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들은 수업 중에 나의 완소 과목은 'Reading and Composition'이라는 우리말로 하자면 영어 '읽기와 작문'이 되겠다. 수업은 교수(이하 H)가 첫 이틀간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관련된 걸 열라 읽은 후 '작문'. 헐... 나 같은 애가 작문을??? 그 사람의 minimum requirements에 맞춰 작문을 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H는 영어교수답게 말을 정말 잘하고, 많이 하고, 재미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재미있다'는 것. 엄청 많이 웃었다. 수업 시간에 정말... 그렇게 정신없이 웃다가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서 갑자기 진지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난 더 좋았다.
H는 사실 학생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니다. H가 풍기는 분위기란 참 묘해서 일단 다가가기 쉽지 않다. 나 역시
2달이 지나기 전까지 뭔가 아리송한 게 있어도 절대 H의 사무실에 찾아간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은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하게
한다. 물론 그것도 하는 애들만 하는 거지만 말이다. 난 그게 좋았다. 그리고, H는 직업상 학생들의 페이퍼로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이라 계속 평균 이상의 페이퍼를 써내는 학생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걸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점수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두둥두둥 떨리는 첫 페이퍼에서 B를 받고, 그 후 거의 B+, B, 뭐 계속 이런 식으로 받았다. 이렇게 B를 받는 과정에서도 H는 페이퍼에 "Nicely done!" 따위의 A 페이퍼에나 어울릴 만한 코멘트를 써놓았었다. 아무튼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문장 구사력에 있어서 네이티브들과 차이가 나니까 학교에 있는 튜터링 센터에 항상 갔다. 페이퍼를 내기 전엔 무조건 튜터링 센터에 가서 튜터한테 일종의 교정을 받고, 나는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물어보고... 한 후에 고쳐서 페이퍼를 냈다.
그러다가 6번째 페이퍼에 내가 그토록 바라던 A를 받았다. 난 정말 기뻤다. 이 첫번째 A 페이퍼에서도 난 황당한 실수를 했고, H는 수업 시간에 모든 아이들의 페이퍼를 언급했고, 내 페이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의 그 실수 때문에 내 페이퍼는 모든 이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난 창피한 와중에도 기분 좋았다. H의 요점은 "이 사람은 정말 잘했다."는 거였으니까.
그 페이퍼를 받은 그 날의 숙제는 그 페이퍼를 다시 써오라는 거였고, 나는 그것 역시 A를 받았다. 그 후 제일 중요한 마지막 페이퍼에서도 A. 그리하여 그 코스에서 A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방학한 후 학교 웹을 거의 매일 확인했는데 1월 초 이 과목에 A가 떴을 때 난 정말 뛸 듯이 기뻐 환호성을 질렀고, 우리집 주인은 무슨 일이냐며... ^^;;; 난, 이 과목에서 A를 받아서 그렇다는 얘기를 했고... ㅋㅋ
지난 주 개강했을 때 금/토/일 내내 일하고 바로 새벽같이 학교에 가느라 난 많이 피곤했다. 내가 이번 학기 신청한 과목 중 하나는 역사... 아, 난 역사가 이렇게 재미없는 과목인지 정말 몰랐다. 목요일 수업시간에 정말 대실망. 교수가 열정과 지식만 가득하고 수업을 재미있게 못한다. 게다가 학생을 너무 많이 받아서 50명쯤 되는 애들이 그 좁은 교실에 빈 자리 하나 없이 가득 채우고 앉아 있길래 맨 앞에 앉아 있다가 결국 조는 사태 발생. 무지하게 성실한 내가 첫 수업부터 졸았다니... 아무리 피곤해도 절대 수업에 늦거나 조는 일은 있을 수 없는데... 사실 그 때부터 불안했다.
그 수업 바로 후 영어 텀 페이퍼를 받으러 H한테 갔다. 수업시간에 졸고 나온 터라 난 부스스한 상태로 갔고, H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페이퍼 받고, "A 받아서 기분 정말 좋았다. 정말 고맙다."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H는 내 얘기를 이번 학기 학생들한테 많이 한다면서 "넌 네 점수를 네가 만든 거라고. 네가 A 받아서 나도 좋다." 이런 얘기를 했다. 난 몸둘 바를 몰랐고, 그저 행복했다. 이것도 내가 여기 와서 이룬 성과 중 하나니까. 나는 내 단점을 드러내기 보다 장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성과가 A로 나왔으니 기분이 정말 좋을 수밖에.
그 날 저녁부터 고민은 시작됐다.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그리고 금요일 아침 요가수업 후에 본격적으로 고민 시작. 그 고민은 물론 역사를 빼고 싶다는 것. 하지만, 역사를 빼면 무엇을 들어야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때는 이미 개강 후 1주일이나 지나버린 후였으니까 등록을 안 했고, Crash(등록 안 한 상태에서 수업에 첫 날 들어가 교수한테 add code를 받는 것)도 안 했으니 그 누가 날 받아줄까 하는 좀 한심하지만 해결해야 할 고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