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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을 위하여 - 꼬마 아인슈타인 미구엘의 이야기
마크 웨이클리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비해 책의 디자인이 클래식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과학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에..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이번에는 제목이 너무 클래식하다라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건 뭘까.. 과학과 연관이 없는게 아니지만 과학보단 인간 존중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내내 미하일 불가꼬프의 '개의 심장'이 생각이 났다.

개의몸에 부랑자의 뇌와 생식기를 이식 받아 개가 사람인냥 추태를 부리는 모습에서 다른 양상이긴 하지만 천재 과학자 말로의 뇌를 거리를 떠도는 11살 소년 미구엘에게 이식시켜 말로의 생명연장과 연구를 마치려는 도닝 박사가 왠지 닮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도닝 박사의 노력과 의도는 과학적인 면에서는 당연한 시도와 연구로 묵과될 수 있겠지만 생명존중의 윤리적인 면에서는 관대하지 못했고 현재 우리도 마찬가지이다.(달콤한 사탕발림의 말 속에 넘어가더라도 이간은 양심이 있기에 뒤늦게나마 깨닫기 마련이다. 안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미구엘의 몸속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

순간적 영혼의 드나듬이 아닌 뇌를 통한 한사람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러나 도닝의 눈에서처럼 좀 너무한다 싶지만 하찮아 보이던 미구엘은 자신의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도닝의 연구에 의심반 기대반 하면서도 성공적인 수술의 결과를 보기 시작한 말로 교수는 처음엔 만족 했지만 삶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미구엘을 서서히 느껴간다. 불규칙적인 미구엘과 말로의 등장은 각자에게 특별한 물건을 보았을때 규칙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말로 교수는 결국 미구엘에게 완전한 미구엘이 될 수 있도록 말로로 돌아오는 수영 메달을 없앤다.

도닝의 정직하지 않았던 연구의 과정을 알게 되고 미완성이던 논문을 완성하고 자신이 살았던 삶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미구엘을 존중해 주었으니 그럭 저럭 아름다운 마무리라 할 수 있겠다.

점점 냉철해지고 자신이 연구에만 몰두해가는 도닝에 비해 점점 인간적이 되어가는 말로 교수와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미구엘의 모습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도닝은 계속해서 극을 달리고 있었고 말로와 미구엘은 우정이 깊어가고 있었다. 한 몸속에서...

 

미구엘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말로는 욕심을 부려 겉모습은 미구엘로 살며 계속된 연구를 통해 커다란 업적을 만든다해도 그것을 과연 과학의 발전으로만 볼 수 있을까...? 과학이 먼저냐 인간존중이 먼저냐는 끝없는 논쟁거리가 되고 마는 가운데 그래도 나는 인간존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가치 여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기에...

비공식적인 불법 연구지만 그래도 과학의 진보를 바라 보는 도닝의 모습에 완전한 말로로 바뀌지 못하고 규칙적인 변신을 위해 소중해 하는 물건을 봐야만 바뀌는 걸 보며 아니러니컬 했다. 결국 인간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다는 능력 밖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구엘과 말로에겐 누구도 닮을 수 없는 우정이 생겼다. 그 우정의 대가가 혹독하긴 했지만 서로에게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런 조건의 대가라면 나같음 당연 치르지 않겠지만...

이 책에서는 '평범하게 살래, 천잴로 살래'의 물음이 아닌 '너의 정체성을 지킬래, 포기할래' 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언뜻 '천재가 될 수 있다'라는 사탕발림 속에는 껍질만 자신일뿐 천재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하찮아 하지 않는 자신의 삶일지라도 이런 판단을 인간이 결정할 수 있을까.. 누군가 뺏으려고 하면 더 지키고 싶은법...

뺏기기전에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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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조사시간은 일주일....

왠지 '조사하면 다 나와'란 유행어가 떠올랐지만 실체를 들여다 보니 그닥 나올것이 없는 조사 같았다. 치바가 나의 죽음을 준비한다면 서슴없이가(可)라고 말할 것 같다. 삶을 충실하게 그리고 보람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자신감 상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비가 온다. 치바가 온걸까?

누굴 조사하고 있는 것일까..

 

사신.. 말 그대로 죽음의 신이다.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없으면 아니 치바가 봤을때 굳이 살 이유가 없으면 '가'를 보고한다. 그러면 일주일째 되는날 조사 대상은 죽는다.

