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잔에 끓인 물을 따라 부으면 금세 사라지는 물방울 만들며 천천히 잔은 차오르고, 수면의 키가 자라면 잔은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고, 아쉽게도 물은 금방 가득 차고, 잔 너머 쌓아놓은 책들과 그 등에 박힌 이국 작가의 이름들이 굴절되어 일렁이고, 잔의 꼭대기에 올라선 물은 하염없이 머리칼을 풀며 흩날리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 그 따뜻하고 진 머리칼들 안경알에 칭칭 휘감겨 사물이 온통 희부옇게 번지고, 고개를 들면 성에는 새처럼 얼른 날아가 세상은 다시 자기 자리를 잡고, 손잡이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손바닥으로 잔을 감싸 쥐고, 뜨겁고,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의 옆구리를 손톱으로 두드려 보고, 한 모금을 더 마시고, 잔의 옆구리를 다시 두드려 소리가 옷을 갈아입었는지 확인하고, 또다시 한 모금, 이번에는 더 큰 한 모금을 마시고, 그러는 사이 뜨거움은 눅어 견딜만한 따뜻함이 되고, 나도 모르게 뜨거웠던 이름과 견딜 만큼 따뜻했던 이름들을 떠올리는 사이 조금씩 잔은 제 몸을 비우고, 잔의 안쪽으로부터 밖을 내다보며 눌린 손가락, 눌린 손바닥의 지문이나 손금 같은 것을 오래 들여다보기도 하고, 무언가 오래 뒤로 밀어 놓았던 이야기들이 슬쩍 보이는 것도 같고, 이제 도리어 내 손이 온기를 빌려주어야 할 정도로 잔은 식어버리고, 내려놓고, 그 너머로 여전히 굴절중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눈에 마음에 힘을 빼고도 읽을 수 있는 작가들의 이름이 보여, 나는 다시 그 책을 펼치어 읽었습니다.

 

 

그때나는 묻는다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그때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발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181116 181130 : 28 권



1. 아무튼, 트위터

: syo같은 애정결핍범은 SNS의 압력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더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하는 이들의 삶 역시 하는 이유가 있는 삶이었고, 그에 따라 조금은 불안해졌다. 나만 멍충멍충 사는 건 아닐까. SNS를 해서 생기는 이해득실의 문제가 아니라, 하는 이들의 생활, 문화, 사고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2.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 시인의 산문은 얕보기 어렵다. 벌컥벌컥 읽다가도 덜컥덜컥 멈추고, 되짚고, 뒤늦게 탄식을 하기도 한다. 손미 시인의 이 산문집을 휘감은 제일 큰 정조는 아무래도 외로움이겠고, 외로운 이야기는 종종 외로운 이들을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하므로 우리는 아무쪼록 이 책을 조심해야 하겠다.

 

3. 심야의 철학도서관

: 인물들의 대화가 일어나는 장소가 도서관의 철학서가라서 이런 제목이 붙었지만, 철학책은 아님.

: 톨렌스와 포넨스라는 두 인물이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데, 마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는 것 같다. 끝까지 읽었지만 고도는 오지 않았고, ‘의식역시 끝내 오지 않았다......

 

4.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

: 마르크스를 다룬 부분보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나 엥겔스에게 할애한 데가 더 의미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뭐 되게 상세하지는 않지만. 마르크스 파트는 되레 부실한 데가 있고, 한형식 선생님의 <맑스주의 역사 강의>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가볍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많은 독자들에게 이 책이 외려 더 나을 수도 있겠다.

 


5. 혼자를 위한 미술사

: 혼자가 되어 그린 그림 앞에 선 인간은 혼자가 된다. 사적인 그림일수록 그린 사람 이외의 그 무엇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런 그림에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우게 되기도 한다. 미술사의 시기시기를 작풍이나 기술로 구분하지 않고 개인에 깊이 침잠해들어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의외로 유익하다.

 

6. 오늘도, 무사

: 책방 하는 모든 이들의 무사를 기원한다. 이들은 존재 자체가 사회를 위한 헌신인 고귀한 사람들이다. 책방 많은 사회가 모든 면에서 나은 사회다. 그보다 더 나은 사회는 딱 하나다. 그 많은 책방이 잘 살아남는 사회.

 

7. 지구 온난화 이야기

: 균형 있는 입문서라는 것은 이런 것이로구나. 단지 10년 된 책이라는 것, 작금에 심화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서는 10년이 말도 못하게 긴 기간이라는 것이 좀 아쉽다.

 

8. 위대한 사상들

: 뻔뻔하다. 뻔뻔할 만도 하달 만큼 좋은 글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집어던졌을 것이다.

: 위대한 사상가 10, 위대한 시인 10, 최고의 책 100,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인류라는 개념을 보는 틀이 좁다. 동양의 사상가나 동양의 시인도 들먹여는 놓았지만, 정말 들먹인다는 느낌, 자신이 개방적이고 동양까지 아우르는 시야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들러리로 세워놓았다는 느낌, . 그러니까, 틀렸다는 게 아니라 틀렸으면 좋겠다 싶다.

: 읽고 있으면 같은 사피엔스의 1인으로서 뿌듯함이나 벅차오름 같은 걸 느끼기도 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광대한 우주를 맞닥뜨려 스스로의 먼지스러움을 자각하게 만들려고 했나 싶은 느낌인데, 그렇지, 우주 앞에 선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 근데 당신이 우주는 아니잖아요. 글은 정말 잘 쓰시네요. 정말 글 잘 쓰는 먼지시네요. 부러워요.

 


9. 애덤 스미스 국부론

: 이상하지. 국부론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짜 읽어봐야 될 건 국부론 아니라 도덕감정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상하지, 참 이상하지.

 

10. 이제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 엔도 슈사쿠의 책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를 되게 재밌게 읽었던지라 되게 기대하고 되게 빨리 빌려서 되게 빨리 읽기 시작했는데 되게 빨리 실망하고 엔도 슈사쿠에 대한 흥미를 되게 잃었다.

 

11. 그들은 왜 더 행복할까

: 다 읽었는데 그들처럼 행복하기 위해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민 말고는. 그 사실 자체가 그들이 행복한 제일 큰 이유 같다.

 

12.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 syo는 오늘날 우리 지구가 이 모양 이 꼴인 게 우리가 한계를 몰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수백 수천의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현재 보유한 기술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한도로 정밀하게 고안해 낸 지구 한계치가 이미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모른 척 하거나 우물쭈물 하다가 망하는 것이다.

 


13. 이명헌의 과학책방

: 한 권을 읽으면 수십 권을 읽은 꼴이 되는 무거운(무서운) 책이다. 진도를 쭉쭉 빼지 못하는 까닭도 같다. 소개된 책들 가운데 너무 옛날 책이 많은 것도 이유겠지만, 어쩐지 이것만으로도 너무 배가 부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원전들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건 장점인가 단점인가.

 

14. 고인돌, 역사가 되다

: 갑자기 왜 고인돌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알고 싶었던 만큼보다는 훨씬 더 많이 알아버렸다. 까먹겠지만. 그래도 어느 날 또 갑자기 고인돌에 대해 알고 싶어지면,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 책을 알았으니 그걸로 된 거지.

 

15.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 해야 할 이야기가 명확하고 그 말을 뒷받침하는 명분이 충분하면 글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뻗어나갈 밖에. 환경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의외로 선명하다. 단지 먹고사니즘에 치여 그 길을 가지 못할 뿐. 진단과 처방이 잘 버무려진 글들이지만 문제는 진단을 받으러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다는 점이겠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너무 적다.

 

16.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사 명장면

: 역사책을 읽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영화를 기대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스틸사진이다. 장면은 더없이 선명하고 세밀하게 포착되었지만, 그만큼 서사가 빈곤하다. 남는다면 지식으로 남겠으나 남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겠다.

 


17. 왼손은 마음이 아파

: 퇴보일까, 건성일까? syo는 마음이 아파.

 

18. 문명의 그물

: 유럽의 역사를 씨실로 꿰었다. 질이 좋은 씨실이다. 최고의 씨실이 갖추어졌으니 이제 날실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아름다운 직물이 될 것이다. 그래야 아름다운 직물이 될 것이다. 더 읽어야 한다.

 

19. 과학 같은 소리 하네

: 생각해보면,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굉장히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단어를 공학자나 과학자보다 입에 더 많이 올렸던 이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거나 대충 아는데도 모르는 게 없거나 완전히 아는 것처럼 말했고, 우리 사는 모양새는 이 모양 이 꼴이다. 과학과 공학이 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전에, 혹은 그러기 시작할 때, 우리가 그것들을 다 알고 있으면 참 좋겠으나 녹록치 않다. 모르니까 우리는 잘 속을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속이는 놈들도 잘 모르는 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실을 검증하는 법, 믿을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 통계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을만한 기초적 안목, 뭐 이런 간단한 지식들 아닐까? 이 도구들은 생각보다는 얻기가 쉽다. 성의의 문제에 가깝다.

 

20. 에디톨로지

: 표지에는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쓰여 있지만, 실은 편집은 창조다정도를 겨우 증명한 책이 아닐까? 다양한 지식들로 편집된 이 책이 창조되었다는 것이 그 증거. 그리고 그게 끝인 것 같다. 읽는 내내 아, 결국 저 말인데 뭘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21. 마흔에게

: 뭐 그다지 눈에 띄는 이야기도, 마음에 확 들어오는 이야기도 없는 단순한 에세이집. 주제는 늙는 법이고 원제 역시 마흔이라는 똑 떨어지는 숫자와 상관이 없는데도 번역하면서 제목에다 굳이 마흔을 타겟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이렇게까지 드러내는 이유를 알고 싶다.

 

22.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 늦게야 정이현에 눈뜬 것 같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랄지, <달콤한 나의 도시> 같은 작품으로 명성 떠르르하던 시절에는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의 건조한 문장이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언제든 추락할 것 같은데 추락하지 않고 가늘게 떨리기만 하는 문장 위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다가 불시에 뚝, 하고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23. 비상문

: 인간은 언제나 다른 인간에게 하나의 질문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인간의 죽음은, 또한 그 죽음이 스스로에게 선사한 죽음이라면, 그건 정말 거대한 질문이 된다. 그 질문을 마주하여 결국은 통속적이거나 자조적인, 혹은 자기계발적인 대답만 내놓고 다시 바쁘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syo처럼 별 볼일 없는 인간의 한계겠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겠다.

 

24. 이성의 운명에 대한 고백 순수 이성 비판

: <순수이성비판>을 읽은 다음 <실천이성비판>을 읽고 <판단력 비판>을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다. 실제로 그래야 하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얼추 알기로 실천은 순수를 깔고 앉았다고는 하던데. 근데 이놈의 순수는 정말 순수하게 어려워서 잘 따라가는 것 같다가도 자꾸 허방을 짚게 만든다. 원전 번역본은 사놓았지만 읽는 것은 다음 생의 과업으로 미루어 놓은 상태고, 결국은 이런저런 입문서나 개론서를 전전하다가 슬그머니 헤겔로 넘어갈 생각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좋은 책인지 아닌지 선명하게 판단하려 다른 책을 몇 권 더 읽어 봐야하겠다. 일단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는 제일 좋았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무려 두 권. 한 권이 아닙니다.

 


25.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 빅 히스토리는 정말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따로 과학적 기본지식을 갖추고 와서 읽어야 하는 건지, 읽고 나서 과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건지 항상 헷갈리게 한다. 사실 이건 독자의 딜레마인 동시에 저자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빅 히스토리의 가장 큰 변별점은 과학과 역사의 오묘한 배합 속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과학 독자와 역사 독자의 간격은 기실 유대교 신자와 이슬람 신자 사이의 간격과 유사하여 서로를 꽤나 알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잘 섞이지는 않는다. 결국 과학에 힘을 주면 역사 독자가 성화고 역사에 힘을 주면 과학 독자가 아우성을 칠 테니, 저자는 야훼와 알라 사이에서 망설이고 독자는 타나크와 꾸란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이다.

