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 지음,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옮김 / 리시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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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하마스, 무자비한 이스라엘. 힘에 동조하는 유럽과 미국. 그 사이 죽어가는 것은 ‘지붕 없는 감옥’ 가자 지구의 죄없는 아이들(폭격 초기 7주간 살해된 70%가 여성과 아이들). 인종 청소와 대학살을 당했던 이스라엘이 이제는 팔레스타인을 향해 똑같은 짓을 하고 있구나. 인류여,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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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3-1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할 기운으로 뽀뽀나 하지....

잠자냥 2024-03-13 20: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눔 오늘 하루 종일 뽀뽀 타령이네🤣🤣🤣

은오 2024-03-13 20:39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한테 뽀뽀를 못해봐서....

은오 2024-03-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머싯어...

잠자냥 2024-03-13 20:15   좋아요 1 | URL
은바오…재밋어….
 
전쟁 산문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미행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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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노프를 좋아한다. 종군기자로 참전한 그가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편지들을 읽다 보면 성정이 이래서 그런 작품이 나왔구나 싶어진다. 아들을 황망히 잃은 비통함…전쟁의 참상이 담긴 여러 산문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러시아를 향한 사랑 때문에 참혹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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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3-09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을 좋아한다.

잠자냥 2024-03-09 22:38   좋아요 2 | URL
은오를 좋아한다.

자목련 2024-03-11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기를 주저하는...

잠자냥 2024-03-11 09:33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도 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3-13 19: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주저하세요 자목련님!!

은오도 자목련님을 좋아한다.
 
죽음의 병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조재룡 옮김 / 난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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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sex)을 나눌 줄은 알았으나 사랑(love)할 줄은 몰랐던 어느 남자의 이야기. 모호하고 흐릿하며 생략되거나 은유의 언어들로 직조하고 있음에도 상황부터 스토리, 분위기, 주제 모든 게 다 설명되는 마법. 와, 이 작은 책에 뒤라스의 모든 장점이 다 담겨 있다. 이러니 뒤라스를 놓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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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3-07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흐음. 저는 뒤라스를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뒤라스를 놓지 못한다, 라는 구절은 곱씹어보게 되네요. ‘나도 그런가?‘ 하고 말이지요. 마침 오늘 출근준비 하면서 책장의 ‘뒤라스의 말‘을 보면서 흐음, 뒤라스의 말을 읽어볼까?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뒤라스를 또 만나네요. 물론 그 책 안들고 나왔지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7 10:50   좋아요 2 | URL
저도 뒤라스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놓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신간 나오면 계속 읽는 작가... 뒤라스의 말도 읽어보셈... 그리고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진짜 좋아하는 작품. >_<

책읽는나무 2024-03-07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라스 소설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던데....여기 저기 다른 책에서도 정말 언급이 많이 되는 뒤라스에요.
다락방 님과 잠자냥 님이 결코 놓지 못하는 작가라니 더욱 궁금해지네요.^^
<연인>이 가장 좋다고 고닉 책에서 언급되던데...자냥 님은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추천하는 소설인가요?

잠자냥 2024-03-07 21:07   좋아요 2 | URL
<연인>보다 저는 <태평양>을 훨씬 좋아합니다~!! 뒤라스 작품 중 최애

은오 2024-03-07 22:14   좋아요 2 | URL
태평양은 없으니까 연인을 읽어야겠읍니다~!!
사둔거 얼른 읽으라고 뽀뽀로 혼내주실 잠자냥님 구함

책읽는나무 2024-03-07 22:31   좋아요 2 | URL
내 눈 앞에도 지금 연인! 👩‍❤️‍👩

은오 2024-03-07 22: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뽀뽀는 없었다고 합니다...
...

