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좀 조잡하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그런데 제목과 책의 내용은,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다. 

젊은 신문 기자의 독서 체험기인데, 롤랑바르트의 개념의 하나인 '푼크툼'이 강렬한 것들도 있지만,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엮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다. 

프롤로그의 '아오마메'이야기는 강렬한 것 중의 하나다.
"그 뭔가에 제대로 설명을 달기 위해 살아가는, 위미를 가진 풍경"이 있다는 이야기.
토지에서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는 구절을 들이댄 것이나,
무진 기행에서 '외로운 사람은 편지를 쓴다... 이런 구절은 강렬한 푼크툼이 있었기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일 게다. 

그런데... 초딩 때, "쟤는 애가 표정이 없네." 이런 소리를 들었던 것을 기억할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저자는,
아직도 어린애같은 면도 있다.
빨간 머리 앤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마플 양을 설명할 때는 그는 여지없는 소녀다.
그리고 요네하라 마리를 따라잡고 싶어하는 욕심쟁이기도 하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가득한 여고생의 무의식을 읽을 수 있다. 

그의 독서는 몽환적이고 몽롱하다.
마치 그의 어린 시절 고향 진주에서 만났던 '유등 축제'의 한 장면처럼... 

 

 그의 이상향은 윤동주 같은 훈남 내지 루쉰 같은 존경스런 사람인 모양인데,
어린 왕자를 남자들의 이야기로 치부할 만큼 그의 속에는 강한 자의식 덩어리가 에너지로 뭉쳐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의 무의식 속엔 또 다른 남성성인 <아니무스>가 강하게 자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리드리히의 '안개낀 바다를 바라보는 나그네'에 대한 애착은 소녀와는 거리가 진 느낌이었다.
장욱진의 자화상이나, 루쉰의 '고향'의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는 구절들에 대한 매료는 느낌이 강하다. 

멜빌의 '바틀비'에서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 같은 표현은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과 종류가 통하는 이야기겠다. 

한국 소설 6편, 영어권 소설 8편, 유럽, 중국, 일본소설 9편, 동화 등 7편으로 이뤄진 <그림과 엮인 책읽기> 체험담은, 신선한 이야기들 읽을 때는 자못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펴게 되지만, 금세 자동화되어버리는 읽기에서는 '소녀시대, 여고생, 대학생' 시절의 추억에 사로잡힌 저자의 의견에 조금 지루해질 수도 있다. 

표지 뒷날개에 <그림이 그녀에게 -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 공감>이란 책도 홍보가 되어 있는데, 그 홍보 문구를 보면 그를 조금 알게 될 것도 같다. 

서른 살에 만나는 서른 명의 화가, 서른 점의 걸작, 그리고 서른 개의 공감.
막 서른에 접어든 어느 직장인 여성이 울고 웃으며 만난 그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존재론적 쇼핑, 혼자하는 여행의 쓸쓸함, 서른에 다시 맞는 사춘기, 맹목적인 사랑의 허상,
책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결핍, 그리고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기만 한 여성의 자존감 등에 대한 속내를 털어 놓는다...고 되어 있다.

 '책' 또는 '책읽기'로 독자를 꾀는 데야 벗어날 재간이 없지만,
이 책을 글쎄, 저자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인지, 다소 억지스럽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본다.

