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에 와줄래 깨금발 그림책 18
허은실 글, 유준재 그림 / 한우리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아침에 딸내미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이제 한글 공부 3권을 다 하고 4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나는 잠시 칭찬을 잊고 얼른 열심히 해서 한글 뗀 다음에 엄마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딸내미는 ‘열심히 하고 있잖아.’ 하기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딸내미와 아침부터 한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레 이 책이 떠올랐다. 딸내미와 나이가 같은 6살 주인공도 아직 한글을 떼지 못했고, 생일을 맞이해서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글을 못 써서 고민하고 있을 때 오빠가 흔쾌히 가르쳐 주겠다고 배워보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만다. 그렇다면 한글 없이 초대장을 쓰는 방법은 뭘까? 바로 그림으로 초대장을 만드는 거였다.

나름 고민을 해서 ‘예쁜 우리 집과 맛있는 생일 케이크’를 그려 넣으면 친구들이 알아먹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이건 뭐야? 집이야? 모자야? 빵이야?’ 라며 물어대는 친구들 앞에서 당황하고 만다. 글 없이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으니 다른 친구들이 충분히 오해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초대장을 다시 만든다. 이번에는 집과 케이크를 좀 더 자세하게 그렸다. 여전히 오빠는 글씨로 쓰라고 핀잔을 주지만 개의치 않고 그림으로 그려 친구들에게 준다. 이번에는 친구들이 초대장의 의미를 알았지만 언제 가야 하는지를 묻자 그제야 인지하고 또 다시 초대장을 만든다.


토요일 12시에 오라는 걸 어떻게 그릴까 고민하다 3밤 자고 12시에 오라는 걸 강조하기로 한다. 글씨로 쓰면 간단한 내용이지만 그림으로 그리려니 오히려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의미전달을 위해 애쓰는 주인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여전히 오빠는 옆에서 그냥 토요일 12시라고 쓰라고 답답해 하지만 말이다.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주지만 친구들은 달의 의미를 묻고 일요일에 가면 되냐고 묻는다. 어제 그린거니 토요일에 오라는 말로 고쳐주었지만 여전히 답답한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림책 곳곳에 한글의 모음과 자음이 섞여 있어 재미를 더한 게 흥미로웠다.

토요일이 되어 무사히 생일 파티를 하고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 주인공.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번에도 그림을 그리다 고민하게 된다. 고민 끝에 고마운 마음을 하트로 그려 친구들에게 주는데 친구들은 나를 좋아하는 뜻이냐고 묻자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진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오빠에게 글자를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남다른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띠까지 두르며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기특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열심히 연습한 결과 카드에 ‘고마워’라고 쓰고는 이제는 친구들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게 될 거라고, 한글로 쓰니 굉장히 편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연스레 한글을 익히니 글자를 누가 만들었는지, 만든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책의 뒷면에는 처음 글자는 주인공처럼 그림을 전달해서 만들고, 그림문자로 발전해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글자 발명까지 이어졌다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주인공을 보니 역시 무엇을 배울 때는 계기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쓰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으로 글자의 필요성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한글을 배우게 되는 일. 계기가 생긴다고 해서 무조건 주인공처럼 열심히 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계기로 인해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이 기특했다. 그러면서 딸내미에게 아침에 했던 핀잔에 대해 반성하면서 얼마큼 배웠는지 칭찬해줘야겠다 다짐했다. 나도 칭찬에 대한 계기가 생긴 거니 자연스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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