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거리를 걸어 지금에 이른다.

금화 스무 닢이 큰 액수인지 작은 액수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잠시 동안은 살아갈 수 있는 돈을 얻었다.

화폐 가치도 포함하여 이 세계에 관해 서둘러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가능한 한 서둘러 이 나라를 나가자. 왕을 보고 내린 판단에 따르자면,

이곳이 좋은 나라일 리 없어 보였고,

여기 있어본들 좋은 꼴을 당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좋아, 그렇다면 바로 행동 개시다.

왕도(王都)의 거리는 중세 유럽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우선 이 근처에 무리 지어 있던 거리의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괜찮을까? 시골에서 막 올라온 참이라 이 나라에 관한 걸 잘 모르거든.

저기 있는 가게의 꼬치구이를 사줄 테니까 그 대신에 이것저것 가르쳐주지 않을래?”

맨 처음에는 의심스러워했지만, 식욕을 이기기 힘들었는지 부탁을 받아들여 주었다.

아이들에게 노점의 꼬치구이를 두 개씩 건네고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은 제일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화폐 가치부터.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판단한 결과, 다음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알았다.

철화 한 닢 → 10엔

동화 한 닢 → 100엔

은화 한 닢 → 1,000엔

금화 한 닢 → 10,000엔

대금화 한 닢 → 100,000엔

백금화 한 닢 → 1,000,000엔

아이들에게 사준 노점의 꼬치구이 하나가 철화 다섯 닢.

금화 여섯 닢이면 4인 가족이 최저한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다는 모양이다.

그 외에도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 모험가 길드와 상인 길드가 있으며

(이건 판타지 계열 소설에서는 당연한 설정이지)

그중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나라에서 나라로,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요컨대 쓸데없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다.

모험가 길드나 상인 길드의 길드 카드 이외의 신분증을 가진 경우나,

신분증이 없는(시골 출신이나 자신들 같은 거리의 아이들은 신분증이 없다고 한다) 경우는 나라와 도시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출입을 위한 통행세를 내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전형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나라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

이야기에 따르면 마족과 다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이 나라 쪽에서 먼저 덤빈 모양이다.

인간을 적대하는 마족을 멸망시키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 듯하지만,

결국은 마족 나라의 영지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인간이 다스리는 주변 나라들과의 사이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도망치는 사람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도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의외로 척척박사였다. 여러 잡일을 맡아 하면서 하루하루 먹고살기 때문에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는가 보다. 거리의 아이들, 듬직하구나.

아무튼, 오늘 밤은 이곳의 숙소에서 묵고 내일 이 나라를 떠나도록 하자.

왕도에서 이웃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키루스 마을까지 가는 승합마차가

매일 운행되고 있다는 아이들의 말에 따라 그걸 타고 왕도를 탈출하기로 했다.

그 후 이웃 나라로 가서, 그다음 일을 생각하기로 하자.

아무튼 이 레이세헬 왕국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한데, 그 점에 관해서는 생각이 있다.

게다가 나에게는 이 나라에서 지급한 금화 스무 닢이 있으니까 말이지.

한 사람 몫치고는 약간 넉넉하게 준 이유는,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사정 때문에

유괴나 다름없는 소환을 한 사죄의 뜻을 다소나마 담았기 때문이리라.

이 수상쩍은 나라가 돈을 이만큼이나 내준 것은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일단 당장은 이걸로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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