 ------

343쪽. 샤갈의 모국을 러시아라고 적었는데...
뭐, 틀린 건 아니지만, 안중근의 모국을 일본이라 적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샤갈은 벨로루시의 비테프스크 출신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슈퍼스타K2(줄여서 슈스케2)가 공전(空前)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오죽하면 슈스케의 4인에서 탈락한 강승윤의 음원이 인기 가수들(뭐,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는)을 제치고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고 하니...
슈스케의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 본 일이 있는데,
로쟈의 '지젝'을 읽다가 '시차적 관점'이란 대목을 읽으면서 유사 현상이 얽힐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게임 자체가 가지는 재미가 있는데,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진 참가자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기 동일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마치 '아바타'인 양 응원하게 된다.
게다가, 그 프로그램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윤종신과 이승철, 엄정화가 신이 되어,
"네, 이번 주 생존자는 허각과 존박입니다." 이렇게 발표하지 않는단다.
시청자들이 문자 메시지를 통하여 자신의 아바타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 상황은 이미 그들이 얼마나 오늘의 무대에서 노래를 잘 소화했고,
멋진 스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는가를 떠나는 문제가 되어 그 무대와 시차가 발생하는 문제로 이행하게 되고,
결국, 상황은 누구도 모르는 사태로 돌아가고 만다.
생방송이라는 상황.
그리고, 시청자는 누구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상황.
또, 자기들의 응원이 충분히 반영되어 자신의 <아바타>가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그 프로그램은
일종의 <가상 현실>이고 <시뮬라시옹>의 세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두 명의 남자 캐릭터가 남았다.
허각처럼 노래도 잘 하고, 그들을 이끌어온 카리스마도 있지만, 키가 작고 외모에서 핸디캡이 있는 가수와,
존박처럼 스타일 죽이고, 키도 되고, 노래할 때 표정조차 죽이는, 그치만 노래는 조금 안 되는 가수의 대결.
가수왕 선발대회라면 당연히 노래가 더 되는 허각이 우승을 하겠지만,
그 프로는 어디까지나 <스타> 선발대회이므로 스타일이 우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심사위원의 발표'와 '관객의 투표'란 시차를 이용한 것이 슈스케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

로쟈의 책을 읽었지만, 나는 로쟈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로쟈는 이제까지 '인문학 서재'와 '책을 읽을 자유'의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아직 그는 한 권도 책을 쓴 적 없다.
'책을 내다'와 '책을 쓰다'의 차이를 그는 잘 이해할 것이다.
내가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그가 '쓴'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의 실현이다. 

하지만, 그의 '책을 내는 행위' 또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아주 중요하다.
조정래가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의 밑바닥을 헤집으려 '허수아비춤'이란 소설을 썼지만,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던 것은 결정적인 한 권의 책이나 한 사람이 아니라,
점조직처럼 숱한 대학에 흩뿌려졌던 '세미나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데모하지 마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대학에 입학한다.
그렇지만, '못된 선배'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의식화'가 된다. 그 의식화 과정을 '세미나'라고 한다.
글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을 온몸으로 익힌 것이다.
2년 전 촛불 집회의 현장에 그토록 많은 중년들이 등장한 것은 이미 그들의 세포들이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로쟈의 이 책은 내가 참 싫어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지면이 이미 발표된 것들을 짜깁기하여 책을 만든 것.
그리하여 이 책의 글들에 중언부언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로쟈의 이 책은 비평할 수 없이 알찬 '내용'이 가득함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우뚝한 '선배(아마 그는 대학 후배일 것이지만)'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많은 책 제목들에 기가 눌리기도 했고,
또 그 '선배'가 읽었던 책들을 읽고 싶은 이뤄질 가망없는 욕망이 보글거리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은 성과라면, 그가 들려준 '가라타니 고진'과 '지젝' 이야기에 힘을 입어,
이제 나도 시간을 내서 지젝을 지젝거린 책들을 찝적거려 볼 엄두를 내었다는 정도다. 

대학 시절 '선배'와 '세미나'가 없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마르크스 레닌과 마오쩌둥의 책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경험이 이제 '데리다와 라캉'을 이어 '헤겔과 지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다리를 놓아준 '선배'의 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왜 다시 지젝인가?
헤겔의 말대로 철학이란 '개념으로 포착한 자기 시대'를 인용하여, 지젝이야말로 그 정의에 가장 충실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란다.(574)
아내를 강간하는 몽골군의 불알에 먼지를 묻힌 것으로 만족하는 따위의 자기 위안은 집어치워야 한다는 일갈!
베케트, 다시 시작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그래서 근본적 혁명은 오래된 꿈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꿈꾸는 방식 자체를 다시 창안해야 한다.(569)는 글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이 뛰었다.
오늘날의 적은 제국이나 자본이 아니라 민주주의(알랭 바디우)이기 때문이다. 

다시 슈스케로 넘어가서,
심사위원이 결정해주던 시대는 갔다.
코카콜라가 후원하고, 문자 메시지(한 통에 200원인가 먹는다. 60,000명이 참여하면, 12,000,000원?)로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감추고, 시청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응원하기 위해 키보드 워리어가 되는 것이다.
관점의 이동. 

어느 하나가 나머지의 진리가 아니라, 진리란 관점의 이동, 시차적 관점에서의 진리를 보여주려는 지젝의 노력을 간과할 수 없겠다. 

