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테드북스 TED Books 3
해나 프라이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수학이라. 수학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별로 없다. 학창시절에 공부와 담쌓고 지낸 나는 일찍부터 수학 포기자였고 한때는 잘 해보려고도 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여전히 수학에 대한 거리낌이 남아 있다. 그런 내가 이런 책을 마주하고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한 것은 당연하다. 정석 수학에 관한 책도 아니고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을 통해 수학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용한 학문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으니 편하게 책장을 펼쳤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있었다.


  이런 나의 두려움을 간파했는지 일상생활에서의 수학적 접근이 조금씩 흥미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연애와 사랑에 수학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풀이해내는 시도가 신선했다. 내가 싱글일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애인 없음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좀 더 느긋하게 운명이라 착각해도 좋을 상대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결혼도 하고 애가 둘인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좀 웃기긴 하지만 그만큼 싱글일 때의 조바심 같은 걸 은근히 잘 파고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실행한다고 해서 정말 연애가 쉬워지고 사랑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는 건 아니다. 뭐랄까. 좀 더 센스있고 밀당도 좀 잘 할 것 같고 예쁘고 잘나야만 멋진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닌 나의 숨겨진 매력 발산을 더 잘하게 되는 자신감을 심어준다고나 할까?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수학적 접근으로 흥미를 가지게 함으로써 연애를 비롯한 결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자칫 푹 빠져서 읽다보면 수학적 접근이란 사실을 잊고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착각하며 읽는데 저자의 의도가 제대로 녹아든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만나고 읽었으니 나의 신상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할 터인데 과연 어떤 면을 내 생활과 접목시킬 수 있을까? 연애부터 결혼생활까지 쭉 이야기를 했으니 책의 말미에 실린 수학적으로 부부싸움 하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점수 매기기를 통해 우리부부도 티격태격 할 때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체크를 하면서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는지를 눈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지출 내역을 냉장고에 붙여두고 적다보니 내가 뭘 낭비하고 있는지가 보였는데 남편과의 감정 소모에 대한 표를 작성하다보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그 방법이 얼마나 도움일 될지 알 수 없으나 보다 나은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조그만 노력이라 생각하고 시도해 보려 한다. 수학에 완전히 등을 돌릴 정도로 상관없이 살아왔던 내가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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