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과 공시생의 가운데쯤에 서 있는 인간을 뭐라 불러야 하는가를 고민하였는데, 센스가 폭발적이신 라로님의 조언에 따라 곰시생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이달은 아직 세 날이 남았지만 곰시생 syo는 아무래도 이제 더는 책을 읽지 못할 것 같다. 읽지 못해야 한다. 이는 양심의 발로이고, 현재 입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겠다.

 

그리고 알라딘도 이제 안 들어올 거야,

 

 

하고 굳게 다짐을 해봐야 작심삼시간이다. 그럼에도 저 취약한 다짐이 미미하게나마 의미가 있는 것이, 그 다짐이 없던 시기에는 시간 당 세 번 정도 들락날락거렸거든......

 

어흑.

 

201806 : 30


 

1.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 어차피 선택의 폭이 한없이 좁긴 하지만, syo가 우리나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가운데 류동민 선생님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우리를 마르크스에게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마르크스를 우리 옆으로 데려와 앉히는 데 독보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역량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해요 류동민, 우유빛깔 류동민!

 

2. 번역가 되는 법

: 읽고 생각했다. 번역가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3.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여행기에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면 아직 젊은 거라는 말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가슴 뛴다고 멋드러지게 말하고 싶었나 보다. 살다보니 가슴을 치는 여행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 탓이다. 가슴이 뛸 때 즉시 떠나지 못하게 한 겁과 불안이 켜로 쌓여 딱딱하게 굳은 탓이다. 그리고 오늘도 떠나지 못했다.

 

4. ,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재미없다. 성공기는 좀 지겹지. 그가 독하고 독특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미 없는 지식이 또 하나 늘어났군. 건축에 대해 관심이 더 있었다면 조금 더 흥미로웠을는지도 모르겠다.....

 


5.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 100년이 다 되어가는 글이라 그런지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다. 풍경 묘사는 평범하고 그림에 대한 설명 역시 요즘 나오는 책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행기나 미술관 관람기로는 별로 매력이 없다. 그러나 나혜석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는 나혜석을 예술가보다 '여성'으로 재조명하는 분위기인데, 그런 관점에서 나혜석이 '우리의 나혜석'으로 싹트는 지점들을 이 책 군데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6. 세상을 바꾸는 언어

: 이런 책은 이것저것 번갈아 가며 자꾸 읽어줘야 한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언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지고 말과 글은 무서움을 더해 가고 있다.

 

7. 왕을 위한 홀로그램

: 카프카를 밭에서 캐고, 베케트를 바다에서 낚아서 훈제된 우엘벡과 함께 설터의 부엌에서 조리한 것 같은 소설이다. 아름답고 서글프다. 작게 아름답지만 크게 서글프다. 이미 자신의 안에서 죽어버린 무언가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혹은 그렇게 자신을 속이려 발버둥치는 남자의 이야기는 대체로 그렇다. 아름다웠다가도(아주 가끔) 서글프다(매우 종종).

 

8. 조용한 삶의 정물화

: 문광훈 선생님의 에세이는 묵묵하고 묵직하다. 다른 개울들이 갖은 모양으로 굽이쳐도 그저 지켜 볼 뿐 자기의 방향을 지켜나가는 강물처럼, 선생님은 쓴다.



9. 인생교과서 칸트

: 두 분 저자 선생님의 지향점이 충돌하는 책이다. 이 책 안에서만 놓고 보면 학자로는 김진 선생님이, 저자로는 한자경 선생님이 각각 상대방을 크게 따돌린다. 칸트에 대해 하나도 모르다시피 하여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한자경 선생님이 쓰신 부분만 우선 읽어 최소의 기본기를 확보하도, 쉽게 쓰인 개론서 한두 권쯤 읽고 난 다음, 다시 이 책을 펼쳐 김진 선생님 부분을 읽음으로써 진도를 확인하는 것도 괜찮겠다. 칸트의 저작 자체를 읽을 필요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syo가 이걸로 밥벌이 할 것도 아닌데, 기껏해야 잘난 척 하는 데만 쓰일 것에 너무 큰 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10.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내용은 뭔가 있어 보이는데 문장이 망했다. 철학 에세이라고 다 이렇지는 않다. 이런 식이면 철학이 어떻게 저떻게 삶이 되더라도 'syo의 삶'은 되지 못할 것 같다. 작가, 번역자, 그리고 syo. 이 셋 중 최소 누구 하나는 분명히 잘못했다. 누굴까. 범인은 이 안에 있다.