 

26.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

: 에피소드식 역사 지식은 잘난 척 할 때나 쓰는 거라는 인식을 오래 쥐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쓰곤 했다. , 그런 건 어떻게 알아? , 어쩌다 보니(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크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놓고 막상 책을 평가할 때는 에피소드식 역사책을 하급으로 취급하는 요 양면성, 이중 잣대. 하지만 알고 보니 그저 syo가 멍청한 것이었을 뿐, 에피소드의 이면이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했을 뿐, 역사책은 언제나 옳다!(짝퉁 역사만 아니라면) 심지어, 재미난 이야기로서의 역사책이라면? 옳고도 옳은 거지.

 

27. 우리가 꿈꾸는 나라

: 그가 없는 세상에 우리에게 부족한 세상이듯, 그가 남긴 말만으로 우리는 부족하다. 다시 살아 돌아오실 게 아니라면, 그의 평전이라도 만나고 싶다. 1주기쯤 이와 관련된 어떤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8. 침묵의 봄

: 고전이 얼추 다 그런 면이 있지만, 과학의 고전은 유독 더 읽어 볼 명분이 적다. 왜냐하면 책 속에 든 주장과 증명들이, 책이 나왔던 시점에는 놀랍도록 혁신적이고 심지어 급진적이었던 그 이야기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식이 되어 대중지식 속에 자리를 잡고, 같은 분야를 다루는 후발 주자들이 그 지식들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뒷이야기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더는 천체학에 대해 알기 위해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를 읽지 않고, 물체의 운동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뉴턴을 읽지 않는다. 독서의 왕국에서 그 책들은 기념비처럼 존재하며 유독 부산스런 독서가들의 순례지가 될 뿐이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은 수많은 일을 하고 수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는 데에 채 반 세기의 시간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곧장 기념비가 되었다. 뒤는 다른 책들이 맡았다. 5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오늘날 다시 읽는 것에 가치가 없지 않겠으나, 오늘은 오늘의 문제를 다룬 오늘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만하면 올해도 할 만큼 했으니, 12월부터는 적게, 오래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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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1-3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같게 읽어 본 책 딱 한 권이 있으며, 소감도 같게 공감합니다. ^^

syo 2018-11-30 21:02   좋아요 1 | URL
4, 8, 20, 28 중에 그 한 권이 있나요?? ㅎㅎㅎㅎ 찍기

북다이제스터 2018-11-30 21:07   좋아요 0 | URL
역시 무서운 분 ㅎㅎ
신기도 있으세요. 20번요~~~~^^

syo 2018-11-30 21:15   좋아요 1 | URL
북다님이 읽으실 만한 것들, 딱히 읽으실 것 같진 않지만 읽으셨다면 저랑 같은 반응이실 것 같은 책 위주로 한 번 골라봤습니다 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11-30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5일동안 30권의 책을 읽는 사람! ㅜㅜ 계속 읽어주세요 도전 늘 팍팍 받고 있으니~ㅎㅎ

syo 2018-11-30 21:03   좋아요 1 | URL
이제 30일동안 15권 읽는 사람으로 거듭날 겁니다. 맨날 다 날라가고 없어ㅠㅠ

카알벨루치 2018-11-30 21:26   좋아요 1 | URL
난 16번, 20번 읽는중인데 두권다 용두사미 되는거 아닌가 싶네요 ㅎ

syo 2018-11-30 22:55   좋아요 2 | URL
카알님의 용두용미를 기원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12-0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번 딱 한권 겹칩니다..흐흐;; 전 카알벨루치님과는 다르게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을 껍니다~!!! ㅠ.ㅠ

syo 2018-12-01 14:40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누구든 오르려는 사람은 오를 수 있는 나무로 거듭나는 12월의 syo가 되겠습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8-12-02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마저 다 읽어야 하는데...
사실 사서 서문 정도만 읽은 것 같네요.

읽을 책들이 주변에 너무 많은데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 나는 통에 ㅇㅇ

이제 한 달 남았네요,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syo 2018-12-02 15:10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의 꾸준한 독서와 기록이 항상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12월도 2018년도 알찬 독서로 마무리하시기를 ^-^

페크pek0501 2018-12-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게 오래 읽기. 저도 동참합니다.

syo 2018-12-02 15:10   좋아요 0 | URL
동지! 2018년을 천천히 오래 마무리하자구요^^

cobomi 2018-12-0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독서량에는 못 미치지만, 저도 최근 ˝좀 적게 읽자. 거듭 읽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침묵의 봄>에 대한 의견에는 공감해요. 고전이지만, 따분하기도 하고 낡은 인상을 받기도 하고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제목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음에도 가장 인기 없는 책이기도 해서 살짝 심란했는데 syo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ㅎㅎ

syo 2018-12-09 11:30   좋아요 0 | URL
많이 그리고 빠르게 읽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게 거듭 깊이 읽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에너지 소모도 크구요.

사실 <침묵의 봄>과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한 권을 고르라면 오늘날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골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플은 이 책을 읽은 이가 저밖에 없다고 알려주네요. cobomi님처럼 읽으셨지만 표시하지 않은 분들이 실제로는 더 계시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씁쓸하네요^-^

다락방 2020-06-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읽어야지 싶어 검색했더니 여기로 왔다. 무려 70개의 공감이 있는 쇼님의 페이퍼로...

syo 2020-06-14 22:24   좋아요 0 | URL
지금 봐도 놀랍다 70개! 😁
 

 

도서관을 다녀왔다. 곰인간을 만났고 햄버거를 먹었다. 오는 길에 빵 두 개 사왔다. 지금 하나 뜯어먹으면서 쓴다. 빵부스러기가 책상에 떨어지고 키보드는 미끈거린다. 제길.

 

커피를 먹겠다고 작은 주전자에 든 물을 끓였는데 부어보니 제길, 숭늉이다. 우유 한 방울 없이 커피는 라떼 색, 맛은 그윽하다. 아메리카노에서 조상의 얼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 조상은 과연 어느 대륙 누구의 조상인가. 상관 있나, 어차피 we are the world인 것을. 코리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면 될까.

 

책방에 대한 책을 읽다가 왠지 책방이 잘 어울리는 친구가 생각나 책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막상 그 친구는 책방도 좋지만 밤마다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어쩐지 목이 칼칼해져 syo는 조상의 얼을 한 번 더 느껴보기로 한다.


갑작스럽지만 참새는 너무 귀엽게 생겼다. 참새. (귀엽게)(ㅇ긴동물). 머리도 둥글, 몸도 둥글. 배는 하얗다. 아침 담벼락에 떼로 앉아있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한 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파다닥 날아갔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열라 빨라. 쟤넨 비둘기 같지가 않다. 걔들은 만질 수 있어서 만지기 싫은데


그러고 보면 요즘은 비둘기들도 옛날처럼 쉽게 컨택트가 되는 것 같진 않다. 비둘기 나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syo가 도련님 댕기머리 하고 학당 다니던 옛날에 비둘기는 새라기보다는 돼지였다. 사람들도 욕지거리 없이 걷기 힘든 그 학교 캠퍼스를 걔네들은 숨소리 하나 안 내고 잘만 걸어 다녔다. syo가 모자 쓰려고 머리 달고 다니듯, 얘네는 노트북 가방 메려고 날개 달아놓은 듯. 공학관 뒤쪽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이놈의 비둘기가 영장류 고귀한 줄 모르고 자꾸 알짱거리길래, 저리 안 꺼져? 하며 발길질을 했는데, 세상에, 제대로 맞았다. !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잘 감아 찬 손흥민의 프리킥 궤도를 그리며 잠깐 날아가더니 이내 착지하여 이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굉장히 놀란 눈치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너는 안 찰 줄 알고 맞았겠지만, 나는 안 맞을 줄 알고 찬 것이다. 서로 간에 오해가 깊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이해일 수도 있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니까 안 찰 거야. 새는 나니까 안 맞을 거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 기대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였다. 그 결과는 공학관 옆 허공을 가르는 비둘기빛 좋은 궤도였다. 그리고 너에겐 날개가 있고, 나에겐 발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 서로 알려주었지. 좋은 추억이다. 어쩐지 목이 칼칼해져 syo는 조상의 얼을 한 번 더 느껴보기로 한다. 다 식었네.

 

왜 이런 흐름의 글을 쓰게 되었는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의식이 가고 싶은 대로 가도록 두었을 뿐인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뻥 차준다면, 나도 예쁜 프리킥 궤도를 그리며 접힌 날개의 기동방식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될까? 모를 일이다. 코리아메리카노의 맛도 그렇다. 식어도 그윽하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 맛이 뭔지. 컵 바닥에 가라앉은 저 기이한 색깔의 물질이 콩인지 쌀인지.

 

, 코리아메리카노 이것은 커피계의 콩밥인가?

 

 

 

181101 181115 : 32

 

1. 페소아

: 페소아 전기의 도입이 시급하다. 한 줄에 별로 많은 활자가 들어가지 않는 판형의 300쪽 남짓한 책으로는 성에 안 찬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300쪽짜리 책이다. 아무리 주제 자체가 매력적이라 해도, 그것에 관해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데는 저자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페소아를 전파하는 활동으로 보자면 한국의 안토니오 타부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김한민 선생님은 실제로 안토니오 타부키가 입던 스웨터를 입어 본 적도 있다고. 허허, 그것 참.

 

2. 로봇수업

: 로봇의 약진을 둘러싸고, 인간이 생각해야 할 가장 큼지막한 질문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는 단단하고 의미 있는 책. 과연 MIT Press. 공학인의 성지.

: 표지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교양이라고 쓰여 있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을 로봇의 한 부분으로서만 서술하고 있을 뿐, ‘로봇자체에 대한 서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는데, 저자에게 걸리면 큰일 날 수 있겠다. 로봇은 로봇,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걔네는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관계긴 하지만 뭉뚱그릴 만큼 한 몸도 아니다.

 

3. 회색 노트

: 2500페이지짜리 장편 대하소설의 반쯤 열린 포문 되시겠다. 이 작은 책 속에 들어 있는 인간들의 앞뒤 정황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하여, <티보 가의 사람들>을 나는 읽기로 했다. 영업을 당한 것이다. 깨끗하게.

 

4.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스케치로 그려진 공간은 친숙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게 저런 금손이 있다면, 나도 볼펜 한 자루 들고 친숙한 공간의 친숙하지 않음을 찾아서 여기저기 다니지 않았을까,

: 하고 생각하고 나니, 다 핑계 같다. 그림이 아니라 글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부족할 뿐이지.

 


5. 다시 자본을 읽자

: 제목이 다시를 포함하는 것은, 진짜 자본을 한 번 읽은 적 있는 사람들만 덤비라는 뜻이 아니다. 권위와 권위자가 내 눈에 가져다 댄 렌즈를 벗어던져 버리고, 우리의 시간과 입장에 맞춰, 우리를 위하여 자본을 읽자는 의미겠다.

: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미리 갖춘 것 없이 덤벙 덤벼들 만큼 만만한 책은 아니다. 독자가 몇 가지 기본적인(?) 철학적 개념들(변증법이랄지, 유물론이랄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서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병권 선생님 해석의 탁월함을 인지하려면 통상적이고 전통적인 마르크스 해석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집에 태어난 사람은 그 물건의 위대함을 모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물에 두레박을 한번 던져 봐야..... 정말 처음이 아니라 다시읽는 이들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 그래서 syo는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책이 11권이 더 나온다니! 12권 다 꽂아놓고 매년 1회독씩 해야지. 1월에는 1. 2월에는 2......

 

6. 데이비드 흄

: 압축적이다.

: 압축을 풀어야 되는데, syo의 뇌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다.

: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며 근력을 만들어서 흄을 읽으려는 syo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흄을 읽고 와서 이 책의 압축을 풀어볼까 한다.....

 

7. 인형

: 비겁한데, 분명 비겁한데 웃긴다. 문장은 굉장히 정교한데, 어느 정도냐 하면, 읽고 있자면 화자의 태도가 기분 나쁘고 후지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는데도 웃기긴 웃길 만큼 정교하다. 초반의 탐색전을 끝내고 나면, 어느 지점부터는 한 페이지에 한 두 번씩 피식 웃게 된다. 뭐 이런 희한한 작가가 다 있지?

