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왕국의 왕자 엔히크가 사그레스에 모습을드러냈다. 포르투갈의 첫 해외 영토인 세우타에서 3개월을 머물다 귀환한 직후인 1419년이었다. 소규모 수행단이 함께했다. 알가르브라 불리는 포르투갈 왕국 최남단 지역 안에서도 가장 머리에 위치한 곳이다.

 사그레스는웅장함을 뛰어넘어 운명적인 비장미가 감도는 해안가의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옛 그리스 시인의 노래처럼 서사적이다.
사그레스는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와 있다. 초미니 반도다. 대신 높다. 전체적으로 해안가가 50미터 정도의 높은 절벽으로 이뤄졌다. 그 좁디좁고 높디높은 사그레스의 삼면을 바다가 휘감고 있다.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는 포말과 함께 포효하고, 저 멀리 펼쳐진 수평선은 바람과 더불어 침묵한다. 바다만이 연출할 수 있는 풍광. 그러나 사그레스 앞에 펼쳐진 바다는 유럽의 중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중해가 아니다.

로마 제국은 위대했고, 강력했으며, 광활했다. 그들은 바다를 둘러 유럽과아프리카, 아시아 세 대륙을 지배했다. 자신들의 영토 안에 바다를 가뒀다.
감히 바다를 ‘로마의 호수‘라 불렀다. 호연지기의 스케일이 다른 제국이 로마였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로마의 호수‘라는 칭호 자체가 지중해의 한계를 뜻했다. 사그레스 앞에 펼쳐진 바다은 지중해와 격이 달랐다.

지중해처럼 대륙 사이에 갇힌 바다가 아니었다. 반대로 대륙을 가둔 바다 , 대서양이다.
물론 고대와 중세의 유럽인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 P85

유사 이래 유럽인에게 대서양은 무지의 공간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무지는 공포를, 공포는 무지를 강화시켜왔다. 엔히크가 사그레스에서 한 첫 번째 작업은 이 무지를깨트리는 것이었다. 그는 유럽 각지에서 우수한 지리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탐험가, 항해사, 항해 기구 제작자 등을 불러 모았다.


........

p.100
역사의 행운아

엔히크가 바다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처음부터 대항해시대를열어 중세를 끝내고 근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였다. 엔히크는 철저한 중세인이었다. 가장 중세적인 조직인 기사단의 단장이었다. 그에게는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하겠다는 경제적인 목표도 있었지만 기독교 신앙을 전파한다는 종교적 목적도 컸다. 특히 전설의 기독교 왕국의 군주 프레스터 존을 찾아 동맹을 맺고, 이슬람 제국을 상대로 십자군을 부활시키려는 열망이 컸다. 물론 그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엔히크는 대항해시대를 통해 진정한 세계사의 주역이 됐다. 그가 해양 개척의 근거지로 삼았던 사그레스는 근대의 출발점이 됐고, 유럽 문명을 세계화시키는 전진기지가됐다. 의도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엔히크는 역사의 행운아였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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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1-01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 때 집중해서 열심히 봤고 도움 크게 얻었는데
빛의 속도로 머릿 속에서 빠져나갔나봐요. 스텔라님의 인용글을 보니 다시 읽는 게 답이구나 싶어요^^:;; 이렇게 많이 잊다니 ㅎ

스텔라 2024-01-01 20:42   좋아요 1 | URL
저도 망각의 동물임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반복해서 읽어야 기억 남을 텐데. 다시 읽기 쉽지 않죠. 같은 주제 다른 서적으로 다시 만날꺼라 기대하며 이것 저것 마구 읽고 있어요.^^
 

추락하는 사람들은 떨어지면서 자신을 구하려는 사람들까지 함께 떨어질 때가 많다
- 슈테판 츠바이크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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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에 카오스가 있을때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P70

8.삶을 도둑질한 여자

세상이 당신에게 선물로 주진 않는다. 내가 장담한다.
삶을 원한다면, 도둑질하라.
- 루 안드레아 살로메 - P83

‘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 P225

‘ 운이라는 건 사람의 의지와 유리한 주변 여건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 라는 카네기의 말이 떠올랐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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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끝에 다다랐음을 의식하게되자,
자살을 해버렸어. 나역시 오랜 연구 끝에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지. 지금 이 시대는 몽매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깊은 몸매주의로 회귀하고 있어. 내 확실히말하건대, 내가 행한 관찰들과 계산들은 분명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어. 즉 최악의 사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아무것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지. 아무것도! 마야인들은인류의 종말을 2012년이라고 예언했고, 이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질 거야. "

다니엘은 다시 입을 다문다. 오지 않는 누군가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러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 세계는 2012년 12월 21일,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유카탄 반도의 볼룸에 해가 뜨는 시각에 끝나, 별들과 행성들이 한 줄로 늘어서게 되는 순간으로, 2만 6천 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때이기도 하지. 그때가 되면 도처에서 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그 뒤를 이어 긴 빙하기가 시작될 거야"

한 줄기 번개가 하늘을 밝히자 빌딩이 전율하듯 흔들린다.

" 내 생각으로는 이 운명의 날에 앞서 오는 몇 해가 최악의시간이 될 거야. 먼저 돼지 독감, 혹은 조류 독감, 혹은 광우병같은 것이 발생할 거야. 돼지와 소와 닭들의 복수인 셈이지.
아이러니하지 않아? 그다음에는 도처에 테러가 일어나 자유국가 수도들이 불에 타고 피로 물들어 독재 체제들, 특히 가장 광신적인 독재 체제들을 신바람 나게 해줄 거야. 적어도현금의 지정학적 현실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분명히 깨닫는 기회가 되겠지. 말 그대로 명약관화하게 될 거야…………"

다시금 번개가 구름을 찢는다.

" 그다음에는 공기와 물과 땅이 돌이킬 수 없이 오염될 거야.
그리고 대중의 바보화 확산… 그 현상에 붙여 줄 수 있유일한 지적 표현은 이거야. 거짓들은 진실 행세를 하고 진실들은 거짓으로 여겨지게 되지. 그리고 진실의 옹호자들만이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받게 될 거야. 그러고는 점차로 모든 것이 뒤집힐 거야.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되지. 그리하여 마침내 종말이 오는 거야. 최종 목표로서의 자기 파괴가, 모두가 인정하고 기다리는 종(種)의 광란의로큰롤이 한바탕 벌어지게 되지. " - P168

낙관주의자들은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이야.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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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언을 들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해내지. 예언이 실제로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 - P19

" 우리가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는 한, 우리는 저마다의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존재로 남게 되지." - P72

" 또 이런 점도 있지. 이혼할 때 우리는 상대방을 완전히 알 수 있게 된다는 점. 반면, 결혼할 때는 우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류보여 주려고 하지."

"맞아. 결혼은 경험에 대한 희망의 승리야." - P73

" 장님들의 나라에서 애꾸눈은 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를 다른 사람들처럼 만들려고 남은 한 눈 마저 멀데 해버립니다. 사람들은 보는 자, 아는 자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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