--- 

그에게 인간다운...에 대해 물었더니 '같잖은 인간, 덜 된 인간, 값싼 인간'의 대립항으로서의 '인간'을 내세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책읽기란 것.
그렇지만, 그에게 가장 절망스런 미래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526) 

나는 울고 싶은데 신은 내게 쓰라고 명령한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바라지 않는다.
아내는 울고 또 운다. 나 역시 운다. (163) 

니진스키란 전설적 무용가가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 정신을 놓기 전 쓴 일기라는데, 나는 이런 말에서 로쟈의 진심이 담긴 구절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시도 간간이 썼다던 문학 청년 로쟈가 유난히 집착하는 '눈물'이란 단어를 만나는 일은 조금 마음 애린다.

로쟈의 문체를 해석해줄 멋진 사람이 알라딘에 한 사람 있긴 하지만,
그 이가 이런 걸 좀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
로쟈가 문학 작품에 대한 비평을 할 때의 다소 멜랑꼴리한 문체와,
그가 번역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낼 때의 조금 깐깐해 뵈는 문체와,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문제에 입장을 제시하며 '선배'로서 서야 하는 대목에서의 어쩌면 당당하고 일면 당황스런 표정의 문체가 드러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비평이란 걸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취향에도 안 맞는 나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일이 잘 없다.
그런데, 왠지 꼼꼼하게 비평을 한다면, 위와 같은 차이가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해 보았다.
로쟈가 가장 맘 편하게 읽고 쓰는 분야가 문학 작품에 관한 것이라면,
로쟈가 지젝거리긴 하지만, 결코 마음 편할 수 없는 '선배'로서의 입장도 어쩔 수 없는 로쟈의 반쪽이다.
그래서, 로쟈가 제대로 된 책을 내려면, 마음 편하게 맨날 강의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하여 책을 써 줬으면 하는 갈망과,
또한 '가라타니 고진'과 '지젝'처럼, 헝클어지고 혼돈스런 세계에 철학의 빗질이란 세례를 내려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열망이 이 책의 독후감이다.
 
다만, 내가 자꾸 시비를 거는 것은, 그것들이 이렇게 뒤섞인 책보다는, 깔끔하게 '러시아 단편 문학 강의'나 '로쟈가 읽는 지젝'처럼 칸을 나눠서 출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로쟈는 그 이름에서 감지되듯,
인문학의 '인간'과 '문학' 중, 문학 쪽으로 아무래도 감성적으로 치우친 유형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의 '이성과 의지'는 언제나 '인간 세상'의 문제를 좌시할 수 없도록 방향타가 자동-조향 되어있는 것 같기도 하여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다.

'문학'은 과거의 사건에 '형상'을 입혀 관심을 부르는 것이고,
'인문학'은 현재의 난삽한 삶에 관심을 집중하여 '이성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문학'과 '인문학'은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쿤데라의 소설에서 강박적 여성 편력을 가진 바람둥이를,
'여자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하면서 매번 실망하는 서정시적 유형'과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제나 만족하는 서사시적 유형'으로 나누었듯이,
문학과 인문학은 '실망'과 '만족'의 사이를 오가는, 영원히 정지할 수 없는 진자나 마찬가지인 '개념'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홍어(洪魚)'도 '광어(廣魚)'도 모두 넓을 홍, 넓을 광을 쓰게 된 나름의 진화지만,
제각기 세상에 적응하는 양태가 달랐던 것처럼,
로쟈의 홍어와 광어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일요일 아침 타자 속도를 제법 낸다.

건필을 그저 글 잘 쓰라는 요식적인 안부 인사로 알았는데,
나이가 들고,
책을 더 볼수록,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건필'을 간절히 빌게 된다.
요네하라 마리가 '건필'하지 못하고 멀리 가서 아쉽고, 김현이 '건필'하지 못해서 아쉽단 생각을 많이 한다.  

로쟈가 나보다 젊어서 다행이고, 부디 그가 오래오래 건필하기를 바란다. 

 

-----------이 좋은 책에서도 시빗거리 몇 가지...

199쪽. 나보코프라는 듣도보도 못한 사람 이름이 자꾸 '나코보프'라고 읽혀서 몇 번 시선을 버벅거렸는데, 드뎌~~~ 하하하!!! 로쟈도 '나코보프'를 인정했다. 나는 이런 사소한 데서 환희를 느끼는 변태인가??? 

