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베리 수상작인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오래된 설화에 새롭게 조금만 색을 입혀도 이야기가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지... 



상실을 보듬는 이야기. 죽음과 화해하고 남은 상처를 보듬어 다듬는 이야기들이 손을 잡아주기를.


'


내 경우에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끔찍하게 멀미나는 문제들... 일 것 같지만... ㅎㅎㅎ 고등학교에서 기초를 충실하게 닦은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학/물리학 문제들이라고 말은 하는데, 말인즉슨 대부분은 못 풀 거라는 말 아닌가요. 



수많은 글감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집 아닐까. 뭐가 어쨌건 사람에게는 결국 사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경험하고 꾸려나가는 일에서 예외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경험의 천차만별함만큼의 폭넓은 재미가 있겠지.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다섯 편의 '뉴 러브'를 다룬 작품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왔으니 보험은 들어놓은 셈이겠죠... 그나저나 NEW LOVE라니 뭘까. 결국 사랑 이야기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쇼킹할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물론 사랑 이야기가 본질이 유사해도 형식이 유사한 건 아니지만)



팬케이크가 설마하니 작가 성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게 그런 것이었다... (나름 충격) 

포근포근 달콤달콤한 이름과 달리 어쩐지 굉장히 건조하고 거친 글을 쓰신 분인 것 같아 아주 약간의 인지부조화가 왔다. 하긴 뭐 통밀팬케이크도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책 제목 진짜 잘 지었다. ㅎㅎㅎㅎ 잠깐잠깐 쉬는 시간에 한 챕터씩 후르륵 읽으면 딱일 것 같... ㅋㅋ 목차 보고 많이 웃었다. 성실형 또라이, 혜성형 또라이, 지식인형 또라이, 첨가물형 또라이, 네네형 또라이, 반정부형 또라이... 끝이 없는 또라이들의 유형을 보고 있으니 제정신으로 생존하고 있음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생각하게 됨.



작가 마음대로 웃기고 울리고 하는 배크만의 소설. 어설픈 은행강도와 다들 어딘가 맹하고 역시나 어설픈 사람들이 우당탕와당탕하는 이야기인듯. 



신간 훑어보다가 이 책 발견하고 무의식중에 '나도 독립하고 싶다'고 중얼댔더니 틴에이저 따님이 엄마 나랑 같이 독립하자, 대꾸해서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게 무슨 독립이니. 



상처와 치유와 회복의 서사.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도 손을 움직여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한 슬픔과 고통을 희석시키는 것도 뭔가를 만들고 움직이고 하는 게 잡념을 덜어내어 도움이 되는가보다. 여하간, 인간은 가만히 있으면 한없이 가라앉고, 뭘 하든 움직여야 마음도 숨을 쉬러 물 위로 떠오르는 모양이지...



gossamer라는 단어가 있다. 딱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잘못 손대면 뜯어지고 망가지는, 엄청나게 곱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거미줄 같은 것을 말하는데 이 말이 미야모토 테루의 문장을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미야모트 테루의 소설을 읽고 나면 느꼈던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시선이, 여기에도 당연히 있을 것 같다. 



삶의 불편함에 잡아먹히지 않고 그 안에서 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 단단한 벽을 쌓는 것. 문보영의 소설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벽을 쌓아올리기 위해 처음 벽돌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라고 알라딘 책소개글에 이렇게 적혀 있는데, 이 문장이 정말 좋았다. 삶에서 나를 위한 용기를 내도록 등을 밀어주는 책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나이는 상관 없는 거죠, 내가 몇 살이든, 이게 내가 할 일이야- 라고 제대로 삘 받았으면, 그냥 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펭귄이든 북극곰이든 호랑이든, 아니면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아무 상관 없는 거.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쭉 많이 나오길 (나중에 셀프 응원도 되게)



쭉 재미난 이야기를 써 온 보린 작가가 새 책을 냈다. 재미있음을 넘어서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고기, 남의 살이란 건 대체 뭔지, 나는 뭔지, 인간은 뭔지를 고민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싶다. 



앞으로의 세상은 수많은 프로토타입의 라이프스타일이 넘쳐날 것이고 개중 어떤 것은 전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이 된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이 고지식하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상하기까지 한 학교 제도가 점점 힘을 잃어갈 것이다. 



최근 기시 마사히코의 저서를 읽었는데, 그 분이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쪽에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 이 있고, 다른 한쪽에 '일본인이라는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는 '재일 코리안'이라는 경험'이 있고,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애초에 민족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도 없는' 사람들이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평범함'이다.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바로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그 평범함을 누리고 싶다는 말인 거다, 다시 말하면. 



아주 오래전에 이 비슷하게 나를 찔끔하게 한 그림책이 있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절판인데, <따귀는 왜 맞을까?>라는 제목이었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다 설명이 되는... 