잠자냥 2024-03-07 23:21   좋아요 2 | URL
아…🤯 책나무 님 앞에도 <연인> 있다는 줄 알았읍니다… 그래서 거기엔 엥?!?! 뽀뽀보다 더한 거 나오는데 이상하다?!?! 했다능…🤯🤯

은오 2024-03-08 15:48   좋아요 2 | URL
바보😝

책읽는나무 2024-03-08 16:39   좋아요 1 | URL
책에도 뽀뽀보다 더한 거 나오는군요?
하긴 원작이니까...ㅋㅋ

<연인> 영화 비디오로 바로 나왔을 때가 고1이었나? 암튼 그랬던 것 같은데....그런 영화인 줄 모르고 친구들한테 비디오 보자고 집에 불러모아 놓고 같이 보다가...쩝~
애들한테 변태로 완전 찍힌...쩝쩝~
제가 그래서 뒤라스 작가 책을 안 읽었던 걸까요?ㅋㅋㅋ

바보는 바로 접니다.🤭🤭

잠자냥 2024-03-08 16:49   좋아요 2 | URL
저도 10대 때 친구들하고 모여서 봤던 거 같은데... 야한데도 무지막지하게 졸리운 신기한 체험....영화 <연인>
전 하도 졸아서 기억도 잘 안 납니다~!! 뭔가 그 늙다리 남자가 소녀 목욕시켜주는 장면은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왜 씻겨줘? 다 컸는데 혼자 못 씻어?‘ 이런 생각했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3-08 17:09   좋아요 0 | URL
제 친구들도 이게 모야? 눈이 번쩍 하다가 나중엔 잠 온다고 이제 끄자!!!! ㅋㅋㅋ

전 스토리는 가물한데 남자 주인공의 징그러움과 여자 주인공이 배 위의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던 그 얼굴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뒤라스의 소설이래서 실은 작년에 그 영화를 다시 찾아봤거든요. 이건 아무래도 소설을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다시 봐도 남자 주인공 맘에 안 들었어요.ㅜㅜ
근데 목욕시켜 주는 장면이 있었나요? 하...두 번이나 봐도 기억이 가물....ㅋㅋㅋ

은오 2024-03-07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love)을 나눌 줄은 알았느나 결혼(wedding)할 줄은 몰랐던 어느 여자의 이야기. 모호하고 흐릿하며 생략되거나 은유의 언어들로 고백하고 있음에도 은오를 향한 다정함부터 관심, 애정, 사랑 모든 게 다 설명되는 마법. 와, 이 짧은 댓글에 잠자냥님의 모든 장점이 다 담겨 있다. 이러니 잠자냥님을 놓지 못하지.

잠자냥 2024-03-07 22:17   좋아요 1 | URL
엥🤯🔫😱🔫🙀🔫😹🔫

잠자냥 2024-03-07 22:19   좋아요 2 | URL
괭님한테 일러야겠다.
쓰라는 긴 글 안 쓰고 나날이 일취월장 은바오의 잠자냥 사모곡

은오 2024-03-07 22: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08 05:4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은오님은 확실히 재능이 있어요. 삼행시도 잘 쓰고.

잠자냥 2024-03-08 10:56   좋아요 1 | URL
내가 아무한테나 쓰라고 안 하는데… 안 써!! ㅋㅋㅋ 전화로 잔소리해도 그놈의 결혼 타령만 😒

은오 2024-03-08 15:50   좋아요 2 | URL
“내가 아무한테나 쓰라고 안 하는데” 이거 좀 타격이 있군요..
잠자냥님한테 선택받고
괭님한테 칭찬받은 은바오 😱
그녀의 게으름이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전해져....

잠자냥 2024-03-08 15:57   좋아요 2 | URL
흔들리기만 하다 갈대 속의 영원만 읽고 사라졌다고 한다........

은오 2024-03-08 22:36   좋아요 2 | URL
갈대 드디어 50페이지 남았읍니다
좋지만 조금 힘들었다...

건수하 2024-03-13 21:00   좋아요 2 | URL
그래서 다 읽었군요? ㅎㅎ
이제 은오님 서재 읽은책을 확인해야 되는구나!

잠자냥 2024-03-13 21:40   좋아요 2 | URL
5별 줬대요.

