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고시오패스

 

공시 준비하다 성격 버리면 공시오패스겠고 고시생이라면 고시오패스겠지만, 공시도 아니고 고시도 아니라 둘 사이 어딘가 자리 잡은 희한한 비주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syo, 성격은 일단 알차게 버려놨는데 이걸 뭐라고 부를만한 명칭이 딱히 없어놔서 한층 더 먼지 같은 기분이다. 고와 공 사이의 어디쯤이니까, 생각하며 12번 정도 고옹, 고오옹, 고오오오오옹 해보지만, 제기랄, 아무래도 뾰족한 수가 나질 않는다. 난 뭔데! 대체 뭐냐고! 됐어. 공도 고도 다 필요 없어. 난 그저 나로서 너무도 당당한 syo패스......

 

시험이 이제 50일도 채 안 남았다. 그 말인즉슨, 하루에도 몇 차례 조울조울 널을 뛰고, 그야말로 사소한 것에도 꼼꼼하게 지랄할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우와아으아아아, 열 받아, 사고치고 싶다. 말썽부릴 거야. 뭐 하나 걸리기만 해, 아주 그냥.

 

알지, 내 성격? 나 완전 개야, 개. 깝치지 마, 소파 아작 난다!



그래, 이게 다 좁은 방구석에 처박혀서 종잇장만 너덜너덜 들여다봐서 이런 거지. 옥상으로 올라가 탁 트인 풍경을 보고 미세한 내 마음도 좀 탁 트자. , 오늘따라 시원한 공기. 햇살도 따갑지 않고. 멀리까지 보이네. 미세먼지도 없나 보네. 역시. 그것 봐. 방 밖으로 나오니까 얼마나 좋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하루, 와러 원더풀 월드냐고. . 저기 아래에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세상 다정해 보이는 커플을 좀 보라구. 태양계의 모든 행복이 다 자기들 꼭 잡은 두 손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잖아. 어때, 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행복해 지는 것 같겠냐열라빡치지보아하니바로저새끼들이내행복을모조리도둑질해간절도범들같은데확그냥정수리에가래침이나뱉어버릴까보다니들도이험한세상맛한번봐야되겠지아무래도!!!!! 했으나 실제로 침은 뱉지 못하고 도로 삼켰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맛이었다.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깜짝 놀랐지만, 얼른 둘러봤더니 주위에 사람 온기라고는 1도 없어서 괜히 많이 슬펐다.

 

그래, 이러지 말고 차라리 달리자. 마음이 뒤숭숭할 때는 몸을 움직여야 하는 법이지. 좋군. 바람 시원하고. 오늘따라 무릎도 별로 안 아프고. 평소보다 좀 빠른 것 같은데 더 많이 뛸 수도 있겠어. 후 후 하 하. 역시, 사람은 숨이 차면 잡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구먼. 호흡이랑 무릎에 집중. 좋아, 좋아. , 밥 먹고 얼마 안 돼 그런지 속이 좀 울렁거리네.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니까 속도 줄이고 조금만 버텨 보자. syo, 힘 내. 달리다 산책로에 토해 놓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 저기 벤치에 알콩달콩 앉아 서로의 눈을 뜨겁게 들여다보고 있는 저 남녀 분위기 좋은데, 갑자기 내가 나타나 우웩거려대면 그거 얼마나 큰 민폐 같은소리하고앉아있네민폐는지금저것들이민폐구만벤치가이렇게광활한데기어이반드시꼭기필코필수적으로무릎위에앉혀야만되겠냐이것들아아놔이정도면민폐넘어적폐로세네놈들이과연내가그얄미운무릎에다저녁에먹은음식을게워다가빈대떡을부쳐도그렇게자웅동체연리지비익조마냥한몸을유지할수있을까보냐확그냥막그냥구역질일발장전이요??!! 했으나 꾹 참고 그저 열심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맞바람 맞는데 동공에서 땀이 나네, 많이 나네, , 줄줄 나네, 흘린 물만큼 몸이 가벼워져서 그런가 오늘따라 스피드가 장난 아니네, 하다 보니 벌써 집이라서 괜히 많이 슬펐다.

