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냥이로소이다 -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
고양이 만세 지음, 신소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 시골에서 자란 탓에 동물이 낯설지 않지만 애완동물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들지 않는다. 집 밖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만 봐왔고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것이 어색한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유일하게 집 안에서 키웠던 고양이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친구에게 얻어 온 새끼고양이를 집 안에서 키워도 된다고 허락을 받고 애지중지 키웠던 기억. 한 이불 속에서 잘 때면 갸르릉 거리는 게 좋아 꼭 껴안고 잠이 들곤 했었다. 그런 고양이가 가끔 집 안에 실례를 하더라도 치우는 게 싫지 않았다. 하지만 시골의 특성상 어느 정도 자라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서운하고 아픈 기억으로 남아 그 이후로 집 안에서 동물을 키웠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픈 동물을 키우고, 그 동물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동물을 데려온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로 느껴진다. 옮긴이도 그런 고민을 한 끝에 고양이 만세를 데려왔고, 함께 사는 개 제리가 왜 이렇게 몸이 약한지를 알기에 더 애지중지 키웠다. 우연한 기회로 우리나라는 유독 유기동물이 왜 이렇게 많은지 구조에 대해서 알게 된 이후(임의적인 출산이 강요 되고, 쉽게 동물을 살 수 있는 구조와 등록제를 비롯한 제도적인 부분이 약화되어 유기동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을 보는 시선이 더 복잡해 진 게 사실이었다. 제리는 외모가 예쁘다는 이유로 종견장에서 항생제를 달고 사는 엄마에게서 태어났다. 그래서 굉장히 몸이 약했다. 그런 강아지인 줄 모르고 데려왔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제리와 만세가 반려인 가정에 들어오게 된 이유들이 그들에게 세상이 바뀐 것처럼, 아이가 태어나고 함께 커가는 일들이 대단해 보였다. 게으른 나는 애완동물들의 털을 감당 못할 것 같아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고(그들의 청소기구와 청소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 외에 벌어질 일들을 걱정하느라 절레절레 고개만 흔들 뿐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기꺼이 그 모든 걸 해내는 걸 보면서 애완동물도 아이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닐 뿐이지 생명이 있는 동물이고 그 동물을 인간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해할 이유는 없다. 애완동물과 함께 커가는 아이도 등장하니 뭔가 따스하고 포근할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부분이 나에게는 더 크게 와 닿았다. 심심찮게 마주하는 유기동물에 관한 이야기와 논란이 낯설지가 않아서일지도 모르나, 생명과 생명이 맞대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동을 본 이유가 클 것이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이 내일 걱정을 위해 오늘밤 잠자리를 뒤척이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어떤 날에는 고양이처럼 하루 종일 별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에도 맘 졸이지 않는 하루를 지내봤으면. 146쪽

옮긴이의 바람과 만세의 시선이 교묘하게 섞여 들어간 이 문장을 읽으며, 살아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닥치지 않은 걱정을 달고 살고, 세상을 너무 각박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 두루뭉술하게 포장하는 말일지라도, 적어도 만세의 시선에서는 인간들이 그리 보였다. 결국 우리는 행복을 원하고, 경계를 나누고 편견을 갖지 않고 살아가길 바랄 뿐인데 그게 너무 어렵다는 것을 일찍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공존하면서 행복하기. 만세네 가족을 보면서, 그에 비춰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를 보면서 어렵고도 쉬운, 무겁고도 가벼운 메시지를 끌어내고 말았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지만, 만세가 식빵을 굽듯이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한 장소를 골라 도피하고 싶어진다. 도피도 때론 새로운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합리화를 바탕으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