건수하 2024-03-13 21:42   좋아요 2 | URL
댓글 달기 전에 봤어요 ㅎㅎ (흐뭇) 저도 얼마 전에 완독 ^^

달자 2024-03-07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은 안나는데 예전에 뒤라스의 레이시즘적 마인드가 느껴지는 글을 읽고 그 뒤로 멀리했던 작간데 기억이 흐릿해져서 기억이 잘 안나네요....근데 또 읽고 싶네요.. 죽음, 병...섹스.. 사랑... 제가 좋아하는 주제 다 나오네..

잠자냥 2024-03-07 23:46   좋아요 2 | URL
<연인> <태평양> 같은 작품 보면 아무래도 있습니다. ㅎㅎ 특히 동양인에 대한 ㅎㅎㅎㅎ 근데 달자 님이 좋아하는 그거 다 있는데 …🤣🤣🤣

달자 2024-03-09 03:38   좋아요 0 | URL
하..근데 어쩌죠 전 동양인 여자인걸…

잠자냥 2024-03-11 09:34   좋아요 2 | URL
주로 동양남...을 향한 조롱적인 시선이긴 합니다만... ㅎㅎㅎㅎ
 

<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를 읽을 때 자연스레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지난해 읽은 <수치-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Disgrace: Global Reflections on Sexual Violence>(디플롯, 2023)이다. <수치>는 부제가 설명하듯이 인류가 저질러온 온갖 강간의 역사를 훑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치Disgrace’란 누구의 수치인가? 물론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의 <수치>는 이토록 유구한 역사 내내 강간을 저질러 온, 저지르고 있는, 그리고 저지를 인류의 민낯을 지적한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그런데 모두가, 모든 인간이 그렇게 생각할까? 개중 누군가는 강간당한 피해자의 ‘수치’부터 떠올릴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뇌가 그렇게 작동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수치>에는 강간 피해자가 더 수치심을 느끼는 사례가 여럿 등장한다. 가문의 수치가 되어 명예살인을 당하는 여성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꼭 이렇게 다른 나라의 사례를 가져올 필요도 없다. 이 땅에서도 강간은 피해자의 수치로 환원된다. 그럴 만한 행동을 했기에 강간당했고, 피해자인데도 ‘수치스럽게’ 살아남았기에 더 수치스러운 존재가 된다. 사회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그렇게 작동한다. 남성지배(사회)에 길들여진 남성들만 강간 피해자를 그런 존재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정 성별이 여성이면서도 여성 피해자를 수치스러운 존재로 낙인찍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한번 생각해보자. 성폭력 피해자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인가 아니면 가해자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일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가해자가 수치스러워 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왜 실제 사회에서는 그것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피해자의 수치스러움을 강요하고, 그것이 내면화되기 때문에 강간은 은폐되고 <수치>에서 보듯이 결코 뿌리 뽑히지 않는-뽑을 수 없는 만국공통의 범죄가 되고 만다.

<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는 이렇게 ‘피해자의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수치심의 뿌리를 찾아 나선다. 수치심은 부정적 감정이다. 결코 긍정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수치심과 가까운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나 그와 비슷한 자괴감, 창피함, 모욕, 망신, 치욕 등도 모두 그렇다. 하나같이 빨리 털어버리거나 극복해야 할 감정으로 취급된다. 대부분은 가해자, 또는 힘 있는 자들의 감정이기보다는 피해자나 약자의 감정에 속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또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성폭력 피해자뿐만이 아니다. 부자라는 이들이 가난한 이를 멸시하며 손가락질 할 때 가난한 사람이 수치를 느끼는 것이 온당한가? 그런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 덜 가진 사람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 함이 옳지 않은가? 노동자는? 장애인은? 성소수자는? 사회에서 곧잘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수치를 느껴야하는 것이 옳은가? 저마다 자기 과시에 안달이 난 사회에서 염치를 알고 그 과시를 숨길 줄 아는 사람의 수치가 과연 부끄러운 감정일까?

