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로부터 시작해보는 글.

2018년 11월의 신문 기사 한 토막.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현지 환경운동가들이 한국의 ‘쓰레기 수출‘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만다나오섬으로 보낸 컨테이너에 5100톤의 쓰레기가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필리핀에 쓰레기를 보냈다가 외교 갈등을 빚었다. 더는 버릴 곳을 찾기 힘들어진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보내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바닷가로 떠밀려 온 고래나 물새 뱃속에 쓰레기가 가득 차있다거나, 전자 쓰레기들이 아프리카 빈국으로 향한다는 것은 이젠 새 소식도 아니다. (370~371쪽)

이 책은 큰 틀에서 보면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르포형식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책을 읽어나가면 기자인 저자의 관심사가 ‘쓰레기‘라는 한 가지 현상에만 머물러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있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 차례로 돌아와 복습해보니,
전쟁이 남긴 폐허나 인간들이 떠난 유령도시,
태평양의 조류에 의해 한군데로 몰리게 되어 쓰레기섬이 되어버린 섬
쓰레기산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빈민들,
줄어드는 열대우림과 사라진 호수, 멸종한 동식물
성노예와 인신매매, 값싸게 쓰이다 버려지는 노동 등 인간의 문제에 이르기 까지
그동안 잘 몰랐거나 알았다하더라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다.

하나의 흠이 있다면, 문단 단위로 국경과 지역을 넘나드니
구글지도를 검색해 가며 매번 살펴보기도 벅찰만큼 멀미가 난다는 점?
그만큼 위기의 현장이 전세계 방방곡곡이라는 뜻.

다음은 띠지를 붙여둔 곳들
...

어디 그 섬뿐일까. 이미 바다는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남성들도 애용하는 각질 제거제의 스크럽 알갱이,
대형 마트에서 파는 여섯 개 묶음 맥주 팩의 비닐 고리, 페트병 뚜껑, 폴리스티렌 포장, 샌드위치를 싼 랩 조각, 검은 비닐봉지, 엉켜서 못 쓰게 된 그물 등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비닐 따위로 이뤄진 쓰레기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 태평양에 모인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킬로미터쯤 떨어진바다 한가운데, 선박업계에서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장‘ 이라 부르는 쓰레기 섬이 있다. 부유물이 점점 늘어 쓰레기 섬의 크기는 이제 140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고기압 아래 쓰레기 섬에서는 해수면이 시계 방향으로 느리게 돌아가며 소용돌이를 그린다. 태평양 주변을 도는 바닷물의 절반은 해류를 따라 이곳으로 오는데, 이 지점에 이르면 해류가 급격히 느려져 쓰레기가 모인다. 현미경으로 봐야할 만큼 작은 스크럽 알갱이부터 거대한 그물까지,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모든 쓰레기가 모여 하나의 대륙을 만들고 있다. 쓰레기의 90퍼센트는 플라스틱류다. (113~114쪽)

코스타리카의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은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다. 민간 토지도 환경보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땅 주인이 숲을 보호하고 강물을 깨끗이 관리하면 정부가 보상한다. 아마존이나 보르네오를 휩쓰는 삼림 파괴 위험을 완전히 비껴갈 수는 없었지만, 벌목 광풍을 멈출 수는 있었다. 2005년 이 나라는 ‘숲을 잃지 않는 나라‘가 됐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은 2009년에 경제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비용을 꼼꼼히 따져 개발과 환경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 코스타리카를 21세기형 경제성장 모델로 꼽은 바 있다.
코스타리카는 이미 1990년대부터 산업 활동에 환경 파괴의 비용을 매기는 경제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해 왔다. 환경을 희생하면서 국내총생산을 끌어올리지 않고, 환경 파괴가 불러올 사회적 비용까지 계산해 경제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는 보호구역들을 돌며 ‘악당들‘을 잡아내는 환경행정법원이 따로 있다. 1995년 신설된 환경행정법원의 전문가들은 국토 전역을 돌아다니며 환경 파괴 범죄를 단속한다. 1997년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경제활동에3.5퍼센트의 탄소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거둬들인 돈은 환경파괴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빈민들을 위해 쓴다.
환경 담당 부서가 경제·산업 담당 부서에 밀리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코스타리카에서는 환경부의 힘이 가장 세다. 환경부가 에너지·광업·수자원 등과 관련된 행정을 총괄하기 때이다. 2004년 동부 해안에서 유전을 발견하고도 정부는 석유 채굴을 금지시켰다. 그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투자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5퍼센트를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에너지 사용 비율도 세계 1위다. 2007년 코스타리카 정부는 "2021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탄소를 내보내는 양만큼 흡수하도록 삼림을 늘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지구 전체 땅의 0.25퍼센트에 불과한 코스타리카에 세계 생물 종의 5퍼센트가 살고 있다. 이 나라 국토의 25퍼센트는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면적 대비 자연보호구역의 비중은 세계 1위다. 코르코바도국립공원에는 맥tapir과 흰머리카푸친(꼬리감는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등 희귀종이 서식한다. 토르투게로 국립공원은 이름부터가 ‘거북이가 가득한 곳‘이다. 몬테베르데 클라우드 삼림보호구역은 풀과 나무, 새의 낙원으로 유명하다. (214~216쪽)

