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는 재미
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이고,

그의책 통섭을 번역해서 널리 알린 사람이고,

역시 다양한 활동으로 자연과학을 생활에 포함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과학의 거의 모든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특히 생명체와 연관된 과학의 역사를 통찰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재천이 기왕에 써왔던 책들과 큰 차별성은 없다.

그렇지만,

자연의 변화를 앞에 두고 객관으로 보려는 태도가,

자연의 일부인 존재를 깨닫게 만들지 못한 세상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정당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과학 분야의 책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고,

그런 책들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왕창 든다.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가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읽고 싶은 책을 링크하려 했더니, 부지런한 나비 님께서 이미 하신 일이라 링크만 걸어 둔다. ^^

 

갯벌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심사는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그는 '녹색 성장'의 한계에 대하여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강을 파헤치는 무자비한 폭력에 대하여 한 글자도 내비치지 않는 것인지...

 

통섭의 식탁에 놓여진 재료들이 아무리 신선하고 눈길을 끄는 것이어도,

독자의 입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긴 요리를 선보이려면,

독자가 가장 아파하는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건드렸어야 <통섭>의 본질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강물 속 변화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실제 조사된 바가 적어서 자료로 들이댈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제인 구달처럼 유명한 사람을 초대한 데 대해서는 졸라 자랑을 하면서,

미국의 유수한 대학 교수들과 동문이라는 데 엄청 자부심을 느끼면서,

대통령의 녹색 성장 기조에 열라 동감을 표하면서...

 

정작 파묻혀가고 있는 강물 속의 진실이나 제주 강정마을의 눈물에는 애써 눈길을 돌리는 작가에 대하여...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모씨의 글을 읽을 때처럼... 그런 불편함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강둑에서 소신 공양하신 문수 스님의 명복을 빌며... 그 뜻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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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을 바라보다 -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지음, 황근하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고래.
이 단어는 어린아이들의 상상 속을 헤엄칠 때나 등장하는 단어가 아닐까?
아, 또 있다.
간혹 먹게 되는 일식집 메뉴에 얹혀 나오는 고래고기... ㅠㅜ 

나는 고래를 만나기 전에 고래고기를 먹어본 사람이다.
어린 시절, 구멍가게를 하던 우리집에선 잔술도 팔았는데, 어쩌다 뼈다귀감자탕도 하고, 간혹 고래고기도 팔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5~6살 무렵인데, 다른 기억은 없어도 고래고기의 뻣세면서도 기름진 그 맛은 기억 난다. 
언제 처음 고래의 그림을 만났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아마도 텔레비전의 동물의 세계 정도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토록 머리가 좋고 스케일이 큰 동물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던가를 발견하는 일은 놀라운 일이었다.
고래의 일생에 대하여 아직도 연구된 바가 그토록 작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의 백경은 사납기 그지없는 고래로 등장하여,
인간이 뛰어넘어야 할 자연의 대상으로 떠오르지만,
실제 바닷속의 고래들은 멸종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 고래를 잡아 먹기 좋아하는 민족이라고도 하지만,
식용 밖의 이유로 고래를 잡아 활용하는 나라도 많았던 모양이다. 

나는 독에게 고래를 보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죠."
그는 말했다. "결론은 시간이에요. 바다로 나가 있어야 해요. 날씨가 궂으면 보지 못하죠.
밤에도 볼 수 없어요. 대부분의 시간, 고래는 수면 아래에 숨어 있어요.
고래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게 큰 도움이 되진 않아요." (57)

고래 연구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포경업자들의 뻥으로 둘러싸인 구라를 고려한다면,
고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신비로운 존재임을 상상해야 한다. 

고래들의 노랫소리는 아직도 연구하지도 못한 영역이다.
오히려 군함, 어선 등의 엔진 소리, 초음파들이 고래들의 평화로운 바닷속 세계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276쪽의 질소 기포로 인한 잠수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군 입장에서는 무음 프로펠러를 가진 적군 잠수함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그런 시스템을 꼭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어떤 지역에서는 고래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방어하지만,
고래들의 눈과 귀, 분기공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는 말을
잠수 중에 신체 조직 내에 축적된 질소가 용해되지 못해 커다란 기포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은 동맥을 막아 가스 색전증을 나타내게 된다...는 알아먹지 못할 소리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머저리같은 인간이 혐오스럴 뿐이다. 