229쪽. 기형도의 '엄마 걱정'을 초등이나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고 하는 건 오류일 것이다. 이제까지 초중 교과서는 국정이었는데, 기형도의 시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나 실릴 법한 어두운 시였다. 글쎄, 새로 나오는 중학교 교과서는 국정에서 해제되었으니 실린 책도 있을 법하다.
242쪽. 이청준의 '서편제'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있다는 사실... 이런 건 확인해 봐야 한다. 실려있지 않다.

399쪽. 한국은 1제곱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제곱킬로미터당 5천톤에 이르는... 일관성이 없는 걸로 보아 오류로 보이는데, 다음판에선 수정이 되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 2010-10-1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엄마 걱정>이나 <서편제>는 아마 문학교과서에 실렸던 듯싶은데, 오래전 학원강사 시절의 기억이라 바로 확인은 안되네요.^^; 이산화탄소 관련은 다시 확인해보니 필자가 그렇게 썼습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27# 장문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글샘 2010-10-18 13:56   좋아요 0 | URL
엄마 걱정은 18종 문학 교과서(고딩) 중 3권에, 서편제는 4권에 실려있습니다. 국어 교과서에는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가 실려있었지요. 6차 교과서(2001년까지)에요. 뭐, 저 제곱미터는 어찌되었든 말은 되지만, 통일이 안 되니깐, 좀 거슬리네요.^^

비로그인 2010-10-1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넓고 깊게 보시는군요. 알라딘 서재의 영원한 '선배'님^^

글샘 2010-10-20 10:51   좋아요 0 | URL
박이정 博而精 이 되어야 하는데, 뭐 책읽는 게 직업이 아니다 보니, 설렁설렁 많이만 읽고 있습니다. ^^
 
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내 편견으로, 사서라고 하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우아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사서가 되어 책 속에 풍덩 빠져 들고 싶은 생각도 많았더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도서관을 이용할 때 본 사서들의 모습은 내가 바라던 우아한 직업이 아니었던 것 같다
늘 무슨 일로 바쁘게 오가고, 컴퓨터로 작업을 하며, 이런저런 분류와 지시들로 해골이 복잡해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도서관이 지역 문화 센터 역할을 떠맡게 되면, 온갖 행사 준비로 바쁘게 될 것이고,
우리 나라 도서관은 취업 준비생들의 고시원 내지는 중고생들의 시험 준비실의 역할을 하는 열람실도 많으므로 도서관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 같기도 했다. 

책을 읽는 일이 곧 공부다.
공부란 것은,
어떤 단어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고, 
책이란 것은,
그 단어에 얽힌 생각과 사건들을 주절거리고 늘어놓는 것이니깐,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알면 공부를 잘 하게 된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사서가 해야할 최고 우선의 사업은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내가 본 사서들의 삶은 그것과는 동떨어진 사업이었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로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도서관에서 좌충우돌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건에 부딪히기도 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적은 책이다. 

유쾌한 희극을 한 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책에 관한,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이니 재미도 있다.
구연동화를 해본 적도 없는 저자가 아이들 앞에서 책 읽어주기를 했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
무엇이든 부딪쳐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삶의 경험인데, 모든 일은 예상되로 굴러가지 않으며 그러므로 더욱 충실히 지금을 사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직업이든,
이러이러한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쉽게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 일이다. 

"난 책을 잘 읽지 않는 편이야. 시간도 없고."
"사서인데도요?"
"사서인데도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대화다.
사람들 중 자기 직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프로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0-15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1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서라서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도서관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열심히 읽었어요. 이 정도면 준 프로?
이 책 읽다가 중간에 멈췄는데 님 글 읽으니 다시 읽고 싶네요.

언제까지 혼자 떠들어야 되는건지....
요즘 이곳은 시즌이더라구요.

글샘 2010-10-16 22:01   좋아요 0 | URL
세실님 열독하시는 거야 제가 알죠. ㅎㅎ
책을 열심히 읽는 사서 샘보다 프로가 어디있겠습니까. ^^
이 책은 뭐 얻는 거는 없어도 재미는 있더군요.
실망이 많았지만... 뭐, 어떤 직업이든 그 안에서 보면 좀 우스운 광경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즌이라뇨???
 
