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일요일) 일 끝나고 집에 오니 으스스 추웠다. 아무래도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서 샤워를 하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갈 욕심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제대로 안 왔다. 다시 H 수업에 대한 압박감에 그랬던 듯.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피로가 다 가시지도 않았고, 여전히 으스스 추웠고, H 수업에 대한 긴장감도 있고, 날씨가 약간 쌀쌀하기도 해서 스웨터에 스카프를 매고 8시에 학교에 갔다. 이런 날씨에도 많은 이들은 가볍게 입고 다닌다. 도서관에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 책을 읽으려고 일부러 일찍 갔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가기 전, H와 마주쳤다. 그 어색한 순간 H는 내게 "안녕?" 인사를 했고, 나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내게 들어가서 앉으라는데, 그 때부터 초긴장. ^^;;; 그러나 교실을 둘러보면서 얼마 없는 학생 수에 안도감을 느꼈다. 원래 영어수업이 대체로 정원(보통 25명+알파)이 적어서 교수의 관심을 다른 수업에 비해 더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수업이라 하겠다.


대체 이 긴장은 왜 오는 걸까??? 모르겠는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머리가 하얘져서 앉아 있었다. H가 10분 후 돌아왔는데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한테 뭘 물어보면 어쩌나 뭐 이런 한심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H는 수업시작 전 출석을 불렀고, 내 이름을 당연 맨 마지막에 부르면서 끝나고 자기 잠깐 보고 가라고.


이 수업은 지난 학기에 들은 '읽기와 작문'에서 좀 더 나아간 수준의 과목으로 중급 이상의 작문 실력을 요한다. 세번째 시간인 오늘부터 첫번째 과제에 대한 이야기.. "흠. 난 이제 죽는 거야. 하지만, 역사 들으면서 재미없어서 죽는 것보단 낫잖아."


역시 H의 수업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완전히 변한 상태에서 "이 앞에 휴지랑 목캔티(cough drops) 있으니까 필요한 사람 갖다 쓰라"는 농담도 잊지 않고, 본인의 기운을 버리지 않고 수업하는 모습에 난 수업 시작하자 마자 역사를 빼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이래서 내가 H 수업을 좋아했지. 이 사람이 내가 평생 들은 수업 중 제일 좋은 것 같아." 하하... 수업시간엔 늘 학생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불쑥불쑥 질문을 했을 때 아무도 대답을 못하면 "어떻게 아무도 공부를 안 해올 수가 있어?" 하기도 한다.


오늘 낯선 이들 사이에서 나도 하나 대답을... ^^ 조그맣게 했지만, 다행히 H가 들었다. 그래, 난 지난 학기에 당신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고!


지난 학기에 H 수업을 듣고, 페이퍼를 쓸 때마다 날밤을 새곤 했다. 할 게 너무 많은데 뭐라고/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만 계속 하다가 기한을 3일쯤 남겨놓고 쓰곤 했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내 친구들은 엄살이 심한 것 같다고 한다. 그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어서 그러는 건데... 그래서 학기말이 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페이퍼 기한이 나로 하여금 쓰게 하는 것 같아. 뭐 기자들이 기한이 다가오면 타다다다 써서 기사 넘기는 것처럼 말야."


이번 학기에도 난 죽었다. H 수업의 강도는 마치 보통 과목 2개 듣는 것 같은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요한다. 수업 끝나자마자 H에게 add code를 받고, 도서관에 가서 역사를 빼고 이 과목을 넣었다. 때로는 나의 결단력에 나 스스로 놀라곤 하는데, 이번 학기에 H 수업 들으며 고민하고, 깨지고, 즐거울 거 생각하니 기분이 벌써부터 좋다. 열심히 해야지.





 
 
하얀밤에 2012-02-07 16:38   댓글달기 | URL
김완선씨 가족까지 끌어대면서 욕한거 제대로 사과하십시오
만약 사과하지않으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겠습니다

하루(春) 2012-02-07 17:37   URL
황당... 제가 무슨 김완선 가족을 끌어대면서 어디다 욕했다고 하는 건지???
님이야말로 사과하지 않으면 사이버수사대에 제가 당신을 신고하겠습니다.

하얀밤에 2012-02-08 08:54   댓글달기 | URL
C:\Users\my\Pictures\aladin_co_kr_20120207_211459.jpg

이걸 보십시오 당신이 김완선을 보면 그녀의 가족까지 궁금해진다고했죠??
댓글들을 보면 김완선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아냥으로 가득차있죠
당신이 김완선 가족까지 궁금해진다고 한건 김완선이 무식해서 그녀의 가족이 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이길래 저런 무식한 얘가 있나
이런뜻에서 적은거 아닌지??
내말 틀렸나?? 찔리나??
아무리 김완선이 싫어도그렇지 해선안될말이 있는법
그녀의 가족까지 욕해?? 패드립을 해??
제대로 사과하시오 사과하지않으면 가만두지않겠소
 

