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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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풍성하고 힘이 넘칠 때 우리는 너나없이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간과한다. 그것이 사라지고 소멸한 다음에라야 못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우연히 찾아 온 강아지 자스민을 16년 간 키우고, 떠나보낸 뒤 어떤 형태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저자. 그는 예기치 않게 찾아 온 자스민을 통해 가장 먼저 사랑을 배우고 느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이 아닌, 동물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사랑과 함께 한 시간 속에 스며드는 깊고 깊은 정이 오롯이 녹아 있는 책이다. 어렸을 때 개와 고양이를 키웠던 기억이 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예뻐했던 개는 기억이 남고, 그 개가 나를 학교까지 따라왔을 때의 든든함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상에서 사라져 버렸을 때의 허탈감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가 16년이나 함께 했던 자스민 이야기를 할 때 그 마음이 감히 짐작되지 않았다. 함께 했을 때의 기쁨과 즐거움, 자스민에게 배우는 사랑, 그리고 마음 아픈 이별까지. 솔직히 애완동물에 대한 격한 사랑을 쏟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나였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말을 못하는 동물일 뿐이지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을 주고받고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숙연해졌다. 아들만 둘 키우고 있는 가정은 언뜻 생각하면 삭막하고 심심할 것 같은데, 그 안에 자스민이 파고들면서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이 되었다. 특히 둘째가 자스민을 너무 좋아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들을 때면, 사랑하는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물이라고 해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혹한 일이다. 그것은 먼저 온갖 종류의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어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늦은 밤 우연히 강아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을 때면 장차 어떻게 헤어지려고……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건 그때 문제라고 밀쳐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이미 자스민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되어서도 함께 한 자스민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장 가슴 아팠고 눈물이 났던 장면도 역시 헤어짐의 순간이었다. 군대에 간 둘째의 방문을 바라보며 죽어가던 자스민. 끝까지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예뻐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당사자가 봤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어쩌면 인간인 우리보다 사랑을 더 깊고 오랫동안 간직할 줄 아는 자스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도 자스민처럼 맘껏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그렇다. 정말 아름다울 때, 당사자는 모른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구나, 예뻤구나, 행복했구나를 깨닫는다. 과거를 미화시키더라도 그 순간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도 ‘네가 지금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하고 물으면 알 수 없는 웃음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현재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싶다.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할 때 사랑도 느낄 수 있고 사랑도 베풀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모든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한껏 사랑을 베풀고 간 자스민을 통해 나 역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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