: 싶었는데, 다 읽고 났더니 맨 뒤쪽 작가 소개에 이렇게 쓰여 있다. “유머러스한 비극과 기괴한 웃음"을 담은 작품세계로 독특한 문학적 영토를 일궈온 세계문학의 거장. 세상에, 정말 더없이 적확하다.

 

8.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과연 포구의 제왕 곽재구 선생님. 이분이 쓰신 포구 기행문을 읽고 있으면 이것이 곽재구의 포구기행인지 곽포구의 재구기행인지 헷갈릴 정도니, 이미 포구 기행문에 관해서는 일가를 이루셨다 할만하다. 이름 장난 죄송합니다. 저질이네요......

 


9.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 따분할 틈이 없다. 이걸 에세이로 봐야 하나, 사회학 책으로 봐야 하나 헷갈릴 정도다. 통계나 세금제도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여 아, 내 체력이 방전되고 있어, 싶을 때쯤 어떻게 알고 자기 인생 이야기가 똭! 수업듣기 싫어서 좀이 쑤실 때쯤 첫사랑 이야기가 똭!

: 실제로 첫사랑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10. 빨강 머리 여인

: 파묵은 파묵이다. 한결같이 파묵같다.

: 그럼에도 내 이름은 빨강같은 대작(얘는 정말이지 걸작이지요)을 바라고 읽으면 반드시 실망할 수밖에 없겠다. 사실 그 책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작가라도 평생 한 번 써낼 수 있는 인생작에 가까우니까...... 이 책은 노벨상급 작가의 범작쯤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 급의 작가가 컨디션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때, 그냥 기본 실력만 발휘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쓰면 나오는? 물론 실제로 그랬을 리야 있겠습니까마는......

 

11.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

: 자기계발서 같은데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우긴다. 문체는 파워풀하고 우격다짐의 기세로 몰아붙이는데, 그래서 더 자기계발서 같지만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선명하게 제시하는데, 그래서 더 자기계발서 같구만 저자는 상호계발서라고 강조한다. 어쨌든 개인의 노력으로 뭘 하라는 단계는 넘어서서 구조를 함께 바꿔나가자는 것이 주제긴 하니, 완전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라고 인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래, 그렇다니까? 저자가 팔짱을 끼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12. 대한민국 독서사

: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독서의 역사가 역사의 독서만큼이나 재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독서의 역사의 독서인가? .....뭐래.

: 정치색이 있다. 정치색 없는 책도 있나? 싫어할 사람 있을 수 있다. 싫어할 사람 없는 책도 있나?

 


13. 게임의 심리학

: 게임과 관련해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심리학적 사태들에 대한 지식의 나열. 내용이 알차고 말고는 syo같은 무지렁이가 판단하기 어렵겠으나, 저자는 딱히 글 잘 쓰는 사람도 그렇다고 글 못 쓰는 사람도 아닌 것 같다.

 

14. 종횡무진 서양사 2

: , 이제 몸을 풀만큼 풀었으니, 10권짜리 프랑스 혁명사나, 홉스봄의 2000쪽짜리 시대’ 3부작이나, 하다못해 1200쪽짜리 미국 민중사나, 그것도 아니면 1000쪽짜리 러시아 혁명사나...... 꿀꺽.

 

15. 잘돼가? 무엇이든

: 이런 진부하면서 무책임한 단어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는데, 게 중에는 가끔, 그 슬픔을 잘 조리하여, 크게는 다른 슬픔을 위로하고 작게는 한 순간의 웃음이라도 전해주는 이들이 있다. 참 고마운 사람들. 그들의 인생에 저마다의 슬픔이 계속되기를 바라야 하는 건가 아닌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나쁜 건가 미친 건가, 뭐 이런 죄책감을 들게 하는 참 고마운 사람들.

 

16. 선망국의 시간

: 기본소득, 직접민주제, 호혜적 경제 공동체, 탄소배출을 줄이는 환경 공동체..... 거의 모든 영역의 최전선에서 담론의 장을 형성하고 계신 조한혜정 선생님. 어느 하나 전 지구적 의제가 아닌 것이 없다. 나는 열심히 읽어야겠다. 그리고 힘닿는 대로 뛰어다니기도 해야겠다.

 


17. 나쓰메 소세키 평전

: 나쓰메 소세키에 환장한 syo는 스스로 이럴 줄 예상을 못했다. 열라 재미없는 평전이었다......

 

18. 마구로 센세의 본격 일본어 스터디

: 귀엽다. 초밥 같이 생긴 주인공이 일본 식당을 다니면서 일본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귀엽다.

 

19. 루쉰 : 청년들을 위한 사다리

: 저자의 견해가 그다지 많이 함유되어 있지 않아 깔끔하고 담백한 루쉰 전기.

: 실은 루쉰이란 인물의 인생은 원체 공개적인지라, 어느 전기를 읽으나 내용 자체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다. 단지 전기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루쉰의 어느 글을 인용하여 어디에 포진하는가가 다르게 결정되거나, 혹은 저자의 당성에 따라 루쉰의 업적에 대한 평이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라고 하겠다. 써 놓고 보니, 원래 전기 문학이 다 그렇지...... 죄송합니다.

 

20. 녹색평론 통권 163

: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는 속도로,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는 속도로 지구가 망하고 있다. 반도체랑 인공지능이 지구를 망친다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나 관계자의 눈으로 보면 되게 빠르게 망하고 있는데도 우린 잘 모르고 그저 산다는 뜻이다. 그러다 덜컥 일이 터지면, 언제나 그렇듯 그땐 늦었다. 그래서 녹색 책을 좀 읽어둬야 하는데,

: 그럴 때 녹색의 최신 동향을 살피기 위해 우선 손에 들어야 할 나침반 같은 잡지.

 


21.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고미숙 선생님의 책에는 좋은 말, 훌륭한 말이 잔뜩 들어있는데도, 그걸 분명히 알겠는데도, 그 말들이 피부를 뚫고 스며들어 오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 늘 따뜻하지만 겉도는 느낌이고, 아름답지만 허망한 느낌이고, 든든하지만 먹고 앞으로 나아가지지 않는 느낌이다. , 연암도 백수였구나, 백수였는데 훌륭했네, 와 부럽네, 멘탈 갑 오브 갑이네. 그러고 끝이다.

 

22. 피로 물든 방

: 오늘의 관점에서 전복적이라고까지는 하기 어렵겠으나, 아직 급진성의 불씨가 다 꺼지지는 않은, 거장의 동화 재해석.

: 못 쓰는 이들의 글은 어느 것을 읽어도 구분이 힘들어서 지치는데, 잘 쓰는 이들의 작품은 읽어도 읽어도 또 독창적인 문체를 지닌 애들이 숨어있다 튀어 나와서 지친다. 다 좋지만, 특히 숲, 세상에 다시없을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포근하면서도 위태로운 숲을 문장으로 만들어냈다!

 

23. 사무 인간의 모험

: 아무 것도 아니다. ‘사무인간이라는 표현에서 조금의 연관성이라도 찾을 수 있는 인문학적 영역들에 문어발을 뻗어 끌어 모은 책. 살짝 어거지면서 심히 얕다. 소재의 폭을 줄이고 더 깊이 팠다면 너무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있었을 컨셉인데, 이렇게 소진되고 마는가......

 

24.

: 자꾸 페미니즘 소설만 쓴다는 희한한 비난(?)으로부터 최은영을 옹호하고 싶다. 물론 여성이 겪는 다양한 고통을 제제로 한 작품을 최은영이 근래 많이 써내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밀한 눈으로 읽어 보면 그 작품들이 겨냥하는 데가 (당연히) 제각각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공감 자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있고, 공감을 위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있고,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를 조심스레 두드려 보는 작품도 있는 식이다. 페미니즘은 거대한 영역이고 굉장히 많은 소재들이 그 안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골라서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 작품의 주제 또한 그저 페미니즘이라고 후려쳐서 명명하고 말 것은 아니다. 여성 이야기가 등장하는 순간 아, 또 페미니즘이야, 하는 선입견에 따라 읽던 책을 집어던지는 일은 좀 공정치 못한 것 같다. ”얜 또 살인이야, 살인 말고는 쓸게 없나? 아니면 전작에서 살인으로 재미를 보더니만 이번에도? 아주 그냥 뽕을 뽑으려 하네?“ 라며 읽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상상이 되는지? <죄와 벌>에서 죽이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죽이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인 소설에 편향된 살인 소설가 대접을 받아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그 소재가 페미니즘이라서 문제인 건가?

 


25. 진실 사회

: 진실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우리가 찾아낸 진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진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만들어 낸 이들이 어디서 무얼 먹고 사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그들이 몸을 눕히는 장소, 그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들이 때로는 진실의 진실을 가리키기도 한다. 뭐 이런 다소 뻔한 지혜를 다시 얻었다.

: 짧은 책이면서도 뒤쪽에 진실사회를 위한 10계명을 요약 첨부해놓으셨다. 친절하셔.

 

26. 헤겔

: 낡았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는 게 아니라, 서술, 관점, 지향이 낡았다. 좋은 책은 많다.

: 문장도 후지다. ”체계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들의 생과 사를 건 진리와는 관계가 없는 사이비 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163)“ 이 문장 속에는 구조상 없어야 할 게 있고 있어야 할 게 없다. 이런 구린 문장이 가뜩이나 사변적으로 느껴지는 헤겔의 철학을 더욱 알 수 없는 쪽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사실 저건 키에르케고르의 헤겔 비판에 관한 문장이긴 하지만......)

 

27. 빅팻캣의 영어수업 : 영어는 안 외우는 것이다

: 순전히 귀여워서 읽었다. 저 빅하고 팻한 캣 좀 보라지...... 시종일관 화가 나 있어..... 나도 그래. 영어만 생각하면 너처럼 시종일관 화가 나지.....

 

28.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굉장히 공격적인 제목이지만 펼쳐보면 시종일관 다정한 책. 맞아.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게 인간이니까, 가만 냅두면 그렇게 굴러가는 게 인간이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지탱해야 한다.

: 그러고보면, 오늘날 인간 교양의 측정 방법 가운데 하나는 뇌과학이나 진화심리학적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있는 것 같다. 뇌과학적(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이런 성향이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냥 그렇게 해야 해, 이지랄 하는 놈들이 21세기 찐따의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29.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왜 그냥 그렇지..... 난 왜 이기호가 그냥 그렇지......

: 그렇지만, 역시 등장인물의 대사는 가장 실감나는 구어체로 구사하는 이기호 답게, 녹취록 형식의 이 책은 그야말로 이기호의 기량이 빛을 발하는 책이라 하겠다.

: 근데도 왜 그냥 그렇지..... 난 왜 그냥 그렇지......

 

30.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

: 신랄하다. 군더더기는 모른다! 예비 동작 없이 바로 쑤신다! 쑤신 구멍에서 유익함이 콸콸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었느냐 하면,

: , 잘 잤다.

 

31.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단어의 위치가 맞춤하여 탄력은 있고 부담은 없는 문장들. 크게 튀지 않지만 식상하지 않은 어휘 구사. 그런 문장에 잘 녹아나는 일러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개념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내 삶도 더 느긋하고 다정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 그리고 산책. 산책 가고 싶다.

 

32.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 박홍순 선생님은 도둑님이셔. 이분 책 읽고 나면 장바구니가 자꾸 두둑해지고, 그에 반비례하여 지갑이 얇아진다..... 책 뽐뿌, 샘플 제공의 달인.....

 

 

+ 내 이야기!! 1~13

: 여주도 그렇지만, 남주는 여주가 뭘 해도 좋아한다. 여주가 눈앞에 나타나면 일단 좋아해!’라는 내적 환호를 크게 올리고 시작한다. 나도 따라해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어떤 마음은, 자꾸 확인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종종 변명되는 어떤 마음은, 자꾸 확인하지 않으면 모서리부터 차츰차츰 닳아 정말로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 있는 줄 알았는데 어디 갔지? 이러면서 깨닫는 일이 생기면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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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1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이야기 감상이 제일 좋네요. 내 이야기 남주도 무척 마음에 들고요.

syo 2018-11-15 18:13   좋아요 0 | URL
되게 좋은 책이었어요. 만화를 읽다가 생활양식에 변화를 겪은 것이지요.

