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한나절 - 긴 숨을 달게 쉬는 시간
남영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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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엔 똑같이 생긴 거라곤 하나도 없고 또 그렇게 생긴 이유가 다 있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 그 궁금증이 사라지면 세상에 호기심들이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다.
호기심이 없다면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알려고 하지 않으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이 숨겨놓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게 된다. 여태 다들 그냥 무심히 살아도 아무 불편함도 못 느꼈으니 그런 얘기쯤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 그냥 사는 것과 의미를 알고 사는 것은 삶의 질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세상 모든 일은 누구에게나 엇비슷하게 일어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사랑하면 행복해진다. 이 모든 것이 커다란 삶의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작은 퍼즐 맞추기 같은 것이다. 그래서 간혹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듯이 물어보면 어른들 역시 대답을 잘 못한다. (-p.184)

어느덧 나는 부모의 품을 떠나 어른이 되어 있고, 이젠 내 아이들을 자신의 좋은 땅을 찾아 떠날 때까지 잘 성숙시키기 위해 힘을 모은다. 당연하게도 잘 성숙되지 못한 열매는 새싹을 틔울 수 없으니 애지중지 좋은 양분을 주기 위해 애쓰지만, 자연을 보며 늘 한 가지 되세기는 준엄한 가르침은 부모의 그늘 아래선 자식이 잘 되지 않는다는 대자연의 진리다.
자식 귀하다고 품으려고만 하다 보면 오히려 그 품이 자식을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저 자신이 생긴 모양 그대로 가장 잘 떠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서 떠나보낼 때 새로운 숲이 생겨나듯 자식들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p.190)

건강한 숲은 종이 다양한 숲이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골고루 섞여야 더 건강한 숲을 이루며 건강한 숲은 나무들끼리 서로 뿌리로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긴밀히 공생한다. 영국의 산림학자인 수잔 시마드도 '나무가 서로와 대화하는 방법'이란 제목의 테드 강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나무들은 서로 경쟁보다는 화합을 택한다는 것이다. 큰 나무 사이에 어린 묘목이 자라 햇빛을 잘 받지 못하면 주변의 어른 나무들이 뿌리로 영양분을 나눠 주어 그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큰 나무들도 마찬가지로 머넞 잎이 난 나무는 주변의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무에게 영양분을 나눠 주어 잎이 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준다. 그러다 그 나무가 잎이 무성해져 햇빛을 더 잘 받는 환경이 주어지면 이번엔 그 나무가 자신에게 영양분을 나눠 줬던 옆의 나무를 또 도와준다. 이렇게 숲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거대한 공동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대자연의 섭리인가.(-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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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을 냈던 일본 콜롬비아에 문의해도 주제가 음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디카하타가 작곡가에게는 악보가 있을지도 몰라"라고 해서, 우노 세이치로의 집에도 찾아갔지만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황을 설명하자 다카하타는 말없이 내 말을듣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꼭 듣고 싶군."
감독이 그렇게 말하면 프로듀서는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내가 편집장으로 일했던 아니메주‘에는 마니아들이 우글거려서 그중 한 사람에게 말했더니, 인터넷이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지인에게 연락해 방송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사흘 만에 구해주었다.
"이런 노래였던가?"
다카하타는 몹시 기뻐하면서 노래를 들으며 악보를 직접 그렸다.
그걸로 모든 것은 해피엔딩이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번에는 안무는 어땠나?"란 말이 나왔다. 거기에는 두 손을 들 수밖에없었다. 인형극을 만든 히토미좌 극단에 갔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라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연출가를 통해 안무가를 찾아내 가까스로 안무를 배웠다. 그 짧은 장면의 뒤에 이런 땀과 눈물의 수색작전이 있었던 것이다. 다카하타 감독과 영화를 만들면 고생도 많이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다. 영화 제작 자체가 일종의 다큐멘터리이자 지적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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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 오늘의 작가상에 빛나는 최민석의 정통에세이
최민석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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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말이긴 하지만, 나는 흡족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긴다. 그것이 영화든, 소설이든, 시든 차별없이 똑같이 적용한다. 집에 아무도 없어 사람의 소리가 고플 때엔 영화 <봄날은 간다>나 <냉정과 열정 사이>를 틀어놓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
눈 쌓이는 소리, 대사를 읊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아무 장면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주인공들이 눈을 밟을 때 들리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나,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목청의 울림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드는 음악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해서 듣는 방식처럼, 마음에 드는 책도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해 읽는다. 처음엔 보컬을 따라 들으며가사를 이해하고, 다음엔 기타를 들으며 울림을 전해 받고, 그 다 - P175

음엔 베이스와 드럼을 따라 심장을 박동케 하듯, 책 역시 처음엔이야기를 읽고, 다음엔 문장을 읽고, 그 다음엔 구조를 읽고, 마지막엔 작가가 숨겨놓은 ‘거대한 취향의 안내서‘까지 읽는다. 물론,
한번에 이 모든 것을 다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번에걸쳐 꼼꼼히 읽는 재미에 비할 순 없다. 책과 영화 역시 음악처럼여러 번 반복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발견의 순간에, 마치 영화의 장면이나 소설의 문장들이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군 하고 젠체하며 미소 짓는 듯하다. 물론 그 잘난 체하는 미소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라, 내 쪽에서도 가능하다면 웃음으로 답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소설을 쓸 때도 혹시나 나 같은 독자가 있을까 싶어,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되도록 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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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봄날의 언어 > [100자평]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역시 5년전에 읽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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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봄날의 언어 > [100자평] 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읽은 지 벌써 오년 전. 그 사이 새치라 여겼던 녀석들에게 흰머리의 지위를 하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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