프레데리크 그로는 수치심이 사회적 멸시를 내면화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부자의 교만함과 무례한 오만, 혐오를 담은 비웃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말을 남긴다. “내가 형편없는 건 사실이야. 사람들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 건 당연해.”(<수치심은 혁명적인 감정이다>, 62쪽) 타인의 멸시가 자기멸시로 바뀐 것이다. 자식들 앞에서 멸시당하는 계층에 속한다고 느끼고, 상사의 모욕을 견뎌야 하는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 내면화되어 그래도 마땅한 감정(존재)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이 수치심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세 가지 태도에는 ‘멸시’와 ‘분노’, ‘극복할 수 없는 혐오’가 있다. 한마디로 ‘비참하고 비열하고 불결해지거나 그렇다고 느끼는 것, 그런 감정이 바로 수치심이다.’(88쪽)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수치심은 이렇게만 작동하지 않는다. 패륜이거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수치도 모르는 자라거나 부끄러운 줄 알라거나, 창피한 줄 알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이럴 때 수치는 사회적이면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이때의 수치는 인간으로서 지녀 마땅한 하나의 윤리이다.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알고 있는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모이다. 실제로 수치심은 여러 면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수치심이 “정지시키고 한계 짓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로가 지적하듯이 파렴치한 행동은 조심성의 부재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을 과시한다. 학위들, 인성, 성공, 사생활, 몸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때 수치심이 문득 고개를 들면 일단 정지, 이 선을 넘으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feat. 눈물셀카 보내놓고 수치스러워하는 은바오). 또한 인간은 “수치심 때문에 악을 행하는 걸, 불의를 저지르는 걸 멈출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아이도스(Aidos)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 그리스 윤리의 비밀(153쪽)이다.

저자는 말한다. “도덕적 추락이란 자기 자신을 과신하는 것”이라고. “이 자만은 한계 없는 그늘의 세계를 연다. 허영심, 착각, 말과 행동 사이의, 원칙과 행동 사이의 괴리” 등. 그러나 “수치심은 행동하겠다고 떠벌리기보다는 행동하게 만든다. 수치심은 실제로 공정하고 공손하고 진지해지게 한다. 우리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려고 지치도록 애쓰기보다는.”(158쪽). 나는 그로의 수치심에 대한 이 정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치심보다 더 내밀한 감정은 없다. 그리고 그 내밀함은 “타인들의 존재가 종횡무진 누비며 흔적을 남긴 내밀함”(67쪽)일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대중 앞에서만 수치심을 느낄 줄 아는 존재일까? 그로가 사르트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듯이 나 또한 그렇다. 수치심은 자기 내면 안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눈이다. 보이지 않는 자기 감시의 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은 “나를 깨어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것은 “도덕적 의식”이며 칸트가 말했듯이 이 눈은 “나를 관찰하고, 나를 위협하고, 나를 제압하는 판관”과(70~71쪽) 같다. 또 플라톤이 말했듯이 수치심은 “함께 살아가기를 가능하게 만들고, 지혜를 요악하고, 용기를” 줄 수도 있다(160쪽). 때문에 인간이라면 자가 정서로서의 아이도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 즉 “나는 나 자신과 윤리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기적 훈련으로 내 안에 그것을 기르고, 반복된 정신적 경험으로 양분”(166쪽)을 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마땅히 수치를 알아야 할 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이다. 부자들은 염치가 없고 어느 곳에서나 약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이 판을 친다. 그리고 그런 자들일수록 혐오할 권리를 당당히 외친다. 권력과 부의 분배체계, 학교나 법원 같은 공공기관, 때로는 심지어 “지배자”의 거만한 눈길을 옹호하는 가상의 “학문”(인종, 성, 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한 학문)이 부추기는 열등의식 조작(200쪽) 등으로 약자들이 도리어 수치심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수치가 ‘개인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시기, 지리적 장소, 무수히 많은 권력의 제도적 체제에 깊이 뿌리박힌 사회적 감정’이기에 ‘젠더와 인종, 민족성, 종교, 성적 지향, 연령, 세대를 포함하여 다양한 교차적 자아들을 통해 굴절된’, 그리하여 수치는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 식민주의, 경제적 불평등을 포함하여 지배의 관계들을 통해 심어지기 때문에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이라는, ‘그래서 사회적으로 소수화된 집단 속에서는 유독 강한 감정’(<수치>, 64~65쪽)으로 자리 잡는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약자들은 이렇게 수치를 내면화한 채 씁쓸함을 껴안고 침묵하고 살아야 하는가? 프레데리크 그로는 수치심에는 앞서 말했듯이 분노의 감정도 수반됨을 잊지 않는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수치심의 뿌리를 ‘투모스thumos(심장, 마음)’에 두었는데, 이것은 감정적인 방식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방식으로 뜨거운 열정,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실존의 연료이다. 투모스에 뿌리를 둔 수치심은 그리스인들에게는 분노의 자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의 분노는 “우리를 향한 또는 우리 가족을 향한 공개적 멸시, 부당한 멸시를 마주하고 공개적 복수를 바라는 비통한 욕구.”(241쪽)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한 프리모 레비의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이자 “세상을 향한 수치심”이다. 또한 이것은 더 나아가 세상의 권력을 지닌 “지배자”들의 명령에 불복종할 힘이기도 하다. “수치심을 가쳐야 할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라는 분노 말이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성적 학대를 겪는다는 사실이 수치”라는, “다른 젠더와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 계급, 카스트, 종교, 나이, 세대, 신체 유형,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위해를 별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수치”라는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알리는 사람들을 믿어주지 않기 일쑤인 법 집행자들이 수치”라는, “권력을 휘둘러 성적 피해를 입히는 권력자들이 수치”(<수치>, 23~24쪽)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감정으로만 생각했던 수치심의 혁명적인 면모를 이 책은 뜨겁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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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3-05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자주 보여~~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수치나 수치심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겪은 수치심을 글로 쓴다면 양이 많을거예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서 그렇지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엄청나요^^
꼭 성적인 것을 떠나서도요.