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흰 피를 내뿜으며 쓰러져 갔을 나무의 정령들에 미안할 따름이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마칠 줄 아는 사람.
그의 독서 이력은 그 스펙트럼이 찬란하다.
한국 소설에 치우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한국 소설을 짧은 리뷰 안에서 톡톡 건드리는 맛이 제법 가뿐하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고 제목 붙였지만, 대부분은 한국 소설, 그것도 현대의 작품들이다.

간혹 몇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런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일은 마뜩잖다.
소개해 주세요~ 하는 눈빛이 벌써, '난 읽고 싶은 맘이 별로 없걸랑요~' 이런 느낌에 폭 잠겨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읽고 싶은 사람은, 읽고, 또 읽노라면 겹쳐읽고 싶은 책이 있고, 깊게 읽고 싶은 분야가 생겨 나게 마련이다.
책읽는 데 탄성이 붙은 사람이 도서관엘 가면, 저요! 저요! 하고 손드는 책들 통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어있다. 

안양대학교에서 교양 과목을 가르친다는데... 힘들 것이다.
중고생 가르치기보다 훨 어려운 것이 대학생 교양 국어 가르치는 일이니. 그것도 좀 변두리 대학의... 

인문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대목에서 읽고싶어지는 책이 왕창 늘어나는 걸로 보아, 내가 요즘 깊게 읽고 싶은 책이 그 쪽에 많이 쏠려 있는 모양이다. 한동안 노자와 논어, 장자 류를 많이 찾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요즘엔 짧게 떠오르는 생각을
단속적으로 쓴 '시'나 '청소년 소설' 정도의 독서에도 대뇌 피질이 버거워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낡았거나, 이미 대뇌가 늙었거나...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으며 루쉰을 떠올린다.
" 그 아버지는 사람은 좋은데 단지 기억력이 좀 나쁜 것 같다. 그 자신도 어렸을 때는 캄캄한 방에 가둬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때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자기 아들을 가둔다.(83)"
아이들을 때려야 한다고 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음, 기억력이 나쁜 거구나. ^^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99)
야만과 낭만이 맞서는 세계를 그린 빼어난 우화. 현실에서는 야만이 승리를... 이제 낭만이 세상을 치유하지 않는 한 인간은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리라... 

에릭 홉스봄, <미완의 시대>(124)
인류는 사회주의를 버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사회주의에 등을 돌린 것을 세계는 다시금 후회할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사회불의는 아직도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네그리 <귀환>은 <제국>을 비롯한 여러 책을 한꺼번에 맛볼수 없고, 첫 징검다리일 뿐. 

크리스토프 라무르, <걷기의 철학> (155)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오르가슴...
이윤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조안 스파르, <플라톤 향연> 만화로 보는 플라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 신선한 철학 에세이

래리 고닉,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만화세계사
래리 고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SEX>... 만화 
배병삼, <풀숲을 쳐 뱀을 놀라게 하다>
겉으로는 주변의 사소한 일상을 다루는 것 같으나, 속으로는 정수리를 겨누는 맛이 있다는...
덩굴식물같은 지식인은... 묻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고...
그게, 學,과 問,의 어려움이다. 배우고 묻느냐, 묻는 게 배우는 거냐... 

김교빈, <한국 철학 에세이> 어려운 사단 칠정 논쟁이 쉽게 되었다는... 

디트리히 슈바니츠, <남자>... 남자가 여덟 가지 종류로 나뉜다니... 궁금하지 않은가?
나탈리 앤지어, <여자>... 여자를 이해하고픈 남자에게 

고종석, <자유의 무늬>...
서울의 풍경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단다. 전자는 장애인, 후자는 전경 ㅠㅜ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 길로>... 만화 

죽도록 책을 읽고, 그 책들의 리뷰로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사로잡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간, 외국 유명 저자들의 이런 책들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인문학이 죽어가니 어쩌니 해도,
한국의 인문학은 이제 새싹이 돋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독서 나무가 거목이 되기까지, 이런 책들이 더 필요하다.
비록, 새로운 창작은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겹쳐 읽을 수 있고,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제시해 주는 그 사람이 바로 노마드 유목 시대의 <스승>이다.
그 제자들이 덩굴줄기처럼 스륵스륵 뻗어 나갈 것이고,
여기 저기서 또다른 새싹을 피워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쉰세 번째 생일 날 이제까지 읽은 책 중 12권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어가며 독서일기를 쓴다.
2002년 6월에서 2003년 5월까지.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 일기는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쓴 리뷰인 만큼,
폭이 넓고, 링크가 대단하다.
하이퍼 링크 독서의 표본이 되는 책이다.

