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박 페이지터너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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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길 소심해서 일확천금을 노려 본 적이 없다. 도박을 해본 적도 없고 로또라든가 복권 같은 것을 사본 적도 없다. 이 나이가 되도록 한때 국민스포츠라고 불리던 화투를 하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데, 아마도 내가 이런 게임에 흥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느낀 극도의 부정적 감정 때문에 도박이나 복권 같은 것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고 요행수를 바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요행수를 바라기보다는 소박할지언정 차근차근 천천히 성실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좋다.

성인이 되어 돌아보기에도 우리 아빠라는 사람은 참 망나니 같은 인간인데, 10대 초반 그 어린 시절의 눈으로 보아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버지는 저 두 가지를 다 했던 사람이다. 한때는 저 두 개로만 이루어진 삶을 살던 사람이라고나 할까.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대의, 그러니까 그들 또한 다른 집에서는 가장이라 불렸을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모여 밤을 새워가면서 화투판을 벌인다. 판돈이 오가고 판돈은 점점 더 커진다. 잃는 사람이 있으면 따는 사람이 있고 가끔은 돈을 크게 잃어버린 사람이 성질을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다음 날이면 또 어김없이 돌아온다. 아빠나 아저씨들이 심부름을 시킬 때면 종종 열어본 그 방 안은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어린 내 눈에도 세상의 쓰레기만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아버지라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엄마는 이런 남자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어리석고 한심한 사람은 하나만 하지 않는다. 그 시절 우리 집 서랍 속에는 복권이 마치 돈뭉치처럼 다발로 묶여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그게 뭘까 궁금했고, 돈다발처럼 보여서 동생들과 시장 놀이 같은 걸 할 때 돈 대신 쓰기 좋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갖고 놀아도 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아빠는 약간 머쓱해하면서 그러라고 했다. 나는 그 종이로 딱지를 접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것이 주택복권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았을 때도 나는 아버지가 또 한심했다. 차곡차곡 성실히 일해 돈을 모으기보다는 일확천금 요행수를 바라는 사람, 저러니 되지도 않는 판에 늘 끼어 앉아 판돈 몇 푼에 기뻐하고 실망하고 웃고 화내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 인생에서는 도박도 복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저런 사람도.

아이의 눈에 어른이 한심하면 더 한심하다. 그리고 그 영향은 꽤 크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이 얼마나 부정적인 감정이었는지 그래서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화투를 치는 법조차 모른다. 여행을 가거나 명절 같은 때 가족들끼리 웃으면서 내기를 할 때도 있는데 나는 이때도 그 판에 끼지 않는다. 그 시절 어린이의 결심은 얼마나 확고했던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도 이런 식의 도박을 한다거나 도박류의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지만 하다못해 로또나 복권을 사는 사람도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사귀던 사람이 꿈이 너무 좋았다면서 로또를 사 보자고 해서 같이 간 적이 있다. 번호를 골라 달래서 마킹을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럽고 싫었다. 그 후로 다시는 그런 일에조차 동참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로또나 복권 같은 것을 사는 사람들을 다 부정하는 것 같지만, 내가 싫을 뿐이지 남들이 하는 것까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그저 그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 정말로 그게 가능하리라고 믿는 그 심리가 신기해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판돈을 걸고, 베팅을 하고 로또에 마킹을 하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순간, 그 찰나에 집중하는 동안, 그리고 기대에 맞아떨어지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느껴지는 도파민의 축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와 바람, 소망이 충족되었을 때의 짜릿함, 흥분, 쾌감 같은 것들.

도박의 이런 속성은 사랑할 때의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호감 가는 상대를 발견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 혹은 몸, 또는 몸과 마음 그 모두를 얻고자(도박으로 비유하자면 ‘따고자’) 베팅을 한다. 내 패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의 패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어제 건수하 님이 댓글에서 ‘시간과 돈을 얼마나 할애하는지가 사랑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듯이 원하는 상대를 얻고자 시간과 돈으로 환산되는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이다. 시간과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도박이나 사랑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공들인 시간과 돈에 비해 원했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얻었다하더라도 한 번에 다 잃어버리고 알거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박과 사랑은 닮았다. 무엇보다 목표(원하는 바)를 향한 집념을 불태우며 판돈을 올리면서 베팅할 때 도파민 폭발이 일어난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단지 사랑과 도박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도박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진짜 알거지가 되지만 사랑은 다 잃고도 사랑이 남는다. 물론 현대의 사랑은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상대로부터 무언가를 빼먹을 궁리를 하기 때문에(예컨대 너에게 돈을 들였으니 네 몸-섹스를 달라), 판돈을 들이고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돌변하는 족속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쓴 집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했다면 사랑을 잃어버려도 그 사랑이 남아 자기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성장-을 주었을 것이다.

