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노트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
정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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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水菊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그 千의 얼굴을
한 꽃의 일평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열 길 물속
다 들켜버린 마음
나 사랑하는 동안 시들고 비틀린
열매 없는 창백한 입술들이여
똑같은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완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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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 생물학자 장수철 교수가 국어학자 이재성 교수에게 1:1 진화생물학 수업을 하다
장수철.이재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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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표지는 몇 가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제목이나 부제가 주는 호기심 때문이거나, (읽어 보고싶다!)
이미 읽어본 저자의 다른 저서이거나 (반갑소!)
때로는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고르기도 한다.

이 책의 경우는 제목, 더 정확히는 부제 때문에 집어든 책.
‘생물학자 장수철 교수가 국어학자 이재성 교수에게
1:1 진화생물학 수업을 하다‘
이런 부제의 제목에 혹해서 책을 고른 사람의 다수는
국어학자 교수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한 상태라 봐도 되려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소감.
아주 명쾌하다고 했던 진화론, 진화생물학은
명쾌함과 오묘함과 모호함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고
독자의 무지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진화론 관련 책을 읽더라도
무난히 개념이나 용어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장수철 교수의 말이 상당부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진화론의 탄생과 역사, 기본 개념,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은 계속 꺼내서 읽고
다른 비슷한 책들과 비교해가며 읽고,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도 찾아 읽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고 덧붙임.
장수철 교수가 수업을 하고
이재성 교수가 수업을 듣기는 하지만
공동저자 이재성 교수의 역할이 너무 적다. 국어학자임을 내세울 필요도
딱히 없어보이기도 하고.
부제에 ˝낚여˝ 책을 고른 자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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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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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왜 많이 읽힐까 싶어
1시간 만에 휘리릭 읽어본 책.
그렇게 인기를 끌 만한 거 같지 않은데,
내가 동심을 잃었나?
작가들이 초심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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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아니고 ‘알바노동자’입니다 -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친 사회운동가 권문석을 기억하다
오준호 지음, 사회운동가 고 권문석 추모사업회 기획 / 박종철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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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르고 두어 군데에 지원서를 넣어두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알바생‘이 된 곳은
다니던 학교근처의 주유소였다.

꽤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흐릿하지만
당시 기억에 의존하면, 주유소를 여럿 운영하던 사장이
문어발식으로 주유소를 늘린 탓에
경영은 어려워졌고,
나와 내 친구 둘은 처음으로 스스로 노동하여 번
두달치의 임금 중 한달치 정도를 떼이고 말았다.
지금 같으면, 고용노동부든 주유소 본사든 어디든
체불된 임금을 받으려 노력했겠지만,
세상공부에 들어간 밑천 쯤으로 여기고
원하던 학교의 합격통보를 받고
차츰 잊혀진 기억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남은 것은 셀프주유소에서
아주 능숙하고 멋지게 ‘총질‘을 한다는 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능력 하나. )

다음 기억. 제법 상권이 발달한 국립대 앞 노래방
시급 1500원에 저녁식사로 컵라면 하나 제공.
바야흐로 노래방의 시대에 투입된 현장.

카운터에서 시간을 넣어주고,
놀다간 방의 마이크와 탬버린을 정리하고
음주가무의 흔적, 종종 만취음주가무의 현장을 수습하고
받았던 돈.
그 전과 후로 십여개 정도의 알바를 했고
가장 단기간에 관둔 일이었지만,
컵라면 하나 웃돈을 내어 제공한다며
‘알바노동자‘에게 생색을 냈던 사장 내외가 기억에 남는
노래방.

. . .
권문석,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알아주는 이 얼마없는 진보적 노동운동에 헌신한 인물.
급성 심장마비로 죽기 전날까지
알바노조 대변인으로서 최저시급 1만원이,
왜 당연히 우리나라 알바노동자들이 받아야만 함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람.
때로 그 자신의 완벽주의가 동료활동가에게 상처를 주어
제법 일상의 안티들과 공생했던
신화와 같이 미화될 리 없어서 더욱
인간적이었던 인물.

그와 같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갖가지 반대논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의 개념이 한국사회에서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서른 다섯이하는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노란색 표지의 이 책이 세상에 나와
이 새벽에 공연히
‘알바였던‘ 추억을 끄집어 내본다.
인간 권문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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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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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겸손하게 고백한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목마와 숙녀‘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박인환의 시를 통해 이름만 겨우 알고 있었다.

서가에서 우연히 고른 책,
처음에는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인 줄 알았다.
제목의 어디를 보고 그런 단정을 했을까.
다시 한 번 무지와 편협한 책읽기를 반성한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페미니즘 운동의 필독서로 평가받는
책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교하고 난해한? 얼핏보기에 양립하기 어려운
울프의 문체를 다시 한국어 버전으로 읽어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서점을 점령한 팔리는 신간들 보다,
이런 고전을 먼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아야 한다,
고 믿는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외우지는 못해도, 검색은 어디에서든.
한 작가의 일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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