샤토브리앙, 무덤 저편의 회고록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것 하나. 기억이라는 특징은 어리석음과 관련될 때가 많다.
그건 우둔한 영혼의 짐이고, 묵직하게 누르는 짐 보따리로 우둔한 영혼은 더 우둔해진다.
그러나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우정도, 사랑도, 즐거움도, 일도 모두 잊어버릴 것이다.
천재들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제아무리 사랑으로 가득한 가슴이라도 기억을 못한다면
다정함을 잃은 것이다.
우리라는 존재는 그저 끝없이 흘러가는 현재의 연속적인 순간으로만 남을 것이다.
과거는 없을 것이다
.(94)

타인, 에 대한 브라우닝의 정의
짐승도 그렇게 싫어했던 적은 없다.
그는 그런 고통을 받아 마땅할 만큼 사악할 게 틀림없다.(86)
 

아, 타인.
금강경에서 다룬 아상과 인상이 이런 것이다. 
자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사랑했던 적이 없고, 그는 어떤 고통도 받지 않아야 마땅할 만큼 상냥할 게 틀림없다>고 보지 않겠는가? 타인에 대해서는 악마임에 틀림없다고 볼 것이고.
두려운 시선으로 날카롭게 바라본 타인.

이중현실은 자신을 지운다.(31)
모렐의 발명 

'도플갱어로서의 서재'를 쓰고 싶어하는 망구엘. 그와 보르헤스의 이야기는 참으로 우연한 신비다.
나 아닌 또 다른 나로서의 <서재>
이런 이중 현실은 자기 자신의 빛깔과 냄새를 점점 퇴색하게 한다.
그러다가 자신을 지워가게 되는 걸까? 시니컬과 냉철함이 담겼다. 이 한 마디에...

괴테, 친화력
샤로테
어떤 일들은... 운명의 지배를 받고, 운명은 아주 고집스럽다.
이성과 미덕, 의무와 모든 신성한 것이 그것을 거스르려 해봐도 부질없는 일이다.
상황은 우리가 아닌 운명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방식으로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건 운명은 제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사실 운명은 우리 자신의 소망과 의도를 이루려 하는데, 그걸 우리가 생각이 모자라서, 거역했던 게 아닌가? 

운명을 탓할 게 아니다.
운명은 소망과 의도를 이루려 달려오고 있는데, 그걸 걷어찬 건, 나?
유쾌한 반성이다. ^^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기 비결을 물었더니,
담비를 사냥하는 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북극에서는 소금을 뿌려놓으면, 담비가 와서 그걸 핥아먹는다더군요.
그러면 혀가 얼어 얼음에 찰싹 달라붙는대요.
오이디푸스에서 울부짖을 때 그걸 생각했습니다.
완벽하게 포착해낸 진실의 순간.
이런 비유들은 효과적이고 재미있다. 이런 유사함에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비유가 유사성에 기초한 것인데,
이런 신기에 가까운 유사성을 만나는 일은, 이야기가 죽지 않는 이유가 된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케네스 그레이엄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는 빨라진다.
친구들이 사라지고, 풍경이 어질러진다.
친구들이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 우주에서 믿을 수 있는 고정불면의 어떤 지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얼굴을, 이름을 잃고서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
눈가리개를 하고도 너끈히 돌아다니고 싶다.
말머리나 서론 같은 것 없이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

필로우북, 세이 쇼나곤

즐거운 일들이란, 아직 읽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또는 상권을 재미있게 읽은 책의 하권을 손에 넣는 것.
하지만 실망스러울 때도 많다.
마르게리트의 독서론 :
우리의 진정한 출생지는 우리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지적인 시선을 던지는 곳이다.
나의 첫 번째 고국은 내 책들이었다. 

오늘 아침에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다가 그 책들은 내 존재를 전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펼쳐서 페이지를 넘기기 때문에 살아나면서도 내가 자신들의 독자라는 걸 모른다. 

독서에 대하여... 잠자리에서도 메모할 정도로 사랑스런 글들에 대하여...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주는 50대의 원숙한 리뷰가 여기 모여있다.
나도 50대가 되면, 이런 리뷰를 한 달에 한 편 쓸 수 있게 될까?
아니 그때까지, 망구엘을 기억이라도 하고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