슈니츨러의 <한밤의 도박>에는 이런 도박과 사랑의 속성이, 도박에 빠지거나 사랑에 빠져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빼어나게 그려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도박에 미쳐 패가망신하는 젊은 청춘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중반 즈음부터는 사랑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또 다른 인물의 등장으로 뜻밖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던 적이 있었던 슈니츨러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인지 도박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서는 안 될 줄 알면서도 안 될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 그 희망 고문, 본전 찾을 생각에 판이 끝났음에도 그 판을 떠나지 못하고 기웃거리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인간의 모습이 안타까우리만치 절절하게 그려진다. 여기에선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베팅을 높여보지만 애초부터 사랑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상대를 잘못 고른 어리석은 또 다른 한 남자는 사랑을 얻기는커녕 자기 인생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인간은 희망이 있을 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도박에도 사랑에도 사람은 희망을 걸고 자꾸만 욕심을 키운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은 그를 나락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도박판에서도 사랑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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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21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숙한 사람만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니,,, 공감!
도박판에서도 사랑에서도 마찬가지!
맞네요!

잠자냥 2024-02-21 12:32   좋아요 1 | URL
ㅋㅋ 부모는 아무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stella.K 2024-02-2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니츨러 생각 보다 평가가 낮던데 이 책은 뭔가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는 뭐 절 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준다고 해도 안 가져 갑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4-02-21 12: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줄 뭐예요. ㅋㅋㅋㅋㅋㅋ
슈니츨러 저는 생각보다는 좀 부풀려진 작가라고 생각해요. 읽어서 막 인상 깊은 작가는 아니었는데 이 작품은 재미나게 빨리 읽었습니다~ (근데 요즘 민음사에서도 슈니츨러 작품선 나오고 무슨 일?! ㅋㅋ)

은오 2024-02-22 0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은오 2024-02-22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이 있는 사람한테 온마음을 베팅한 은바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금만 더 하면 걀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희망을 걸고 자꾸만 욕심을 키우는데....

잠자냥 2024-02-22 07:12   좋아요 1 | URL
알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2-22 07:19   좋아요 0 | URL
😱 잠자냥님한테 마음을 다 써버리고 알거지가 된 은바오는 앞으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쓰지 못하는데......

잠자냥 2024-02-22 08:42   좋아요 0 | URL
지금 알라딘에서 너의 행각을 보면…🙄

2024-02-22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2 0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2-22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알라딘 들어올 때마다 이 책 표지 보여서 살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이 리뷰 읽어보니 또 사야겠네요. 아놔 ㅋㅋㅋ
저랑 잠자냥 님의 비슷한 점 또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이건 똑같은 점일 수도 있는데 저도 화투 못쳐요! 명절에 화투치는 판 생겨도 저는 참여를 못합니다. 안하는거지만. 화투를 배울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으며 관심도 없습니다. 저도 아빠가 한때 그러신 적이 있는데 뭐 딱히 심각하거나 오랜 시간은 아니었고요, 그런데 그래서 화투를 안 치는 건 아니고요 그냥 관심이 없어요. ㅎㅎ 저는 화투 짝맞추기도 못합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아버지도 계속 복권을 사고 계세요. 제가 아빠한테 ‘아빠 복권 살 돈으로 집 한 채는 샀겠다‘ 하는데 뭐 계속 사시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저도 복권은 잘 안사네요? 저도 꿈이 좋다 싶으면 오오~ 하고 사본 적도 있기는 한데 그 때도 딱 한 줄만 사요. 될 사람은 한 줄로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도박 영화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전 일단 도박중독, 알콜중독, 마약중독 이야기라면 도무지 재미가 없어서 잘 못읽겠어요. 스트레스도 받고 ㅠㅠ

아무튼 그렇지만 이 책은 읽어보겠습니다. 언제? 그건 나도 모른다. 사는 건 언제? 그건 아마도 당장!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2 08:43   좋아요 0 | URL
찌찌뽕 다락방 ㅋㅋㅋㅋ
다락방은 근데 음식 중독…..🙄

잠자냥 2024-02-22 09:00   좋아요 0 | URL
음 근데…. 구스톨 소위부터 읽지 그럴까?!🤣🤣🤣

다락방 2024-02-22 09:11   좋아요 0 | URL
아 참 나 그거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몰라몰라~~

coolcat329 2024-02-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표지 다 맘에 들어 살까말까하고 있던 책인데 역시 잠자냥님 이렇게 빨리 읽고 글 써주셨네요.
저는 빛소굴 이 책 시리즈도 그냥 좋더라구요.
저는 화투 안한지는 좀 오래됐지만 치면 돈을 좀 따는 편이긴 해요 ㅋㅋ
올해 갑진년 토끼띠 대박난다해서 로또는 또 사고 있네요 😅😅

잠자냥 2024-02-22 11: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쿨캣 님 옆에서 삥뜯...아닌데.. 삥이 아니라.. 그 뭔가 뜯는 거 있던데 ㅋㅋㅋ 그거 뜯을래요! ㅋㅋㅋㅋ
쿨캣 님 대박 기원합니다~!!