결국 학교 카운슬러를 만나 고민을 얘기했다. 이러저러 해서 역사를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정말 재미없다. 마음 같아선 확 빼버리고 내 완소 교수의 다음 영어 과목을 듣고 싶은데 1주일이나 지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카운슬러는 일단 교수한테 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어쨌든 해볼 수 있는 노력을 해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영어 교수한테도 이메일을 쓰라고 덧붙였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다른 영어 교수들이 H만큼 재미있으면서 성실하면서 유익할까 하는 고민이 고개를 쳐들었다. 나는 영어를 또 듣는다면 H 걸로 듣고 싶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잠시 더 고민을 하다가 낮잠을 잤다. 두세시간쯤 잤을까? 고민 때문에 불안해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지난 학기 수업 들을 때, H는 Crasher한테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학생이 둘째날 수업에 들어와 crash 하겠다고 했더니, crasher들은 첫날 와야 하는 거라면서 그냥 보냈던 걸 난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H 과목을 듣고 싶은 건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가 A를 받은 학생이라 해도, H가 "난 받아줄 수 없다." 하면 그걸로 끝날 일이었다. 그래서 일어나 다시 고민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면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H에게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아는 사람한테 이런 말하기 좀 그러했음), add code를 받고 싶다. 당신이 황당해할 거 나도 안다. 이미 두 수업이나 안 (혹은 못) 갔고, crash도 안 했는데 가능하겠냐.


내 상황에 대해 좀 설명하겠다. 이러저러 해서 이런 과목을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데 역사는 정말 내가 들어야 할 게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역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네가 add code를 준다고 해서 내가 정말 네 과목을 넣을 거라는 보장을 나도 아직은 못하겠다.(add/drop 기한이 이번주 금요일)


네 과목이 따라가기 쉽지 않은 거 익히 알고 있지만 너로 인해 지난 학기에 난 기분 좋게 학교에 다녔다. 게다가 네 수업 시간에 많이 배우고, 재미있어서 좋다. 네가 월요일 수업에 와도 좋다고 하면 난 꼭 갈 거다. 숙제가 있다 해도 상관 없다. 내 몫이니 받아들이겠다. 정말 고맙다.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H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생각하니 잠이 안 왔다. 아.. 나의 이 고질적인 문제. 스트레스나 무슨 일이 닥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


토요일이 밝았고, 난 일하러 갔다. 저녁에 집에 와 마음을 가라앉힌 후 일부러 할 걸 다 하고 메일을 확인했다. 아... H의 답장이 있었다. 얼마나 떨리던지... 무슨 짝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떨릴 수가... ^^;;


그 짤막한 답장은 나로 하여금 다시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OK (That's American slang for yes.). I'll make an exception for you. I cannot give you an add code right now because I am at home now and the add codes are at school, but if you come to my Monday class, we can talk about adding you. ONLY because you were such a special student!
 
Best,


H는 사람 기분을 쥐고 흔드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무한애정을 주는 듯... ㅋㅋ 기분이 좋아서 이날은 잠을 좀 잘 잤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기 전에 답장을 썼다.


고맙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월요일 9:35 수업에 가겠다. 그 때 보자.









 
 
 

작년에 들은 수업 중에 나의 완소 과목은 'Reading and Composition'이라는 우리말로 하자면 영어 '읽기와 작문'이 되겠다. 수업은 교수(이하 H)가 첫 이틀간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관련된 걸 열라 읽은 후 '작문'. 헐... 나 같은 애가 작문을??? 그 사람의 minimum requirements에 맞춰 작문을 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H는 영어교수답게 말을 정말 잘하고, 많이 하고, 재미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재미있다'는 것. 엄청 많이 웃었다. 수업 시간에 정말... 그렇게 정신없이 웃다가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서 갑자기 진지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난 더 좋았다.


H는 사실 학생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니다. H가 풍기는 분위기란 참 묘해서 일단 다가가기 쉽지 않다. 나 역시 2달이 지나기 전까지 뭔가 아리송한 게 있어도 절대 H의 사무실에 찾아간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하게 한다. 물론 그것도 하는 애들만 하는 거지만 말이다. 난 그게 좋았다. 그리고, H는 직업상 학생들의 페이퍼로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이라 계속 평균 이상의 페이퍼를 써내는 학생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걸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점수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두둥두둥 떨리는 첫 페이퍼에서 B를 받고, 그 후 거의 B+, B, 뭐 계속 이런 식으로 받았다. 이렇게 B를 받는 과정에서도 H는 페이퍼에 "Nicely done!" 따위의 A 페이퍼에나 어울릴 만한 코멘트를 써놓았었다. 아무튼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문장 구사력에 있어서 네이티브들과 차이가 나니까 학교에 있는 튜터링 센터에 항상 갔다. 페이퍼를 내기 전엔 무조건 튜터링 센터에 가서 튜터한테 일종의 교정을 받고, 나는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물어보고... 한 후에 고쳐서 페이퍼를 냈다.


