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 카레리나에.”

람베르트 씨는 문을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해주었다.

밖에서 볼 때도 생각했지만, 카레리나는 꽤 커다란 도시였다.

람베르트 씨에게 물어보니,

레온하르트 왕국에서도 다섯 번째로 커다란 도시라고 자랑하듯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람베르트 씨네 집안은 카레리나에서 대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모양으로,

람베르트 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한 만큼 카레리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역설했다.

도시에 들어오기까지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어야 했지만,

막상 문을 통과할 때는 비교적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카레리나에서 오랫동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람베르트 씨 덕분일 것이다.

페르에 관한 것도 문지기 병사에게 잘 이야기해주었다.

그럼 기사단 초소로 갈까요?”

도적들을 기사단에 넘길 때, 습격받았던 람베르트 씨와 피닉스 멤버들의 증언도

필요할 수 있으므로 우선은 함께 기사단 초소로 향하기로 했다.

기사단 초소는 문 바로 근처에 있었고,

도적을 넘긴 후 람베르트 씨와 피닉스 멤버와 나는 한 시간 정도 사정 청취를 받았다.

각각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없는 것 같군.

도적은 요즘 들어 문제가 되고 있던 흑견(블랙 독)’이라는 도적단이었다.

죽은 흑견의 두목, 자하르란 남자는 도적이 되기 전부터 꽤 나쁜 짓을 하고 다녔는지

현상금이 금화 30닢이나 붙어 있더군. 그걸 포함해서 토벌 보수는, 금화 45닢이다.”

기사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40대 초반의 갈색 머리 아저씨가 그리 말하며 금화가 담긴 자루를 건네주었다.

도적이라고는 해도 사람의 목숨이 돈으로 바뀌는 세계로구나.

도적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에 람베르트 씨는 가게로 돌아가기로 했고,

피닉스의 멤버들은 모험가 길드에 의뢰 보고를 하러 간다고 하기에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고기 조달을 위해서도 우선은 모험가 길드에 가야 했으니까.

그럼, 람베르트 씨. 나중에 가게 쪽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람베르트 씨의 가게는 가방, 지갑, 벨트, 나이프의 칼집 같은 가죽 제품을 팔고 있다고 하여

흥미를 느낀 나는 나중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스이의 정위치인 가방이 심하게 지저분해진 데다 꽤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이다.

, 공짜로 받은 거니까 말이지. 애초에 중고품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이번 기회에 튼튼한 가죽 가방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물건을 본 다음에 정하겠지만. 그리고 스이도 마음에 들어 할 경우에 말이지.

 

◇ ◇ ◇ ◇ ◇

 

피닉스 멤버와 함께 카레리나의 모험가 길드에 왔다.

무척 어두워진 시간대인지라 창구도 그다지 붐비지는 않았다.

나는 피닉스 멤버가 줄을 선 창구 옆에 섰다.

내 쪽의 줄이 조금 더 빨리 줄어들어서 먼저 창구에 도착했다.

실례합니다. 매입을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그렇게 말하고 모험가 길드의 길드 카드를 내밀었다.

, 매입 말씀이군요.”

접수 담당 직원이 그리 말하며 내가 내민 길드 카드를 받아 들었다.

손에 들고 무언가를 확인하던 담당 직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거, 등록이 말소되었네요. 무코다 씨는 G랭크인데,

1개월 이내에 의뢰를 받지 않으셨던 건가요?”

…………, 일정 기간 내에 의뢰를 받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에서 등록을 말소한다고 했었지.

아니 그게,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어.

실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만…….”

“G랭크는 기간이 제일 짧아서 종종 그런 분들이 계시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G랭크는 아무튼 의뢰를 닥치는 대로 수행해서 서둘러

F랭크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기간도 3개월로 늘어나고,

F랭크에서는 그럭저럭 수입이 되는 의뢰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엑, 그런 거야? 나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아니, 기간을 잊었던 내가 제일 잘못하긴 했지만.

등록비를 다시 지불하면 문제는 없는 겁니까?”

마물 해체도 해야 하니까, 모험가 길드에 등록해두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 등록비 은화 다섯 닢을 지불해주시면 문제없습니다.

무코다 님은 현재 최저 랭크인 G랭크이니, 길드 카드도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 전에 등록해두었던 사역마도 문제없는 겁니까?”

