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콧구멍 큰곰자리 31
김유 지음, 김유대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집 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늘 바쁘고 다가가기 힘든 아빠,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 엄마의 인식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아빠들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대단한 콧구멍」에서 아빠가 없는 봉구와 새 아빠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행히 새 아빠는 봉구와 죽이 척척 맞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이겨낸다.「못난이 삼총사」의 두철이 아빠는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고 간호사인 엄마가 일을 한다.「으뜸 아빠 대회」의 건이 아빠는 다른 아빠들처럼 비싼 장난감을 사주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지만 아이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저자는 아빠와 아이들이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아빠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엄마가 멀리 출장을 가서 아빠와 형과 셋만 남겨진다면?「못난이 삼총사」의 두철이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잔소리가 심한 엄마가 사라지자 아빠와 한철, 두철이는 짜장면으로 밥을 대신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마음대로 생활 계획표를 짰다. 아빠는 아이들을 제어하기는커녕 함께 동조해서 게으른 생활을 이어간다.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곳곳에 넘쳐났다. 어린이라면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하게 될 텐데 책 속에서 그런 세상이 펼쳐진다. 거기다 과장된 표정의 인물들의 묘사와 화려한 색감의 삽화가 잘 표현되어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태연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아빠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집의 모습을 보며 잠깐이나마 자유로운 집을 대리만족 시켜준다. 무엇보다 엄마처럼 잔소리 하지 않고 함께 망가지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철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자 엄마 분장은 물론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집 배달도 서슴지 않는다. 집 안에서 느껴지는 아빠의 권위는 없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 주려는 아빠다.

「대단한 콧구멍」에서는 엄마 친구인 콧수염 아저씨가 진짜 아빠가 된 뒤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꾸 아빠와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봉구는 속상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봉구와 새로 아빠가 된 콧수염는 외모만 봐도 전혀 닮은 데가 없다. 그리고 너무 속상한 나머지 아빠를 잘 못 골랐다고 후회를 한다. 엄마는 씩씩한 것이 닮았다고, 아빠랑 친해 보이니까 사람들이 질투하는 거라고 위로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다 마트에서 수박씨 날리기 대회가 열렸고, 말릴 새도 없이 아빠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수박씨를 날린 결과 1등을 하게 되었고, ‘그 아빠에 그 아들이네.’라는 말을 듣고 봉구의 마음이 풀어진다. 비록 외모가 확연히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입은 봉구였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이 닮아가는 것. 그걸 알게 된 봉구는 앞으로 아빠와 더 잘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으뜸 아빠 대회」의 건이 아빠는 만화가다. 날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아빠 자랑을 해대는 친구 도연이 탐탁지 않다. 그러다 ‘으뜸 아빠 대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누가 으뜸인지를 따져보기로 한다. 온 동네 아빠들이 다 참여한 가운데 건이는 슬그머니 걱정이 됐다. 아빠가 나갔다가 더 창피만 당할 것 같아서다. 아빠는 자기만 믿으라고 했지만 대회 날 양복까지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난 도연이 아빠를 보자 더 주눅이 들고 만다. 하지만 떡볶이를 맛있게 만들고, 아이의 버릇과 꿈을 맞춘 건이 아빠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으뜸 아빠는 건이 아빠가 뽑혔고 건이는 으쓱해진다.

이렇듯 여러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은 물론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항상 바쁘고 잔소리를 하는 이유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 서로를 더 알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속한 가족, 그리고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