뿌옇게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크릴 떼를 수염고래들은 어떻게 찾는 것인지,
그 넓은 바다에서 서로 어떻게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인지... 몹시 궁금하지만 아직은 추측만 할 뿐. 

고래들이 의존하는 것도 바로 이 음향환경이죠.
이게 그들의 운명이에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참고로 고래의 뇌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부분은 인간의 것보다 열배 더 커요.

인간보다 열 배 더 큰 음향의 뇌 부분.
상상할 수 없는 의사 소통 수단을 지닌 셈이다. 

인간은 그에 비하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국립해양수산국의 자연과학 연구분과인
사우스웨스트 수산과학센터의 자원보존부 상임과학자
로버트 브론윌...
같은 이름 따위나 붙이는 하찮은 존재임이 우스워보이기도 한다. 

고래들의 아름다운 삶이 유지되는 데 인간은 이미 충분히, 아니 지나치게 너무 많이 지나쳐왔다.
하지만, 아직 과학자들은 낙관적이기도 하다. 

한편 경이로운 생물들이 아직 많이 생존해 있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낙관주의입니다.(287) 

끝부분에 실린 고래 이미지들은 전문 사진사가 찍은 작품은 아니지만,
고래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만 보는 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161. 보고된 사망률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는 회복이 것이 원인의 상당 부분 어장에서 오는 간접적 영향 때문임을 암시한다. "  붉은 색 부분은 ... 이 원인의 상당 부분이 어장에서 오는 간접적 영향 때문임을 암시한다. 정도로 가다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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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 과학 - 토론으로 들여다 본 과학의 두 얼굴 청소년을 위한 토론학교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우리학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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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대 문명은 과학에 기대고 사는 바가 크다.
석유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가 없다면...
주거는 금세 황폐화될 것이고, 식생활 역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옷 역시 대개가 합성섬유로 된 것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은 한계가 있고,
식량 문제는 해결이 가능한 생산량을 가지고 있으나 정치력 부족으로 기아는 늘어간다. 

어쨌든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고,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과학 기술을 일거에 무너지게 할 정도로 거세다.
인간의 오만은 겸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가 심각하지만,
꼭 죽어봐야 지옥을 안다는 족속이 있는 법이다. 

후쿠시마가 터지고, 폐병 환자가 많이 늘고 있지만,
온실 가스에 대한 협정조차도 발효되기 힘든 것이 인간의 욕심이고 삶의 수준이다. 

심지어 난자가 체외수정되어 착상되기 전까지는 실험해도 된다는 식의 오만이 판을 치는 지경이다.
거기다 황우석 쇼비니즘까지 가세하면 '나치즘(국수주의)'의 발호는 언제든 가능하다. 

과학이 고마운 것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있다.
그러나, 과학이 두려운 것은... 폭격과 원자력 오염 등 일거에 삶의 질을 지옥도로 만들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이 책을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특히 '찬성'의 논거를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걱정되는 바는,
이 책을 읽고 <균형잡힌>이란 착각을 하며 <찬성>론자의 입장만을 내면화하는 괴물이 탄생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의 '토론' 교재로 사용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주어진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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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위미 2011-04-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우리학교 편집자입니다. 저희 책에 관심가져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말씀대로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샘들께서 '찬성'쪽 글을 집필하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옳고 비판적인 생각이라도 일방적으로 주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책인데, 그렇다해도 교사의 안내와 도움이 꼭 필요하겠죠?^^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개발만능주의 논리의 허점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행복한 봄날 되셔요~

글샘 2011-04-26 18:43   좋아요 0 | URL
찬성쪽이 논리가 좀 허술하긴 하던데 말이죠. ㅎㅎ
철학이랑 역사는 언제 나오죠?
우리학교 독서토론 동아리 애들 사줘야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 밑에 제가 수정한 건 고치실거죠? ok 하면 지울게요.

