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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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요리는 함께 먹는 것이고,

먹어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같이 먹으면서 에너지를 기르는 것이다.

 

요리를 요즘에는 '조리'라는 말로 쓴다.

요리가 일본어에 근원을 둬서 그럴 수도 있고,

요리는 결과에 중심을 둔 말이라면 조리가 더 과정을 살핀 말이라서 그렇기도 할 듯 싶다.

 

허영만은 요리와 조리에 모두 관심을 보인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의 조리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음식이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누그러뜨리고

화해하게 만드는지,

요리라는 마법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을 이어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인문'이란 모든 인간의 활동이 빚어내는 향내의 총합인 셈인데,

요리를 같이 만들고, 함께 나누는 일은 무시할 수 없는 인문학의 영토다.

 

바빠서 눈코뜰 새 없을 때,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요리 만화를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바쁘거나 기분이 나쁜 때는

심각한 일을 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몸을 망친다.

그렇지만 또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바세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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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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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나'가 필요하고, '돈'이 필요한데,

부모가 돈을 무조건 주지 않은 일상의 경우, '책임'이 필요하다.

 

제현주와 금정연의 일상 생활에 대한 토크 방송인 모양이다.

책도 가볍고 읽기도 가볍고 좋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미니멀한 가벼움을 담고 있다.

 

위인이 등장하지 않아 좋고,

'해야만 해' 하고 잔소리하는 꼰대 어른이 없어 좋고,

'나처럼 살아 봐' 하는 꼴깝 언니가 없어 좋다.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아니 좀 찌질해 보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 전 세계가 자본을 증식하기 위해

온 지구의 노동자를 착취하려는 신자본의 시대에 맞서서

찌질하지 않고 폼나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이나,

경쟁에서 이기려고 시간을 쪼개가며 사는 삶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오손도소 살아가는 것이 찌질하지 않은 것일 수 있음을

이야기들에서 들려준다.

 

누구나 죽는다.

그렇지만 오래 노인으로 살면서 죽는다.

그리고 돈도 벌어야 하고...

 

그런데 건강과 다이어트와 운동은 '체력'과 거리가 멀어서

늘씬한 몸매나 근육질같은 상품을 떠올리기 쉽게 한다.

 

자기 몸을 잘 살펴 관리하는 것도 기술이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삶을 영위하는 것도 기술이다.

 

김영하가 '친구를 만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더라면...' 하는 이야길 한 적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강박에 갇혀 산다.

 

퇴근 후 회식 강요를 거부하면 정상적으로 살지 못할 듯한 강박과

책을 읽으면 삶의 길을 알 것이란 강박과

건강하지 않으면 병이 걸릴 듯한 강박과,

어린 시절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란 강박들 속에서

늙은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좀더 널리 읽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작은 이야기들이 좀 거시적으로 보이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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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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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바캉스 시즌이다.

대통령도 휴가를 간다 하고, 고속도로가 정체의 절정을 이루고,

온갖 숙박지는 바가지 요금으로 돈을 벌어 들이는 계절이다.

 

기업 중심의 문화, 부자 중심의 휴가가 되다 보니,

계를 모아서 일년에 한 번 버스를 타고 명승지로 가면서 술에 취해 버스에서 춤을 추던 시절도 있었다.

그나마 이제 8월에 한 주 사람들이 쉰다. 참 초라하다.

 

정신과 의사 문요한이 쓴 이 책이 부산의 '원북'으로 선정되었다기에 찾아 읽었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자신이 안식년을 내고 1년을 세계를 떠돈 가족의 이야기였다.

틈틈이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삽입했다.

부러웠다.

돈도 있고, 안식년도 내고, 참 부러웠다.

 

그 부러움의 욕망이 여행을 부추긴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이 비판하던 것처럼,

여행의 욕망은

 여행 자체의 고유한 가치에서 발생하는 것도,

 여행하는 사람의 필요에서 발행하는 것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하여 여행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늘 어딘가를 여행하거나, 무언가를 먹는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행하면서 먹기까지 하는 프로그램은 더욱 짜릿하다.

주변 사람들이 어디를 간다 하고, 무엇을 먹는다 하면,

그것들이 다 머릿속에 들어앉아 나의 욕망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나 아닐까.