어른 되기도 참 힘들다. 진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는 법 같은 게 제일 필요한 스킬인데, 왜 아무데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



어떤 책들은 읽어야 할 시즌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교를 주제로 모든 장르별로 모은 단편집인 이 책도 학생일 때 가장 잘 읽히고 가장 큰 교집합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귀국길에, 드라마에서나 보던 '기내에 응급 환자가 발생했으니 의사 선생님 계시면 승무원에게...' 방송을 시켰던 (이걸 닥터 페이징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경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승무원 전용구역에 몇 시간을 머물러 있었다. 애가 정신이 없는 그 와중에도 승무원이 정말 고된 직종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만(더불어 내가 보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가끔 아이들이 열심으로 보고 있으면 이거 이렇게 무한정 보여줘도 되나, 갈등할 때도 종종 있다. 물론 만화와는 엄격한 장르 구분이 있는 건 알지만 아이들은 그냥 만화처럼 대사만 나꿔채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노블이 갈수록 좋은 게 많이 나오는 듯해서 더 갈등되네.



까아아아암짝 놀랐다. 진심,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언어, 이렇게 부제를 붙일 정도로 새로 생긴 단어가 그렇게나 많다고?

그러나 띠지에 붙어있는 포스트코로나,(온택트는 그렇다치고) 케이방역... 이거는... 좀... 그렇지 않은가요? 굳이 사전에 실릴 단어인지 의문이 좀. 



굳이 미술 작품 글쓰기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글쓰기에, 이런 방식도 있으니 응용해 보기를 권하고 싶어지는 책. 



와, 이런 생각을 다 할 수 있구나, 감탄하게는 하는데 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하셔서 읽는 사람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경향이 없잖으신 분... 궁금하긴 한데 다 읽을 자신은 없어서(전작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듣다가 포기했다. 중요한 말인 건 알겠는데 정말 너무 심하게 반복해) 이번엔 안 그러실라나?



멋진 언니들의 인터뷰. 책소개에도 나와 있듯 이 인터뷰집의 가치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불안하고, 리스크를 끌어안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데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멋지기만 한 인터뷰도 물론 그 나름으로 도움이 되지만, 되게 멋있고 훌륭하고 기타등등해 보이는 그 사람이, 나처럼 매사 불안해하고 힘들어한 시절이 있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와 격려를 주는 법. 



이젠 정말 더 이상 갑작스레 추운 날이 없을 것 같아서 드디어 옷장 정리를 단행했는데, 옷장 바닥에서, 서랍 한 구석에서 감춰둔 (그리고 자연스레 망각한) 책더미들이 발굴되어서 스스로도 넌더리를 내고 있다. 이 책들 절반 이상 읽어치우기 전에는 새 책 안 살 거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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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3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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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만 보면 오해를 잔뜩 할 수 있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요?)


예전에 어디선가도 이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로맨스야말로 제일가는 판타지 장르의 한 갈래라고. 적극 동의한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딨어? 이혼하자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고 (플러스, 미혼은 여자친구)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여자가 정말 바라는 게 뭔지를 공부하는 남자들의 북클럽이라니, 내가 엄연히 세상의 많고 많은 판타지 매니아 중 한 사람이지만, 이것만큼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없겠다. 차라리 오늘 해질녘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무르타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다리는 게 더 현실적이야... (쓰고서도 흠칫했다, 몇 년만에 다시 떠올린 이름인지) 네, 삐딱선은 이 정도로만 타기로 하고.


메이저리거인 개빈은 난데없이 아내의 이혼하자는 말에 일상이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들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라는 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그의 생각이고, 사실 문제는 쌓이고 쌓인 불쏘시개가 되어 언제든 잿더미가 되도록 불살라질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 그런데 뭐,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나마 이 커플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주인공이라도 있지, 그냥 그렇게 말이 안 통해서 악을 쓰면서 싸우다가, 어느 순간 말해봤자 들어먹지도 않는데, 포기하고 그냥 무감한 상태로 이래저래 사는듯 마는듯 그렇게 하우스메이트처럼... 살면 슬플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속시원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개빈은 이대로 결혼 생활을 쫑낼 생각이 1도 없고, 세아는 결혼을 지속할 생각이 당연 없는데 개빈은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한다. 대신 기한이 끝나면 집이고 양육비고 달라는 대로 다 준다는 조건으로. 세아로서는 (짜증은 나도) 이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게임같은 이 요상한 밀당이 벌어진다.