뒤에 있는 페르를 돌아보면서 접수창구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페르를 보고 창구 직원이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구나, 그럼 은화 다섯 닢 지불할게요.

나는 은화 다섯 닢을 지불하고 재등록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역마가 있는데, 그 등록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사역마인가요?”

, 이 녀석입니다.”

나는 가방에서 꺼낸 스이를 안아 들어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 슬라임인가요?”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접수창구의 아가씨.

스이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다른 슬라임과는 다르게 우리 스이는 엄청나게 강하니까 말이지.

특수 개체죠. 엄청 강합니다.”

자랑하듯이, 아니, 대놓고 자랑했지만 창구 직원은 믿지 않는지

네에하고 마음 없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크으으으. 스이의 강함을 한번 봐야 하는 건데.

스이의 사역마 등록을 하고, 매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입에 관한 건, 오크와 기타 마물을 몇 마리 정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옆의 매매 창구 쪽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커다란 마물은 전용 창구가 따로 있는 건가.

무코다 씨, 용건은 다 끝난 건가?”

말을 걸어온 것은 피닉스의 리더인 라슈 씨였다.

. 의뢰 기간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재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그거 큰일이었군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모험가 일이 메인이 아니다 보니 그다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런가?”

. 아시는 대로 저희 사역마들은 대식가라서요.

일단 페르가 마물을 사냥해 오니까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 사냥해 온 마물 해체가…….”

그렇군. 해체를 부탁하기엔 모험가 길드가 제일이지.

, 무허가 해체업자나 정육점에 부탁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그놈들은 그다지 신용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무허가 해체업자는 바가지를 씌울 가능성도 있고, 일을 대강 하는 놈도 많거든.

정육점은 고기는 잘 다루지만 그 외에 가죽 같은 소재 취급이 엉성해.

우리로서는 고기보다 다른 소재 쪽이 비싼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 경험이 풍부하고 프로 의식도 높은 모험가 길드에

해체해달라고 하는 게 제일이지.”

호오, 그런 건가. 무허가 해체업자나 정육점이라는 수단도 있었던 거구나.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들은 이상 그쪽에는 절대 부탁하지 않겠지만.

등록이라든가 번거롭기는 해도 모험가 길드에 부탁하는 게 역시 정답이었던 거로군.

그래서, 무코다 씨는 마물 매매를 하려는 건가?”

. 이제 고기가 없어서요.”

, 우리가 먹어버려서인가?”

뭐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아뇨 아뇨. 거의 다 떨어져가던 참이었습니다.”

사냥해 온 거지? 어떤 마물인지 궁금하니 봐도 괜찮을까?”

라슈 씨가 페르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피닉스 멤버라면 그다지 상관없으려나.

괜찮습니다.”

우리는 옆 매매 창구로 이동했다.

 

◇ ◇ ◇ ◇ ◇

 

매입 부탁드립니다.”

여어, 어디 보여주게.”

여기도 파리엘의 모험가 길드와 마찬가지로,

매매 담당자는 모험가 출신인 것 같은 우락부락한 대머리 아저씨였다.

, 라슈 일행과 아는 사이인가?”

라슈 씨 일행과 대머리 아저씨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대머리 아저씨는 라슈 씨 일행, 피닉스 멤버와 잘 아는 사이인가 보다.

저기, 잔뜩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창고로 안내해주었다.

여기라면 문제없겠지. 꺼내보게.”

그 말을 듣고 제일 먼저 꺼낸 것은 오크 제너럴×5였다.

, 이건 오크 제너럴이 아닌가……? 그것도 다섯 마리나…….”

오크 킹도 이번에 처분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놀라는 걸 보면 그만두는 편이 좋겠다.

오크 킹은 한동안 봉인이다.

그리고, 이것도 부탁드립니다.”

꺼낸 것은 록 버드×3이다.

토종닭처럼 맛있는 록 버드 고기는 반드시 확보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 록 버드도 있는 건가…….”

대머리 아저씨도 피닉스 멤버들도 엄청나게 놀라고 있다.

놀라고 있는 중에 미안하지만, 아직 더 있거든요. 이것만으로는 고기가 아직 부족하다.

페르와 스이라는 대식가가 있으니 말이지.

다음은, 자이언트 도도랑 자이언트 디어.”