카알벨루치 2018-11-1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이야기>읽고싶네요 ㅎㅎ

syo 2018-11-16 00:42   좋아요 1 | URL
기회 되면 기분전환 삼아서 한 번 읽어보세요. 가끔 만화 보면서 말랑말랑해지는 것도 좋더라구요^-^

비로그인 2018-11-1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하나 하나 실감 나는 리뷰라는 생각에 재밌게 읽었어요! 평소에도 그랬을 텐데 왜 그렇지... 평소보다 꼼꼼히 읽었나봐요, 제가. 오늘도 책뽐뿌 잔뜩~~
근데 쇼님은 이걸 다 사서 읽으시나요? 신간을 매번 어쩜 이리도 잔뜩~~@.@

syo 2018-11-17 08:59   좋아요 0 | URL
실감은 idahofish님의 마음 속에서 나는 거지요!! 실감력이 대단하세요 ㅎㅎ

이걸 다 사서 읽으면 참 좋겠는데, 여의치 않아서 대부분 도서관의 힘을 빌린답니다. 정말 대애애애애애부분이요. ㅎ
 

 

벚꽃이 피면 어김없이 차트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날이 좀 더워진다 싶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되게 지겹다는 느낌이지만 실은 아직 열 살도 안된 애기다. 그러나 30년을 넘게, 딱 하루 불꽃처럼 차트를 불사르고 사라지는 역주행의 화신이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금 이 시점에도 지니차트 64위의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syo에게 10월이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고마운 노래기도 하다. 경상도 사투린줄 알았지. 시월. 하여간, ’잊혀진 계절이 이중피동 꼴로 틀린 말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진 오늘날에도, 매년 시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대한민국에 사는 그 누구도 이용의 애타는 고백을 피해갈 수가 없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길거리에서, 버스에서, TV에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이쪽도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뭐 특별히 기억할만한 시월의 마지막 밤이 없어서, 뭔가 헛산 것 같아가지고, 저놈의 고백은 나이가 들수록 더 아련하면서 더 거슬린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요......그래, 댁은 좋겠구나, 매년 기억할 만한 게 있다니. “지금도 기억할 걸 못 만들고 있나요......나한테 대체 왜 이래...... “지금도 거역하고 있나요......

 

어제는 잠자리에 들면서 올해는 한 번 저 포기를 모르는 기억꾼의 마수로부터 벗어나 이용 없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조져보겠노라 다짐했다. 두문불출. TV도 라디오도 보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어도 보지 않는다. ’이용이라는 단어조차 이용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시월의 마지막 밤이 3시간 남은 시점까지도 이용의 습격을 용이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방에서 인터넷으로 플레이오프4차전 경기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30년째 듣는 너무너무너무너무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둥땅둥땅둥땅둥땅 띠리링 띵띵띵 디리리리링 딩디리리리리리딩 띵디리링띵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내가 여기 숨어있는 걸 저 노래가 어떻게 알았지?

 

문을 박차고 거실에 나가보니 이용은 우리 엄마 핸드폰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 정말 문틈까지 꽁꽁 싸매는 느낌으로 이용의 기습공격에 대비했건만......

 

요즘, 엄마가 유튜브에 빠져 있다.

 

 

181016 181031 : 27


  

1. 부산 이후부터

: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며 주인공들과 함께 빙빙 돌았다. 그들이 아버지를 가슴에 묻는 길이었다. 책을 덮고 나도 죽은 아버지를 만났다. 참 오랜만이었다.

 

2. 아무튼, 딱따구리

: 따뜻하고 귀엽고 사람한테나 자연한테나 끝없이 다정한 부부의 지속가능한 알콩달콩에콩에콩 에코 생활기.

: 저자는 딱따구리와 직박구리가 어떻게 생긴 애인지 잘 알고, 1년간 정든 동네를 떠나며 슈퍼 아저씨 앞에서 퐁퐁 울기도 하고, 68년도에 생산된 자전거를 고치고 귀여운 이름도 지어주며, 2018년에 50세 생일잔치를 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그런 사람. 남편도 비슷한 사람. 지향하는 삶의 모양새가 닮은 사람이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삶에서 쑥쑥 자라는 행복은 아, 부럽다. 읽고 있으면 뜨끈한 커피를 큰 컵에다 마시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컵은 머그컵이다. 종이컵은 안 돼.

 

3. N. E. W

: 나이 좀 더 먹어서, 이것저것 더 배우고 알게 되면, 김사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땐 왜 몰랐을까. 김사과도 같이 나이를 먹는다는 걸. 한없이 도망치는 김사과.

 

4. 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이론 꼭지는 부족하고, 토론 꼭지는 작위적인데, 그걸 정리한 짤막한 꼭지는 어쩐지 좋은 희한한 책. 책이란 것은 정말 자유롭게 읽을 수 있구나. 그리고 그 모든 자유로운 읽기에다가,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 다릅니다)은 자유롭게 지분을 주장하는구나. 와 정말 자유롭다.

 


5. 사진관집 이층

: 어쩐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그대로 시가 되어 땅바닥에 뚝, 떨어져 고일 것 같은 신경림 시인. 그만큼 읽기도, 느끼기도 쉬운 시들.

 

6.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 진짜, 명성으로 전 세계를 진동시킨다는 이 196명의 작가 가운데 거의 100명은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50명은 이름은 알지만 그들이 쓴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마당이니, syo 같은 놈은 아직 나라면 무인도에 무슨 책을 가지고 가지?’ 하고 생각할 만한 자격도 경험치도 없는 놈이 아닌가! 읽어 본 것들 중에 고르기에, 난 너무 안 읽었던 거야....... 진짜 대책 없이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7. 쌤통의 심리학

: 표지 속의 남자는 정말 고 새끼 고거 쌤통이다하는 마음에 더없이 걸맞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읽게 된다. 표지에 낚여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읽은 경험을 밤하늘에 별처럼 수놓고 싶은 때가 있다.

: 그렇다면 이 책은 별자리가 될랑말랑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요약하자면 남들 망하는 거 보면서 내심 좋아하는 너 자신을 그냥 받아들여라. 일단 그런 심보를 상수常數로 놓고 그 다음에 대책을 마련하는 게 똑똑한 짓이라니까정도라 하겠는데, 으하하하, 찌질이로 10년 넘게 살아온 syo에게 샤덴프로이데는 이미 상수가 된지 오래였다! 난 이 책이 필요가 없었어! 눈을 감고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8. 한권으로 보는 마르크스

: 이 한권으로는 정말 택도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허당인가? 그렇지도 않다. 원제는 “Why Read Marx Today?”인데, 원제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자면 충실한(최소 작가 자신이 충실하다고 생각할)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작가의 말을 그대로 빌려와 한 줄 요약도 가능하다. “우리는 마르크스 자신이 인지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들이 폐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두 줄이었네요. 죄송합니다.

 


9.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요즘 이 분야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기계발 붐으로 뭔가를 얻은 사람들이라고는 자기계발서 저자들뿐이었던 그 엄혹한 시대의 기억이 고스란하다.

: 이 분야의 책들을 펴면 항상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읽는데, 책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책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는 직업이 저 책에서는 옐로우카드를 받고 퇴출의 기로에 서 있는 식의 불일치가 팽배하다. 많이 읽다보면 결국 모든 직업이 싸그리 없어질 것도 같다. 여기서 나는 지혜를 얻는다. 이런 것이다.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부지기수의 책들 가운데, 과연 이 책 자체는 로봇이 대신해서 쓰기 어려운 책인가?” 이 책은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10.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 무기력한 날에 읽으래서 이때다 싶어 며칠을 두고 꼼꼼히 읽었으나 무기력에서 탈출하지는 못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시리즈 제목도 필로테라피라면서.

: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전혀 힘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기력한 이유는 간단한데, 철학에 의해 플러스 된 기운과, 그 철학을 이해하느라 용쓰는 데 소모한 기운의 마이너스 값을 합했더니 제로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정도라면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어쩐지 잘 읽히지 않았다.

: 이렇게 무기력을 그대로 달고, 이제 비참(스피노자)과 우울(니체)과 절망(키에르케고르)이 남았다.

 

11. 수학이 필요한 순간

: 마지막 챕터까지 수학책인 듯 수학책 아닌 수학책 같은 너였다가, 추가 챕터에서 우힛, 속았지? 나 열라 수학책!’ 하는 책. 수학책 주제(?)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기에 기분 좋은 당혹감을 안고 읽었는데 심지어 좋기까지 해서 당혹.

: 각 꼭지를 들어가면서 아니, 이게 수학이라고?’

: 각 꼭지에서 나오면서 아니, 이것도 수학이었다니.’

: 책 여기저기에서 분야의 경계를 종횡무진하는 저자를 보며 아니, 이게 사람이라고?’

: 그리고 거울을 보며 아니, 이것도 사람이었다니.’

: 책을 덮으면서 아니, 세상에 수학인 것도 없고 수학이 아닌 것도 없나 보구나.’

 

12. 존 롤스 정의론

: 그냥 정의론을 읽을까.

 


13.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

: 곱씹어 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지혜의 말씀에 가까운데도, 처음 딱 대면하면 말을 너무 멋지게 해서 소름이 돋는다. 그 정도 멋지니까 문장을 곱씹어 보게 된다. 그렇게 곱씹어 보면 의외로 별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곱씹기 전에는 쉽게 파악할 수 없어서 곱씹게 된다. 그렇게 곱씹어 보면 이 말이 독특하지 않은...... 이런 순환을 문단 단위로 만들어내 독자가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페터 비에리의 글쓰기.

 

14. 숫자 갖고 놀고 있네

: 본격 산수교양서. 작대기로 수를 세던 시절부터 현대의 아라비아 숫자 표기법과 계산법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전반부 150페이지를 끌고 가는 다정함이 매력적이다.

: 더하고, 빼고, 자리 올리고, 내리고, 우리에겐 기계적으로 당연하여 생각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이런 산수의 과정들을 오래 보여주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오래 보아야 예쁜 법이다.

: 그러니까 이 책은, 구몬이나 눈높이 선생님이 그 살풍경한 문제지를 들이밀며 다음 시간까지 다 풀어내지 않으면 결코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기 전에, 우리에게 한 번쯤 다정하게 알려줬어야 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랬다면, 산수의 문턱을 이렇게 다정하고 흥미롭게 넘어섰다면, 우리가 수포자로 전락할 확률이 절반까지는 떨어졌을 것이다.

 

15.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 일상의 그림자에 숨은 철학 포인트를 끄집어 내 그걸로 다시 일상의 녹는점을 낮춘다. 그러는 동시에 일상의 뒷모습을 표본으로 삼아 철학의 안쪽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철학과 일상이라는 두 서먹서먹한 친구가, 한때는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왔던, 서로에게 필수적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

 

16. 첫 문장

: 주인공은 세상을 빙빙 도는데 이야기는 조금도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건 빙빙 돌아본 사람은 안다. 생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어디를 헤매 본들,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우리는 다시 점령당한다는 것을. 아프지 않은 눈으로 살피면 여분과 잉여로 보이는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한 치의 남음도 모자람도 없는 정확함일 수 있다.

 


17. 철학자 플라톤

: 특색은 없지만 딱히 단점도 없는 고만고만한 개론서.

 

18. 정치

: 글을 정말 고급지게 쓴다는 느낌. 보수적 정치학자의 명맥을 이어가는(이어가다가 가신) 분이라는데, 과연 글에 품격이 있다.