잠자냥 2024-03-05 17:43   좋아요 2 | URL
두 권 다 강추입니다~!! 물론 두 권 모두 강간 관련 부분 읽다 보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지긴 합니다…. -.-

독서괭 2024-03-05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 책 리뷰 쓰실 줄 알았어요!! 책에 매우 공감하고 또 수치를 모르는 자들에게 분노하는 잠자냥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수치를 알자 인간들이여… 눈물셀카 보낸 은바오 빼고…

잠자냥 2024-03-05 22:34   좋아요 3 | URL
아니 회장님 제 마음 염탐하시나요?🤣🤣 아무튼 은바오에게 그만 수치스러워하라고 전해줄게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4-03-05 1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치심은 행동하겠다고 떠벌리기보다는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제가 3월 계획을 쓰지 않았습니다. 행동할 지는 모르지만 떠벌리지 않으려고 ...

잠자냥 2024-03-05 22:32   좋아요 3 | URL
아니 그걸 또 그렇게 핑계거리로 삼나요?! 건수하 님은 수치를 조금 없앱시다~!!

건수하 2024-03-06 10: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망고 2024-03-05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바오님 당당해집시다 눈물셀카는 수치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잠자냥 2024-03-05 20:21   좋아요 3 | URL
수치스럽다면서 내가 이쁘다고 했다고 자꾸 계속 보여주는데 어떡하죠?!🙄

망고 2024-03-05 20:37   좋아요 3 | URL
지속적으로...눈물셀카를요?.....그...그건 좀....쉴드 불가인데....🤣

잠자냥 2024-03-05 21:11   좋아요 2 | URL
아니 그건 아니고 전에 찍은 그걸 자꾸 보여줍니다~!! 🤣🤣🤣

망고 2024-03-05 21:14   좋아요 2 | URL
그건 좀 귀여운데요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5 22:31   좋아요 2 | URL
막 자꾸 저장하라고 강요해요….🙄

은오 2024-03-06 20:50   좋아요 1 | URL
은바오가 또 보여줘서 본 횟수 vs 잠자냥님이 보고싶어서 혼자 다시 본 횟수

잠자냥 2024-03-06 21:16   좋아요 0 | URL
28 vs 2

은오 2024-03-06 21:28   좋아요 0 | URL
엥? 잠자냥님 코가 길어졌읍니다~!!
5대10 예상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6 21:37   좋아요 1 | URL
나 코 없어😺 이거 봐

은오 2024-03-07 22:17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잠자냥님....