어라? 다들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하지만 아직 더 있다고.

그리고 머더 그리즐리랑 블랙 서펜트와 레드 서펜트. 이걸로 끝입니다.”

오거는 못 먹는다고 했으니까 딱히 지금 꺼내지 않아도 괜찮을 테지.

그리고 메탈 리저드도 이름과 그 외양을 생각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외에 키마이라와 오르트로스는 꺼내놓으면 큰일이 날 것 같으니 영구 봉인이다.

………………, 레드 서펜트라고?”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던 대머리 아저씨가 제일 먼저 부활하더니,

레드 서펜트를 확인하며 그렇게 말했다. ? 꺼내면 안 되는 거였나?

어디서 이런 걸 잡아 온 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는 아저씨의 모습에 살짝 기가 죽었다.

저기, 제가 사냥한 게 아니라서…….”

내 뒤에 엎드려서 하품을 하는 페르를 바라보며 그렇게 답했다.

, 그런가. 펜리르라면 가능한가…….”

이 아저씨도 페르가 펜리르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렇죠. 펜리르라면 레드 서펜트 정도는 별거 아닐 테죠.

더 높은 랭크의 마물도 문제없을 겁니다.”

라슈 씨의 말에 움찔했다. 죄송합니다. 키마이라랑 오르트로스도 있습니다.

분명 라슈 말대로군. 이 정도로 놀라선 안 되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키마이라와 오르트로스는 영구 봉인해두고 꺼내지 않을 테니 좀 봐주십시오.

이 정도의 마물을 한 번에 보는 건 처음이야. 보통은…….”

, 레드 서펜트 같은 거 처음 봤어.”

그런 얘기를 하자면, 나는 블랙 서펜트도 처음 봤다고.”

진짜, 대단하다. 게다가 무코다 씨가 이 정도의 양을 넣을 수 있는 아이템 박스를

갖고 있다는 것도 놀랍네.”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이 부활해 그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이렇게나 넣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응응. 이 정도 양이 들어가는 아이템 박스를 가진 사람은 그다지 없을걸.”

좋겠다, 대용량 아이템 박스라니.”

무코다 씨, 우리 파티에 들어오지 않을래?”

아이템 박스에 관한 화제가 나오자 피닉스 멤버들이 그런 말을 꺼냈다.

, , 큰일 났다……. 고기를 우선시해서 정신없이 꺼낸 게 잘못이었나.

크르르르르르.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을 향해 페르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위협했다.

위협을 당한 피닉스의 멤버들은 움찔하며 굳어졌다.

어이, 너희들 입 다물어!”

라슈 씨가 안색을 바꾸며 다른 멤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무코다 씨,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위협하는 걸 멈춰주지 않겠나?”

……. 페르, 괜찮으니까 그만해.”

그렇게 말하자 페르가 위협을 멈추었다.

너희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알겠나?”

“““.”””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처럼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미안해. 하지만 아이템 박스에 관한 건 언급하지 말아줘.

아이템 박스에 관한 부분은 페르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피닉스 멤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잘했어, 페르.

어이, 미안하지만 이쪽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나?

이 정도나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어.

그러니까, 내일 하루 시간을 주고 모레면 괜찮겠는데.”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예정을 알려주었다.

모레라……. 으음, 고기가 이제 없는데. 한 마리 분량이라도 고기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에 쓸 것과 내일 하루 쓸 고기는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기, 한 마리만이라도 먼저 해체해주실 수 없을까요?”

, 한 마리?”

,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꺼낸 마물들도 고기는 전부 제가 받아 갈 겁니다.

그 이외의 소재는 팔아도 괜찮지만, 고기는 꼭 필요해서요…….”

힐끗 페르를 본다.

, 그렇군. 알겠네. 바로 한 마리 해체해주지. 어떤 게 좋겠나?”

다행이다. 그럼 뭐가 좋으려나? 으음, 그러니까…… , 저녁은 그걸로 할까? 그렇다면.

록 버드로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아저씨가 시원스런 손놀림으로 록 버드를 해체해간다.

역시 내장은 폐기 처분인 모양이다.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들어 내장은 먹지 않는지 물어보았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여기에는 내장을 먹는 문화는 없는 모양이로군. 아쉽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 레드 서펜트도 먹을 수 있는 겁니까?”