: 그러나 syo처럼 일종의 입문서를 대하는 기분으로 이 책에 손을 댔다가는 손이 덴다. 이 시리즈가 다 그렇다. 옥스퍼드의 ‘a very short introduction’인가 하는 시리즈를 번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옥스퍼드 다니는 인물쯤 되면 이 정도는 베리 숏 인트로덕션으로 숙지해 주어야 하는가 보다...... 사노라면, 참 사람 하찮은 기분 들게 만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 오늘도, 녹색 이슈

: ‘환경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명제가 참임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 문제에 세심한 관심을 가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옳고 당연한 이야기가 들어 있겠지 싶은 선견이 환경에 관한 책에 손을 댈 기회를 줄이고, 그 결과 이렇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쉽고 다정한 책에서조차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너무나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20.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 수학

: 보통, 사람, 그리고 위한. 이 세 단어 가운데 최소 어느 한 곳에는 거짓말이 숨어있다. 그 거짓말이 새빨갛다.

: 곱셈을 뜻하는 기호인 가운뎃점(·)과 소숫점 기호인 마침표(.)를 모두 마침표로 찍어 놨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3곱하기 3.5를 쓴다치면 3.3.5라고 표시되는 셈이다. 이러면 이게 3곱하기 3.5인지, 3.3 곱하기 5인지, 그것도 아니면 3곱하기 3곱하기 5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21. 방구석 미술관

: 이슈로 시작한다고 해서 다 잔재주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술가라는 종족은 대체로 그들이 만드는 작품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되곤 하니까, 미술 공부의 문은 작품보다 화가로 열어가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22.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처럼 콘텐츠를 흐름에 얹어서 풀어내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책처럼 키워드 단위로 챕터를 구성해 사전식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도 읽고 저렇게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읽기가 편해지는 것이 마르크스. 뭔들 안 그렇겠느냐마는.

 

23. 내가 사랑한 물리학 이야기

: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할지 정말 애매하다. 아는 사람에게는 단편적일 것이고,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는 맥락 없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추천할 만한 책은 못 되겠다.

 

24. 독일철학사

: 일단 어렵다.

: 이단 번역이 번뇌다.

: 삼단 독일 철학은 원래 지루하다.

: 결론. 누구를 위한 책인가. 최소한 그게 syo는 아니었다.

 


25.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편집상에 자잘한 단점(혹은 실수)들이 있긴 해도, 이만한 스피노자 입문서가 없다. 프랑스 사람이 쓴 어떤 책이 좋긴 한데, 다들 아시잖아요, 프랑스 철학자들의 문장이 어떤지. 아름답고 정교하지만 빡치는..... 이 책은 그야말로 한국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거두절미고, 그냥 거두절미하면 딱딱하니까 딴엔 기교를 부리지만 안 하던 짓이라 어색한, 그러니까 되게 친근한 우리네 이웃이 설명해주는 것 같다..... 

: 뭘 또 폭풍까지야.

 

26.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 구석기 주먹도끼부터 시작해서 역사의 시간축 위에 얹힌 수학의 크고 작은 흔적들을 조명한다.

: 수학 교양서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 수학에 특별한 소양이 없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만 수학 좀 한다는 사람들은 시간낭비라며 읽던 책을 툭 던지게 하는 스타일이 첫째요, 반대로 수학 좀 하는 이들의 흥미를 끌지만 수학을 잘 모르는 이들을 진절머리 나게 하는 스타일이 둘째다. 그런데 이 책은 1.5째인 것 같다.

: 뭘 또 어마어마까지야.

 

27. 종횡무진 서양사 1

: 작년, 남경태 선생님의 <개념어 사전>을 다시 읽고서 첫 번째 독서에서 감지하지 못했던 빨강이의 향기를 느끼고 좋아했다. 그런 긍정적 선입견을 두르고 책을 손에 들었는데, 표지에 가장 독창적 역사 읽기라는 욕심 가득한 부제가 붙어있다. 독창적이면 독창적이지 뭘 또 가장 독창적이야, 얼마나 독창적이면 가장 독창적인지 한번 볼까?

: 하는 배배 꼬인 마음으로 읽으면, 뭐 그리 전복적인 역사관이다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별히 겁내지 말고, 그냥 남경태 선생님이 늘상 잘 하셨던, 함량 있는 개론서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겠다.

: 뭘 또 종횡무진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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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11-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숫자와 제목에 붙여진 색깔의 의미는 뭘까... 혼자 막 그런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ㅋㅋㅋ
저는 어제 이용 아저씨 노래 안들었어요! ㅎㅎ 너무 일찍 자버려서 그런가봐요. 내년에는 꼭 성공하시길! ㅎㅎ
syo님의 알찬 솔직 후기 덕분에 오늘도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을 담았네요. ^^

syo 2018-11-01 12:30   좋아요 0 | URL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색을 넣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제목에만 색을 넣었고, 기왕 넣으려면 이 색깔로 넣어야겠다 싶은 그대로 색을 골라서ㅎㅎㅎㅎ

설해목님 11월도 활자로 묵직하고 끈적끈적한(?) 한달이 되시기를 ^-^

북깨비 2018-11-0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혀진 계절. 저도 나이가 좀 있어서 아는 노래인데 syo님 덕분에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가사가 이제 귀에 들어오네요. 유투브에 찾아보니 해마다 10월 31일날 들으시는 분들이 꽤 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제 해마다 찾아 듣게 될 것 같습니다. 뭔가 기분좋은 그리움. 💕

syo 2018-11-03 09:13   좋아요 1 | URL
저는 희한하게 매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이 노래를 꼭 듣게 되어서 남들도 다 그렇겠더니 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ㅎㅎㅎㅎ 가사나 멜로디나 다 좋은 노래잖아요. 사실 1년에 하루쯤 듣고 아련해질만한 노래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페크pek0501 2018-11-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녹색 평론에 꽂혔어요. 예전에 선집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내용이 다 좋더라고요.

이젠 선집을 구할 수 없어서 두 달에 한 번 나오는 책으로 읽고 있어요. 163호가 나와서 사려고요.
162호에도 좋은 내용이 많아요. 격월간지입니다.
<오늘도 녹색 이슈>를 보니 생각났어요.

syo 2018-11-03 15:20   좋아요 1 | URL
말씀 듣고, <녹색 평론>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좋은 잡지라는 이야기야 접한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목덜미까지 차 있던 구매욕구가 페크님의 울대 때리기에 당해서 왈칵 쏟아지고 말았네요 ㅎ
 

 

 

: 싱크대 근처에서 쥐똥이 발견되어 엄마가 와들와들 공포에 떨고 있다. syo가 거대한 끈끈이 쥐덫을 사와 부엌에 깐다. 그리고 이튿날,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끈끈이의 한 복판에, 마치 거기서 돋아나기라도 한 양 떡하니 앉아있다. 그리고 헉,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쥐돌이가 화들짝 놀라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쉽지 않지. 끈끈이는 끈끈해서 끈끈이다. 하지만 쥐돌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온몸을 뒤척이며 어떻게든 끈끈이를 벗어나려 하는데, 급기야, !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가 상-하체로 찢어진다...... syo도 놀랐지만 분리된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쥐돌이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syo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쥐돌이의 상 하체가 바들바들 진동하더니 이얍! 하는 소리와 함께, 쥐돌이의 상체 찢어진 부분에서 새로운 하체가, 하체 찢어진 부분에서 상체가 돋아난다! 두 마리가 된 쥐돌이가 휴우~하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쥐돌이들은 다시 발버둥을 치는데, 그러다가 또 쩍! 이번에는 쥐덫 위에 두 개의 상체와 두 개의 하체가 놓여 있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들부들 이얍! 소리가 이어지고, 쥐돌이는 네 마리가 된다. 그리고 뭐, 그런 식이다. -부들부들-이얍-휴우--부들부들-이얍-휴우...... 그렇게 쥐돌이들이 한 사이클 당 두 배로 증식하는데, 그로부터 10분 후, 끈끈이 위에는 몇 마리의 쥐돌이가 있을까요? 하는 등비수열의 일반항 구하는 문제가 생각날 때쯤, 드디어 광활한 끈끈이가 쥐돌이로 모두 덮이고 말았다. 여기서 한 번 더 쩍-부들부들-이얍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그저 휴우-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끈끈이에서만 놓여 나면 당장이라도 syo를 덮쳐서 쩍! 하고 찢어놓을 기세다. 철근도 씹어먹을 것 같은 저 맹수의 앞니를 좀 보라지...... 그리고 그때, 다시 한 번 쩍! 하더니, 으아아아, 2n승 마리의 쥐돌이들이 또 일제히 부들부들을 시작하는데.....

 





해몽 : 읽을 책은 자꾸 늘어 가는데 읽을 시간은 자꾸 줄어든다.

 


 

181001 181015 : 20



1.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제목에서부터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몇 쪽을 읽었더니, 막강하다는 느낌이다. 과연, 예의 없는 새끼들에게 예의를 가르칠 땐 예의가 필요 없다는 것인가.

: 그렇지만 그런 말투가 시종일관 이어지는지라 50쪽쯤에서 식상해지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100쪽을 더 읽었더니 이제는 보기도 싫어졌다. 내용 역시 윽박지르는 식이지 딱히 납득할만한 근거로 떠받치진 않았다. 그냥 다들 예의 갖추고 살아서 이런 책까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 B급 철학

: 철학 강연 여러 편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강연자에 따라 재미나 난이도의 차이가 어지간하다. , 철학이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만화/드라마/영화를 이렇게도 보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은 든다. 과연 아는 것은 힘일까, 병일까?

 

3. 청소년을 위한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 ‘청소년을 위한 고전컨셉으로 발간되는 여러 시리즈 가운데, 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도 좋지만, 그쪽은 이게 과연 청소년 읽으라고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이 몇 권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쉽게 읽으라고 어려운 부분을 생략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대신 분량을 많이 투여해 씹기 좋을 때까지 길고 우직한 설명을 곁들여준다는 데 있다.

: 이 책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보통의 입문서 같았으면 소크라테스는 책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주로 플라톤의 저작 속에 등장하는 모습을 재료로 삼아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하고 서술하고 말겠지만,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저작에 등장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비교 설명하고, 각 저작을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4.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이걸 읽었어야 했을까?

 


5. 플라톤의 예술노트

6. 플라톤의 몸 이야기

: 5<국가>에서, 6<향연><파이돈>에서 예술과 관련된 일부분을 발췌하여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책의 면적은 손바닥 두 개쯤 되고, 페이지는 각각 120, 150 쪽쯤 되는데, 앞부분 40페이지가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 부분에 이 두 권 전체가 요약이 되어 있다. <국가>, <향연>, <파이돈>을 읽을 생각이라면 이 두 권은 전혀에 한없이 가깝도록 불필요한 책이다.

 

7. 철학의 고전들

: 10권의 고전을 골라 원전을 쉽게 재미있게 재구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쓴)책이다. 화자를 바꾼다든지, 시점을 바꾼다든지, 가상 인물을 등장시켜 대화의 현장을 증언하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조악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 그러나 확실히 재미는 없고, 어쩐지 별로 매력이 없다. 그냥 원전 읽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게 과연 이 책의 단점일까, 아니면 거대한 장점일까?

 

8. 갱부

: 앞쪽 절반을 갱도까지 가는 길에서, 나머지 절반은 갱도 안에서 쓴다. 정말 거의 반반인데, 체감상, 앞쪽 절반을 따라가느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다가, 뒤쪽 절반은 후루룩 마셔버렸다! 왜 소세키 선생님은 항상 전반전에 설렁설렁 뛰다가 후반만 되면 폭풍 드리블을 치는가.

: 재미있었냐고 물어오면 차마 너무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주제가 뭐냐고 물어오면 내 주제에 차마 아는 척도 못하겠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와중에 서재친구 헤르메스님의 리뷰를 읽게 되었는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헤르메스는 신이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지라, 불민한 syo는 그냥 여기서 찌그러지기로 한다.

 


9. 나를 부르는 숲

: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나조차도 웃긴 놈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결국 웃은 놈만 되고 말았다. 언제나 나의 사랑 나의 빌 아저씨. 보고 싶은 엉클 빌, 하우 아유...... 아임 빠인 땡큐.....