6명의 인간 중에서 삶에 의욕이 없고 늘 죽고 싶다라고 입버릇 처럼 말하며 '가'로 보고하기에 손색이 없는 가즈에만 '보류'를 한다. 그녀는 죽고 싶어 했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의 진짜 의도는 그녀의 목소리에 반해 가수로 만드려는 뜻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6편의 이야기 중에서 죽음을 보여주는 것도 있었고 죽음을 확실히 말해 주지 않는 것 그리고 죽음이 참 쉬운 것도 있었다. 인간이 아닌 사신이기에 그런 면모를 보여 주었겠지만 그런 냉철함이 오히려 소설의 매력을 더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치바 앞에서만큼은 생명이 하잘것 없어 보일 정도로 치바는 첫 제목처럼 '정확했다' 가끔 그런 인간들 앞에서 연민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죽음을 보류시킬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정이 넘치는 다른 사신들에 비해 정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래.. 그는 인간이 아니니까.... 치바의 세계에서 들여다 본 인간들의 죽음이 연민이 느껴졌을 뿐이지 그런 인간 세계에 살면서 그들의 죽음을 보면서 늘 무덤덤하니까...

오히려 냉철하다고 말하는 치바에게 내가 더 가식적으로 보이는 느낌이다. 죽음은 내가 결정하지 않지만 죽음을 상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비슷하니까.. 사연없는 죽음.. 안타까운 죽음이 왜 없겠는가.. 결국 우리는 다 죽을텐데...

 

이 특별하면서도 단순한 죽음을 이런 모양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단편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속에 직소퍼즐을 맞추듯 딱 들어맞는 복선과 결과는 독특한 상상력에 재미를 덧붙여 주었다. 가즈에를 보류를 했지만 정말 그녀가 가수가 되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또다른 인물과의 연결을 통해 늦게 꽃이 핀 굉장한 가수가 되었다는 이런 꼼꼼한 맞춤은 그래도 살아있을때 행복하다라는 걸 암시해 주는 듯 했다.

설사 치바가 조사를 나오더라도...

치바가 나를 조사하고 있더라도...

하루 하루를 준비하며 살면 내가 느꼈던 허무와 연민은 줄어들지 모른다. 어떤 책에서 그랬다.

늘 죽음을 준비하라고...

그래서 3년전 처음으로 유서를 써 보았는데 이제 다시 수정이 필요할 듯 하다. 죽음이 멀든 가깝든 그 막연함에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한 하루 하루를 살면 낫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 살이다. 오늘이면 내가 죽고 내일이면 다시 태어난다.

내일 태어나는 나와 어제 죽은 나와의 동일성 같은건 따지지 말고 나는 하루살이라는 생각으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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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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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은 늘 꿈꾸던 것이였다.

그러나 배낭을 싸보기도 전에 오만가지 근심 걱정을 들어가며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정말 내가 갈 수 있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난 돈이 별로 없고 현실을 떠나기에 용기가 부족한데...

그러나 그들은 떠났다.. 현실을 버린 것이 아니라 현실을 옮겼다.

세계의 한가운데로.. 그리고 현실은 늘 변했다. 나와 같은 똑같은 일상이 아니라 그들은 늘 새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4년을 준비하고 세계여행을 떠난 부부.. 자퇴하고 여행을 온 여고생..중년의 나이에 배낭여행을 하는 부부.. 마약과 섹스에 빠져 있다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외국인 등 카오산 로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연들을 안은채 여행하고 있었다.

방콕의 카오산을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걸까?

세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다는 기록을 과시하듯 거대한 쇼핑센터 같다는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몰려든다. 그 안에는 활기와 열정이 있었다. 장기간 있는 사람들보다 머물러 있다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늘 움직였으니까 그리고 늘 간구했으니까..

그래서 카오산을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나도 그들을 좇아 늘 움직였기에..

 

몇년씩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정말 한번이라도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나도 저들처럼 떠나고 싶지만 대단할 것이 없는 나의 현실은 늘 내게 족쇠를 채운다.

떠나지 말라고.

그래도 저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일꺼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경을 떠나 나이를 떠나서 평범한 사람들이였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을 뿐 그네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구석에 가만히 누워서 내가 생각하는 오만가지 걱정들보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말한다. 꼭 배낭여행을 떠나보라고..