중국 양쯔강에는 바이즈라고 불리는 돌고래 기리는 돌고래가 살았다. 돌고래는 대부분 바다에 살지만 아마존강이나 메콩강 등에 일부 민물 돌고래가 살고 있다. 양쯔강에도 돌고래가 있었다. 같은 민물 돌고래라 해도 종은 모두 다르다. 양쯔강돌고래는 한때 ‘양쯔강의 여신‘ 이라 불릴 만큼 사랑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산업화하고 양쯔강 어업과 수송, 수력발전이 늘면서 서식지가 파괴됐다. 이미 1980년대부터 양쯔강돌고래가 멸종되리라는 우려가 있었다. 인간이 멸종시킨 사실이 확인된 첫돌고래종이 되리라고들 했다. (244쪽)

 더러운 전쟁. 아르헨티나에는 이렇게 불리는 독재 정권의 잔혹한 범죄들이 있었다. 그러나 범죄를 겪은 이들 중에는 이 명칭을 거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974년부터 1983년 사이, 주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대통령이 재임하던 기간에 벌어진, 군부독재 정권의 시민 탄압과 납치, 구금, 살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실 ‘전쟁‘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대등한 세력간에 벌어진 전쟁이 아니라 군부 정권의 일방적인 범죄였으니 말이다.
그때 실종된 사람들 대부분은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살해돼 어딘가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 얼마나 되며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희생자들 중에는 몬토네로스Montoneros라 불리던 좌파 게릴라 조직의 투사들도 있었고,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민과 학자, 언론인도 있었다. 1979년 말 국제사면위원회(국제 앰네스티)는 1만 5000~2만 명이 납치 및 실종되었다고 추정했다. 비델라 시절뿐만 아니라 이사벨 페론 대통령 시절부터 반대 세력을 겨냥한 납치 와 살해가 이뤄졌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종자가 3만 명에이른다는 추측도 있었다. 실종자들Desaparecidos로만 불리는 이들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가장 깊은 그늘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작가인 엘사 오소리오의 ≪빛은 내 이름≫(박선영옮김, 북스캔, 2010)은 ‘더러운 전쟁‘ 당시의 ‘도둑맞은 아이들‘
 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소설에 나오는 군부 실력자는 딸(마리아나)이 사산하자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수감된 여성의 아기를 데려온다. 사산한 줄 모른 채 그 아기를 친딸로 키우던
‘마리아나는 딸아이가 아직 어릴 때 그 사실을 알았지만 꿈쩍도 않는다(원주민이 아닌 예쁜 백인 혈통의 아이를 가져다준 것은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배려였다.‘고 생각할 뿐이다). (314~315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9-01-0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공터에서>가 생각나네요...

봄날의 언어 2019-01-04 11:48   좋아요 2 | URL
라면을 끓이며,까지 밖에 못 읽어봤는데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리핀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흡입력이 대단해 금방 읽혀요 김훈이니^^

쎄인트saint 2019-01-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뉴스 보니까...필리핀에 간 ‘한국산 쓰레기 6500톤‘ 도로 가져오기로..쓰레기 외유(外遊)후 귀국...

봄날의 언어 2019-01-04 18:38   좋아요 0 | URL
뉴스 찾아보니, 되가져와서 수출업체에 소각비용을 청구한다고 되어있네요. 비용만 청구할 게 아니라 거기에다 과징금?도 먹여야 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