 

11. 호텔

: 표지가 그렇듯 알맹이도 엄청 스타일리시하다. 너무 그렇다. 그래서 내가 뭘 읽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어젯밤에는 엄청 스타일리시한 글을 읽었거든. 그게 뭐냐면 말이지, 친구. ..... 뭐더라?"

 

12. 생각하는 나의 발견 방법서설

: syo가 무지렁이라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데카르트는 허접한 것 같다. 불꽃같은 '회의'를 통해 모든 관념에 다 괄호를 친 다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에서부터 시작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결국 '자연은 신이 만들었고, 신이 매순간 생명체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신은 너무도 선하기 때문에게 인간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리가 없으므로 인간은 신이 창조한 법칙을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라는 식이라면, 도대체 저놈의 회의를 해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13. 문맹

: '쓰기'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투명하고 간결한 그녀의 문체와 만나 서늘하게 빛난다. 아름다운 글이다. 아름다운 글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느긋하게 읽어도 25분이면 끝나는 책을 11000원에 팔다니! 야이, 날도동놈들아.....

 

14.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 쉽기로는 메달을 다투는 책이지만 편파적인 경향이 없지 않아 추천할 맛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나는 것도 아니다. 뭐야, 문장이 왜 이래. 하여튼 별로인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좋은 책도 아니라는 말이다.

 

15.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 읽기

: 몇 번을 읽는지 모르겠다. 위트와 냉소에 대해서라면 혼비에게 배울 것이 참 많지만, 그가 읽고 소개하는 책 대부분이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어 들어오지 않아서 syo가 공감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이 책의 매력을 크게 후려 깎는다. 1년 단위로 교범처럼 몇 번 읽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졸업할 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책은 중고서점으로 간다. 안녕, 혼비. 고마웠어.

 

16.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

: 푸리에 급수/변환을 공부할 일이 있어서 다시 펼쳐 봄. 정말 아아아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시작해도(사칙연산과 한글, 아라비아숫자를 알아야 한다) 이 책만 있으면 저 꼴 보기 싫은 수학적 기교를 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필요한 수학 도구는 이 안에 다 있다. 일본 사람들은 참 이런 책 만드는 데는 탁월한 것 같다.



17. 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

: 한 사회를 평가/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비로소 해결책을 찾아낸 질문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으로 답을 내기 어려워 구성원 전부가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 하는 질문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물이나 흐름에 맞춰 철학을 서술해나가는 것이 날실이라면, 인물이 아니라 질문에 따라 사상을 배치하는 방법은 씨실처럼 기능한다. 초보자에게 철학의 유용함이 좀 더 촘촘하게 다가선다.

 

18. 문과생을 위한 이과 센스

: 낚시 쩌네. 이걸 읽고 이과 '센스'가 길러지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건 그냥 이과 및 이과의 엄지손가락인 과학에 대해 일부 설명하는 그야말로 '정보 전달'용 책일 뿐이다. 제목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 비추.

 

19.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고등학교 시절, 사회선생님은 수업에 들어와 우리의 인사를 받자마자 바로 휙 하고 돌아서서 칠판을 글자로 가득 채우고, 지우고 다시 채우고를 반복하다가 종이 치면 인사를 받고 다시 나갔다. 그걸 수업이라 할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 많은 글자들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리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그 공책을 달달 외웠다. 그러면 100점이었다. 교과서를 요약한 것이 바로 그 공책이었으므로 교과서는 볼 필요가 없었다. 이 책은 그때의 그 공책이 생각나게 한다. 그 공책의 가치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것만 있으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달리 보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 소피의 세계

: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이 책 한 권만으로 한 평생 배불리 먹고 살 양식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를 다음 생 그리고 그 다음 생까지 배부르게 하라.....



21. 철학은 전쟁이다

: 프랑스 철학자들은 전반적으로 문장의 유려함에 애정과잉증상을 보이는데, 그걸 감안하고 읽어내면(혹은 그 현란한 드리블을 간파해냈다는 데에서) 쾌감을 주는 데가 있다.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실제로 멋진 것보다 더 멋지게 말하려 애쓰긴 하지만 실제로도 멋지다는 점에서 그렇다. 앙리-레비의 철학하는 태도는 철학자가 아니라도 보고 배워 내 삶에 덧칠할 만하다.