레드 서펜트는 처음 가져온 마물이니 일단은 물어봐야지.

블랙 서펜트를 먹는 걸 보면, 괜찮으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럼, 먹을 수 있지. 아주 고급 식재료라네. 우리 같은 서민들은 평생 먹어보지 못할 정도로.”

? , 그렇게나?

어떤 맛인 걸까. 블랙 서펜트도 맛있었으니까, 이거 엄청 기대되네.

무코다 씨. 쭉 신경이 쓰였는데, 우리한테 먹게 해줬던 고기는 무슨 고기였던 건가?”

라슈 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블랙 서펜트랑 코카트리스랑 록 버드,

그리고 자이언트 디어랑 머더 그리즐리였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라슈 씨를 포함한 피닉스 멤버 전원이 입을 떡 벌렸다.

고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기에 설마 하기는 했지만…… 미안하네!”

““““죄송합니다!””””

라슈 씨와 피닉스의 멤버가 고개를 푹 숙였다.

? , 잠깐, 고개 드세요. , 왜 그러세요?”

그런 고급 식재료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리가 잔뜩 먹어버려서…….”

라슈 씨의 말에 피닉스 멤버들이 응응 하고 동의했다.

평생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고급 음식들을 먹었던 거구나, 우리…….”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그래, 전부 맛있었지.”

…………(맛을 떠올리고 있는지 아무 말 없이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감동하고 있는 중에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페르가 사냥해 온 거라 솔직히 공짜인 셈이거든.

고급 식재료라고 해도, 우리는 평범하게 늘 먹는 것들이니까

그렇게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지도 않고. 게다가 내가 산 건 조미료뿐이라,

내 주머니에도 거의 피해가 없으니까 말이지.

정말 미안하네, 무코다 씨. 필요한 일이 있다면 개의치 말고 이야기해주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테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도적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걸 도와주셨으니까…….”

아니 아니, 그런 고급 요리를 먹여줬으니 말이지.”

아닙니다. 아니에요. 도적을 여기까지 끌고 와주셨잖아요.”

어이, 그쯤 해둬. 해체 끝났다고.”

아저씨, 나이스 타이밍. 록 버드 고기를 건네받았다.

그럼, 내일모레 다시 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와 피닉스 멤버들은 함께 모험가 길드를 뒤로했다.

여기 모험가 길드는 좋네요.

페르와 함께 들어가면 보통은 웅성거리거나 빤히 바라보거나 하는데, 그런 게 없더군요.”

화제를 바꾸기 위해 걸으면서 그런 말을 하자 리더가 있었으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리더는 이 도시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모험가거든. 그 일행에게 시비를 걸 멍청이는 없다고.”

호오, 그렇구나. 아는 사이가 되어 다행일지도.

이 녀석 말대로 나도 이곳에서는 아주 조금 이름이 알려져 있지.

너무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뭐든 이야기해주게.”

고맙습니다. 라슈 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다만 내일부터는 또 옆 마을까지 호위 임무를 가야 해서 2주 동안은 이곳에 없겠지만…….”

,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게 금방 곤란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고 보니까.

이 녀석이 고집을 부려서 말이지.”

맞아 맞아.”

샌드라~.”

시끄러.”

, 길드 직원인 샌드라 씨를 만나러 가는 거구나……. 리얼충 폭발해버려.

“2주 동안은 없겠지만, 그 후에는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 모험가 길드에 전언을 남겨두면 달려가겠네.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줘.”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주다니, 고맙다. 라슈 씨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구나.

……,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바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사역마와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으면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그거라면, 이 길을 쭉 가면 그리폰 둥지라는 여관이 있다네. 거기를 추천하지.”

, 그럼 거기로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우리는 피닉스 멤버들과 헤어져 그리폰 둥지로 향했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구나.

 

 

 

 

2장 모험가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개받은 그리폰 둥지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리폰의 영역 한가운데를 지나온 나로서는 좀 복잡한 기분이지만,

뭐 그저 이름일 뿐이니까. 여기는 사역마 동반으로 1박에 은화 여덟 닢이다.

전에 묵었던 숙소와 마찬가지로 건물 뒤편에 축사가 있는 모양이라,

페르는 그곳으로 이동하게 했다.