진짜 핵심은 할리퀸 로맨스 같은 그 소설 속 로맨스 소설이, 개빈이 실제로 탐독하며 실습하는 교재로 사용하는 그 소설을 우리도 읽어볼 수 있다는 거다. 열 몇살의 철딱서니없이 세상의 남자가 다 그런 줄 알고 망상에 젖어 살던 시절이 생각나서 재미있었지만, 지금와서 보니 애들이 뭘 안다고 그렇게 수위높은 텍스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던 건지 새삼 소름이 돋는다. 


"언제 어디가 됐든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이 합쳐 이루어진 존재야.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한 반응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로맨스 소설에서도 그렇잖아. 책이 시작되기 전에 주인공이 겪었던 일이 결국은 책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지."

"근데 우린 지금 내 진짜 삶을 얘기하는 거잖아, 책이 아니라." 

"똑같은 원리야." 맬컴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에 공감하는 거야.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해주니까." -139쪽


"아들, 누군가와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함꼐 살면서 한두 번 지옥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단다. 네 엄마한테 물어보면, 혼자서 너희 두 녀석을 키울 수가 없어서 날 떠나지 않았던 게 몇 번이나 된다고 말할 거다. 내가 이걸 아는 건, 네 엄마가 내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해서고." -214쪽


나만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적나라한 묘사가 들어있는 책은 불편하고 힘들다. 좋다고 눈을 빛내면서 이런 문장들을 삼킬듯이 읽을 수 있는 것도 10대 20대의 특권일지도? ㅎㅎㅎ 로맨스가 피곤해서 드라마도 안 보는 난데 왜 책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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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울음의 세계를 탐구해 봅시다. 어... 그것이 좀 사적인 영역이기는 해도. 

나이를 먹어서 눈물이 조금 (개미 눈물만큼) 줄어들기는 했는데 여전히 수도꼭지라, 잘 운다. 눈물을 한바탕 짜내고 나서 요즘은 고민하는 것이 이게 쓸데없는 감정소모적 울음이었는지, 카타르시스적 눈물이었는지... 그런 거다. 세상엔 참 다양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고.  



한국소설을 엄청나게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작가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뭘로 봐도 함부로 입을 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김금희의 소설을 읽으면, 읽지 않으면 몰랐을... 아마도 끝끝내 모른 척 덮어두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뭐, 그래서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나는 이런 배경을 가진 저자를 굉장히 선호한다. 한 분야만 들입다 파고 연구한, 빛나는 성과를 한 손에 말아 쥔 전문가의 신뢰성도 물론 존경스럽지만, 자기의 전문분야는 그건 그것대로 두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자기의 '좋아함' 하나로 뭔가를 빚은 사람들. 



제목만 소리내어 읽으면 ?????? 싶지만 그거 아니고...

복지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그림책을 읽어드리는 아이와, 이것이 독서토론인가 잡담의 장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는 어르신들이 맺어가는 관계와 과정 안에서 아이가 만드는 치유와 성장의 서사(일 것으로 추측). 그림이 참 좋다. 



당신이 우주에 관해 알아야 할 10가지가 어쩌다가 우주를 정복씩이나 하는 10가지 지식이 됐는지 그 엄청난 차이값은 뭐 나중에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지만요.



그러게요, 별 것도 아니고 대단할 것도 없어도 그런 소소한 선의가 얼마나 필요한지요. 냉소보다 위선이라는 작가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차라리 착한 척이라도 하자고, 그러면 언젠가 그게 몸에 밴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레몬첼로 1권이 참 재미있었는데 시리즈가 줄줄이 나오는것이... 텐션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문득 궁금. 



이 책 소개 보자마자 The Encyclopedia Brown 시리즈가 떠올랐는데, 접점이 있으려나?



재미있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잠 못 잘 것 같아(나잇값 못 하는 겁보입니다)...



요즘 정말 수학책 많이 나오네. 쫓아가면서 정보 파악하기도 힘겨울 정도로 많아... 



패션에 엄청난 열정을 불사르는 틴에이저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듯. 옛날 위인보다 살아있는(내지는 비교적 최근에 타계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감이 원천이 되어줄거다. 



무거운 책인데, 마음속에 깊이 담가두고 조금씩 꺼내어 읽고 축축한 감정은 또 잘 말려 빳빳하게 보관하고, 그러고 싶다. 



문화 속에서 상징물로 남은 동물들. 그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자. 오케스트라의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우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셰프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쓴 다른 카레 책을 본 적이 있고 몇 개는 따라 만들어도 봤는데, 맛있었다. 실로 카레 덕후라고 부를 만한 분이고, 나는 카레를 좋아하는 1인이므로, 일단 관심도장 꾸욱.



오가와 이토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건 바로 대답을 못 한다. 그렇다고 싫어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 밍숭맹숭한 대답 한 가운데에 오가와 이토를 가끔 읽는 이유가 묻혀 있다.