 

10. 행복의 정복

: 표지만 봐도 부들부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서양철학사>에 트라우마를 가진 syo가 어떻게 러셀빠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은 그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syo는 러셀의 글이 다 좋았다. 자서전 최고, 정치 이야기 최고, 종교 이야기 최고, 심지어 <행복의 정복>은 누가 봐도 자기계발 장르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최고. 자신을 지어 올리는 데 벽돌이나 철근, 시멘트로 사용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11. 연애의 기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었다. 줄리언 반스의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어쨌든 꾸역꾸역 다 읽어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는데, , 생각을 너무 했더니 호모 에렉투스가 되고 말았어! , 그런 기억이다.

: 그리고 그때까지는 분명히 아는 사람만 아는(우리나라에선) 작가였던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즘에 이르기까지,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인지 syo는 줄리언 반스를 하나도 읽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다 건너뛰고 오늘날 이 책을 읽었다. 얘네가 왜 이러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알쏭달쏭 했지만,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 이것 봐라,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네? 역시 사피엔스는 그냥 막 되는 것이 아니지.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되는 거라.

 

12.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에세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버젓한 실용서.

: <독서만담>의 후속작일 거라는 짐작은 알게 모르게 기대를 키우는데, 그러면 아마 다소의 실망이 따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독서만담>에게 배꼽을 사정없이 도난당한 기억과 작가의 드립력에 대한 존경어린 애정이 남아있으므로, 결론적으로 뭐, 그래도 역시 재미있었어요, 와 같은 희멀건 반응을 남길 수밖에...... 무려 박균호가 등판해도, 역시 실용서로 웃기는 데는 장르적(혹은 제도적) 한계가 있는 법인가 보다.

 


13.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아직 운동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어서 시작해야 한다. 거창하게 마라톤이나 철인3종을 뛸 수는 없겠지만,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일의 대차대조표가 아직 이득을 가리킬 때, 바로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14.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세계를 좁혀 한 평도 안 되는 요가 매트 위에 올려놓고, 곰곰이 요리조리 뜯어보고 뒤적거려 글을 만들었다. 작가라면 단 한 평의 영토를 글로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는 그만큼 꺾기 어렵고 글 또한 길들이기가 만만치 않으므로, 작가의 처음은 그저 한 평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작가는 그 한 평의 땅에 수백만의 독자를 들여놓고 그들의 마음을 배불릴 수 있다. 아직 다 개간하지는 못하였겠으나, 첫 삽을 박아 넣고 자신의 영토를 선포한 어느 작가의 행보를 오래 지켜보게 되겠다.

 

15.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 아리스토텔레스가 뭐하는 놈인지 알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어떻게 알아가야 될지조차 아직 잘 모르는 당신께 제일 처음 필요한 단 한권. 쉽고, 후려칠 건 과감하게 후려쳤다. 이 콘셉트, 이 설정으로 모두를 위한 칸트, 헤겔, 하이데거 뭐 이런 시리즈가 줄줄 이어졌으면 참 좋겠으나 저자는 금세기 벽두에 별세.

 

16. 전효진의 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나는 왜 이렇게 느적느적 살고만 있을까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 24시간이 다 같은 24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밑둥까지 남김없이 태워 본 사람들은 좀 존경받아도 된다. 방향이나 목적지와 무관하게.

 


17.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해몽보다 좋은 꿈이 있다. 꿈이 맑고 밝으면 그렇다. 기쁜 꿈이든 슬픈 꿈이든,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좋은 꿈이 있다. 시도 그렇다.

 

18. 정선

: 아직 내 눈이 닿지 않은 곳에, 꿋꿋이 자기의 글을, 좋은 글을 잘 쓰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이렇게 많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많이 읽자.

 

19.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

: 짧은 데도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 중언부언하며 분량 만들기. 정말 딱딱한 사실들, 그저 글자들의 나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장. 이걸 '문장' 또는 '문체'라 부르기도 뭐한 수준의 그야말로 의미 전달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성 없는 책이 가져오는 체온 없음.

 

20.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번다한 마음이 글을 쓴다. 그 글을 번다한 마음으로 읽었을 때, 우리는 어디쯤에서 만난다. 몸과 몸으로 만나 온몸으로 상대를 더듬는 듯 나를 더듬는다. 번다하지 않은 마음으로 읽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이제는 누구에게든,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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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0-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얘기는 가급적 안하려고 했는데,
쥐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같은 사람은 홍콩에서 못 살겠더군요.
최근 홍콩에 살다고 귀국한 지인이 있는데
거기는 바퀴벌레와 친구하지 않으면 못 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퀴벌레 똥도 치워줘야 하는데
그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어느 생명이 싸 놓은 냄새치고 향기롭겠습니까만
바퀴벌레이라고 생각하니까 당장 지옥에라도 떨어지겠더군요. 흐~

참, 별얘기 다합니다.ㅠㅠ

syo 2018-10-16 18: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그야말로 별 얘기군요. 제가 별 꿈을 다 꿔가지고...

stella.K 2018-10-16 18:38   좋아요 0 | URL
책임지세욧!ㅋㅋㅋㅋ

서니데이 2018-10-1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기도 오늘은 꿈 이야기네요.^^
저도 오늘 페이퍼에 꿈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어요.
쥐도 무섭지만 쥐가 나오는 수학문제 같아서 더 무서운 꿈이네요.
저는 어제 밤에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 꿈을 꾸어서 그것도 무서웠어요.
꿈속의 일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syo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syo 2018-10-16 22:09   좋아요 0 | URL
막상 글 쓰던 시점에는 꿈 속 장면들의 디테일이 사라진 상태라서요, 머릿속에 아주 귀여운 쥐돌이 캐릭터로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수학 문제도 굉장히 간단했구요 ㅎㅎㅎㅎ

전 저 꿈도 꿈이지만, 책상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현실도 무섭다는 생각을......

서니데이님도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구요^-^

북다이제스터 2018-10-1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책이 요즘 많으세요. ㅎㅎ

syo 2018-10-16 22:10   좋아요 1 | URL
전 워낙 붕어라, 한 권 읽고 7일이 지나면 주인공 이름조차 까먹는다고 보면 되거든요 ㅎ
그러다보니 읽을 때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을 좀 몰아서 읽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좀 버티거든요.

아, 플라톤 책의 주인공 이름은 소크라테스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를 부르는 숲 오래전에 막 웃으며 읽었던 가억이 있는지라 다시 읽어야지 하고 다시 샀는데 안읽고 있어요. 다시 읽어야겠다.

쇼님 글 팬입니다! ^_____^

syo 2018-10-16 22:12   좋아요 0 | URL
트래킹을 하면 살이 쭉쭉 빠지는 모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고통은 싫으나 열매는 탐나네요.....

(마지막 줄은 못들은 척) ( ‘_ ‘)>

다락방 2018-10-1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리고 쇼님도 웃김 사람입니다! (칭찬임)

syo 2018-10-16 22:11   좋아요 0 | URL
아싸, 나도 웃긴 놈이야!

AgalmA 2018-10-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은 작법 기본 법칙을 모르는 걸까요. 처음부터 세게 나가면 그 다음은 더 세게!-> 더더 세게!!->왕왕왕 세게!!!로 점층 구조로 가야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죠. <공산당선언> 같은 팸플릿 분량이 아니라면 성공 불가능.
아무튼 syo님은 꿈도 재밌군요. 흣

syo 2018-10-16 22:16   좋아요 0 | URL
아마, 책으로 묶으면서 제작진(?)들도 느꼈을 거예요. 아차, 이것이.....
꿈 꿀때는 별로 재밌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당초 그로테스크했던 이미지들이 뭔가 귀여운 만화체로 변경되면서 저도 재미있더라구요.
하지만, 해몽을 하면서 다시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syo는 분명 좋아서 추천했는데, 흥분하여 추천했는데, 하필 그 책이 당신에게 별로라면, 우리 관계는 애절한 불편함 속에 빠진다. 저쪽에서는 시무룩한 syo의 표정에 애써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좋지, 좋은데, ..... 나하고는...... 아냐, 좋다니까, 좋은 글이야. 잘 썼어. 그럼 이쪽에서는 또 그 구슬픈 노력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나서 그렇지, , 당연하지, 읽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허허허...... 하며 또 손사래를 친다.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은 저기 앉은 두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서로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또 쉴 새 없이 흔들고 있는가 의아해지는 것이다. ‘방갑습니다, 고갱님대결중인가?

 

정반대로, 읽어보니 별로여서 아 참 별로네요, 라고 써 올린 다음 검색을 때려봤는데,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좋아요 합창곡을 부르고 있을 때 역시 난감하다. 도대체 내게 안목이란 게 있는 것인가 하는 시름에 젖은 채, 안목 없는 사람들이 고른다는 맥주를, 안목 없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게 된다. 참 안목 없는 음악이 배경에 깔리는데, 알고 봤더니 그건 또 어느 안목 없는 드라마의 메인 OST였......

 

syo에게 뽐뿌 받아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났더니 내가 저 오랑캐 같은 놈에게 낚시를 당했구나 하는 사실 말고는 당최 얻은 게 없는, 그런 구슬프고 억울한 일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신 이웃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목이 없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의 기록 역시 어떤 형태로든 낚시는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180919 180930 : 30


 

1.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그는 syo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낙차를 자랑하는 작가이다. 한때는 물불 안 가리고 좋아했으나 이제는 물인지 불인지 가리게 된다. 물도 좋고 불도 좋지만 물불일 때만큼 좋지는 않다. 그저 계속 읽었을 뿐인데 그냥 이렇게 되다니 신기하다.

: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책이다. 그의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고만고만한 책이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지만 그의 인생에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닌 이들을, 그야말로 인간 하루키에 입덕할 수도, 완전히 관심을 끊을 수도 있는 경계지점에 서게 하는 책이다.

 

2.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딜레마는, 공산당 선언은 자체 그렇게 어려운 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관계생산력등을 비롯해 채 10개가 되지 않는 개념만 정립하면 굳이 원숭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혼자 순풍순풍 읽어낼 수 있는 책이 공산당 선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잉친절인가?

: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임승수 선생님의 필력은 쉬운 것을 더 쉽게 설명하는 데서 빛이 난다. 아직 공산당 선언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무리 없이 원전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3.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루소가 인간다운 삶을 권할만한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자연 좋지. 이랬는데,

 

4. 루소의 개

: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위의 책은 루소가 권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루소에게서 인간다운 삶을 열심히 뽑아낸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위의 책은 가치가 있다.

: 루소의 개(같은 성격)와 루소의 개(같은 적들).

 



5. 악스

: 100만 년 만에 읽은 이사카 고타로는 100만 년 전의 그 바로 그 사람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너무 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 큰 이야기가 찾아와도 자신이 완전히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이야기를 눕혀 다루는 사람. 착한 글을 쓰는 사람.

 

6. 고전으로 철학하기

: 계속 지금처럼 읽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은 독서하는 사람에게 불편한 동시에 소중하다. 그런 경험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읽는 이를 만났을 때도 찾아오지만, 비슷한 방식인 것 같은데도 훨씬 더 잘 읽는 이를 만났을 때 성큼 다가온다. 그래서 책 읽은 책은 내용이나 저자의 관점과 무관하게 독자가 읽는 방향을 바꾸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읽는다는 게 이렇게 오묘하고 멀리 있다.

 

7. 자본론을 읽다

: 양자오잖아.

: 양자오라니까?

 

8. 묵자를 읽다

: 양자온데..........

: 양자오가?

 




9. 리바이어던

: 별로 입문서 아닌 것 같아. 요약서인 것 같아.

: 그리고 그 둘에는 큰 차이가 있다.

 

10. 밤이 아홉이라도

: 이 시리즈의 장점은 신박하다는 데 있다. 설정들이 때론 기묘하고 때론 기괴하다. 지금 다섯 권을 읽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이 으뜸이다. 감정 증명서, 감정 진단, 보호관찰대상자, 이런 컨셉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 같지만, , 그 설정이 재개발 단지 철거용역과 합쳐진다면, 그래도 식상하기만 할까?