이인위미 2011-04-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ok입니다. 철학토론은 5월18일, 역사토론은 6월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글샘 2011-04-30 12:20   좋아요 0 | URL
기대하고 있습니다. ^^

bohnen이 독일어로 태어나다, 살다... 이런 뜻인가요? born처럼...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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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에 대해 성성하게 깨닫게 해주는 최성각의 독서잡설집...

옆자리 선생님이 표지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렇다.
굵은 느티나무 허리참에 셔츠 풀어헤치고 슬리퍼 차림으로 기대 앉았고,
책을 펼쳐 머리말쯤 읽고 있고,
반백의 긴머리는 자연스레 늘어져있다.
배경으로는 푸르른 신록이 펼쳐진 계곡과 삽살개 한 마리 혀를 빼물고 그를 돌아본다.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이라고 그가 부제를 붙인 것처럼,
그의 이 책은 생태주의 독서의 이력을 총집대성한 것이다. 

그렇게 치면 생태주의 아닌 것이 없으렷다.
인간이 사는 데서부터 역사, 철학, 문학이 배출된 것이니 이것 역시 생태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고,
인간을 못살게 구는 역사적 속박 역시도 환경을 해치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1980년을 울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친구가 하나 그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 친구와 잘 아는 신부님에게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다.
얼마 후, 친구의 부음을 듣는다.
아......
그 시대는 그랬다.
아니, 그랬나보다. 
그렇게 빗소리 하나에서도 슬픔의 한숨 소리 느끼지 않곤 살 수 없이 쓰라린 시대였나보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문고판 이야기가 참 간절하다.
내가 대학 다니던 1980년대 중후반은 말하자면 인문사회학의 르네상스였는데,
학문은 아니고 번역이 마구 되기 시작했던 시기고,
해금이 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죽었던 중세에세 재생의 이미지를 가진 르네상스처럼,
해방 공간의 자유로운 토론이 죽었던 독재시대를 가로질러 재생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면서,
책은 내용이 아니라 상품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사물이 되어버린 느낌이 강해 그의 푸념도 수긍이 간다.  

스테판 츠바이크의 <폭력에 대항하는 양심 - 카스텔리오와 칼빈>을 읽고 싶었다. 

   
 

자유를 가장 신성한 인간의 자산으로 여기지 않고,
당연한 관습으로 여길 때 그 자유를 유린하는 비밀스러운 의지가 고개를 쳐든다.(120)

 
   

불관용의 장소 제네바에서 벌어졌던 칼빈(칼뱅이 어울리는데)의 우스운 모습이 그 당시엔 공포였겠다. 

인도의 헌법에서 불가촉 천민이 없도록 카스트 차별을 없앤 암베드카르 박사도 공부할 만 하겠다.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부유한 빈곤 국가 한국을 바라보면 가져야 할 화두가 아닐 수 없다. 

1970년대 말, 베이징 대 캠퍼스에서의 일...
시골에서 입학한 한 새내기가 고향에서 지고 온 허름한 가방을 메고 다니다
마침 길을 가던 허름한 노인에게 가방을 맡기고 돌아다니다 한나절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그 가방이 생각난 학생은 그자리에 갔는데,
땡볕에 그 노인네는 아직도 가방을 지키고 서 있었단다.
이튿날 입학식때 그 노인이 주석단 자리에 앉아있더라는데, 그가 베이칭 대학의 부총장 지셴린이었단다. 
그의 <인생>도 읽을 만 하겠다.

그 뒤에서  '고대 나왔으면 벤츠 정도는 타 줘야' 하는 미친 교수나,
김용철이 '하버드 나온 훌륭한 분들' 지껄이는 내용은 참 한국의 쌍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명 철학자 전시륜의 <유쾌한 행복론>도 읽을 기회를 만나고 싶다.
남이 책읽은 이야기를 늘어 놓는 이야길 읽노라면,
한없이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읽고 싶지만,
그걸 만나는 걸로도 만족하자. 

