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   -  노선생님의 말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 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 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 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 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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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6-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이 시! 이런 노선생님 되었으면...끝까지 뒷자리에 남을 수 있는..

글샘 2005-06-0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제일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지요. 끝까지... 뒷자리에 남는 건... 제 주특기입니다. ㅋㅋ
술집에서. 좋은 한 주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