Falstaff 2024-02-2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걍 직진하는 문장. 뭔가 쇼킹한 걸 기대하게 만들고는 결국에 가서 보면 21세기 독자 입장에서 별 볼 일 없는 난장판.
저는 이 양반 책 읽을 때마다 언제나 기대가 컸다가 그냥 픽, 사그러지고 말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새 책이 보이면 늘 찾아 읽었는데, ㅋㅋㅋㅋ 이젠 더 이상 속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6 10:31   좋아요 0 | URL
˝읽을 때마다 언제나 기대가 컸다가 그냥 픽, 사그러지고 말더라˝에 공감합니다. ㅎㅎㅎ 그래도 저는 이번 한번 더 속아서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서 다음에도 한번은 더 속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ㅎㅎ
 
한밤의 도박 페이지터너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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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 고비만 넘기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은 그 희망 고문이 인간을 도박으로 또 사랑으로 몰아가는 게 아닐까. 14장은 생각지 못한 통쾌한 전개. 완벽한 페이지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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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2-2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읽으시다니!

잠자냥 2024-02-21 07:43   좋아요 0 | URL
잠자냥 혹시 페이지터너?! 😝😝(아 이 출판사 이름은 빛소굴이구나 ㅋㅋㅋㅋ 페이지터너스는 시리즈 이름!)

건수하 2024-02-21 13:42   좋아요 0 | URL
괄호 뒤를 보고 이해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던 자 ㅋㅋ)

은오 2024-02-22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잠자냥님!

잠자냥 2024-02-22 07:12   좋아요 1 | URL
완벽한 바보탱

은오 2024-02-22 07:18   좋아요 1 | URL
완벽한 사람끼리 결혼
 
난민과 여성혐오 한권으로열다 2
국지혜 지음 / 열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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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맨 난(남)민 사태로 생각해보는 혐오와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 나의 PC함은 내가 속한 세계가 상대적으로 안온하기에 작동할 수 있었던 나이브한, 낭만적 PC함이 아닐었을까. 인종, 민족, 장애여부,성정체성 앞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가장 뒤로 밀려나는 게 과연 정당한가? 보편 인권>문화적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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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려남에 지쳐버린 메갈바오~!!
도서관에서 빌려읽으셨읍니까?! 전 이거 교보에서 주문해서 구매자평에 없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0 11:41   좋아요 1 | URL
밀려남에 지쳐버린 메갈바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순둥이 얼굴하고 너무 매치가 안 됩니다~!!
네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아무도 안 읽었는지 거의 새 거;;
근데 이 책 읽고 나니 은오 님이나 다락방 님은 종종 희진쌤에게 빡치는 경우 있을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2-20 12:01   좋아요 1 | URL
저 바보순둥이얼굴 >.< 메갈이고머고 볼따구잡고 뽀뽀하고싶은 귀여운 얼굴 ㅋㅋㅋㅋ
그래도 누가 전에 신청해놨나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책에서 희진쌤 이름 언급하면서 대놓고 저격했던거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가끔.... 그치만 희진쌤만이 해줄 수 있고 잘해주시는 얘기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듣고있읍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8:08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책 빌려놓고 안 읽고 반납했는데 다시 빌려와야겠네요. 그렇지만 국지혜를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난민, 트렌스젠더 문제에서 저는 희진 쌤과 갈리고요, 희진 쌤 존경하고 앞으로도 책도 읽고 방송도 들을 거지만, 흐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방송도 듣고 책도 읽고 그렇습니다. 그렇다해도 정희진 쌤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 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4-02-22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나 잠깐 바빴던 동안 잠자냥 님 왜케 책 열심히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2 08:40   좋아요 1 | URL
다락방 생각을 지우느라…..

다락방 2024-02-22 09:11   좋아요 1 | URL
너 왜 자꾸 내 닫힌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해?