그럼 나는 일단 내가 묵을 방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한 메뉴의 재료를 인터넷 슈퍼에서 사야지.

메인 요리는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정도 고기를 재워두어야 하지만,

록 버드 고기에 양념이 배기 쉽게 해두었으니 재워두는 시간이 조금 짧아도 괜찮을 터다.

그 사이에 숙소의 침대 위에 내 이불을 깔아둘까.

슬슬 페르한테 가지 않으면 이 방에 억지로 밀고 들어오겠지.

나는 가방에 들어간 후로 쭉 자고 있는 스이를 데리고 페르한테로 갔다.

페르, 기다렸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다.

, 미안.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뭐라?!

당장에라도 크앙하고 울 것처럼 비장감 넘치는 얼굴 하지 말라고.

조금 안되어 보였으므로, 인터넷 슈퍼에서 민치가스를 열 개 정도 사서 주었다.

?

, 스이도 일어난 건가. 스이한테도 민치가스를 다섯 개 주었다.

둘 다 일단은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자 그럼, 우선은 함께 곁들일 브로콜리부터. 브로콜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물에 헹구고,

소금을 조금 넣은 뜨거운 물로 데친다. 데치자마자 물기를 제거하고 식힌다.

 물에 담가 식힐 경우 수분기가 많아지므로, 물에 담가 식히지 건 좋지 않다.

어째서 브로콜리인가 하면, 물론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브로콜리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맛있다.

나는 지금부터 만들 메인 요리에는 늘 이걸 함께 곁들여 먹는다.

그럼, 그 메인 요리는 무엇인가. 탄두리 치킨을 만들까 한다.

준비해둔 비닐봉지를 연다. 이건 방에 있을 때 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비닐봉지에 플레인 요구르트, 간 마늘, 간 생강(둘 다 튜브에 담긴 것),

소금, 후추, 그리고 카레 가루를 넣어서 뒤적뒤적.

거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포크로 쿡쿡 찔러 구멍을 내둔

록 버드 고기를 투입하여 주물럭거린다. 그리고 잠시 방치해두었던 것이 바로 이거다.

재워두었던 록 버드 고기를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껍질 쪽부터 굽는다.

양쪽 모두 알맞게 구워지면 완성이다.

접시에 탄두리 치킨을 담고, 옆에 브로콜리를 올린 다음 마요네즈를 듬뿍 뿌리면 끝.

다 됐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페르와 스이가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이건 신기한 맛이 나지만 맛있구나.

. 스이도 좋아, 이거.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카레는 이 세계에서는 미지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맛있을 거야.

나도 탄두리 치킨을 덥석 베어 물었다.

, 맛나다. 이걸 먹다 보니 어쩐지 카레가 먹고 싶어지네.

카레는 가끔 이유 없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니까.

그것도 공을 들여 만든 카레가 아니라 집에서 만든 카레가 먹고 싶어진다고.

내 경우에는 두 종류의 카레 루를 쓰는 것이 비법이다. 하나는 늘 쓰는 루를 절반,

나머지 절반은 새로 나온 루를 쓴다.

그러면 어쩐지 맛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 별거 아닌 비법이지만.

카레에 관한 생각을 했더니 점점 더 먹고 싶어졌다.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카레를 만들어볼까?

페르도 스이도 대체로 뭐든 먹으니까 괜찮겠지.

불만이 나오면 따로 스테이크라도 구워주면 될 테고.

주인 더 줘.

이 몸도.

예이예이. 탄두리 치킨을 추가로 더 구웠다.

 둘의 몫을 만들어가며 나도 오랜만에 맛보는 카레 맛을 만끽했다.

물론 데친 브로콜리에 마요네즈를 뿌린 것도 맛있었다.

다음엔 꼭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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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25 2017-12-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물게 주인공은 요리를할뿐! 먼치킨은 주위 친구들이 맡아해준다는 부분이 신선하네요

송민석 2017-12-1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세계요리물 재밌다고!!!!

ㄹㅍㄹㅌㅋ 2017-12-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이는 슬라임, 페르는 펜릴.. 그럼 표지에 용은 누구? 1권안보고 급하게 이벤트 참여하게되서 아쉽지만.. 잠깐 읽어보니 술술 읽히는게 좋네요 ㅋ 책은 이맛이즤~ 1권 주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