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된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어머니의 고된 노동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나의 무력과 무능이 있다. 불효가 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함민복의 시가 있다. 그리고 이 시에 이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김훈의 문장이 있다.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알에서 태어나고 싶다. 부모를 버려두고 날아가고 싶다. 부모를 '다려 먹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가여워서가 아니라 맛이 없어서다. 밥벌이보다 지겨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핏줄이 아닐까.


어머니를 다려 먹었습니다

맛이 없었습니다

-<섣달 그믐>


난생하는 것들의 자유는 낳은 자와 낳음을 받은 자 사이의 괴롭고도 무거운 관계를 세우지 않는다. 그것들은 단지 무리지어 퍼덕거리면서 세계의 가장 자리에서 가장 자리로 옮겨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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