끔찍한 슈트케이스가 아닌 배낭을 메어보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이 한가해 보이고 막연하기도 했다.

과연 돌아가서 어떻게 기반을 잡을 것인가라는 분수에 넘치는 걱정도 해봤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은 그런 미래의 불안함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했다. 모든걸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게 조금 힘들 뿐이지 언어,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한결같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진부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같은거 아니야?' 라는 푸념을 해 보아도 사람들은 대부분 하는 말들이 비슷했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부러워서 가방을 싸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것도 처음의 만남일때 뿐이였다. 중간으로 넘어갈수록 후반으로 갈수록 그들의 여행에 대리만족을 해가며 서서히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다.

처음의 흥분과 열정은 책을 읽어가면서 많이 수그러 들었지만 그 가벼움은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1년 후라도.. 지금부터 준비해서 떠나보자라는 한가닥 꿈이...

그리고 배낭여행이 편하다라는 말은 별로 못들었지만 유럽을 갈망했던건 어쩜 그 편안함을 조금이나마 추구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진로를 바꿔 보았다.

중국을 거쳐 인도를 거쳐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그리고 돌아와서 아프리카로의 봉사활동...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가능성으로 바뀌고 있었다.

못할게 뭐 있겠는가...

 

'왜 꿈만 꾸는가.. 한번은 떠나야 한다.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게 아니다. 돌아와 더 잘살기 위해서다.'

 

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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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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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도록 증오한 적이 있는가?

아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복수하기 위해 노력한 적은 있었는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평범한 샐러리맨 스즈키 하지메..

50을 바라보는 나이.. 땅딸막한 체형..  그가 몸짱이 되고 고등학교 최고의 챔피언 권투선수 이시하라를 쓰러트린다. 왜?

스즈키의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딸 하루카가 이시하라에게 맞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용기도 없었다.

그러나 분노는 그 모든걸 뛰어 넘었다.(나도 스위스전 주심을 상대로 분노좀 품어볼까?ㅋ) 그 분노를 뒷받침 시켜주고 이시하라를 쓰러 트릴 수 있게 도와준건 가족과 '더 좀비스'였다.

'레볼루션 no.3'의 '더 좀비스'를 어떻게 만났을까.. 스즈키는 스기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부엌칼을 가지고 스기하라의 학교에 잠입한다.

그러나 스즈키가 들어간 곳은 '더 좀비스'가 다니는 학교...

게다가 순신과 마주쳐 된통 혼이 난다. 그러나 '더 좀비스'와 그의 일행들은 스즈키의 얘기를 듣고 프로젝트를 만든다. 단지 재미있을거라는 이유하나로..

스즈키가 이시하라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싸울 줄 알아야 한다.

당연 순신의 가르침을 받지만 그 과정은 처절하면서도 인상깊다.

회사에 한달 반정도 휴가를 내어서 순신에게 훈련을 받고 이시하라를 쓰러트리기까지 그의 분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자책하고 괴로워 하면서도 스즈키는 순신의 훈련을 잘 참아낸다. 속으로 욕은 무지 하지만..

그 정도로 순신은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스즈키는 가족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하루카를 다시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늘을 날 것 같은 스즈키...

 

뿌듯했다. 결과의 통쾌함보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한 중년 샐러리맨의 사투는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스즈키 자신만 해도 인생이 180도 달라질 정도였으니까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180도는 아니더라도 90도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나에게 이런 열정과 제대로 된 스승이 있었다면 나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성적의 숫자 놀음에 놀아나며 그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아하기에 중학교때 나도 공부를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포기하고 말았다.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제대로 된 도전한번 안해 봤기에..

그리고 지레 겁 먹어 버렸기에..

차리리 좀비스처럼 숫자로 판단하는 세상에 열렬히 비판하며 포기를 해버리던가 스즈키처럼 제대로 도전해 보든가 그랬음 나았을 텐데...

나는 어정쩡한 중간치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좇아 움직이는 중간치..

그래서 좀비스와 스즈키가 통쾌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좀비스와 스즈키의 프로젝트는 멋졌다.

소설이기에 가능했지만 깊은 밤 책을 덮고 나니 책 속의 한가운데를 둥둥 떠다니는 나를 발견하고 베시시 웃어 버렸다.