 

11. 무엇이든 쓰게 된다

: 납득할 수 있는 글쓰기론은 오히려 태도론밖에 없다는 사실은 syo가 항상 겪는 아이러니다. 태도야말로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영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쓰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태도는 분명히 있고, 강조와 강요 사이의 어느 지점까지 그 태도를 밀어붙이는 책이 독자에겐 의외로 현실적인 힘이 된다. 실제로 글쓰기 책을 읽는 독자가 무언가를 얻는 대목은 짧은 문장을 쓰시오, 형용사를 줄이시오, 이런 데가 아니라 그저 오늘도 쓰시오를 다양한 목소리로 변용한 자리일 때가 많다. 맞다. 쓰는 사람은 오늘도 써야 한다. 무엇이든 써야 쓰게 된다.

 

12,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비와 바람으로 빚은 시집. 그러므로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집.

 



13. 생활의 사상

: ‘생활사상이 몇 대 몇이어야 좋은 책일까. 이름은 이렇지만 사상이 생활을 누르는 느낌의 책이다. ‘생활의 사상을 지나쳐 사상의 생활에 도달하기 전의 어느 지점에 책이 있다.

: 그럼에도 분명히 근거지가 생활이어야 사상이 아름답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생활과 사상을 버무리는 능력은 생활도 사상도 부단히 경작해야만 수확할 수 있는 귀한 힘이다. 균형은 뒤에 맞출 일이다. 일단 나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읽어야겠다.

 

14. 서재를 떠나보내며

: 망구엘 선생님은 갈수록 추상적인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다. syo가 또 추상적인 이야기에 환장하긴 하는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플라톤의 이데아급 추상화가 이루어지면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진다. syo는 어쩐지 남 일 같아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내 일인지 남 일인지 알쏭달쏭한 경우에는 좀 어렵다. 그 골짜기에 이 책이 빠져있다.

: 이게 다, syo에게 서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렇다. 책에 대한 애착이 없어......

 

15.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 새로 나온 마르크스 입문서인가 하고 빌렸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 예를 들어, “친구 놈이 저더러 자꾸 돼지라고 놀리는데, 그게 도대체 제 놈 새끼랑 무슨 상관이죠?“ 라는 질문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거다. 그러면 철학자들이 최대한 어렵게 생각하고 최대한 어렵게 책 쓰느라 바쁜 와중에도 친히 게시물을 열람하시고는, 질문자가 직면한 문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철학 속에서 끄집어 내 댓글로 달아 준다. 읽기 쉽게 달아준다. 쉬운 대답으로 질문자를 속여 어렵게 써놓은 제 책 팔아먹으려고. 이 책은 그런 질문과 대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16. 서밍 업

: 젊어 이름 드날렸고, 이제는 돌아이와 꼰대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어느 매우 똑똑한 인간의 일갈.

 



17. 정치철학

: 가르쳐 주는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질문을 하는 책이다.

: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지금 물어 본 거, 그 답은 어쩌면 이런이런 책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 책에는 요런요런 내용이 있어. 어때 감이 와? 네가 찾는 답이 그 책에 있을까 없을까? 아직 모르겠어? , 그럼, 읽어.

: 하여, 플라톤을 읽기 시작했다. 엄청난 정말 뽐뿌 아닌가?


18. 있으려나 서점

: 젠장, 당했다. 내 심장 고쳐 놔......

: 고양이 그림책도 귀여워 죽겠는데, 고양이보다 더 좋아하는 그림책을 이렇게 자꾸 이렇게 그리면 사랑합니다.

 

19.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 플라톤이라는 거친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해변에서 열심히 몸에 물 바르는 중이다.

: 돌이켜보면, 기어코 몸에 물만 묻히다 날은 저물고 결국 짠물에 혀 한 번 못 대본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무진장 많다. 내 기필코 이번만은 꼭 입수에 성공하리라아아아아~

 

20. 대화편 :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 ~아아아아아..... 그래도 물은 오래오래 꼼꼼하게 묻혀야지. 심장 부위를 중심으로다가. 바다가 많이 추워.

 



21. 고백, 손짓, 연결

: 웹툰이 분석의 대상이 되는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도, 이제 대세는 웹툰이여, 웹툰이란 이런 이런 특성이 있지, 하는 식의 총론적 관점이 탑재된 책은 있었으나, 이렇게 작품 단위의 각론 분석이 이루어지는 책은 요즘 들어 생겨나는 추세인 듯하다.

: 뭐가 됐든, 읽을 게 자꾸자꾸 늘어나는 사태는 약간쯤 애증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휴. 인생 참 짧아.

 

22. 만든 눈물 참은 눈물

: 이승우를 제외한 모든 한국 소설가들에게 냉정하다고 자평하신 어떤 저명한 알라디너께 이 책에 대한 소감도 여쭤보고 싶다. 왜냐하면, syo에겐 정말 별로여서.

: 이승우 같은 거장급 소설가에게 갖다 대기 좀 어색하지만, 김동식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김동식도 이 책처럼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책을 냈는데, 작품을 쓰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배운 작가라 그의 책은 늘 문장이 아쉽다. 그러나 컨텐츠는 엄청 기발함. 이 책에서 정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문장이야 syo가 논할 자격도 없을 정도지만, 김동식에 비하면 내용이...... 그래서 다 섞어서 판단하건대, syo의 채점표로는 김동식의 아슬아슬한 판정승.

: 그림이 없었다면, 아마 아슬아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23. 루소와 볼테르

: 어쩐 일인지 이 시리즈는 정말, 아무도 읽지 않는 느낌이다. syo말고는 딱 한 분이, 그것도 출판된지 반년이 지난 시점에 짧은 평을 남긴 게 전부다. 전작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 vs. 불꽃을 품은 철학자 포이어바흐역시 현재 알라딘에서 누구도 읽었어요에 체크하지 않았다. 작년 5, 읽은 책 목록을 초기화하기 전에는 syo 혼자 읽은 상태였는데...... 불쌍한 책들이다.

: 이 책도 전작처럼,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철학자와 몇 명의 다른 철학자를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토론을 시키는 콘셉트로 구성되어있다. 저자 강대석 선생님의 주관이 적잖게 들어있긴 해도,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읽힌다. 특히 전작의 경우, 포이어바흐에 관한 입문서가 없다시피 하다는 걸 고려하면, 도대체 이 책이 불쌍한 건지 포이어바흐가 불쌍한 건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 강대석 선생님이 절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24. 역사의 역사

: 마주치면 황송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딱 한 명 유시민 선생님 밖에 없는 남자, 그게 바로 syo. syo의 인생에서 여친, 치킨, 유시민을 뺀다면, 그건 아마도 앙꼬 없는 앙꼬, 이빨 빠진 이빨, 콜라 빠진 콜라가 아닐까? 그러니까 nothing.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려니까, 얼마나 괴롭겠어.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걸 알아챘을 때, 그 사실이 무엇을 부정하는지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엄마가 정성껏 길러놨더니, 내 새끼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길러놨더니, 아들놈이 기껏해야 syo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땠겠어......

: 물론 좋은 책이다. 그러나 syo가 유시민 선생님께 기대하는 바가 그저 좋은 것을 넘어섰으니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 <역사의 역사>가 소개하는 책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읽은 경험이 있다. 그저 그런 책들도 있었고,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도 있다. <역사의 역사>는 그저 그랬던 책을 다시 읽게끔 의욕을 불어넣지도 못했고, 좋았던 책에서 받았던 감동을 뛰어넘는 뭔가를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결국 <역사의 역사>를 덮고 다시 그 책들을 읽으면, 별로였던 책들은 여전히 별로고, 좋았던 책들은 다시 좋을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그건 그동안 내가 변하였기 때문이겠고, 이 책 때문은 아닐 것 같다.

 



25. 여름, 스피드

: 이것도 syo에겐 문제작이다. <역사의 역사>는 압도적 다수가 좋다좋다 하는데 syo만 별로인 쪽이었다면, 이 책은 syo가 좋아 죽겠다는 심정으로 별 다섯 개를 때렸건만 다수로부터 세 개도 과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 결이 얼마나 맞느냐의 문제인 듯하다. syo는 이 작가의 문장에도, 경험에도, 그리고 경험과 문장의 애절한 결합에도 모두 결이 맞아 있다. 내 문장이 가야할 방향의 다음 단계(혹은 다다음, 다다다다다다다음 단계)를 이 책에서 본다. 내가 뭘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 결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하다는 이야기다. 선명한 책은 그 가치의 높낮이와 무관하게 존재할 기초적 명분을 가진다.

: 이 책이 우리 문학 판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할지, 혹은 자리해야 할지 syo는 모른다. 단지 syo의 인생에서 이 순간, 이 책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선명하게 안다.


26. 존재의 제자리 찾기

: 현상학에 대한 폭넓은 개론서

: 근데 폭을 너무 넓혀놔서, 조금이라도 현상학 비스무리 한 사고를 한 철학자들은 최대한 책에 실어보려 하신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되려, 이런 저런 철학자는 알게 되었으나 현상학 그건 뭔가 싶다.

 

27. 로지코믹스

: 수많은 천재天才들이 서로의 천재를 경쟁하는 황금시절에 대한 책은 불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그 흥미에 등 떠밀려 막상 책을 펼쳐보면, 이 천재들이 왜 천재인지도 모를 만큼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의 범재凡才를 깨닫고 우울한 마음으로 중도포기를 선언하는 일이 많다. 심지어 만화에서도. 오히려 만화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면 그야말로 나란 인간은 구제불능의 똥멍청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틀렸다! 틀렸어요! 그건 만화를 만든 놈들이 깝친 겁니다. 만화를 만화처럼 그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네 자존심을 세운 거예요. 최악의 만화는 만화인 듯 만화 아닌 만화 같은 만화입니다! 그게 다 자기네들 역량 부족인 걸 모르고, 독자를 자괴감의 수렁으로 몰고 가는 나쁜 놈들!

: 이 책은 그 나쁜 놈들과 관계없는 책입니다,

: 라고 쓰려고 했는데, 이것도 오만이 아닐까 싶다. 이과 나오고 공대 나와서 자연스레 읽어진 건데 말이지. 솔직히 학부 때 도서관에서 프레게 책, 러셀 책, 비트겐슈타인 책 읽어 보겠다고 끙끙거린 적도 있다. 물론 백전백패였으나, 이 책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어 낼 만큼의 기본 지식은 syo에게 이미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 그러므로 함부로 추천하기 어렵겠다. 그럼에도, 사실 책 속의 천재들이 지껄이는 말 자체는 그다지 이해할 필요가 없다. 논리와 이성의 화신일 것 같은 그들이 각각 품고 살아가는 광기와 감정의 요동 같은데 주목하여 읽는 것이, 이 책의 저자들이 의도한 바인 것 같다. 또 광기와 감정하면, syo가 전문인데!

 

28. 국가를 생각하다

: 두세 군데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아 책 앞쪽에 실어 놓았다. 책 전체 분량의 1/10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지만, 거기야말로 이 책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난 이 아이들이 이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자랐으면 좋겠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이 나라가 결코 허락하지 않겠지만.

: 그리고 좋은 나라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오롯이 품고 자랄 수 있는, 최소한 그 정도의 나라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29.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긴 글 쓰는 장소 아니니까, 그리고 긴 글 쓸 만한 책도 아니니까 표지의 딱 한 줄만 까보겠다.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 우선, 작가는 서른 살에 5수 낙방한 고시를 접고,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마흔, 그때부터 책을 다시읽기 시작했다고 서술한다. 물론 그간에도 책은 읽었으나, 작가 스스로 그렇게 읽은 건 읽은 게 아니라고 강력 주장하니까 실제로는 서른 살 고시 5수생이 아니라 마흔 살 직장인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것이다. 서른 살 고시 5수 한 게 거짓말도 아닌데, 큰 차이 있냐고 하신다면, ‘세 살 한글도 못 읽는 유아를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이라는 타이틀로 교체하시는 것을 권해본다. 어차피 세 살 때 한글 못 읽은 게 거짓말도 아니니까.