잠자냥 2024-02-22 09: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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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편이 좋아요. 산뜻한 게 오래가죠.” (27p)


”플랫폼에는 들어가지 않을래요. 안녕”하고 고마코는 대합실 안 창가에 서 있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니까 초라한 한촌(寒村) 과일 가게의 뿌연 유리상자 속에 이상한 과일이 달랑 하나 잊혀진 채 남은 것 같았다. (75p)

“알 수 없어, 도쿄 사람은 마음이 복잡해. 주변이 어수선하니까 마음이 흩어지는 거죠?”
“모든 게 흩어지고 말지.” (102p)



두 번째로 이 책을 읽다. 처음 읽은 것은 10대. 처음 읽은 이 작품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국>은 플롯 중심의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장과 묘사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설국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미지는 눈(雪)-

눈은 이 작품에서 정화나 순수를 상징한다. 눈은 모든 것을 순백으로 하얗게 덮는다. 깨끗하게 감춘다. 세상의 속된 것, 더러운 것을 일순간 덮는다. 일 년에 한번쯤은 이 설국을 찾는 ‘시마무라’는 세상의 속된 것, 번거로운 것, 때 묻은 것을 피해 이 설국에 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마코’가 있다. 이 여자는 눈의 고장에 사는 여자로 시마무라가 일 년에 한 번쯤은 꼭 봐야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뜨거워진다. 설국. 차가운 눈(雪)과는 어울리지 않게 시마무라를 향해 뜨거워지고, 바로 그럴 즈음 시마무라는 더 이상 눈의 고장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마지막에 불이 나는 장면은 바로 그런 고마코와 시마무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눈 속에서, 불이 나고 그 불에 타죽는 ‘요코’는 시마무라가 동경했던 또 하나의 여인이다. 고마코보다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눈의 고장에서 드물게 난 화재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는다.

차가움과 뜨거움, 순수와 정열, 허무와 욕망, 그 사이에서 요코는 숨지고 고마코는 남고, 시마무라는 다시는 이 고장을 찾지 않게 되리라.



그런 오늘은 눈 대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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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1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이렇게 짧은 리뷰라니??
저 몇년 전에 이 소설 대차게 깠던 기억이 나는군요 ㅎㅎㅎㅎ

독서괭 2024-02-19 14:54   좋아요 0 | URL
앗 이 댓글 쓰고 보니 6년전 오늘 쓴 글로 뜨네요?!

잠자냥 2024-02-19 15:21   좋아요 1 | URL
ㅋㅋㅋ 리뷰라기보다는 혼자 끼적여본 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짧으니까 읽기 편하죠?
괭님 리뷰 읽어보고 왔는데, 리커버로 읽었군요? (6년전 오늘 찌찌뽕! ㅋㅋㅋ)
암튼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은 대부분 현대 여성이 읽기에는 빡치는 부분 많기는 합니다.

새파랑 2024-02-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오는데 창문 열고 주차했더니 차가 물바다됨...

우리나라는 ‘우국‘ ?

잠자냥 2024-02-19 15:27   좋아요 2 | URL
술파랑 아직도 술취한 것으로 밝혀져.......

은오 2024-02-20 1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8:09   좋아요 0 | URL
우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2-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에 한번 꼭 봐야하는 여자인데 그 여자가 자기 좋아하니까 이제 안봐야지 하는건가요? 뭐야...나쁘다ㅠㅠ

잠자냥 2024-02-19 16:38   좋아요 0 | URL
그건 안 알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2-19 16:47   좋아요 0 | URL
헐 별로 안 궁금했는데 안 알랴줌에 갑자기 궁금해지잖아욧😤

그레이스 2024-02-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의 주검을 눈위에서 안고있는 그위로 무수한 별이 그위로 쏟아지는(?) 그런 장면이었는데... 왜 아름답지? 유미주의의 극치네 했었습니다.

은오 2024-02-20 1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결혼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건너편 좌석의 여자가 일어서 다가오더니,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눈의 냉기가 흘러들었다.
여자는 한껏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는 듯이,
˝잠자냥님, 잠자냥니임ー˝

독서괭 2024-02-20 1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빵 터짐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0 12:26   좋아요 1 | URL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대합실 유리가 빛나고 은오의 얼굴은 그 빛 속에 확 타오르는가 싶더니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눈 온 아침의 거울 속에서와 똑같은 새빨간 뺨이었다. 잠자냥에게는 또 한 번 현실과의 이별을 알리는 색이었다.
“저도 그런 편이 좋아요. 산뜻한 게 오래가죠.”

은오 2024-02-20 12:31   좋아요 1 | URL
-_-
현실은 소설과 다릅니다~!!
 
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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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메마른 땅 카빌리. 가난과 굶주림이 팽배한 카빌리의 실상을 고발한 르포. 이토록 비참한 세계를 구하는 데 당신은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 분노를 느꼈다면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카뮈. 젊은날 기자로서의 뜨거운 외침이 담긴 글을 읽노라면 정의로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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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20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책 취향.....미쳐버려.....
결혼할래ㅠ

잠자냥 2024-02-20 12:31   좋아요 0 | URL
은오하고 결혼하고 싶은 분은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