일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쓰는 것은 아마 더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을 넘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겠다.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저 밖에서 저희들끼리 만나 시시덕거리게 놔두는 건 어떨까요어차피 세밑이잖아요들뜬 마음들이 들뜬 마음들을 찾아다니는...... 들뜬 마음들은 저희들끼리 한껏 들뜨도록 놔두고 우린 우리 얘길 하죠.

김정선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아주 나중에 내가 나무가 되고 나의 동족이 사람이 되었을 때그가 너무 외로워 혼자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를 바라본다면와서 꼭 껴안는다면불행하게도 그가 시를 쓰고 있다면그런 것을 쓰고 있다면그의 가슴이 두근대는 소리가 뿌리부터 가지까지 온몸에 퍼진다면언젠가 숲에서 내가 안았던 나무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가만가만 흔들리는 게 전부겠지.

 

그가 나의 피부를 조금 벗겨 가 거기에 편지를 쓰고 그걸 누군가에게 주고 그 사랑이 끝나고 절망하고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죽고 어떤 혹독한 겨울에 태어나고 어쩌면 나무가 되고 우리가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만날 수 없다고 해도 이 이상한 병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따뜻하겠지.

 

살아라지금처럼 살아라바람을 시켜 등을 밀어 주는 거.

손미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이상합니까?

 

 

 

3


 

지금까지 살면서나는 운 좋게도 온갖 부류의 비범한 사람들과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국가 원수발명가음악가우주인운동선수교수기업과화가와 작가선구적인 의사와 연구자... 그중(비록 충분한 수는 아니었지만일부는 여성이었다그중(역시 충분한 수는 아니었지만일부는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종이었다어떤 사람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거나우리 같은 보통 사람의 눈에는 불공평하리만치 역경으로 점철된 것 같은 삶을 살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특권이란 특권은 다 타고난 사람처럼 살아냈다내가 그들로부터 배운 교훈은그들에게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성공한 후에도 대형 경기장을 메울 수 있을 만큼 수많은 비판자와 회의론자가 따라붙는다그들은 그가 사소한 실책을 저지를 때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외친다그런 소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그 소음을 견디는 법을대신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목표를 꿋꿋이 밀고 나가는 법을 터득했다.

미셸 오바마비커밍, 99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누구에게라도 그랬다. 헐벗은 이에게 내 옷을 벗어주거나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기꺼이 대신 굶주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역량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는 것들에도 뛰어들었다. 가끔은 내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실패하고 슬퍼했다. 나는 늘 기대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한다.

 

저 긴 대목을 읽으면서도, 나는 마지막 한 줄에 오래 머문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여’. 버락은 드물게 좋은 사람이었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이었다. 버락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미셸은 버락의 가능성을 진작 믿었으나 버락의 주변에서 버락을 믿어주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말로 하자면 괜히 거창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고, 거기서 한 뼘만 더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할 때 꿋꿋이 밀고나갈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고, 성공도 실패도 함께 지나가는 사람이 되는 일, 그건 쉽지 않다. 누구에게 물어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는다. 쉽지 않은 일에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모두가 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선택지가 던져지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품성에 달린 일이라 말하며 쉽게 포기할 때가 많다. 품성의 탓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자연스러운 성향을 억누르면서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냐는 질문으로 쉽게 도피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좋은 사람이 되려는 꿈을 방해하는 내 가장 위협적인 적들이다.

 

나는 우선 옆, 내 옆을 봐야한다.


  공격성을 증오로 바꾸는 현대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문명화된 사회제도의 규모와 복잡성이다인간이 스스로를 커다란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그는 공격적 자아를 확인하고 적절한 자부심과 존엄성을 지킬 기회를 박탈당한다그의 무능감은 유아기 초기에 느꼈던 무력감과 나약감을 다시 일깨우고이는 그의 표출되지 않은 정상적인 공격성을 증오와 분노로 변질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독자적으로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공예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조직 구성원보다 동료를 적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낮다.

  아주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거대 집단은 힘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데 소홀하다인간은 비교적 작은 공동체에 속해 살면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고 자신의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데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보다 행복하다.

앤서니 스토공격성인간의 재능

 

이기주의는 누군가의 딱한 처지를 ''라는 거품에 쌓인 작은 산으로 뒤덮어 버린자기만을 의식하는 중대한 실책이다나 자신을 하나의 세계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치명적인 환상으로 위태롭게 흔들리지만이내 곧 다시 만들어진다하지만 이 환상은 어누 누구도 속이지 못한다어느 것도 자신을 꿰뚫고 구성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주의는 공허하게 현실이 뜻대로 될 것이라 낙관하며 속세의 성공을 대사건의 차원으로자신의 죽음을 엄청난 천재지변으로 확대해석한다만약 이기주의가 불행을 만든다면 불행은 이기주의를 만든다.