다음날이면 추락해 있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서 보기에는 아깝다는 짐작과 수긍과는 반대로 간직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홀라당 사버렸다.

아직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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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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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을 뒤져보니 2001년 12월에 읽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때는 독서록에 회의를 느껴 느낌은 하나도 없고 단지 말 그대로 기록만 남아 있었을 뿐이였다.

지금처럼 예쁘게 양장본으로 나온 책도 아니였고 기억도 잘 안나지만 번역가는 같았다. 그래서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책을 다시 꺼내보기 위해 책장 귀퉁이에 꽂혀 있는 GO를 꺼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전작을 읽었지만 기억이 안난다는게 조금은 무안했다. 책을 왠만해서는 두번 읽지 않는데 이렇게 두번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이끌어냈다. 설레였다. 단순히 기억의 재생이 아닌 2001년 12월의 추억도 따라서 올 것 같은 느낌이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소한 부분들이 '이 책에서 이 말이 나왔구나'라고 기억을 추스려주었을 뿐 굵직한 줄거리는 정말 생각이 안났다. 약 5년전에 읽었던 것이니 그럴수도 있겠다 수긍하며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의 내용은 레볼루션 NO.3나 플라이 대디 플라이처럼 가볍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였다. 책 속에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자 사회문제 더 나아가 국제적 차별까지 여러 문제들을 두루 두루 다루고 있었지만 차분하게 그리고 솔직함을 뒷받침해 저자의 문체로 정리를 잘해가고 있었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지만 중학교때까지 조선학교를 다녔다. 일본의 식민지였을때도 조선을 그렇게 핍박했는데 일본의 한가운데 조선학교를 다녔을 저자의 고충은 훤하다.

그러나 대부분 덤덤히 넘기고 있다. 자신의 고충을 시시콜콜 늘어놓고 아버지의 세대와 같이 행동했더라면 나도 스기하라처럼 아버지한테 '당신 시대는 끝났다'라고 당돌하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처와 방어를 동시에 가지고 살면서도 스기하라는 당당하다.

이런 머리아픈 문제는 다루려는게 아니라 이 책은 자신의 연애애기라며 밝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일본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스기하라는 친구가 없다. 남들이 뭐라고 비난하든 말든 스기하라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간다. 남들은 희망이 없다라며 짓눌러 버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미국계 한국안이였다면 미국에서도 그다지 불편함 없었을테고(스기하라와 여러 외국인들과 비교해 보았을때..)한국에서도 앞의 예보다 더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대접을 받거나 부러움의 시샘의 비난을 들을지라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그러나 일본을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인들처럼 순수한 자기네 혈통에 빠져 우월주의의 극은 미국보다 더하다.

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급으로 인정하기에는 관용이 뒷따르지 않는다. 이런 세계에서 같은 재일 한국인도 아니고 (같은 재일이더라도 연애, 결혼은 재일 대 일본 만큼이나 까다롭다.)일본인과 어떻게 연애를 할 것인가...

스기하라는 자신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는 사쿠라이를 만나 좋아한다.

그러나 사랑을 나누기 전 자신이 재일이라는 걸 밝히자 사쿠라이는 겁을 먹는다.

그렇게 헤어진 두사람.. 그러나 스기하라는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중이다. 여전히 거친 세상에 거칠게 맞대응하며...

그리고 아버지에게 '당신 시대는 끝났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세대를 열어간다. 그 세계속에는 국적은 필요없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쿠라이의 마음도 한 몫한다.

 

상처와 고달픔 억울함이 뒤범벅이 되어 있더라도 스기하라는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문제아에 거칠긴 해도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면 선택과 결단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왜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을 읽으면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지 모르겠다.

분명 주인공들의 삶보다 내가 나아 보인다는 우월감을 갖고 있었는데 헛된 망상이였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기준 자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우월하게가 아닌 동등함을 위하여 살길 바랬는데 이런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란.. 동등함은 또 무어란 말인가.. 쯧....

 

겉표지의 찬사의 한부분처럼 '재일 문학 속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가벼이 넘기면 좋으련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가볍게만은 넘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기하라의 행동이나 생각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왠지 그런것들에 짓눌리다 보면 나의 미래도 답답하게 짓눌려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차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스기하라처럼 당당히 숨쉬며 살 것이다.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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