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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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행복

- 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다산책방, 2018

 

서경환 khseo007@korea.kr

  

    

소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처음을 읽고 살인이 일어나는 추리 소설, 스릴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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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책을 읽으며 머리 속으로 베어타운의 마을 모습과 사람들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숲과 호수를 품고 있으며 할로(북부), 베어타운 중심가, 하이츠로 구성된 마을. 과거의 영광을 다시 꿈꾸지만 현재는 쇠락한 작은 마을, 가슴에 곰의 기운을 품은 사람들. 아이스하키로 다시 한 번 부흥을 꿈꾸는 마을 바로 이 마을이 베어타운입니다. 마을은 아이스하키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자연환경 덕에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아이스하키와 같이 살아갑니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청소년팀과 팀의 스타플레이어 케빈이 있습니다. 저는 베어타운 이야기를 세 가지 줄기로 읽었습니다. 첫 번째는 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행복’, 두 번째는 성폭행과 최근의 미투 운동과 연결하여, 세 번째는 가족을 지키는 것입니다.

 

 

1. 그들은 팀에 제대로 된 녀석을 원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속한 집단에서 제대로 된 녀석인가?’, ‘팀 플레이어 인가?‘ 생각해 봅니다.

아이스링크 지붕에 걸린 플래카드 문화, 가치, 공동체’. 공동체는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뜻이지. 가치는 우리가 서로 신뢰한다는 뜻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뜻.”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화에선 어떤 걸 허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떤 걸 권장하는가라고 본다.”

모든 집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집단의 유지, 지속일 것 같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협동, 단합을 강조하고 이탈자가 나타나는 것을 항상 경계합니다. 모든 조직이 다들 자기들의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특히 경쟁이 내면화하여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승자만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4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지난 겨울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라는 종목이 기억납니다. 3명 이상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레인 구분 없이 순위를 가리는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특이해서 중간 중간 점수가 주어져 자리싸움이 치열한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 선수로 이승훈과 정재원이 결승에 진출하여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결승전을 통과한 이승훈 선수가 같이 출전한 후배인 정재원에게 잘했다고 등을 토닥이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경기 직후 언론은 해당 경기를 같은 나라의 선수 간의 팀플레이가 이뤄낸 아름다운 경기라고 칭했습니다. 조금 뒤 경력이 적은 정재원을 경력이 많고 금메달 가능성이 큰 이승훈의 탱크로서 역할을 강요받으며 자신의 레이스를 펼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습니다. 유시민은 이 경기에 대해 매스스타트는 엄연한 개인 경기이며, 국적이 같다는 이유로 둘 이상의 선수가 역할을 나눠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 메달을 밑받침해준다는 것은 스포츠맨십과 대회헌장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올림픽 헌장 16장에는 대회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 성폭행과 미투 운동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문화, 교육, 정치, 경제 등 각계 각층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었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베어타운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후 왜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케빈인지 아니면 아맛인지 고민했는지, 왜 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쩌다 어른> 128회 성교육, Me Too With You(손경이 강연) 장면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5학년 남학생이 강사님을 찾아왔습니다. 자기도 당했었다고. 수학여행 때 누군가 내 바지를 벗겼고, 누가 내 사진을 찍었다고. 친구들 앞에서 말 하고 싶다고 그래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사님은 그 학생에게 시간을 주었고, 그 아이는 반 친구들 앞에서 용기를 내서 말을 합니다. 수학여행에서 바지를 벗기고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놀렸던 친구들 때문에 그 남학생은 밤에 잘 때도 바지를 움켜쥐고 자는 후유증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은 사진 지우고 억지로 사과를 하게 시키셨고, 아이들은 서로 사과를 했지만 그 남학생에게는 그것은 이미 큰 상처로 남아있었습니다.

사과는 주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 사과라고. 나는 받은 적이 없다고. 시켜서 한 그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고. 내가 풀릴 때 까지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이 사과라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3. 가족을 지키는 것

미라와 페테르는 원래 세 아이가 있었는데 하나를 잃게 됩니다. 그 이후로 미라에게 버릇이 생깁니다. 밤이 되면 돌아다니며 아이들 숫자를 세는 것이죠. 하나, , . 미라는 아이를 잃은 후 승진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합니다. 승진하면 야근이 많아지고 출장이 늘어날 것이고, 가족을 두고 그럴수 가 없었던 것이죠.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기 시작합니다. 우리 세 아이들을 생각하며, 엄마의 입장에서, 아빠의 입장에서 책을 읽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똑같이 걱정하는 결정적인 시기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십대는 유년기를 거치고 서로가 동등해지는 짧은 시기다. 이후에는 추가 기울어서 부모가 마야를 걱정하기보다 마야가 부모를 더 많이 걱정하는 나이가 될 것이다. 조만간 마야가 미라의 귀여운 딸이 아니라 미라가 마야의 귀여운 엄마가 될 것이다. 아이를 놓아주려면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모든 게 필요하다.

 

내가 뭔가를 바꿀수 있었을까? 내가 왜 행복해하면서 돌아다녔을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면 내가 막을 방법이 있었을까?’ 누구에게나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는 수천 가지 소원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딱 하나로 바뀐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그 아이가 최대한 특별하게 자라주길 꿈꾸지만 병에 걸리면 모든 게 평범해지길 바라는 것으로 갑자기 소원이 바뀐다.

   

 

4. 더 생각해 볼 이야기

성정체성이 다른 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아맛, 따돌림 문화, 배크만이 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해와 용서) 등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 안 할 수가 없겠죠. 코치의 입장에서 재능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교육자의 바람이 잘 나와 있습니다.

   

그 아이를 가르치지 못하고 조만간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기에 아무라도 아이의 기를 죽여서 재능을 짓밟는 일은 없기만을 소망한다. 아니면 아이가 너무 급속도로 성장하도록 부추기는 일은 없기만을 소망한다. 하지만 그도 알다시피 그건 부질없는 바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아이의 재능을 알아차리면 분명 어떻게든 쥐어짜서 즉각적인 결과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네가 정직하면 사람들이 너를 속일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라.

네가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이 너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친저을 베풀라.

네가 오늘 선을 행하더라도 내일이면 잊힐 것이다. 그래도 선을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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