라파엘 앙토방철학자 사용법

 

 

--- 읽은 ---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지음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지음

경제학의 모험 /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 김진원 옮김

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지음 / 김명남 옮김

 

 

 

--- 읽는 ---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정지혜 지음

키 재기 외 /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임경화 옮김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지음 / 이정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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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숲 2019-01-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의 공간》이 ‘읽는‘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계속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읽은‘으로 올라왔고 글도 쓰셨네요. 읽고 좋았어서 반갑네요. 잘 읽고 갑니다~

syo 2019-01-18 18:37   좋아요 1 | URL
하림 님께서도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진심의 공간》은 좋은 책이잖아요. 저 좋은 책을 놓고 부족한 글을 찌끄리게 되어 탐탁지 않았었는데, 말씀 듣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설해목 2019-01-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도 참 좋네요. 좋아.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부대끼는 사람들이 오늘은 달리 보이네요. ^^
좋은 사람되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주말 뿌듯하게 보낼 듯합니다. ^^

syo 2019-01-18 18:41   좋아요 1 | URL
뜻밖의 감사표시를 받거나 칭찬을 듣게 되면, 내가 하루하루 정말 쬐에에에에끔씩이나마 좋은 사람이 되고 있구나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땐 하루가 통째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ㅎㅎㅎㅎ

설해목님의 따뜻하고 뿌듯한 주말을 기원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19-01-1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것. 이 문장 뿐 아니라 구절구절 마디마디 너무 좋네요.

조카님은 이제 영원히 그 카톡방의 지배자가 될 거예요. 귀염둥이 역할은 이제 syo님에게서 그 조카님에게로^^

syo 2019-01-18 18:46   좋아요 0 | URL
단톡방의 지배자는 대환영입니다. 그 지배자는 글쎄, 눈을 뜨고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단톡방에는 애초에 귀염둥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맞는 말도 참 싸가지 없게 하는 되바라진 ㅅㄲ‘를 맡고 있었어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1-18 18:48   좋아요 0 | URL
눈을 뜨고 태어났다는 아기 이야기..... 거짓말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낳아봐서 아는데요. 진짜 그런 아기 있더라구요. 저랑 같이 사는 중 ㅋㅋㅋㅋㅋㅋ

syo 2019-01-18 18:5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우리는 이 대목에서 다시 ‘한국 눈 뜨고 난 아이연합‘을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이름하여 ‘한눈뜨아‘.....

와 재미 들렸어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구를 찾아야한다

단발머리 2019-01-18 19:10   좋아요 1 | URL
진짜 진짜 그러네요!!
일단 가입신청서 팩스로 보내주세요.
엄마는 자동가입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1-1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좋아.

syo 2019-01-19 09:12   좋아요 0 | URL
어째서 일주일 째 침묵중이세요...ㅠ

반유행열반인 2019-01-19 11:23   좋아요 0 | URL
책으로 글쓰는 사이트에 완독한 책이 없으니 그렇게 됐네요...어째서 완독한 책이 없냐 하면 간 밤의 저 댓글 달기 직전 상황이-9개월짜리가 자다가 온통 토해서-이불이며 베개커버며 애벌빨래로 털어내고-새 이불이며 옷가지며 다시 깔고 입히고-그 사이 통곡하는 9개월짜리를 다시 젖 물려 재우고-탈탈 털린 멘탈로 syo님 글을 읽으니 문장과 마음과 발췌글이 모두 다-좋네요, 좋아. 하고 평온을 찾은 상황이었는데 상황적 맥락은 커녕 목적어도 못 붙일 만큼 마음과 몸의 여유가 없었네요. 힐링 포션같은 좋은 마음과 좋은 기운과 엄선된 문장들을 담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syo 2019-01-19 18:35   좋아요 1 | URL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거 아닐까요. 일체가 오직 열반인님의 마음에 달린 일이라, 제가 쓴 해골물도 달게 들이켜시는 것 같아요. 이렇다면 이건 해골물이 원효대사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죠. 감사합니다 ㅎㅎㅎ^-^

2019-01-19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01-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콘칩님, syo님이 축가 불러주신 분 아니었나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우선 옆, 내 옆을 봐야한다.- 알면서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syo 2019-01-20 09:3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바로 그 콘칩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다 득녀까지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게 다 제가 축가를 망한 덕분이지요!! 으하하하하.....

페크(pek0501) 2019-01-2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향이 약간 다른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 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의 글이 되면 좋겠어요.
불헹에 처한 사람이 제 글을 읽고 덜 불행하게 생각되게 만드는 것. 우울한 사람이 제 글을 보고 웃게 되는 것.
제가 너무 오만에 빠졌나요?

제가 발레로 키가 1센티미터 자랐다고 하니까 의외로 좋아하시는 분의 댓글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어 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운동을 통해 키가 클 수 있다면 희망적이라는 거죠. 이런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글. 제가 또 오만에 빠졌나요? ㅋ

syo 2019-01-20 12:10   좋아요 1 | URL
˝내 글에 그런 힘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오만이지 않을까요.

페크님의 말씀은 ˝내 글에 그런 힘이 있어야 한다˝ 혹은 ˝내 글에 그런 힘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뜻인 것 같은데 어떻게 오만이겠습니까.

저는 페크님과 제가 말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저는 제 옆에 있고 제가 만질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랄까요.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이에겐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움직임으로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테니 그런 것들을 고민해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