그러다가 6번째 페이퍼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A를 받았다. 난 정말 기뻤다. 이 첫번째 A 페이퍼에서도 난 황당한 실수를 했고, H는 수업 시간에 모든 아이들의 페이퍼를 언급했고, 내 페이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의 그 실수 때문에 내 페이퍼는 모든 이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난 창피한 와중에도 기분 좋았다. H의 요점은 "이 사람은 정말 잘했다."는 거였으니까.


그 페이퍼를 받은 그 날의 숙제는 그 페이퍼를 다시 써오라는 거였고, 나는 그것 역시 A를 받았다. 그 후 제일 중요한 마지막 페이퍼에서도 A. 그리하여 그 코스에서 A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방학한 후 학교 웹을 거의 매일 확인했는데 1월 초 이 과목에 A가 떴을 때 난 정말 뛸 듯이 기뻐 환호성을 질렀고, 우리집 주인은 무슨 일이냐며... ^^;;; 난, 이 과목에서 A를 받아서 그렇다는 얘기를 했고... ㅋㅋ


지난 주 개강했을 때 금/토/일 내내 일하고 바로 새벽같이 학교에 가느라 난 많이 피곤했다. 내가 이번 학기 신청한 과목 중 하나는 역사... 아, 난 역사가 이렇게 재미없는 과목인지 정말 몰랐다. 목요일 수업시간에 정말 대실망. 교수가 열정과 지식만 가득하고 수업을 재미있게 못한다. 게다가 학생을 너무 많이 받아서 50명쯤 되는 애들이 그 좁은 교실에 빈 자리 하나 없이 가득 채우고 앉아 있길래 맨 앞에 앉아 있다가 결국 조는 사태 발생. 무지하게 성실한 내가 첫 수업부터 졸았다니... 아무리 피곤해도 절대 수업에 늦거나 조는 일은 있을 수 없는데... 사실 그 때부터 불안했다.


그 수업 바로 후 영어 텀 페이퍼를 받으러 H한테 갔다. 수업시간에 졸고 나온 터라 난 부스스한 상태로 갔고, H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페이퍼 받고, "A 받아서 기분 정말 좋았다. 정말 고맙다."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H는 내 얘기를 이번 학기 학생들한테 많이 한다면서 "넌 네 점수를 네가 만든 거라고. 네가 A 받아서 나도 좋다." 이런 얘기를 했다. 난 몸둘 바를 몰랐고, 그저 행복했다. 이것도 내가 여기 와서 이룬 성과 중 하나니까. 나는 내 단점을 드러내기 보다 장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A로 나왔으니 기분이 정말 좋을 수밖에.


그 날 저녁부터 고민은 시작됐다.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그리고 금요일 아침 요가수업 후에 본격적으로 고민 시작. 그 고민은 물론 역사를 빼고 싶다는 것. 하지만, 역사를 빼면 무엇을 들어야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때는 이미 개강 후 1주일이나 지나버린 후였으니까 등록을 안 했고, Crash(등록 안 한 상태에서 수업에 첫 날 들어가 교수한테 add code를 받는 것)도 안 했으니 그 누가 날 받아줄까 하는 좀 한심하지만 해결해야 할 고민이었다.






 
 
 
 전출처 : 하루(春) > 정말 가슴 깊이 미안하고 슬픕니다.

정말 미안해요.

몰랐어요.

미국에서 산지 3년 반 조금 넘었는데, 물만두님 가신 소식을 좀 전에야 알았어요.

가슴 속 깊은 슬픔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네요.


그립습니다.

그리고, 물만두님의 글들 잊지 않을게요.

종종 들를게요.


편안히 지내시길...



 
 
hanicare 2012-01-17 19:11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안 계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네요
슬픕니다
생전에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낼 수 있었던 분이었는데....
 
아이팟 80GB 왔습니다

두달쯤 전 이메일을 통해 애플에서 아이팟 나노 1세대를 배터리 과열 위험을 이유로 리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2006년에 사서 여태 갖고 있던 내 나노를 애플 홈페이지에서 일련번호로 조회했고, 내 나노는 다행히 리콜 대상이었다.


그 후, 1달쯤 걸려 애플에서 상자를 보냈고, 나는 거기에 내 나노를 넣어서 다시 보냈고, 어제 새로운 나노를 받았다. 상자에 들어 있던 종이에는 나노 1세대가 얼마 없어서 새로운 나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새로운 나노를 받는 경우였다. 다행히도...


조그만 것이 아주 신기하고, 귀엽고, 크기는 내 셔플보다 조금 큰데 스크린이 있어서 무지하게 편하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다.



2008년 9월 초 알라딘에서 뽑혀서 받은 클래식과 함께 찍은 아이팟 가족.

왼쪽부터 아이팟 나노 1세대, 셔플, 클래식 80gb.



새로운 아이팟 가족.

오른쪽부터 아이팟 나노 8gb, 클래식 80gb, 셔플.

나노의 화면에 있는 건 스티브 잡스 오디오북.


아.. 새해의 출발이 아주 좋다.

어제 아이팟과 함께 집에서 온 커다란 택배상자도 받고

오늘은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는 않겠지만,

"이 어찌 기쁘고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소!"라고 하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