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 문과생들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수학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부터 아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문과생들이 수학이 싫어 문과로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수학을 어렵게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골치가 아픈게 수학인듯하다. 다행히 난 수학을 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내가 접하는 수학 문제는 대부분 정답이 한개인 것들이었고, 그것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넘나 재미있었던 것. 그래서 수학 문제집을 출판사별로 닥치는대로 풀어댔다. 성적도 꽤 좋았다. 심지어 과학고에 진학하려고 몇년간 준비까지 했더라는. 그러다 느닷없이 책읽기에 빠져서... 인문학도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중학생 때까지 열심히 수학 공부를 한 덕분에 문과에 진학해서도 수학을 좋아하고, 꽤 잘했는데 어느 순간 이해가 되지 않은 파트를 만나게 되었다. 미분, 적분부터였지 싶다. 확률통계까지는 어떻게 머리를 굴리면 명쾌한 답이 나오는데 미적분은 왜 그것을 해야하는 건지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려니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만약 그때 김민형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거나, 이 책을 읽게 되었더라면 수학에 대한 흥미가 좀더 오래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제와서 왜 수학이냐?

이전에는 오로지 순수한 호기심에서 이런 책들을 읽어왔다면 요즘엔 곧 자랄 우리 아이를 위해 이런 책을 읽어둔다...고 이야기하겠다. 언젠가 우리 아이도 어릴 때 나와 같은 의문을 수학 공부하며 분명히 가지게 될 것이니. 그때 김민형 교수의 이책을 내밀거나, 내가 아는 선에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도, 쉽게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이책은 표지의 문구처럼 문과생들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다. 물론 최소한의 수학적 상식은 있긴 해야한다. 암튼 이책은 수학에 관한 인문학책?이라고 설명하면 좋겠다. 수학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면서 복잡한 수식을 예로 들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조근조근 설명해놓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동안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쓴 이책은 그래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사회, 우주, 정보 등 인간을 둘러싸고 있고,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을 탐구하는 방법이 담겨 있는 것. 그러니까 인간과 관련 있는 것들 중 수학과 관계 없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현된 인공지능의 영역은 수학과 뗄 수 없는 분야이다.

이책을 읽고 있자니 문득 다시 수학 공부며, 물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취미 생활이긴 하지만, 그것말고도 하고 싶은 일들이 무수히 많긴 하지만... 수학을 통해 우리가 아는 세상을 좀더 그럴듯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 옛날 과학자의 꿈을 갖고 과학고 진학을 준비하던 그 시절의 설렘을 한번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이책 읽다가 뜬금 없이 우리집에 있는 <수학 없는 물리>책을 꺼내기까지 했다.

꼭 수학적 호기심이 없다하더라도 어떤 일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힘을 키우고 싶다면 이책을 읽으시길 추천한다. 학생들의 질문과, 글쓴이의 대답을 따라가다보면 뭔가 명쾌한 사고의 흐름이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