 

22. 외로운 도시

: 고독에 대해서, 고독에서 나오는 슬프고 아름다운 많은 것들을,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실체감이 느껴질 만큼 선연하게 알려주는 책. 호퍼, 워홀을 비롯해서 외로움을 버티거나 누리거나 하며 살아낸 뉴욕의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있다면, 훨씬 더 읽기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사실 저자의 문장이 탐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름답긴 하지만 그만큼 차고 창백하여 읽는 동안 욕심이 사라졌다.

 

23. 재밌는 건 다 내 꺼

: 뭐야, 좋잖아 이런 소소한 맛.....

 

24.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 , 참 좋은 뜬구름 잡는 소리였습니다.



25.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 멋있다. 부럽다. 이 사람은 확실히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다녀도 될 만큼은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알고 보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니스트 아닌 남자보다,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닌 남자가 수십 배는 더 위험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syo는 아직 페미의 ㅍ도 꺼내지 못하고 사는 중인데 말입니다.....

 

26. 아무튼, 스릴러

: 이쪽 장르에는 정말 무지몽매의 끝을 달리고 있음을 뼈가 저리게 깨달았다. 픽션이고 논픽션이고 가릴 것 없이.... 아니, 세상 재밌어 보이는데 당최 왜 그 동안..... 어우 부끄러.

 

27. 아무튼, 택시

: , 아무튼 이 양반, 역시 이 양반, 대단한 양반. 독특한 양반.

 

28. 카프카의 엽서

: 일기도 그렇지만, 카프카가 생각보다 형편없는 문장을 많이 내놓는다. 아름다운 문장보다 비문이 더 많다. 소설은 그렇지 않았는데. 아니면 번역의 문제일까? 하여간 별로다. 여러모로.



29. 책장의 위로

: 내겐 항상 물음표에 가까운 조안나의 책들. 좋은 글이지만 과연 뛰어난 글일까? 예를 들어, 알라딘에서 이웃 10명을 만든다 치면, 그 중 3명은 이만큼 쓰고, 2명은 이보다 잘 쓰며, 또 이만한 글은 미미하여 써내지 않겠다는 듯 침묵하는 사람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무서운 알라딘 월드.

 

30. 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

: , 여행과 영화를 한 번 비벼 보자고. 슥삭슥삭. , 다 비볐으면 이제 한 술 떠 보자고. . , 이게 뭔가, 영화 맛도 아니고 여행 맛도 아니고, 좀 심심한 맛인데, 어쩐다. 뭘 좀 더 뿌리나..... 에라이, 모르겠다. 심심한 맛이라고 하지 말고 삼삼한 맛이라고 하자. 부르기 나름이지.



 

 

안녕~

7월이 끝나는 날 다시 만나요.

 

 

이래놓고 심심하면 또 온다는 데 손모가지를 걸자. 그러나 신체발부 수지부모에다가 가진 거라고는 이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처지니까, 내 거 말고 옆방 사는 (친구입니다)의 손모가지를 거는 걸로 하지. 걘 몸뚱이에다 직장도 가지고 있으니 손모가지 하나쯤은 날아가도 괜찮다고 봐야지.

-> 요 부분은 장난으로 썼지만 다시 보니까 친구놈에게도 미안하고 진짜 극혐이라 반성합니다. 확 지워버리려다가, 경계하는 뜻으로 취소선만 그어놓습니다...... 하아, 인격파탄자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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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6-27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번째 넘 웃겨요 ㅎ

단발머리 2018-06-27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맹,은 진짜 좋고, 진짜 얇아요.
1년 단위로 교범처럼 syo님이 읽으셨다는 닉혹비 책은 나도 찾아봐야겠어요.
소피의 세계,는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책 중의 하나죠.

무섭고도 놀라운 알라딘 월드에 왜 자꾸 빠이~를 하려고 하나요?
이러지 마시고, 내일 또 만나요^^

카알벨루치 2018-06-27 18:10   좋아요 1 | URL
내일 또 만나요! 넘 웃겨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8-06-27 20:19   좋아요 1 | URL
syo님 공부하셔야 되는데..
그래야 하는데...
내일 만나도 괜찮을까요? ^^

서니데이 2018-06-27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시험일정이 가까워져서 조금 더 공부를 하실 예정이시군요.
날씨가 더워지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라로 2018-06-29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제 닉네임이 님의 페이퍼 윗부분에 등장하다니 영광입니다, 곰시생님!!!^^
좋은 결과 있을 거에요. 화이팅!!!

독서괭 2018-07-09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극혐 아니예요.. 왜 갑자기 이런 댓글들이 달리는지 모를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