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랬던 것 같은데
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중 읽은 책을
보관한 책에서 삭제하면 읽은 책에서도
삭제해 버린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
나만 불편한가.
다음 업데이트에 고쳐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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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캉도 좋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파리의 서점이다.
꽤 오래전부터 언젠가 파리의 서점 가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파리에는 신간과 중고책을 취급하는 서점이 정말 많다. 얼마 전에 소르본 부근의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어디든 학교와 서점이 있었다. 중고책 서점만 가지고 리스트를 만들어 보니17세기 문학에서 초판본이나 한정판, 원고와 편지, 신문과 잡지기사 등등.
전문 장르가 많았고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유명한 것은센 강변에 있는 중고책 노점이었다. 진귀한 책을 찾는 재미는 조금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서점이다. 물론 여기에도 전문이 있 - P67

다. 노트르담 부근 왼쪽 강변에서 학원 부근까지가 가장 노점이 많았는데 오른쪽은 품격이 좀 벌어지는 것 같다. 벚꽃 날리는 센강을 친구와 산책하며 들은 이야기인데 이 노점의 권리는 파리시가 관리하고 있어 취득하기위해서는 비싼 권리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자리가 비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줄지어 있다고 한다. 권리를 가지게 되면 전에 있던 주인의 책까지 모두 사주는 것이 전통인데 이렇게 세대교체를 하면서도 바로 얼마 전까지 국보급 희귀본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노점에 잠자고 있다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단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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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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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기린의 ‘8번째 목뼈‘ 발견은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아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예로운 상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수상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기린이 죽지 않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다. 해부 때문에 수상식에 불참하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을까.

수상식 전까지는 신세를 진 분들을 찾아뵙고 옷을 새로 맞추는 등 바쁜 와중에도 평온하고 충실한 나날을 보냈다. ‘겨울도 다 끝나 가고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걱정할 필요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과학박물관의 가와다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수상식 일주일 전이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로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것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가와다 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린이 온다네.˝

다음 날 나는 늘 입던 운동복 차림으로 과학박물관 지하 해부실에 갔다. 눈앞에는 다마동물공원에서 사육하던 ‘산고‘라는 이름의 암컷 기린이 누워 있었다. 전체적으로 하얗고 귀여운 개체로, 나보다 10살 어린 17살이었다.(p.209~210)

- 포유류는 7개의 경추를 갖고 있다. 인용문에 작은 따옴표로 묶은 ‘8번째 목뼈‘라 함은 실은 제1흉추를 의미한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는 경추뿐만 아니라 제1흉추까지 움직인다.˝(p194)는 간결한 사실을 전달한다. 전공자가 아닌 이가 너무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글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다.

- 저자가 기린을 좋아하게 된 어린시절부터, 기린의 사체를 해부하여(무려 30여 마리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이야기. 학문하는 이의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진부한(!) 교훈은, 초심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내 연구 이야기를 들은 어떤 우주 물리학자 선생님에게서 평생 잊지 못할 멋진 말을 들었다. ˝아주 재밌는 발표였어요. 군지 씨 이야기를 듣고서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올랐어요.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로 ‘내 성공의 비결을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쭉 아이의 마음을 한 채 살았다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군지 씨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채 어른이 돼서 행복하네요.˝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다거나 이 세상을 구할 연구를 하겠다는 고상한 뜻을 품고서 연구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 그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을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내 인생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틀림없이 앞으로 노력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행복한 것은 분명히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채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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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의 언어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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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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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시인 김수영이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1921년에 태어나 1968년에 사망한 그는 요절한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번도 늙어 본 적 없고 한 번도 낡아 본 적 없다고 기억되는 사람. 그의 이른 죽음이 그를 계속 살게 하는 건 아닐 것이나 젊음 그 자체로 박제된 그는 지금까지도 '기괴한 청년'의 상징이 되었다. 1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의 언어가 100년 후에도 현대적 감각으로 읽힌다는 사실이야말로 사건일 것이다. 언어는 인간의 도구만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사유 그 자체이기도 해서 어떤 유행보다 더 빨리 소모되고 교체된다. 그럼에도 기어코 소모되거나 교체되지 않는 작가를 우리는 문호라 부른다. '김수영'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p.11~12)

- 민음사에서 나온 책들이 표지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민음사의 책들을 만든 이 열 명이 쓴 책 만드는 이야기다. 표지에 나온 책만큼 두껍지 않고 오히려 너무 얇아서 놀랐다. (뭔가 더 내밀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와야 되는데, 원고가 끝나버리고 마치 계주 선수처럼 다음 저자에게 지면을 넘긴다)

- 인용문은 편집자 박혜진이 쓴 「김수영의 편집자」첫머리 일부다. 잘 다져진 한 문단의 글을 여러번 읽어본다. 김수영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읽힌다. '한 번도 낡아본 적 없는' 김수영을 읽고 싶어지는 새벽이다. 다시 읽지 않고서는,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을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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