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제1권력>을 읽으면서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치를 떤 적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되다가,
이스라엘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동정을 느끼지만,
또한 서빙하는 이스라엘 여성의 팔뚝에 아직도 남은 홀로코스트의 넘버링을 볼 때,
도대체 왜 인간은 그 끔찍한 전쟁을 하는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 역설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생각의 체계를 글로 써야한다.
히로세 다카시는 남들의 주장을 인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흥미롭게 기술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가 왜 전쟁론에 관심을 가졌는가로 시작한 이 책은,
어떡하다 그가 클라우제비츠란 전쟁이론가에게 생각이 미쳤는지,
(이 책의 일본어 원제목은 '클라우제 비츠의 암호문'이다.)
그러다 세계의 분쟁 지도를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작성하게 되었는지,
그 와중에 불거진 미국 CIA와 소련 KGB의 '학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체로 쓰여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인상적인 몇 꼭지를 반복 인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결국 그의 <풀이>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무기의 위기를 몰각시킬수 있는 유일한 기제 역시 존재하였는데,
그 암호문을 푼 그는 역시 <인간의 의지>만이 전쟁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서로를 얼싸안을 수 있게 만들어 줌을 찾아낸다. 

원폭으로 인류의 멸종 위기에 봉착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에게,
우연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몇몇 남자들만이 '자네들 가운데 누군가가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로 끝인 거야.' 이런 농담을 씁쓸하게 주고받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The Road' 같은 소설보다 훨씬 판타지 소설에 재능이 있는 작가처럼 보인다.
글 한 줄에서 소름이 오싹 끼친다. 

미국이나 소련이나 정보 기관의 끔찍한 행위는 참으로 치가 떨리는데,
특히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온갖 생화학 무기(관동군 731 부대에서 배운 것)를 사용한 것이나 월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같은 것들은 어찌 인간으로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나마 할 수 있는지,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소련 역시 나을 것 하나 없다.
스파이 교육 학교에서 배신과 고문의 단계까지 학습시키는 장면은 역시 인간은 말종임을 확신시킬 뿐이다. 

아프리카에 천만 이상의 굶주리는 인류가 있는데,
거기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무기뿐이라는 지점까지 읽노라면,
한숨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아침 배꽃 나무에 물기 가득 머금은 꽃송이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렇게 한 세계는 힘겹게 피어나는 것인데,
폭탄 세례 한 번에 '적'은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판이다.
이것이 인류라는 말종의 역사의 기록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민중들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치, 닉슨, 레이건, 부시에 이르는 전쟁광들과 다르다.
바보 이반들에게는 <적>이 없는 것이다.
적이 있는 곳에 죄악이 있고, 죽음이 있다. 

아, 인간의 원죄가 왜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운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제 조금 느낀다.
부처가 깨우친 것처럼, '나'가 있고, '남'이 있고,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나보다 못한 넘'이 있는 것처럼 <구별>하는 데서, 적이 생기고, 죄가 생겼던 것이었나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인간의 원죄를 모두 대속하셨다는데,
왜 아직도 그 예수를 간절히 믿는다는 종자들은 그렇게도 전쟁중인지...
언제나, 진정 아멘, 소리가 울려퍼질 것인지...
이 책은 깊은 시름 속에서 바보 이반들의 신음 소리를 듣고 또 보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관세음>의 아픈 관찰의 기록이다.

----1949 지도에서

김구암살(1949. 6. 26) - 25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전쟁 지도에서 '한국 내란'으로 인한 기록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참 슬픈 지역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수시로 폭발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란 정도만으로도 위안을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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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가 원래 이런 데 들어있단 걸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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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0-2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몰랐어요!

전호인 2010-10-2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남 천안의 광덕에 호두가 많이 납니다.
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호두과자가 유명하기도 하고요.
저것을 손으로 그냥 까게 되면 시커멍스가 되고,
청솔모라는 다람쥐과의 동물이 호두라면 환장을 한다지요
지금의 상태에서 호두를 까게 되면 속이 하얀과 아삭아삭한 맛이 좋습니다.
저희집 뒤꼍에 호두나무가 있었거든요. ㅎㅎ

가넷 2010-10-2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습니당...ㅎㅎ;; 호두가 저리 되어 있었네요.

실비 2010-10-2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호두가 속안에 들어있는건 첨보는거 같아욤..
신기하네욤 ^^

글샘 2010-10-2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두를 한자로 '추자 나무'라고 합니다. 추자는 들어 보셨나요??
 

