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 히틀러에게 저항한 학생들, 백장미단 이야기 러셀 프리드먼의 역사 교양서 2
러셀 프리드먼 지음,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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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스는 참석자 전원에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복종하기만을 강요했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23쪽


히틀러의 독재에 용감하게 맞서게 되는 한스는 처음부터 나치에 저항했던 건 아니었다. 히틀러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혼란을 맞은 시기에 수상 자리에 올랐듯이 당시의 청소년들도 어딘가에 소속되고 존재감이 드러나는 히틀러 청소년당에 자원했다. 한스도 그러했고, 독일여자청년동맹에서 활동하고 있던 여동생 조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면 할수록 환멸을 느끼고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만 드러날 뿐이었다. 그러다 한스는 청소년 지하단체로 눈을 돌렸고, 유대인을 차별하는 걸 목도한 조피는 의구심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히틀러에 휩쓸러 가고 있을 때, 한스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조피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며 때를 기다렸다. 누군가가 먼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고 그들이 행동할 수 있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조금씩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게슈타포가 불법 청소년 단체를 단속하게 되었고, 조피와 또 다른 동생 베르너와 잉게도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한스도 끌려가게 되는데 의학도가 되기 전 노무대에 복무중이어서 조사는 받았지만 지휘관의 도움으로 빠져 나온다. 그러다 뮌헨의 가톨릭 주교 갈렌이 설교를 통해 정신병자, 신체 불구자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비밀 안락사 계획을 비난한다. 그리고 설교문은 인쇄되어 사람들에게 발송되었고, 한스도 설교문을 읽게 된다. 갈렌 주교의 용기에 힘입어 한스도 무언가를 하기로 다짐하고 백장미단으로 불리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게 된다.

전단지에는 독일 국민들이 깨어 있길 바라는 마음과 나치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었다. 나치의 잔인한 범죄에 대해 ‘우리 모두는 유죄’라고 말하는가 하면, 유대인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고발하고, 33만 명의 젊은이가 죽은 스탈리그라드 전투를 언급하며 나치가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낱낱이 비난한다. 전단지 내용만 살펴보더라도 한스를 비롯한 백장미단 단원들이 목숨을 걸고 히틀러에게 저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그저 숙연해졌다. 그들은 학교에서 전단지를 뿌리다 현장에서 잡혔고,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당당하고 정의감이 넘쳤으며 오히려 그런 모습에 감화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였다. 마지막 면회 때는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한 일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기 전 ‘자유여 영원하라!’고 외쳤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이 후일 증명된다.

백장미단 운동과 참수당한 그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기적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129쪽

그들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행동했으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지만 앞장서서 불의를 알리고, 정신을 일깨워주는 먼저 저항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 앞에서 바로선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졌다. 현재도 불의에 맞선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행동할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비판적 사고를 예민하게 가동시키는 것.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라고 그들이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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