최성각의 <달려라 냇물아>를 읽었던 참이라,
남들이 읽은 책 이야기를 읽을 염을 내지 않고 한 1년을 미뤘는데,
하루 밤을 설쳐가며 읽은 책은 감명 깊다. 

대통령이란 자가 돈독이 올라 강을 파헤치자고 난리를 떤 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생각하는지, 엄청 몰아친다는데,
매일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죽어 나간다.
새로운 것도 없으니 <뉴스>에도 안 나오는 모양이다.
하긴, 이 나라에서 학생이 죽고, 노동자가 죽고, 공사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죽는 일이야,
새로운 것도 하나 없는, 일상이지 않은가. 

그건, 노무현 때도 김대중 때도 여전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경향신문도 두려워한다던 삼성.
그런 것이 세상의 흐름이란 듯, 도저하게 서있는 높직한 성채를 바라보노라면...
새삼 한국에 사는 일은 두렵다. 

그러나, 또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사는 일에 또 두려움이 무에 있으랴 싶기도 하다.
다만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함이 같이 아플 따름이다. 

우리에겐 바로잡을 시간만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보다 더 처절하다.
남은 시간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쓰라는 강한 명령이겠다.
내가 선 자리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남은 힘을 쓰는 일.  

큰 과제를 하나 얻었다. 

-------------

21쪽. 대로는 大怒를 써야는데... 실수했다. 

52. 단재 신채효...? 호로 고쳐야 한다.

58. 피텔의 회고? 피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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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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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건 뭐,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
군함이 바다에서 가라앉았는데, 원인이 도대체 무언지 밝히지 않는 걸 보면, 미국과 연관있든지, 자뻑이든지 한 모양인데,
원인 규명을 쉽사리 제시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태안 앞바다에서 사고가 나서 기름이 온통 갯벌을 뒤덮었을 때도,
나라는 나라 역할을 하지 않았다.
임진왜란에 의병이 국가를 지켰듯,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기름을 걷어냈는데, 그 자원봉사자들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 

4월도 중순을 넘기는데 날씨는 한겨울 날씨다.
학교같이 큰 건물에는 종일 히터를 켜도 냉랭하다. 밤사이 식은 건물이 냉기를 뿜기때문이다. 아이들도 콜록거리고 비실거린다. 학교가 괜히 병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곧 5월이면 반팔 입을 계절인데...
3월부터 이틀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더니 급기야 부산에도 눈이 펑펑 내렸고, 비가 좀 그치는가 싶더니 겨울이다. 

1980년. 이 땅에서 천벌받을 짓을 하고 정권을 잡은 일이 있던 해, 여름 내내 한 번도 햇볕이 더위를 쏟은 적이 없다.
이 땅에 다시 천벌이라도 내리려는 것일까? 

지구가 가장 혐오하는 종이 인간이라는 데 이의를 제시할 만큼 배포가 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을 막고 산을 뚫고, 심하게는 아예 산을 없애버리고 거기서 골프처럼 미친 운동을 한다. 미쳤다.
온 나라를 도로망 뚫는다고 산과 산, 들과 들은 잘리고 갈려서 동물들의 이동 통로는 다 잘려버렸다.
그러니 멧돼지처럼 큰 놈들은 민가고 학교고 뛰쳐들어가서 뭔가를 먹으려고 하는 일도 생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있던 많은 동식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동식물들이 예전에는 시골집 추녀 끝에 대롱거리던 옥수수와 함께 족제비 한 마리씩 거꾸로 매달려 있던 추억들때문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온 국토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치면서 살 곳을 잃은 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로컬 푸드 운동처럼 음식들의 마일리지를 줄이는 운동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세계화는 각종 음식물의 마일리지를 엄청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버렸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넘어선 것 같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는 지역이 넓어지는 협정이 많아질수록, 농업의 가치는 떨어지고, 부익부는 심화될 것이다. 결국 부와 권력이 하나가 되어 강대국만 살아남는 구조로 달려가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는 푸념이 들기도 한다.
이미 세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렇지만, 이 땅에서 함께 살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나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니, 덮을 수도 없는 노릇. 

초중고생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도움을 줄 법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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