은오 2024-03-06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잠자냥님의 글을 읽고 성장한 은바오

은오 2024-03-06 20:54   좋아요 1 | URL
1년전의 저를 되돌아보니....아 수치ㅠ 완전 진심입니다~!! 잠자냥님을 만나 성장했다!

잠자냥 2024-03-07 08:58   좋아요 1 | URL
뭘 성장해 종일 뒹굴대면서~!! 🤣🤣
아 목소리는 2주 전보다 성장했읍니다~!!

은오 2024-03-06 21:29   좋아요 1 | URL
오늘도 성장한 목소리였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헐 진짜 성장했나...

잠자냥 2024-03-06 21:36   좋아요 1 | URL
ㅇㅇ 지금도 성장기 어린이🐼

다락방 2024-03-07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인셀 테러> 읽으면서 왔는데요, 거기에는 페미니스트 여성드에게 협박 디엠이나 메일, 트윗을 보내는 남자들이 계속 등장하거든요. ‘나는 오늘 너를 강간할거야‘ 이런 거 써서요. 그거 보면서 생각했어요. 자신이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 저런 글을 썼다는 사실을 도대체 부끄러워서 어떻게 견디는거지?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부끄러움을 ‘알았다면‘, 수치를 알았다면 그럴 말을 내뱉지도 그런 글을 쓰지도 않았겠지요. 저는 지금 당장 그들이 주변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있는 분위기에 휩쓸려 강간 협박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한 자신이 일년뒤에도 십년뒤에도 자신이라는 사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은 안하겠죠. 십년 뒤에도, 이십년 뒤에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때도 여전히 그냥 그렇게 살고 있을까요? 수치를 모르는 채로?

잠자냥 2024-03-07 10:51   좋아요 2 | URL
왜 그러고 산답니까? 나원참... 에휴. 수치를 알았다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표 떨어지면 여성혐오팔이 시작하는 이준석이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3-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오지심이 생각납니다.
이 책 장바구니로!
읽을 책 많지만 제목이 앞 순서에 놓게 하네요.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48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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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이불 저질 위스키 고약한 숨 싸구려 시가’ 속에서 ‘아무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나 읽는 것도 아닌’ 시의 탄생- 일상의 남루함도 시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코스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갈겨쓴 것 같은데 삶의 비애가 담긴 ’망할 놈의 예술‘이 되어버린 부코스키의 시, 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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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3-05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깨끗한 이불 4년 된 아이폰 고통스러운 숨 말보로 담배’ 속에서 ‘아무나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사랑하는 것도 아닌’ 사랑의 탄생- 온라인의 반쪽짜리 만남도 사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은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사랑하는 것 같은데 절실한 마음이 담긴 ‘망할 놈의 사랑’이 되어버린 은오의 사랑, 사랑, 사랑.

잠자냥 2024-03-05 17:04   좋아요 1 | URL
이눔아!! 글을 쓰라고~!! 방구석 시인 은코스키의 틴생~!!

잠자냥 2024-03-05 17:05   좋아요 1 | URL
이불 깨끗해서 다행이다 🤣🤣🤣

은오 2024-03-05 17:12   좋아요 1 | URL
1주일 1이불빨래합니다~!!
지금도 섬유유연제향이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05 17:45   좋아요 2 | URL
댓글로만 글 쓰는 은오님 ㅜㅜ

잠자냥 2024-03-05 17:48   좋아요 1 | URL
댓글도 잘 쓰죠?! 😍

독서괭 2024-03-05 17:54   좋아요 2 | URL
긴 글 좀 쓰시라고 전해주세용

독서괭 2024-03-05 17:55   좋아요 2 | URL
잠자냥 사모곡 말고 책 얘기로다가요 ㅋㅋㅋ

잠자냥 2024-03-05 17:57   좋아요 2 | URL
네 통화할 때 전해줄게요~ ㅋㅋㅋ

은오 2024-03-06 20:40   좋아요 2 | URL
오늘 전화로 전달받았읍니다 괭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