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막상 서른아홉이 되고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게 신기하고, 조금씩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내가 느껴진다. 그래서 나이 먹는 두려움을 멈췄다. 오히려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졌다. 새해라서, 변화의 앞에서 이런 생각을 가질지는 몰라도 이 마음을 동일하게 지킨다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것도 또한 나의 일부분이라 일단 함께 나가보기로 했다. 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한숨짓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다들 잘만 사는데 너만... 넌 살면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잖아. 174쪽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수없이 내 자신에게 했던 말이고, 뭘 하고 싶은지 몰라 자책하던 시간들이 많았다. 지금도 물론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책과 관련된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리고 서른아홉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그림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올라왔다. 꿈이 없다면 한심하게 보는 시선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에 대한 편견, 조금만 다른 길로 가면 성공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보는 편협함. 그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시행착오를 거쳐 스물다섯 살에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된다.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빨리 찾고 도전해보고 정착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마흔이 되어서도 알지 못하고 과정 중에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아예 이런 생각이 없다며 쉽게 비난할 수 없다. 각자의 인생이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타인의 인생에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부모와 자식처럼 어쩔 수 없는 대상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무조건 공부해서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이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터키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정해진 규격대로 행동하고, 교육받고, 성장해야 하는 환경에 답답함을 느꼈다.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넉넉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부로 출세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언니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간 것처럼 자신도 그 대학에 들어가면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좋아할 거라 여겼다. 하지만 대학만 보고 원하지 않은 수학과에 들어가 보니 성적은 바닥이고 아무런 의욕이 일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하고 싶었던 연극을 해보자고 다짐했지만 두 개의 학교를 다니다 결국엔 연극 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어떻게든 수학과라도 졸업해보자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다 그림을 잘 그리고 그림을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과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다짐한다.

저자의 약력을 보고,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저자가 방황하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긴장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 어이없어 웃고 말았지만 때론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다. 한 발짝 물러나서 살펴보는 일. 자신이든, 타인이든, 어려운 일이든, 기쁜 일이든 한번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최소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일 것이고, 방향을 틀어 볼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솔직할 용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