 


지혜를 쌓는 것은 온전히 심리적인 것이기에 이성과 의지가 결합된 힘에 기반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그런데 이 이성과 의지의 결합은 순전히 허황된 생각이다철학자들이 지어낸 이야기이고 허풍이다사기란 말이다이성은 우리에게 담배나 술을 끊으라고 명한다철통같은 의지로 실제 그 명령을 잘 받들기만 하면 되겠다그런데 니코틴중독이나 알코올의존증을 부추기는 '신경증'에 있어서 의지는 아무 소용이 없다술이나 담배를 싹 끊었다고 가정한다면그건 어디까지나 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지-중독에서 벗어난 우리가 지체 없이 또다른 중독에 빠질 경우는 차치하고서라도-데카르트가 말한 대로 이성에 자극받아 "단호한 결심"을 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따라서 우리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스스로 달라지겠다는 결심과 그에 따른 성찰이 우리의 기질을 변모시키지는 못한다다시 말해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영혼에 잡힌 주름영혼에 깊이 아로새겨진 흔적은 그런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다삶은 우리를 그렇게 우리 안에 고착시키고그 고착은 세월이 흐르면서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린다.

프레데리크 시프테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고독하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그건 배고픔 같은 기분이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기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창피하고경계심이 들고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기분이 밖으로도 드러나고독한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되고 점점 더 소외된다그것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상처를 입히며신체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발생하는 물리적 결과마저 낳는다그것은 앞으로 나아간다무슨 말이냐 하면고독은 얼음처럼 차갑고 유리처럼 맑으며 사람을 집어삼킨다는 뜻이다.

올리비아 랭외로운 도시

 

사람은 연민만 아니라면자기혐오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물론 사랑으로도 살수 있겠지만 그건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거다행복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세요 사랑하세요같은 말을 떠벌리며 거만할 수 있는 건 대개 그런 이유에서다.

허지웅버티는 삶에 관하여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하라 2018-06-12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지웅의 글이 아프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 같네요.
시험 잘 대비하시길 바랄게요^^

syo 2018-06-12 08:1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그러나 시험이 저를 잘 대비해주기만을 기도하는 요즘입니다....

2018-06-12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0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6-12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와 공 사이,,, 곰? ㅎㅎㅎㅎ
잘 하실거에요!!! 화이팅~~~
글고 저 비글은 저희집 비글, 샘보다 통통하고 웬지 시크한듯해요. 저희 샘은 완전 아무나 보고 헤벌레~~~~ㅠㅠ

syo 2018-06-12 08:2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멍뭉이는 외모/성격/인종(?)/종교 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모두 귀엽습니다♥️

2018-06-12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6-12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귀여워.........

syo 2018-06-12 08:47   좋아요 0 | URL
저 눈 좀 보시라구요....살짝처진 배 하며... 핑크색 발바닥에.... 으윽 심장폭격♥️

2018-06-12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12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를 안고 대구로 금의환향하길 바랍니다. syo님만 얘기하는 건데 8월 25일 대구에 정희진 님 강연이 잡혔어요(추후 일정이 변경될 수 있지만, 큰 변수가 없다면 이 날에 진행할 것 같습니다).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쾌거를 이루었어요. 시간 괜찮으면 이 날에 대구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

syo 2018-06-12 16:15   좋아요 0 | URL
시험 결과와 무관하게 그날쯤에는 대구에 있습니다. 대구에서 정말 애쓰시네요 다들. 꼭 구경가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8-06-1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인용구... 우와 뭔가 마음에 드네요. syo님은 모르는 책이 없으신듯... ㅎㄷㄷ...

syo 2018-06-13 09:38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idahofish님 ㅎㅎ <외로운 도시>는 괜찮은 책입니다. 고독에 대해서 알아가기에 모자람이 없는 책이죠. 페이지는 잘 안 넘어가지만요 ^^
아는 것 몇몇 빼고는 다 모르는 책 투성입이다. 열심히 읽어야 될 텐데요 ㅎ

syo 2018-06-13 13:26   좋아요 1 | URL
알고 보니 말씀하신 첫 인용구가 <외로운 도시>가 아니었군요ㅎㅎㅎㅎ 송구합니다.

비로그인 2018-06-1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용구도 인상적이에요...ㅎㅎ

독서괭 2018-06-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공)시생의 아픔을 이렇게 재미있게 쓰시다니 ㅋㅋㅋㅋ 50일만 더 힘내세요~~!!

syo 2018-06-20 16:1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벌써 38일이에요ㅠㅠ..... 이제 여기 안 올 거에요.





일단 내일까지는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