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여 분만 달리면 도쿄역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팍 호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착신을 알렸다.

개인 스마트폰이 아니라 직장에서 대여해준,

아니, 그보다는 강제로 지급해준 스마트폰 쪽이었다.

고스기 아쓰히코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좌석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차문을 열고 연결통로로 나온 뒤에 스마트폰을 터치해

고스기입니다라고 짐짓 딱딱한 말투로 응했다.

출장은 잘 다녀왔어?” 상사 난바라가 끈적끈적한 말투로 물었다.

, 정말 피곤하네요.” 고스기는 대답했다.

아침 첫 신칸센으로 센다이에 가서 온종일 돌아다녔거든요.

점심시간 빼고는 잠시도 쉬지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신칸센에서 한숨 잤잖아.”

근데 제가 요즘 불면증이에요. 겨우 눈 좀 붙이는가 했더니 이 전화가 걸려오네요.”

흥 하고 난바라가 코웃음을 쳤다.

하루 출장 근무를 마치고, 자아, 이제 집에 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자, 라고 했더니만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단 말이지.

그러면 뭐, 당연히 방어선을 치고 싶은 마음도 들겠지.”

그런 게 아니라고 애써 변명할 이유도 의리도 없어서 그에 대한 대꾸 대신 고스기는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난바라는 괜히 한참 뜸을 들이고 나서야 사건이 터졌어라고 말했다.

그야 물론 그럴 거라고 고스기는 생각했다.

센다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사람에게 단순한 허드레 심부름을 시키려고 전화를 걸었다면

그거야말로 큰 민폐다.

무슨 사건인데요, 라고 물어보려는 참에 난바라가 말을 이었다.

살인사건이야.”

고스기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제발 잘못 들은 것이기를 빌었다.

, 저기요.” 헛기침을 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믿고 싶지 않은 그 심정은 잘 알아. 나 역시 똑같은 심정이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거짓말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야. 말 그대로 살인사건이야.

현장은 미타카 시 N동의 단독주택. 강도 살인이야. 금품도 훔쳐갔어.

살해된 피해자는 그 집에 사는 80세 노인이야.”

난바라의 말을 듣고 고스기는 가슴속에 암울한 기분이 퍼져갔다.

조무래기 깡패들이 서로 싸우다가 기운이 넘쳐서 죽여버렸다느니 하는

단순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

저기요, 계장님.” 희미한 기대감을 품고 고스기는 물었다.

범인은 어떻게 됐습니까?”

잡히지 않았어. 자수한 것도 아니고.”

역시 그런가, 하고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고개를 툭 떨구었다.

일이 그렇게 됐으니까라고 난바라는 말을 이었다.

당장 초동수사에 들어가야 해.

자네도 피곤할 텐데 미안하긴 하지만 도쿄에 도착하는 대로 사건현장에 출동해줘.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해. 주소는…….”

잠깐만요, 오늘은 직접 퇴근할 예정이어서 이미 이런저런 일정을 잡아뒀어요.

일단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시간이 없어. 혼자 사는 처지에 집에 안 들어가도 별 문제 없잖아?”

고양이 밥 챙겨주고 오는 걸 깜빡했다고요.”

고양이는 그리 쉽게 굶어죽지 않아. 걱정 말라고, 오늘 밤 안으로 집에 보내줄 테니까.

사건현장 주소, 얼른 받아 적기나 해.”

얄미워죽겠는 마음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스기는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난바라가 알려주는 주소를 휘갈겨 썼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이건 큰 사건이야.

수사에 우리 경찰서만 나서지 않을 거라는 점도 미리 알아둬.”

상사의 말에 고스기의 마음은 한층 더 암울해졌다.

합동 수사본부를 꾸린다는 얘기지요?”

틀림없이, 라고 난바라는 단언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우리 서에 수사본부가 설치될 것 같아.

아침 첫 일정으로 수사회의가 소집될지도 모르니까 그 준비도 해야 돼.