 

 이제 그랬으면 좋겠네/ 조용필

나는 떠날때부터 다시 돌아올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자리 편히 쉴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건 모두 잊고 산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건 옆에 있다고
먼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너를 보낼때부터 다시 돌아올걸 알았지
손에 익은 물건들 편히 잘수 있는 곳
숨고 싶어 헤매던 세월을 딛고서 넌 무얼 느껴왔는지
하늘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건 모두 잊고 산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건 옆에 있다고
먼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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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1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상에 슬픔이 많습니다.
눈을 감고 노랫말을 쫓아 가봅니다.

글샘 2010-10-20 10:50   좋아요 0 | URL
1박2일에 이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조용필 노래 가사는 그대로 시죠. 시^^
 

<유서 전문>

떠나는 글…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된 거래요. 2년 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전주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에 실렸고 또 한 번의 절망적인 선고였어요.

그리고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 이상 입원에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그 동안 저를 신뢰해 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2010.10.7

&

인생에, 완전이란 없다.
흔들려본 사람들은 안다.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 때는 흔들린다.

사람들은, 그가 말한 <행복>의 사전적 의미에 집착하는 모양인가?
그가 말한 <행복>은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세상 살이에서 '행복이나 불행 따위' 생각하며 살지 말아야 한다.
다만,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無明)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오세영, 등산, 전문>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인,
그런 것이 등산인 것이다. 

결코 쉬지 않는
빛을 모르는 벌레처럼
더듬으며
조금씩 기어올라가는 등산. 

호텔에서 완전 건강한 남편이 죽음에 이르게 도와 주었고,
그 또한 "나 이제 세상을 버리려네. 그대 없음은 삶의 의미가 없는 것이니..."
이렇게 따라 여행을 떠났음은,
그들이 행복하게 떠났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같이 죽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마도, 어쩌면... 그 남편되는 이는,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지...
안도현의,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 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전문>
 

 

그놈의 눈발이
애처롭게도,
자꾸 제 품에 뛰어들어 사라지는 걸 보고,
피해보려고 왜 노력하지 않았겠는가.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큰 용기를 낸다. 

눈을 제 몸으로 받기로 작정하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하는 강물의 포용력, 그 큰 사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이렇게 찬양하면, 그것도 죄가 되는 걸까?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고,
그들의 마지막 길을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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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0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글샘님!
우리도 오늘 독서모임 하면서 이 부부 이야기를 많이들 했어요.
남겨진 자녀들은 어떨지 몰라도, 두분은 행복한 마무리를 했을거라고...비난하지 말자고 했죠.
살아서 추레해진 육신의 고통을 감당하는 건 정말 행복하지 않은 일일테니까요.

글샘 2010-10-11 13:17   좋아요 0 | URL
너무 형식에 치우친 '예법'을 강요당한 국가에 살다보니, 별걸로 다 시시비비를 하더라구요.
초상 중에 호상은 없고 마무리에 행복한 건 없겠지만,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lanca 2010-10-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시려요. 안도현의 시가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 이 구절이 참. 자살이라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글샘님 말씀처럼 그냥 그렇게 또 아들이 얘기한 것처럼 그 분들이 생전에 했던 얘기들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어요.

글샘 2010-10-11 13:20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저도 가슴이 시려서 몇 자 남긴 겁니다.
마침 아이들 가르치는데, 이 시가 확 달려들더라구요.
생전에 했던 이야기를 잘은 모르지만,
행복 전도사라는 말에 너무 초점을 맞추진 않았음 좋겠더란 생각입니다.

혜덕화 2010-10-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0가지의 고통에 시달려보지 않아도,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고통이 느껴져 마음 아픕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_()()()_

글샘 2010-10-11 13:21   좋아요 0 | URL
700가지 고통이란 말에도 매달릴 거 없겠지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부부의 정이 고통보다 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주말에 명복을 많이 빌었습니다.

중전 2010-10-0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의 강의를 참 좋아했어요.
어렵지 않고 자신감 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었지요.
그런데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그의 고통을 짐작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안타깝습니다.
고 장영희 교수와의 죽음과 대비되어 보여서...

글샘 2010-10-11 13:22   좋아요 0 | URL
강의야 원래 자신감있고 재밌게 하는 거구요.
코미디언들이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거나, 행복전도사란 사람이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거나...
장영희 교수님의 글을 또 액면대로 믿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얼마나 속으로 아프고 시린 날들이었을까... 그래서 긍정하는 그이의 글들이 더욱 빛나는 것이니 말입니다.
살수록... 남의 말 함부로 해선 안되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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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9-1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서재가 시상이 가득하네요

글샘 2010-09-16 12:38   좋아요 0 | URL
가을이잖아요. ㅎㅎㅎ

pjy 2010-09-1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인가봐요~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글쌤님의 가을을 훔치네요^^

글샘 2010-09-17 23:03   좋아요 0 | URL
제 가을 좀 훔쳐 가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