 

지라르는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망의 모방이 진실임에도,

진실을 은폐하는 가운데 세워진 낭만적 거짓에 불과한 욕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래서 경쟁자인 타인이 대상을 손에 넣는다는 상상은

대상의 가치를 드높이고 욕망을 강렬하게 만들어

평등해지는 사회일수록 모방의 갈등이 강렬해진다고 한다.

 

맺음말에서 오르한 파묵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 속의 풍경까지 바꿔 놓는다.

 

여행도 그러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활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여행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여행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 이후의 일상에 달려 있다.(318)

 

이런 좋은 여행조차도

타인의 욕망에 대한 모방이 아닐는지...

여행이란 말조차 낭만이고 꿈이던 70년대를 돌아보면,

일 년에 두 번 명절이면 길고긴 시간 버스에서 흔들리던 사람들의 시절을 생각해 본다.

욕망이란 말조차 낭만적이던 시절...

이유없는 반항이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뜻모를 언어들에 대한 동경의 시절...

 

결국 여행은

자본의 흐름 속에서 파생된 상품의 하나이고,

욕망의 삼각형 속에서 감추어진 '타인의 욕망'에 대한 갈구이면서도,

자신의 일상에 활기를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다면적인 것이다.

 

절정 경험이란

부모가 되는 경험, 신비 또는 광활함에 대한 경험,

자연에 대한 경험, 미학적 지각, 창조적 순간,

치료적 또는 지적 통찰력, 오르가슴.

특정 운동의 성취 등의 순간 등이 있다.(매슬로, 215)

 

여행이 반드시 절정 경험일 수도 없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작가를 따라서 히말라야나 남미에 갈 필요도 없다.

날마다 쳇바퀴처럼 사는 곳에서 벗어나는 곳이면

거기가 인근 소도시의 모텔 방이든,

한적한 해안가든,

나름의 여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텅 비운(vacant) 도시,

서울 같은 곳으로 바캉스(vacance)를 떠나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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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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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품고만 살았어요?

하고픈 이야길 다 하고 살아, 그럼?(156)

 

모든 스러지는 것들은 아련하다.

그리고 바스라지는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천 점을 넘게 그린 화가에게도 마지막이 있더군요. 그게 인생이죠.(78)

 

흑백다방.

이름도 간명하다.

 

김탁환이 엄마와 걸었던 진해의 골목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

당연히 벚나무가 더 많지.(87)

 

진해엔 사람보다 벚나무가 더 많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아련하다.

 

언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세요?

이젠 많이 나지도 적게 나지도 않아.

그럼요?

그냥 안개 같아. 내 몸과 이집에 두루 스며 있는.(181)

 

그저 이야기인데,

아련하게 스러지는 느낌이다.

노년은 안개같은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머문다고 그곳의 분위기나 이야기를 다 알리 없지.

가고 가고 또 가야 겨우 알까 말까 한 게 내가 아끼는 골목이라고.(159)

 

갔던 골목을 또 가는 일은 반복이 아니다.

이야기는 덧칠 속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색과 같은 것.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182)

 

김탁환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늘 단답형 질문에 주르륵 문장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아스라해지는 안개같은 나이에는

뭔가 반복해서 배우는 일이 재미있을 게다.

그 어머니가 하모니카를 반복해서 부는 일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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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람의 시간
김희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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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소개한 책을 몇 권 낸 건축가란다.

마흔 넷에, 초딩 유딩 아이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훌쩍 스페인으로 가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건축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다.

 

스페인이라는 유서깊은 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젊음이라는 열정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스페인어를 배워나가는 이야기,

낯선 곳에서 외로움과 만나는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키엔 에스 엘 울티모... 누가 마지막이냐...를 되뇌게 하는 줄서기 문화와

시에스타는 답답한 가운데 여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도 한다.

 

나도 젊다면 훌쩍 날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정년 하고

건강을 잘 유지해서 여행을 가든

카미노 데 콤포스텔라를 가든

스페인어도 좀 공부하고 할 노릇이다.

 

277쪽에서,

도스, 뜨레스, 꽈뜨로...를 하나 둘 셋으로 실수 했다.~

스페인어를 한달 공부했다고 틀린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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