내일부터는 당분간 집에 못 돌아가는 걸로 생각해.”

, 그럼, 이라는 말을 던지고 난바라는 고스기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스기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동댕이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객실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를 조금 지난 참이었다.

 

도쿄역에서 지하철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가장 가까운 역에 도착해서는 택시를 이용했다.

N동은 단독주택이 차례차례 이어진 조용한 주택가였다.

택시에서 내린 고스기는 곧바로 해당 집을 발견했다.

앞쪽 도로에 순찰차가 줄지어 서있었기 때문이다. 구경꾼도 모여들었다.

집 문패에는 후쿠마루라고 적혀 있었다.

고스기 씨,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돌아보니 후배 시라이가 다가오는 참이었다.

학생시절에 럭비를 했던 만큼 투박한 몸집의 사나이다.

그런 편 치고는 얼굴은 동안이었다.

외동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아이들 사이에 호빵맨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는 모양이다.

센다이는 어땠어요? 우설(牛舌), 먹어보셨습니까?”

식탐이 강한 시라이는 다른 사람이 출장을 갈 때도 그 지역 특산물을 검색해보는 버릇이 있다.

그럴 틈이 있었겠어? 온종일 뛰어다니느라 녹초가 됐는데.” 고스기는 내뱉듯이 말했다.

실제로는 점심식사 때 우설을 먹기는 했지만 그런 일을 솔직히 신고할 의무는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늦은 시간의 신칸센으로 돌아왔을 텐데.”

아이구, 참으로 애통하시겠습니다.”

! 그나저나 어떤 상황이야?” 고스기는 집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감식반이 작업 중이라 아직 안에는 못 들어가요. 하지만 사진은 받아뒀습니다.”

시라이는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수사원들과 분담해서 근처 탐문을 돌고 있습니다.”

난바라가 말한 대로 본격적인 초동수사에 들어간 모양이다.

난바라 계장님은?”

서에서 피해자 가족의 진술을 듣고 있을 거예요.”

고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투덜거리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곁에 있던 경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차해둔 경찰차 뒷좌석에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경시청 통신지령센터에 신고가 들어온 것이 오후 412분입니다.

여자 목소리였는데, 집에 있던 사람이 살해되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상당히 놀란 상태여서 설명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인근 파출소에서 경관 두 명이 출동해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때쯤에는 신고한 여성도 조금 안정이 되어서 제대로 진술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시라이의 설명에 의하면, 신고한 여성은 이 집의 주부 후쿠마루 가요코였다.

가요코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처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일이 끝난 뒤에는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귀가하는 것이 일과였다.

오늘도 그런 패턴으로 오후 4시 전에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풀려 있었지만 딱히 수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이 귀가했을 시간은 아니었어도

함께 사는 시아버지가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가 문 잠그는 것을 깜빡 잊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가요코는 대문에서 마당을 지나 직접 부엌문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변을 곧장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알게 된 것은 거실로 이동했을 때였다.

거실장 앞에 온갖 물건이 어질러져 있었던 것이다. 서랍이 빠져 바닥에 엎어진 상태였다.

가요코는 거실을 뛰쳐나와 옆방 문을 두드리며 시아버지를 불렀다.

그곳이 시아버지의 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답이 없어서 더럭 겁이 난 그녀는 웬만해서는 무단으로 여는 일이 없는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켜져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상황입니다.” 시라이는 들고 있던 태블릿의 화면을 고스기 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다미방이었다. 바닥에 추리닝 차림의 노인이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옆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다.

시라이가 화면을 터치하자 다른 사진이 표시되었다.

노인의 목을 클로즈업한 것이다. 명백히 교살흔으로 생각되는 거무칙칙한 선이 보였다.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라이의 말에 의하면, 피해자의 이름은 후쿠마루 진키치.

나이는 80. 전직 회사 임원이었지만 현재는 연금 이외의 수입은 없다.

동거자는 장남 히데오와 며느리 가요코뿐이고

손자 둘은 각각 취직해서 집을 떠났다는 얘기였다.

