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술소매상

 

자전거 교습 중이라는 글자 옆자리에 붉은 화살표가 있어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슬며시 길을 돌아나가다, 잠시 멈춰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는 이들을 보았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얼마 못 가 비틀비틀, 바퀴의 궤적은 삐뚤빼뚤. 어떤 이는 가랑이 밑에 안장이 있을 뿐, 실제로는 두 발로 걷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전거 바퀴 숫자와 땅에 붙이고 있는 다리 숫자에 큰 차이가 없는 그곳에서, 녹색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는 빨간 조끼 하나 있었다. 이 자전거 뒤를 잡아줬다가, 저 자전거 핸들에 손을 올렸다가, 박수치며 응원했다가, 호루라기를 불어 시선을 한데 모았다가 하면서. 십여 개의 녹색 조끼가 한 개의 빨간 조끼를 보고, 듣고, 의지하고 있었다. 빨간 조끼는 눈코 뜰 새가 없었지만 대신 웃을 새가 있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자전거도 하하 호호 빨갛게 웃었다. 자전거는 웃으면서 배울 일이라는 것은 진즉에 알았지만, 웃으면서 가르치는 일일 줄이야.

 

자전거 타는 기술을 가르치는 일로 넉넉할 수 있을까. 빨간 조끼 선생님은 아마도 부자는 아닐 것이다. 부자가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금방 배울 테고, 녹색 조끼는 며칠에 한 번은 그 주인이 바뀌겠지. 징검다리가 자신을 스치는 모든 물살을 일생 단 한번밖에 만질 수 없듯이, 빨간 조끼는 매주 이곳에서 새로운 녹색 조끼들의 자전거를 붙잡아주고, 더는 붙잡아주지 않아도 될 때 영영 그들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자전거 타기는 익히기 어렵지 않고, 큰돈과 맞바꾸어 배울만한 기술도 아니기 때문에, 빨간 조끼 선생님은 이 기술로 부귀를 쌓지도, 영화를 누리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직, 빨간 조끼만이 남는 걸까?

 

그러나 여기에 웃음이 남았다. 자전거를 배우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 웃음을 몰래 훔쳐 나는 좀 더 따뜻해졌다. 그리고 좀 더 따뜻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데 품이 많이 들지 않고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반드시 세상 어느 한 구석을 덥히는 기술들. 넘어지지 않고 힘차게 자전거 바퀴를 굴려나가는 법 말고도, 그런 기술들이 세상엔 있다. 노을의 낯빛이나 달무리의 채도를 읽어 내일의 날씨를 짐작하는 기술부터, 먼 이국의 여행지에서 산 엽서에 담아 소중한 사람에게 보낼 시 한 편을 고를 줄 아는 눈썰미, 천변을 달리다 다리 긴 새 한 마리 물 위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잠시 멈춰 그 이름을 곰곰 떠올려 보는 여유, 시원한 레몬에이드에 띄울 애플민트 잎사귀의 수를 유리컵 크기에 알맞게 가늠할 줄 아는 세심함까지. 사는 데 필요하진 않지만 따뜻하게 사는 데 필요한 기술들, 최소한 내가 그렇다고 믿고 있는 이런 기술들을 나누어 주고, 거기서 나오는 소소한 소득으로 밥 짓고 책 읽는 삶과, 그런 삶이 가능하며 아낌 받는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조용히 끝나가는 봄날에, 도림천이었다.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일정한 삶의 양식이 있잖아요그런 사회에서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을 실천하고 유지하면서 살려면 스스로 생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사실 손으로 직접 뭘 만든다는 게 요즘 트렌드가 되고 있잖아요이게 어떤 상징인 것 같아요. ‘제작하는 인간으로서의 삶그러니까 효율적인 생산력을 가진 노동자로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생산할 능력을 가진 제작자로서의 삶을 원하는 마음이 많이들 있는 거죠그 물건이 무엇이든지 간에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인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소비하는 인간으로서만 존재하는 나를 넘어설 수 있어요.

제현주금정연일상기술연구소 


숫자를 주장의 축으로 삼는 서술 방식이 위험한 이유는 독자에게 의심을 품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그보다 더 좋지 않은 점은 독자가 사고하는 폭을 제한해 버리는 폭력성에 있습니다.

특히 '평균'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 그러한 평균은 수용자에게 '비교'를 하게 만듭니다평균이라는숫자를 보면 곧 자신과 비교해 볼 것입니다비교 검증이 끝나면 '내 연 수입은 역시 적은 편인가'라든지, '내 연령이라면 이제 슬슬......' 하면서 생각할 소재가 생겨납니다하나의 사상하나의 운동으로 많은 독자를 모으고자 한다면 숫자를 내세운 문장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그러난 평균은 특이한 존재나 다른 가치관 등을 매몰시켜 사회로부터 다양성을 빼앗기 일쑤입니다.

가와사키 쇼헤이리뷰 쓰는 법

 

두려움과 불안이 경쟁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사람들은 정작 경쟁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한국처럼 기형적일 정도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사회에서조차 경쟁을 고정적인 상수로 전제한다그 다음에 남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따라가며 대중적 유대감을 형성하면잠시 경쟁에서 벗어난 듯한 착각을 느낀다.

박홍순,일인분 인문학


삶이 노동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기는 해도 노동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하죠삶이란 되도록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 되어야만 하니까요사람들의 삶을 자유롭고 즐거운 것으로 바꾸는 노동은 신성하지만반대로 부자유와 고통을 자아내는 노동은 불경스럽습니다한마디로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노동만이 아름다울 수 있어요반대로 삶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노동은 추하기만 할 뿐이죠.

한상연,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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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1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모자 조교는 무섭다는데 빨간 조끼 선상님(?)은 친절하시군요. 햇살은 좋은데 미세먼지가 겁나서 집에 있으면서 상상으론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를 그러니까... 타 본 적은 있을거에요. 메이비?

syo 2018-04-18 14:56   좋아요 0 | URL
뭐니뭐니뭐니해도 상상이 가장 중요한 거지요. 그걸로 8할은 타신 거라고 보면 됩니다. 메이비?

2018-04-1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8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