엄마표로 영어를 가르칩시다를 짜랑짜랑하게 외치는 책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런 책을 발견하면 정말 반갑고 고맙다. 다 좋은데, 영어가 왜 필요한지, 영어에 대해서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얘기부터 먼저 하는 게 사리에 맞으니까. 응원의 의미로 꼭 사서 읽겠습니다.



자연의 개념을 루빅스 큐브처럼 분할해서, 어느 순간에는 맞추어 가며 분리하고 서술하고 통합하는, 그런 책처럼 보인다. 열 네 개의 시선으로 자연을 통찰하는 듯한 목차를 보면서 이것은 꼭 자연의 녹색을 읽으려 하는 노력 같다, 그런 생각을 했다. '녹'색 한 마디로 축소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GREEN ALIVE, NATURE ALIVE in human, with human, for human. 



국어 시간에 이런 책 함께 읽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토론하면 어떨까요? 애들은 어른보다는 훨씬 불편한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던데. 



나는 정지우 작가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통해 알았다. 뭐 이렇게 착한 글을 쓰는 작가가 다 있나 생각했더랬다. 이번 책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표지마저 그렇네.



믿고 보는 출판사,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항상 나를 설레게 하는, 지갑은 공포에 떨게 하는, 그놈의 도감. ㅎㅎㅎ



(한 번 더 가죠,) 예나 지금이나 덕후들이 세상의 결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법이죠... 



그림책 독자층이 두꺼워지고 그림책도 좀 더 많이 팔리고(... 있기를 바라고요), 그러다보니 그림책 가이드라든가 에세이라든가... 굉장히 많이 출간되고 있는 듯. 개중에 정말 보물도 있고 일기는 일기장에 부탁드려요(물론 남의 일기 읽는 맛이 각별하긴 하지만) 싶은 책도 있는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컨셉트가 아주 명확해서다. 2010년대의 우리 그림책, 이렇게 또렷하게 범위를 좁혀놓았다. 이렇게 정확하게 난 무슨 말을 할 거야, 라고 알려주는 책들은 쓰다듬어주고 싶어진다. (아니 왜???)



세상의 똑똑한 사람들은 이렇게 사업을 한단다, 라고 가르치기에 딱 적절한 교과서적인 책. 원서들 뒤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의외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좋은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거다. 슬픈 건, 1-2년 뒤에 절판의 수순을 밟는 책들이 다수라는 거.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런 게시물까지 보는 분들에게는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지만, 책 좀 삽시다, 제발. 안 읽어도 되고요, 그냥 사기만 해 줘도 된다고 쫌. 커피 두 잔 값 밖에 안 하는구만. 



이거슨 그럼 포렌식 교과서인가... ㅎㅎㅎ 학부모의 한계다. 모든 게 다 교과서적으로 보이는...


비가 온다. 꽤 많이 내린다. 이 비는 아마도 수요일까지 쉬지도 않고 내릴 듯하다. 비 오는 날 최고 좋은 건 커피 한 잔, 재미있는 소설 한 권(왠지 비 내리는 날 논픽션은 싫어), 그리고 뭔가 까서 입 안에 털어넣고 오물거릴 수 있는 간식거리 조금. 

그저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눈물 쥐어짜면서 다 읽었고, 절대 지하철에서는 못 펼쳐들 것 같은『브로맨스 북클럽』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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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mn책을 한달에몇권씩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라영 2021-06-04 10: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일일이 세어보는 건 아니라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서른 권은 넘는 것 같습니다. ^^;;
 


도덕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의 상실>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인류가 점점 비도덕적 존재로 변하는 원인도 삶의 서사의 상실에서 찾는다. 자기 삶의 이야기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률을 동경하는 것이 실제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판단과 인간적 감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삶의 서사가 사라지면 인간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25쪽


사회학 서적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늘상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가 자기서사의 상실이다. 그 바닥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분들이 모두 이 말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적어도 문제의식이라도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좀 먼 것 같다. 자꾸 이야기라도 꺼내야지, 별 수 있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부터, 그게 시작이다. 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다수가 따르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밟지 말고, 그들을 먼저 오롯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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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주체는 더 이상 자기 경험을 확장하지 않는다. 성장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의 삶은 그때그떄 벌어지는 일들의 단편과 파편으로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성장이란 자기삶을 연속적으로 흐르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의지와 그것이 의미있고 가능할 때에만 이뤄진다.

파편적인 삶에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245쪽


죽어서 누군가 관뚜껑 덮어줄 때까지는 계속 움직여야 하나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멈추면 자기서사도 동력을 잃고 조각나기 시작할 테니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욕망일 것이고 욕망을 추동하는 것은 꿈이겠다. 나이는 들어가도 꿈을 키워야 하는 이유... 


#성장하는인간 #삶의연속성 #자기이야기를갖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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