난바라 계장님은 금품을 훔쳐갔다고 하던데?”

거실장 서랍에 들어 있던 현금 20만 엔 정도가 사라졌어요.

생활비로 다달이 그곳에 넣어두는 게 습관이었다고 합니다.

가요코 부인이 집을 나갈 때는 그 돈이 틀림없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밖에 훔쳐간 것은?”

피해자의 방에서 뭔가를 훔쳐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 본인 외에는 모르는 재산이 많아서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부부와 자녀들의 방은 2층에 있는데 범인이 그쪽에 올라간 흔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현금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도주하는 것을 우선했는지도 모르지요.”

침입 경로는?”

감식반이 대충 둘러본 바로는 부엌문이나 창문에는 안에서 열쇠를 채웠고

망가진 흔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현관으로 들어오고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스기는 집 쪽을 흘끗 보았다. “방범카메라는?”

시라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설치를 안 했더라고요.”

그래?” 고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왜 정부에서는 방범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는 거냐고

투덜거리고 싶어진다.

시라이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었다.

, 시라이입니다. ……지금 고스기 씨와 함께 있어요. ……, 알겠습니다.

곧 복귀하겠습니다.” 시라이는 전화를 끊고 고스기를 보았다. “난바라 계장님 전화예요.

급히 서로 돌아오라고 하시는데요.”

무슨 일인데?”

글쎄요, 라고 시라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발 성가신 일은 떠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경찰차에서 내려 둘이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간선도로로 나온 뒤에 택시를 잡았다.

서에 들어서자 벌써 다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복도를 사무기기며

통신기기를 끌어안은 젊은 서원(署員)들이 바쁜 걸음으로 오가고 있었다.

수사본부가 설치될 예정인 강당으로 운반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얼굴빛은 하나같이 칙칙했다.

관할서 경찰관에게는 살인사건의 합동 수사본부가 설치되는 것만큼 우울한 일도 없다.

이쪽의 인력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아니라 경비도 들어간다.

당연히 상사들의 기분은 점점 험악해질 뿐이다.

두 사람이 형사과로 들어가자 난바라가 다른 부하와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 참이었다.

난바라는 고스기 쪽으로 무뚝뚝한 말상 얼굴을 향하고

고단할 텐데 미안하네라고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인사를 건네왔다.

어떤 상황입니까?” 고스기가 물었다.

,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이야.” 난바라는 빙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뛰고 있어. 자네도 얼른 거들어줘야겠어.”

이미 거들고 있잖습니까.”

고스기가 코트를 벗으려는 것을 , 그대로 입고 있어라고 난바라가 제지했다.

지금 즉시 나가서 알아봐야 할 인물이 있어.”

누군데요?”

산책 담당.”

산책 담당?” 고스기는 미간을 좁혔다. “뭡니까, 그게?”

유족의 진술에 의하면, 후쿠마루 가에서는 시바견을 기르고 있었어.

산책을 시켜주는 것은 피해자가 맡은 일이었는데 반년 전쯤에

허리를 다친 뒤로 장시간 걸을 수가 없게 됐어.

그렇다고 개를 산책시키지 못하면 너무 가엾다고 대학생 알바를 쓰기로 했던 모양이야.”

그 집에 개가 있었던가?” 고스기가 시라이에게 물었다.

시라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는 못 봤는데요?”

그 개, 지난달에 아파서 죽었어.” 난바라가 말했다.

열다섯 살이었다니까 개로 치자면 상당한 고령이야.

원래부터 지병이 있었는데 다리까지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더 악화된 끝에 죽은 모양이야.

그나저나 문제는 그 부상이야.

산책 중에 자전거와 접촉사고가 났다는 얘기인데,

산책을 시킨 사람이 그 알바생이었어.

제대로 주위를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피해자가 엄청 화를 내면서 그 알바생을 해고했다는 거야.”

그게 석 달 전쯤의 얘기야, 라고 난바라는 덧붙였다.