: 저자는 책을 읽는 내내 목적 있는 독서’, ‘성과 있는 독서를 주장한다. 그 목적과 성과가 10만부 책팔이가 되는 거라면, 나는 책을 읽고 싶지가 않다. 이 책은 나처럼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된 사람은 최초로 그 말을 한 사람, 단 한명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되도록 십시일반 돕느라 그 책을 소비했을 뿐이다.

 

30.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소소하지만 다 맞는 이야기다. 다 맞는 이야기지만 소소하다...... 이 정도가 syo가 할 수 있는 평의 끝인 것 같다.

: 이 책에서 도움을 얻는 사람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 글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났다라고 할 정도의 감동과 유익을 얻은 사람이라면, 말씀드리는데, 그 기분은 당신이 원하는 에세이를 쓰기에 당신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깝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당신도 시간이 지나면 동의하시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 얻은 게 거의 없구나, 생각할 만큼은 알고 또 그만큼은 잘 쓰는 사람에게도, 멋진 에세이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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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01 1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을 아직도 안사고 있는데, 왜냐하면, 저게 어쩐지 별로일 것 같아서에요. 그림과 섞인 글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아는 순간부터, ‘이건 내가 아는 이승우랑은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그래서 이승우인데도!! 아직도 안사고 있습니다..........

쇼님의 이 페이퍼 30 번 감상을 보고나니까 생각난건데요,

제가 젊은 시절에 알고 지낸 남자가 자신도 독서를 좋아한다면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책 읽고 회사를 관뒀대요. 저는 그 남자를 딱히 좋아하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아니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누군가를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까.. 싶어서 며칠 뒤에 서점을 찾았지요. 서점에 가 그 책을 보니 얇더라고요. 그래서 서점에 서서 다 읽었는데 말입니다, 다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을 읽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라면 사귀지 말아야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뭐 그렇습니다.

syo 2018-10-01 13: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친구 놈도 그 책을 읽고 뭔가 엄청 감명받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좋은 책인가본데? 하고는 안 읽었습니다. 전 누구 인생 바꿀만큼 좋은 책 같은 건 안 읽는 반골빨강둥이였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뭐 그렇습니다.

목나무 2018-10-0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포스팅에서 29와 30 둘 책 중 어떤 게 쓰레기이고 양서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해결되었습니다. ㅋㅋ

syo 2018-10-01 15: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차! ㅋㅋㅋ

2018-10-0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1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8-10-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번의 종류가 한때 유행한 건 압니다 일년 에 천 권을 읽었다던 거시기 ㅎㅎ

syo 2018-10-01 15:05   좋아요 1 | URL
천 권을 읽든 만 권을 읽든 읽는 건 좋은데, 읽어서 뭐가 된다! 이렇게 주장하며 책 파는 사람들 보면 막상 책팔이 말고 뭐 그럴 듯한 게 된 사람이 없다는 점이 함정이라는 ㅎㅎㅎㅎ

뭐가 되려는 마음을 먹고 많이 읽으면 뭐가 안 되는구나- 하는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stella.K 2018-10-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이제 거의 읽지 않고 있는데 그의 삶은 좀 존경스럽긴 하더군요.
올해는 노벨 문학상이 없을 거라는데 이를 대체할만한 상에 노미네이트 됐는데도
그것조차 거절했다며요?
물론 김칫국조차 안 마시겠다는 의도 같기도 한데
도대체 그놈의 앙 다문 입술은 무슨 의중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래도...
그런데도 이번에 나온 책은 전에 소설가 어쩌구 떠든 책을 읽어논터라 별로 땡기진 않더군요.

책을 함부로 권하기가 좀 뭐한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이 책 좋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랑 잘 맞았던가를 먼저 고려하게 되죠.
나와 코드가 다른 사람이 권하는 책은 그냥 참고만 합니다.
그렇다면 쇼님은 저랑 맞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물음의 대상이 못되죠.
워낙에 책을 전방위적으로 읽으니 모든 책이 포괄적으로 다 레이더망에 들어 올 것 아닙니까?ㅋㅋ
참고로 전 디자인이 후진 책은 잘 안 읽습니다.
저런 에세이 쓰고 싶냐는 책은 1도 관심이 없죠.ㅎ
그런데 김봉곤의 책은 그림이 좋아서 읽어보고 싶긴 하더군요.
출판사에서 칭찬도 많이하고.

아, 근데 왜 올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없는지 아우? 반칙 아닌가...?
(쓰고보니 반말이군요.ㅋㅋ)

syo 2018-10-01 15:42   좋아요 1 | URL
하루키 선생에겐 관심이 완전히 없어져서.... 그냥 소설이나 나오면 읽겠지요.

전방위라는 말씀은 틀리셨어요 ㅎㅎ 보세요. 전방위는 아니고 오방색 정도? 저도 맨날 보는 장르만 보는 걸요 ㅎㅎㅎㅎ

심사하는 놈들이 미투 걸린 찐찌버거 같은 놈들이라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상 자체를 안 하겠다! 이랬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정말 저게 이유라면 이건 또 무슨 최신형 개소리인지.....

stella.K 2018-10-01 16:18   좋아요 1 | URL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뭐 위원회로선 최선이었겠지만 그럴 바엔 다른 사람으로
아예 교체해서라도 결원이 없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문학 문야만 홀대 받는 것 같아서 좀 찜찜하더군요.

ㅎㅎ 오방색...? 삼방색도 안 나오는 저는 어쩌라고.ㅠㅋㅋㅋ

뒷북소녀 2018-10-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쩌죠, 어쩌죠 ㅠㅠ 이 글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어요.
장바구니 가득 책을 담아버리고 말았네요. 이 중 몇 권이나 실제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글 감사합니다.^^
판에 박힌 찬사로 가득한 추천글...은 정말 별로인 거 같아요.
이렇게 살아있는 추천글이 좋아요.

syo 2018-10-01 18:1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정말 제대로 파악하셨어요!! 주관적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ㅎㅎㅎ
음, 장바구니에 담으신 책이 뒷북소녀님의 마음에도 오래 담기는 책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에도 썼지만 제 추천스코어가 그닥 좋은 편이 아니어서요 ㅎㅎㅎㅎ

인간의과도기 2018-10-0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가 독서 공동체인 이상 취향의 차이는 불가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서라는 행위만큼 범위가 넓은 것이 또 없을 텐데, 극단적으로는 ‘책을 읽는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없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syo님의 책에 대한 태도, 뚜렷한 기준을 많은 사람들이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낚시(?)에 많이 걸리지 않겠지요.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저로서는 syo님의 리스트를 귀히 여기고 있습니다. 언젠가 읽어야 하는 책들, 하지만 지금 있는 책도 못 읽어서 읽기가 자꾸 미루어지는 책들...

유일하게 말을 보탤 수 있는 책이라면 유시민의 근작입니다. 자기가 좋아서 쓴 옛날 책과, 주변에서 아이템을 추천해 주어서 쓴 근작은 확실히 몰입도가 다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syo 2018-10-02 09:03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읽은 것들의 목록이 쓸만한 리스트가 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웃분들에게 1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집어넣는 것보다 10권의 책을 ‘스킵‘해도 되겠구나 느끼시는 데 도움을 드리는 리스트가 되면 그걸로 감지덕지인데요.

그럼에도 성(?)에 못 이겨가지고 한 번씩 이거 좋다 이거 너무 좋다 난리굿 치는 걸 보면 아직 한참 멀었나봐요.....

책읽는나무 2018-10-0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임??
달콤한 낚임?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살짝 팔랑귀라 다 좋구나!! 얼쑤 좋구나!! 그랬다가 남들의 그렇지 않은 반응을 읽고서 어?? 잠깐 멈칫했다가 바로 그렇군!그럴 수도 있겠군!!바로 수긍을 하는 편이라 때론 나에게 비판적 시각이란게 있는 것인가?좀 고민스러울때도 있어요.ㅜㅜ
팔랑팔랑거려서 말이죠ㅋㅋ
아~그래도 그건 있어요.
내게 어려울 것 같거나,취향이 아닐 것 같은 책들은 계속 읽기를 미뤄두는거죠~~(이게 뭔말인지??)
미뤄뒀었는데 누군가의 낚임?에 넘어가면 용기를 내어 한 번 덤벼보는데 그게 또 의외로 재밌을때가 있던데 그게 또 어찌나 신기하던지???(이건 또 뭔말인지??)

암튼,저는 syo님의 독서목록을 늘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1인이니까 독서 게을리하지 마시지요.
어려울 것 같아 몸 사리고 있는 것이지~~늘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제겐 늘 멋진 독서가 중 한 사람입니다.^^

syo 2018-10-02 23:45   좋아요 0 | URL
‘독서가‘ 그러시니까 왠지 부끄럽다 ㅎㅎㅎㅎ^-^

그렇다면 팔랑귀들이 팔랑팔랑 자기 귀가 시키는 대로 요리조리 읽어나가도 좋은 알라딘을 만들기 위해서, 대표적인 팔랑귀 syo가 팔랑거리는 감상을 팔랑팔랑 써나가겠습니다 ㅎ

AgalmA 2018-10-04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관련해서 별 반 개 버튼을 알라딘이 만들어줬으면 싶어요.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큰 무리 없다‘에 저는 별 세 개를 주는데 별 네 개까진 그렇고 별 세 개 반으로 차별을 주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별 네 개 반도 필요할 때가 있고. 이걸 보완하자면 리뷰나 100자평, 페이퍼 등으로 적극 반영해야 하는데 평가에 목매는 짓 같아 때론 스트레스예요ㅎ
남 평가야 어떻든 내가 직접 읽고 내게 도움을 준 결과에 따라 평가하니까 크게 신경 안 쓰는데 제가 안 읽은 책 평가 보면 좀 신경 쓰이죠ㅎ;
<역사의 역사> syo님 평가 박해도 저는 불만없고요ㅋ <여름, 스피드>는 수록작 질이 들쭉날쭉해서 평가가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ㅎ 아; <여름, 스피드>도 리뷰 정리 해야 하는데ㅜㅜ;;;

서재 알라디너들 한 에세이스트 하신다고 생각하는데요. 여기 분들이라면 요즘 우후죽순 나오는 에세이류를 굳이 사서 볼 필요 있나 싶어요. 대리만족하는 여행서나 좋아하는 작가라 소장용 정도라면 모를까. 하루키가 이런 특수를 많이 누렸죠ㅎ 차라리 개념 정리하는 전문서를 많이 찾아 읽고 내 생각을 벼리는 게 훨씬 낫죠.

syo 2018-10-04 18:14   좋아요 1 | URL
정말 별 반 개 기능은 시급합니다. 다들 별 매겨 놓고 말로 반개 더 줬다 뺐다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한지요....

<역사의 역사>는 정말 제가 역사에 관심이 없어놔서 그런 확률이 높아요..... <여름, 스피드>를 통해서는 감정이입이 심해지면 작품 질이고 뭐고 난 모르겠고-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ㅎㅎㅎ

말씀대로 에세이류는 읽고 나면 시간 낭비로 귀착되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도, 이게 또 은근히 땡겨서 끊지를 못하겠어요. 생각 벼리는 일은 너무 어렵고 힘든데, 에세이는 슥슥 읽혀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니 발전이 없지-_-

AgalmA 2018-10-04 18:31   좋아요 1 | URL
ㅎㅎ <여름, 스피드>는 진짜 감정이입하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소설이죠^^ 소셜네트워크 수다 같은 단편도 있어서 별 세 개 반 주고 싶었는데 그 감정이입의 힘 때문에 저도 별 네 개를 주고 만 것ㅎㅎ! 김봉곤의 열정의 정서도 문학에서 드문 개성이죠^^

에세이류는 하나마나 한 소리, 어디서 들어본 소리, 나도 하는 소리 가득해서 ‘아, 나는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 반면교사 역할도ㅎ; 말씀처럼 생각 벼리는 게 힘들어서 이런 에세이류로 자기 점검과 비교를 하는 듯. 좋은 에세이는 문장 공부에 도움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