그 알바생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탐문수사를 돌던 친구들에게서 들어온 정보야.

근처에 사는 아주머니가 어제 점심때 후쿠마루 씨 집 안을 들여다보던 남자를 목격했어.

하지만 전혀 낯선 얼굴은 아니고 길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야.”

혹시 방금 그 이야기에 나온 개 산책 담당 알바생?”

딩동댕.”

난바라는 굵직한 목소리로 어울리지도 않는 리듬을 입에 올리며 검지를 바짝 세웠다.

그러고는 책상에서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유족에게서 어떤 인물인지 얘기를 듣고 우리 쪽에서 검색해봤어. 바로 이 녀석이야.”

사진은 운전면허증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모양이었다. 찍힌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이십대 초반인가. 턱이 날렵하고 눈꼬리는 조금 처졌다.

뭐가 불만인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카메라로 바라보고 있었다.

침입경로에 대한 얘기는 들었나?” 난바라가 물었다.

시라이의 말에 의하면 현관으로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고 하던데요.”

난바라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면서 쯧쯧쯧 하고 혀를 찼다.

감식반의 당초 견해는 그랬지. 근데 사정이 바뀌었어.

유족에게서 중요한 정보 제공이 있었거든. 범인은 부엌문을 통해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부엌문? 부인이 집을 나갈 때 열쇠 채우는 것을 잊어버렸던가요?”

아니, 틀림없이 문은 잠근 모양이야. 하지만 여벌열쇠가 있었어.”

여벌열쇠?”

우편함 바닥에 작은 용기를 붙이고 거기에 부엌문의 여벌열쇠를 숨겨뒀어.

열쇠를 잃어버린 가족이 못 들어올 때를 대비해 넣어둔 것이래.

아까 감식반에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틀림없이 열쇠가 들어 있다는 연락이 왔어.”

그 여벌열쇠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유족의 얘기로는 자기 가족만 알고 있다고 하는데…….”

난바라는 뭔가 다른 뜻이 있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난바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바견을 실외에서 기르고 마당에 개집도 만들어줬는데 날이 흐릴 때는

부엌문을 통해 실내로 데려오곤 했던 모양이야.

다리가 불편한 피해자가 산책 담당 알바생에게 여벌열쇠가 있는 곳을 알려줬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고스기는 새삼 얼굴 사진에 시선을 떨구었다.

이 알바생에 대해 유족은 어떤 식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그게, 가이메이대학 4학년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피해자가 직접 지인에게서 소개를 받은 모양인데

개 산책을 위해 이 알바생이 집에 드나든 시간이

마침 아들 부부가 부재중일 때라서 제대로 얘기를 해본 적도 없다는 거야.”

흐음.”

이 정도만 들어봐도 충분하잖아? 당장 이 녀석을 찾아봐.”

그렇게 말하고 난바라는 메모 한 장을 내밀었다.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것도 모두 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온 것일 터였다.

전화번호는 없습니까?”

아들 부부는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피해자는 알고 있었을 테니까 이제 곧 밝혀질 거야.

판명되는 대로 알려줄게. , 어서 가봐.”

 난바라는 두 사람을 쫓아내듯이 양쪽 손바닥을 내보이며 까딱까딱 까불었다.

그때였다. “어이, 난바라 계장!” 탁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누가 들어온 것인지는 굳이 얼굴을 확인해볼 것도 없이 알 수 있었다.

고스기가 돌아보자 형사과장 오와다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참이었다.

네모난 얼굴에 굵은 눈썹이 특징이어서 뒤에서는 주로 게다짝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그 집 인근의 방범카메라는 어떻게 됐어? 영상을 죄다 압수해오라고 얘기했잖아.”

지금 입수 중입니다!” 난바라가 직립부동의 자세로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영상에서 뭔가 찾아낸 거 없어?”

아뇨, 영상 해석은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서…….”

빨리빨리 해! 뭘 우물쭈물하고 있어?

어물거리다가 1과 쪽에서 성과를 가로채가면 어떡할 거야?

어떻게든 그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범인 체포의 전망을 세워야 해. 알고 있지?”

, 물론 알고 있습니다.” 난바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오늘밤이 고비야, 오늘밤이! 우리 쪽 인원을 총동원해서라도 단서를 잡아.

약간 강제적인 수단쯤은 내가 다 커버해줄 테니까.”

,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시라이가 고스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가시죠.” 작은 소리로 말했다.

, 그게 좋을 것 같다.”

오와다가 난바라를 향해 꽥꽥 소리치는 것을 등 뒤로 들으며

고스기는 시라이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게다짝 과장, 대체 왜 저래? 유난히 길길이 뛰잖아. 평소보다 더하네.”

걸음을 옮기면서 고스기가 말했다.

서장이 본청 수사1과에 지원을 요청했다잖아요.”

역시 그렇군. 하긴 강도 살인사건에 범인이 오리무중이라면 당연히 지원을 요청해야지.”

근데 1과의 담당 팀이 어딘지를 들은 뒤부터

오와다 과장님 기분이 갑자기 험악해졌다는 거예요.

아까 언뜻 들었는데 7팀이 재청(在廳)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고스기는 발을 멈췄다. “7팀이? 진짜?”

재청이란, 즉각 수사에 투입될 수 있게 경시청에서 대기한다는 뜻이다.

수사본부가 설치될 때는 기본적으로 재청 중인 팀이 출동하게 된다.

그 팀이 출동하면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시라이가 물었다.

“7팀의 하나비시 팀장이 오와다 과장과 경찰학교 동기잖아.”

고스기는 목소리를 낮춰 속닥거렸다.

옛날부터 견원지간이라서 매사에 경쟁했던 모양이야.

둘 다 똑같이 경감 급이라도 한쪽은 본청이고 한쪽은 관할서야.

아무래도 차이가 나버렸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지.”

아하, 그렇군요.”

수사본부가 설치되면 아무래도 주역은 본청이 되잖아.

관할서는 준비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동동거리는 잡무 담당이지.

오와다 과장으로서는 그러잖아도 굴욕적인 판에 실질적으로 지휘권을

잡는 사람이 천적 하나비시 팀장이라면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을 거야.”

그래서 1과가 들이닥치기 전에 어떻게든 범인 체포 전망을 세우라는 거군요.”

“1과가 오게 되면 초동수사 기록은 물론이고 그 밖의 온갖 정보를 죄다 내놓아야 하니까.”

큼직한 박스를 품에 안은 서원 두 사람이 앞을 지나갔다.

각자 얼굴에서 이미 피곤한 빛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수사본부 설치를 위한 준비에 차출됐을 터였다.

이 녀석이 범인이라면 일이 정말 수월할 텐데.”

고스기는 난바라에게서 받아온 메모를 들여다보았다.

주소는 미타카 시, 이름은 와키사카 다쓰미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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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2017-12-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미미디어에서 히가시노 게이노작가님의 작품이 나왔네요 믿고보는 게이고작가님 기대합니다!!

이자 2017-12-2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모를 여성과 살인사건의 등장...흥미롭네요! 기대할게요!

필리아 2017-12-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건 어떤 것을 봐야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으시는걸까, 하고 기대하고 찾아보게 되네요

전자책상가 2017-12-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이벤트로 처음 알게 된 작가입니다. 아무래도 라노벨을 읽다보면 1인칭 시점의 화자가 많은데, 이런 3인칭 시점의 글을 보니깐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1,2를 쭉 보는데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동현 2017-12-2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알게된 작가님!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할 분이죠. 은은하면서도 탄탄한 구성, 흡입력 있는 스토리. 이번 눈보라 체이스는 스키장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라는데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고귀한 수영이 2017-12-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연재도 정말 흥미진지하네요. 정말 빨리 책으로 만나보고 싶고 이렇게 연재로 읽는 것도 나름 재미가 남다르네요.

애니는재미있어 2017-12-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건이 발생했네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